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56
농둥이를 휘두르는 왼손이 아닌 오 른손.
빈손으로 움켜쥔 흙을 집어던진 것 이다. 조악해보여도 제법 효과적인 공격수단이다. 공격범위가 넓은데다 그 위력도 뼈를 꺾을 정도이니, 피하 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
구와아아악!
그리고 그가 피하는 방향으로 즉시 몽둥이가 내리꽂힌다.
꽈앙!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피한다. 처음 보다 더 가까워진 탓인지, 몽둥이가 닿는 속도는 슬슬 위험수위에 도달 했다.
이 이상 접근하면 회피할 수 없는 거리다.
반대로 검이 닿으려면 아직 두 걸 음은 더 필요했다.
‘어쩔 수 없지.’
각오를 정한 레온의 두 눈이 가라 앉았다.
미완성의 기술.
그 파괴력을 동원한다면 이 국면을
타파할 수 있다. 가능하면 안 쓰고 이길 셈이었지만, 그의 역량은 아직 숲트롤을 압도하기에는 많이 부족했 다.
오러를 집중시키는 레온의 움직임 이 순간 둔해졌다.
콤마 3초 정도의, 문자 그대로 찰 나라고 할 수 있는 경직이 숲트롤의 파괴충동을 자극했다.
구오오오오오一!
지금이다.
그 본능에 따른 숲트롤의 일격이 들이닥쳤다. 공중으로 힘껏 뛰어올 라, 놈■의 체중까지 더해진 내려치기.
풀플레이트를 입은 기사라도 피떡 으로 만들 위력이었다.
그래. 결정타였다.
‘—그럴 줄 알았다.’
숲트롤이 교활하다고 해도 그 본성 은 마물이다. 아슬아슬한 간격에서 몇 번을 놓친 사냥감이 빈틈을 보였 을 때, 그 틈이 함정인지 아닌지 가 늠할 정도의 지능은 없었다.
레온은 그 일순간을 놈을 끌어들이 는 미끼로 활용했다.
키잉
칼날 위에 황금빛의 오러가 불타오
른다. 최대 네 번, 여력을 생각하면 세 번까지 휘두를 수 있는 금환일식 의 검.
〈이클립스〉를 발동시킨 레온이 그 검을 올려쳤다.
깔끔한 소리와 함께 중간부터 잘려 나간 통나무가 회전하고, 이내 레온 의 등 뒤로 떨어졌다.
숲트롤은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 고 얼어붙었다.
어째서 그의 몽둥이가 시원스럽게 잘려나갔는가?
어째서 이 난쟁이가 감히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가?
레온은 두 번째 검격으로 그 이유 를 설명해주었다.
치익.
황금빛의 오러가 수평으로 길게 내 달리자, 숲트롤의 두꺼운 무릎뼈가 아무 저항도 없이 잘려나갔다. 게다 가 그 절단면은 고열로 지져져, 재생 력의 상극이나 다름없는 화상을 입 었다.
〈오러웨폰〉은 단순히 힘을 집증시 킨 게 아니었다.
오러 속성을 물리적으로 발현시킬 수 있는 경지다. 태양의 경우에는
‘빛’과 ‘열’。] 대표적인데, 레온이 쓴 〈이클립스〉는 ‘열’에 치중한 기술이 었다.
오러 자체의 물리력에 초고열까지 더해졌으니, 트롤에게는 쥐약이나 마 찬가지 였다.
구르아아아아악!?!
한쪽 다리를 잃어버린 숲트롤이 울 부짖었다.
끔찍한 격통에, 재생되지 않는 상 처.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 한 상황이 놈을 패닉으로 몰아넣는 다.
그럼에도 그 피에 새겨져있는 본능
은 강력했다.
남은 다리로 힘껏 뛰어오르는가 싶 더니, 두 팔을 이용해서 나무 위로 도망쳐버린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도망친다고?!”
레온은 경악했지만, 놈■의 행동은 신 속했다. 한쪽 다리가 없어서 더 가벼 워진 몸을 두 팔로 움직인다. 나무타 기는 다리로 하는 게 아니었으니 오 히려 더욱 발라졌다.
