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60
적절한 판단이었다.
A랭크의 기척감지도 속일 수 있는 놈■이니, 언제라도 빈틈이 보이면 즉 시 도망쳐버릴 터. 하지만 카렌이 놈을 마크한다면 그 여지를 크게 제 한할 수 있었다.
허리춤의 로프를 풀고, 두 자루의 단검을 양손에 쥔 카렌이 아무 소리 도 없이 그림자로 녹아들었다.
“허, 눈앞에서 사라지는데도 전혀 모르겠구만.”
하멜은 그 은밀기동에 혀를 내둘렀 다. A랭크가 대단하다는 것쯤은 알 고 있었지만, 직접 마주하니 격이 달랐다.
“우리도 슬슬 움직입시다.”
그녀처럼 몸을 숨기지 못하는 이 상, 두 사람은 정면에서 돌입할 수 밖에 없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저 방의 입구는
하나분이었다.
특수한 목적을 지닌 구역이기라도 한 걸까.
혼자서 고민해봤자 답이 안 나올 문제였다.
“내가 먼저 시작하지.”
선제공격은 활을 든 하멜의 역할이 다.
레온 앞으로 나선 그가 고양이처럼 사분사뿐 걷더니, 대뜸 안으로 들어 서면서 활 시위를 당겼다.
도적들이 그를 보고서 고함을 지르 기도 전에.
핑!
한 발의 화살이 날카로운 바람소리 를 냈다.
뭉툭한 화살촉에 담겨있는 것은 철 조각과 화약. 이전에 한 번 사용했 던 폭발화살이다.
천장으로 치솟은 화살은 이내 그 오러에 발화했다.
콰아앙!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파편이 몇 놈의 살갗을 찢으면서 몸 안으로 파 고든다. 상처 자체는 별 것도 아니 지만, 폭음과 함께 찾아오는 고통은 그 이상의 패닉을 불러일으킨다.
적을 확인했음에도 제 몸뚱이에 신 경이 쏠린다.
시간상으로 몇 초 안 되는 혼란이 었지만, B랭크 검사에게는 치명적일 만큼 큰 빈틈이었다.
“I— 1— 그 ”
-T, -T구….
“알 거 없다.”
싸늘하게 대답한 레온의 검이 한
놈을 베어넘겼다.
오러를 쓸 필요도 없다. 정확하 1•게
휘둘러진 칼날은 그 목을 찢고, 잎
에 서있던 놈■의 얼굴에 피분수를 부
렸다.
그 때문에 눈을 감자마자 허리를 베어치면서 지나친다.
엘시드는 말했다.
검객은 베고 벨 때마다 성장한다 고. 어느샌가 레온은 보지 않고도 치명상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상대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읽고, 그 동선에 맞춰서 검을 끼워넣는다. 세 수 밑의 상대라면 한 합으로 쓰러트 릴 수 있다.
“그 상단 놈들이구나! 어떻게 쫓아 왔지!?”
뒤늦게 두 사람을 알아본 두목이 크게 소리쳤다.
부하들의 목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제대로 키우지도 않아서 소 모품으로 쓸 생각이었던 놈들이다. 몇 놈 줄어봤자 다시 채우면 그만이 었다.
놈은 뱀처럼 무감정한 눈동자로 둘 을 살펴보았다.
‘검사와 궁수. 어느 쪽이든지 B랭 크 중위권 이상이군. 정면에서 상대 해도 될 만한 놈들이 아니다.’
상성이 안 좋다.
암살자는 어둠 속에서 싸우는 자. 선공하는 자이지, 선공을 당하는 자 가 아니었다.
자존심이고 뭐고 없다보니 도망칠 생각에도 주저가 없다.
물러설 생각을 한 도적두목이 몸을 빼려는데, 갑자기 그의 목덜미가 오 싹해졌다.
“큭!?”
필사적으로 옆을 구르는데 발목이 뜨겁게 지져졌다.