순식간에 몇 그루의 나무를 탄 놈 이 멀어져간다.
생존본능을 자극당한 트롤은 어느 때보다도 강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몇 초 안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내가, 보내줄 것 같냐?”
그의 눈앞에 죽어넘어진 용병 셋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런 식으로 죽어도 될 만한 사람들은 아 니었다.
죽을 각오도 없이 일방적으로 폭력 을 행사하던, 숲트롤에게 거센 분노 가 치밀어오른다. 레온은 무의식적으 로 검을 겨눴다.〈이클립스〉두 발 분량의 오러를 칼날 부분에 밀어넣 어,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은 격통을 참아내면서.
“이 개자식아아아一!”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자, 성검의 칼날로부터 빛의 파도가 붐어져나왔 다.
〈칠성검〉의 2스L 메라크.
그 오의가 처음으로 성공한 순간이 었다.
키이이잉一一!
빛의 파도가 뻗어나간다.
칼날로부터 쏟아져나온 섬광은 몇 그루의 나무를 관통하고, 밤의 어둠 마저 베어넘기면서 숲트롤을 쫓았 다.
한 박자 늦게 잘려나간 나무들의 몸통이 어긋나며, 바람의 흐름까지
뚝 끊어지면서 소리를 지운다. 그 위력과 속도 모두 사악토벌전 당시 보다 좀 많이 떨어졌지만, 숲트롤 한 마리를 해치우는데는 층분하고도 남았다.
불과 몇 초만에〈메라크〉가 놈의 허리를 가로질렀다.
구르악?!
숲트롤은 경악했다.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 제 하반신 이 뚝 떨어지더니, 내장과 피가 쏟 아졌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늪트 롤보다 재생능력이 떨어지는 숲트롤 이다.
이 정도의 대미지를 회복하는 것 은 불가능했다.
다음 나무로 건너가려던 놈이 그 대로 땅에 추락했다.
쿠
착지가 아닌 추락, 땅바닥에 그 머 리부터 처박힌 놈은 수십 초를 더 살아서 몸부림쳤다. 허리의 절단면 에 희뿌연 거품이 끓어올랐지만, 잃 어버린 하반신을 재생할 순 없었다.
숲트롤은 제 생명력 때문에 즉사 하지도 못하고 발광하다가, 이내 두 눈을 까뒤집은 얼굴로 숨이 끊어졌 다.
“..후 ”
그 모습을 마지막까지 지켜본 레 온이 검을 늘어트렸다.
‘빗나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 데, 다행이다.’
긴장감의 끈을 놓기가 무섭게 두 무릎이 구부러진다.
남아있는 오러는 1할조차도 안 된 다.
칼날에 힘을 고정시켰을 뿐인〈이 클립스〉와 달리 방출하는〈메라크〉 의 소모는 막대했다. 만전의 상태로 도 두 번이나 쓸 수 있으면 다행이 었다.
서늘하게 식은 공기와 흙의 감촉 이 그를 진정시켰다.
“와! 진짜로 이겨버렸네? 역시 용 사님. 대단해!”
어느샌가 그의 곁으로 온 카렌이 옆에 주저앉았다.
레온은 그제서야 그녀가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 숲트롤과의 싸움은 그 정도로 쉽지 않았던 것이리라.
생각해보니 그가 숲트롤을 마무리 할 필요는 없었다.
〈메라크〉를 쓰지 않았어도 카렌이 놈의 도주를 막았을테니, 어떻게 보 면 헛수고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 헛수고는 아닌가.’
아직도 그 손에 남아있는 감각이 선명했다. 연습할 때에는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한 기술이다.
완성도는 높지 않았다. 다시 한 번 펼쳐보라고 한다면 조금 전처럼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레온은 기뻤다. 엘시드가 가르쳐준 기술을, 그의 도움도 없이 자력으로 한 번 성공시켰다는 사실이.