“네년은一!?”
“잘 피하네. 발목째로 끊을 셈이었 는데.”
기척도 없이 등 뒤에서 나온 카렌 이 그를 비웃었다.
그 손가락에 걸린 단검이 푸르스름 하게 빛났다.
절체절명을 직감한 두목이 두 눈을 부릅떴다. 다 잘리지는 않았지만 힘 줄 깊이까지 베였다. 오러로 보강하 고 움직여봤자 저 여자를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도적질이나 하고 다니니 그 모양 이지. 4년 전이었다면 이 정도 기습 은 피했을 텐데.”
“•••뭐라고?”
두목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알 리가 없었다.
그의 과거는, 그 누구에게도 알려 지지 않았다. 스스로 떠든 적도 없 었다. 아는 사람은 다 죽었다.
아니. 한 명 있었다.
그의 과거를 알면서도 살아있는, 오직 한 사람이.
“오랜만이야,〈두더지〉.”
카렌은 전혀 반가워하지 않는 표정 으로 말했다.
“내가 말했을 텐데. 이 바닥에서 손 씻으라고. 안 그러면 내 손으로 직접 죽여주겠다고 말이지.”
“•••〈관지기〉.”
몇 년만에 조우한 암살자들이 서로 를 노려보았다.
그들은 같은 처지였다.
슬럼가에서 기댈 곳 없이 자라나, 어쌔신 길드의 일원으로 키워져서 그 손을 더럽혔다. 카렌이 그 굴레 를 끊어버렸을 때,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자들이 있었다.
밝은 곳에서 살아가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일그러진 자.
그럼에도 한 번 눈감아주고 말았 다.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었다는 것 을 알기에.
“두 번은 없어.”
카렌의 발밑에서 그림자가시가 스 멀스멀 솟아올랐다.
〈관지기〉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죽어.”
그 냉혹한 선고와 함께 암살자들이 움직였다.
당연하게도 먼저 공격한 것은 카렌 이다. 한쪽 다리를 당한〈두더지〉의 대응은 한 발 늦어졌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나면서 6자루의 창이 된다.
카렌이 직접 조종하는 그림자는 그
자체로 ‘오러웨폰’이라, 스치기만 해 도 치명상이다. 한 발 한 발이 기사 의 랜스차징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 는 파괴력.
그걸 알아본〈두더지〉의 안색이 창 백해졌다.
“임페일러(Impaler)…! 진심이구나, 〈관지기〉.”
저 창에 꿰뚫려서 벽을 장식한 시 체가 몇 구였던가.
한때 암흑가의 공포로 군림했었던 기술이다.
〈두더지〉는 한 치의 여력도 남기지 않고 힘을 끌어올렸다. 누구보다도
카렌의 실력을 잘 아는 입장이다. 지 금보다 훨씬 날카로웠던 전성기에도 이길 자신이 없었는데, 힘을 아껴봤 자 도망칠 구멍만 더 좁아질 분이었 다.
식은땀을 흘리는 그의 두 눈을 노 려보면서, 카렌은 삭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항명이야?”
“•.•뭐?”
“내가 명령했잖아.”
이해할 수 없는 소리에〈두더지〉가 되묻자, 카렌은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러고는 한 걸음 내디디면서 짧게 말했다.
“죽으라고.”
그와 동시에 그림자창이 쏘아졌다.
한 자루도 아니고 여섯 자루.
회피할 수 있는 범위를 남김없이 찔러꿰뚫는다. 피해야하는 기술이었 지만, 피할 수 없다는 모순. 그 살상 력을 알고 있었던〈두더지〉가 잽싸 게 칼을 고쳐쥐었다.
그의 손아귀에 잡힌 시미터가 황토 색 빛을 머금고, 몇 개의 잔상을 만 들면서 앞을 가로막았다.
쩌저저저정!
몇 자루의 창을 막아세운 장벽이 산산조각난다.