어젯밤의 그보다 한 걸음 나아갔 다는 것이 말이다.
“읏….”
그때, 레온의 시야가 한 번 끊어졌
다가 돌아왔다.
“아, 슬슬 한계인가? 마지막에 쓴 기술 때문이지? 딱 봐도 소모가 엄 청 클 것 같던데.”
“… 7} 렌.”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도 돼. 나 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그녀의 목소리에 이끌리듯이 몸을 맡긴다.
두 눈을 감자마자 의식이 깊은 곳 으로 떨어져내리고, 그를 들어올린 카렌이 뛰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 었다.
그 다음부터는 전혀 기억나지 않
았다.
깊고 어두운 잠이 이불처럼 그를 사로잡았다. 그 안락함은 실로 오랜 만이었다. 어릴 적에는 좋아했지만, 리안을 만난 후부터는 자는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웠으니까.
하룻밤이 지날 때마다 리안과의 격차가 벌어진다. 모두에게 평등한 시간을, 그때만큼은 불공평하다고 느꼈다.
‘……지금은.’
더 좋은 내일을 꿈꾸면서 잠들 수 있었다.
그렇게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만
족감과 함께 잠들었다.
그 다음날, 레온은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눈을 떴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지 마차 천장이 환했다. 두 눈을 찌르는 햇빛 때문 에 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의식이 떠오르니 몸의 감각도 점차 되돌아온다.
격전으로 인해서 삐걱거리는 몸, 그 통증이 남은 졸음기를 곧바로 쫓
아버렸다. 아무래도 하룻밤 잔 걸로 는 몸이 다 회복되지 않은 모양이었 다.
“… 아!”
그러고 보니 떠오르는 게 있었다.
레온은 제 목에 걸려있는 성물에 손을 가져다댔다. 블레인 지부의 주 교, 체자레가 준 물건이었다.
회복성법 (Recovery).
그의 의지가 향하자마자 목걸이에 은은한 빛이 흘렀다. 그 빛은 목걸 이에서 레온의 신체로 넘치더니, 얼 마 지나지 않아 체내에 남아있던 피 로감을 깔끔하게 지워버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은데?”
최소한 중급 이상, 어쩌면 상급일 지도 모를 성물이다.
‘별 거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주교 님.’
레온은 체자레의 얼굴을 떠올리면 서 피식 웃었다.
아닌 척하면서 신경을 써준 것이 분명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 물건 일 리가 없었다. 교단에서 성철쇄기 사를 호출할 수 있는 증표, 그 자체 도 상당한 가치를 지닌 성물인 게
당연하다.
어찌됐든 그 덕분에 힘을 되찾은 레온이 몸을 일으켜, 점점 느려지기 시작한 마차 밖으로 걸어나왔다.
“오? 일어났네. 벌써 돌아다녀도 돼?”
마차 지붕에 타고 있었는지, 그가 나오자마자 카렌이 훌쩍 뛰어내리면 서 옆에 내려섰다.
레온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주교님이 준 물건 덕분에 금방 회 복했어. 상황은?”
“네가 잠들고 난 다음부터 설명해
줄까?”
“부탁해.”
그는 카렌이 이끄는대로 걸으면서 귀를 기울였다.
“트롤사냥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 어. 네 마리 중에 셋을 잡았으니, 반 만 잡아도 본전이라던 트롤치고는 선방했지. 도망친 놈도 꽤 호된 꼴 을 당했다니까, 두 번 다시 이 숲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그 정도로 겁이 많아? 중형마물인 데?”
“무리를 전부 잃었잖아. 머릿수를 늘릴 때까지는 이쪽 숲은 쳐다보지
도 않을 걸?”
숲트롤의 위험도는 결국 B랭크다.
숲이라는 환경의 보정까지 받고 그 정도이니, 실질적인 힘 자체는 중형 마물 중에서도 높은 편이 아니었다. 단체행동으로 부족한 힘을 보충하고 있던 셈인데, 갑자기 홀로 남겨졌으 니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으리라.
그녀의 말을 다 듣고서야 납득한 레온이 었다.