“크허 억!”
무려 열 걸음을 밀려나간〈두더지〉 가 피를 토했다.
방어력으로 이름 높은 ‘대지’의 오 러. 그것으로 만든 장벽이 한 번의 공격으로 붕괴한 것도 모자라 내상 까지 입었다.
이것이야말로 암살자의 궁극.
공격력 하나로 모든 전투를 제압하 는 것.
“몇 번이나 견딜 수 있으려나?”
무감정한 눈을 한 카렌이 다시 한 번 손을 뻗는다.
또다시 그림자에서 창이 솟아난다.
이번에는 8자루다.
잠깐의 틈도 안 주는 파상공세에 〈두더지〉가 낯을 굳혔다. 속전속결보 다 철저한 말살을 목적하는 공격이 었다.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 집요하기까지 한 숨통조이기.
쩌저저정!
오러의 벽이 박살나기가 무섭게 몸 을 굴린다. 그 직후에 몇 자루의 단
검이 그가 머물렀던 지면을 도려냈 다.
“잘 움직이네. 그러면 두 자루 추 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렌의 우위는 흔들리지 않는다.
10자루의 창이 그렇게 작렬하고, 피를 토하면서도 땅바닥을 굴러서 단검의 후속공격을 피해낸다.
한 번이라도 실수했으면 죽었다.
한 번이라도 오판했으면 죽었다.
〈두더지〉는 몇 년만에 찾아온 죽음 의 낫이 목덜미에 닿은 걸 느끼며, 전성기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을
깨달았다.
“크핫! 웃기지도 않는군!”
험악하게 일그러트린 얼굴로 웃는 다.
무뎌졌던 감이 돌아올수록 이 상황 이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이해하고 만다. 도주할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파상공세, 그를 몇 단계나 뛰어넘고 있는 암살자가 눈앞에 있다.
암살자의 천적은 자기 이상의 암살 자라고 하던가.
과연 그 말대로였다.
마침내 한 발의 단검이 팔꿈치에 꽂혀, 그 위력으로 왼팔을 절반 가까 이 잘라냈다. ‘대지’의 오러고 나발이 고 수준 차이가 너무 크다보니 방어 력도 안 먹힌다.
〈두더지〉는 재빨리 너덜거리는 팔 을 완전히 절단하고, 동맥 부위를 차 단해서 출혈을 막았다.
증상을 입었음에도 그 대처에는 전 혀 낭비가 없다.
스스로의 몸을 도구로 인식하는 게 암살자였다. 거의 4년을 허비하며 녹슬었지만, 그 본질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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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긋, 三7 o O O
갑자기 한 팔을 잃은〈두더지〉가 웃기 시작했다.
“크, 더럽게 세군. 보스의 목을 따 버렸다고 할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네년은 역시 괴물이었어.”
“유언이라도 남기려고?”
“그렇다고 한다면, 들어주기는 할 거냐?”
카렌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에 손을 늘어트렸다.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태세였지 만, 한 호흡의 여유도 안 주던 공기 가 살짝 가벼워졌다.
〈두더지〉도 그걸 알아차리고 곡도 를 든 팔을 내렸다.
어차피 죽일 셈이라면 더 버틸 수 도 없었다.
괜한 발악으로 추하게 삶을 마감할 바에야,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이라 도 다 내뱉고 갈 생각이었다.
“왜 그랬냐, 너는?”
〈두더지〉는 반쯤 풀릴 눈동자로 카 렌을 바라보았다.
“나랑 똑같다며? 부모를 살해당한 것도 아니고, 납치당해서 온 것도 아 니라며. 고아새끼를 주워다가 강하게 만들어줬는데, 왜 원한을 품지? 보스
야 아니꼬워서 죽였다고 쳐도, 조직 까지 해체할 필요는 없었잖아.”
“…나는 강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적 없어.”