이야기가 다 끝날 쯤에는 두 사람 도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건….”
“숲트롤의 사체야. 네가 잡은 것까
지 해서 세 마리. 돈으로 환산하면 금화 80닢은 나오려나?”
“그 정도로 비싸?!”
레온은 짐마차에 실린 트롤사체를 구경하다가 깜짝 놀랐다. 금화 80닢 이라니, 높은 등급의 아티팩트나 무 구를 하나 구할 수 있는 금액이었 다.
물론 아공간팔찌는 그 이상이었지 만, 토벌전에서 세운 공이 숲트롤 몇 마리와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포션의 원료인데다가 몸 자체도 마법사들이 잘 사주거든. 네가 쓰러 트린 놈은 출혈이 좀 심해져서 20
닢밖에 못 받을 것 같지만서도.”
“아, 역시 그런가.”
두 동강을 내버렸으니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트롤의 몸 중에서도 가장 비싼 게 피였다. 그걸 쏟아냈으니 모양새가 멀쩡한 사체들보다 값이 덜 나갈 수 밖에.
레온은 조금 아쉬워하면서 짐마차 의 숲트롤들을 보았다.
‘한 마리는 최소 네 종류의 무기에 난도질당했고, 나머지 한 마리는 층 격으로 머리를 부숴버렸나. 누가 그 랬는지 알겠군.’
아마도 구스타프의 솜씨겠지.
그의 완력을 생각해보면 숲트롤이 상대라도 힘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 고, 4미터에 달하는 놈의 머리에도 검이 닿는다.
상복부에 큰 상흔이 남아있는 걸 보니, 배를 먼저 공격해서 자세를 낮춘 다음에 후두부를 노린 듯했다. 레온은 그 일련의 움직임이 눈앞에 서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였다.
“아! 오셨습니까. 카렌님, 레온님.”
“상단주님.”
두 사람을 발견한 아놀드가 급히 그들에게 다가왔다.
“지난밤에는 정말로 잘해주셨습니 다. 한 마리를 해치워주신 레온님도 그렇고, 제 부탁을 들어주신 카렌님 도요.”
“의뢰받은 일을 한 것분입니다.”
“하하, 그것이 곧 미덕이지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레온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아놀드에게 질문했다.
“사상자는 몇 명입니까?”
“ O으”
그 말에 침울한 표정이 된 아놀드 가 대답했다.
“사망자가 8명, 부상자는 21명입니 다. 중상자는 없지만 몇 사람은 다 음 마을에 남아야할 것 같군요.”
“8명….”
“네, 그분들의 유품과 시신을 전해 야합니다. 길드 측에서도 장례절차 를 도와줄테니, 큰 문제는 없을 겁 니다.”
죽음에 익숙하지 않은 레온이 침묵 하자, 카렌은 그 대신에 앞으로 나 서면서 손을 내밀었다.
“상단주님, 트롤값은요?”
“물론 드려야지요. 한 마리니, 금화 30닢은 드려야합니다만, 사체에 남 아있는 피가 얼마 없더군요.”
“흥정은 별로 안 좋아해요. 20닢으 로 하죠.”
“25닢까지 드릴 수 있습니다만….”
카렌은 돈을 더 주겠다는 말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됐어요. 내가 시가를 잘 모르는 것도 아니고, 금화 5닢에 신세를 질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아서요.”
“이런, 들켰습니까?”
속셈을 들킨 아놀드가 멋쩍게 미소
지었다.
A랭크와의 인연은 귀중하다.
금화 5닢으로 호의를 살 수 있다면 얼마든지 내줘야할 정도였다. 그런 데 카렌은 그 여지를 주지 않고 잘 라냈다. 상등품의 마차를 받은 것과 는 또 다른 영역이었다.
누군가의 호의를 받아들이면, 언젠 가 그 호의를 돌려줘야할 때가 온 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레온과 동 행하며, 누군가에게 신세를 질 필요 가 없어진 지 오래였다.
촤륵.
금화주머니를 받은 카렌이 제 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