“하! 배부른 소리로군. 조직이 널 줍지 않았다면, 넌 지금쯤 환락가에 서 창부 노릇을 하고 있었을 텐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카렌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 했으니까.
그러나 최악을 피했다고 해서 그 나머지를 최선이라고 부를 순 없었 다.
암살자의 삶을 받아들인〈두더지〉
는 이해할 수 없겠지.
그래도 그녀는 그를 무시하지 않고 대답해주었다.
“그때까지 내 삶은 내가 원하지 않 았던 것만 모여있었거든. 고아였던 것도, 암살자로 키워진 것도. 이 강 함마저도 스스로 원해서 손에 넣은 게 아니었지. 그러니까 손에 넣어보 기로 한 거야. 내가 원하는 걸.”
“그 빌어먹을 게 도대체 뭔데?”
“자유(自由).”
카렌의 즉답에 벙찐〈두더지〉가 입 을 딱 벌렸다.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태어나서 한 번도 누려 본 적이 없는 상태를 원했어. 그래서 거슬리는 것을 다 배제한 거야. 보스 도, 조직도. 내 자유를 위해서라면 없는 쪽이 더 나았거든.”
“고작, 그 정도의 이유로…?”
“너한테는 그 정도겠지만, 나한테는 목숨을 걸 만한 이유야. 자, 만족했 어?”
〈두더지〉는 잠시 입술만 달싹이더 니, 곧 이발을 부득 갈아붙이면서 칼 날을 치켜세웠다.
그 살의는 아까 전과 비교해도 명 백히 부풀어있었다.
용납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이 개같은 년아! 그 염병할 자유를 손에 쥐었으면 됐지! 왜 우리한테 나눠주려고 지랄한 거냐?! 그딴 건 필요없었어! 난, 우리는 네가 아니라 고! 네가 될 수 없었다고! 이런 식으 로밖에 살아남을 수 없었단 말이다!”
“이렇게 죽일 거라면 그날 다 죽여 버리지 그랬냐! 네년처럼 제 목줄을 끊을 수 있는 놈들이 얼마나 있을 것 같냐! 너한테 죽는 거라면 웃으 면서 갈 놈도 많았을 텐데!”
“•••그래, 알고 있었어.”
카렌은 그의 살의에 대답하듯이 단 검을 겨누었다.
이 상황은, 지금 눈앞에 있는 마적 두목은 그녀가 버려두고 온 과거의 파편이었다.
암살자로 키워진〈두더지〉는 결국 음지의 인간이었다.
병에 가둬놓은 벼룩은 그 병을 치 우더라도 병 높이밖에 뛸 수 없는 한계에 사로잡힌다. 그녀와 달리 음지의 삶에 순응한〈두더지〉처럼, 조직이 사라졌어도 악에 물든 인간 은 다시 빛 속으로는 되돌아가지
못한다.
“이 상황은 내가 너희들을 외면해 버린 결과겠지.”
청록색 오러가 단검 끄트머리에서 불타올랐다.
오러 파이어.
그 안에 담겨있는 힘이 공간을 내 리누르자, 희미하게 변한 황토색 오 러가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거렸 다. 힘의 우열은 부딪히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두 암살자는 결국 멈추지 않았다.
“좀 늦었지만, 이제 끝낼게.”
카렌이 한 말에〈두더지〉는 피식 웃어버리고는,
“—흐, 크아아아아아!”
하나밖에 안 남은 팔로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생명력까지 다 끌어쓰는 것인지, 콤 마 몇 초 사이에 살갗이 메마르면서 오러가 크게 타오른다.
일격에 한해서 제 한계를 뛰어넘는 필살.
일류 암살자라면 그 누구나 보유하 고 있는 비장의 패.
하지만.
푸확
〈두더지〉가 힘껏 벤 곳에 카렌의 모습은 없었고, 어느샌가 그의 심장 부근에 큰 구멍이 뚫려있었다.
터무니없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