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63
먼저 던졌다.
“800골드입니다.”
“내 정보에 대한 값을 차감하면 요?”
“700골드까지 깎아드리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카렌은 손사래를 치면서 그 제안에 코웃음쳤다.
“조금만 더 깎아볼까요? 집사장 님?”
“변장하는 솜씨가 제법 괜찮기는 한데, 귀 언저리에 흔적이 남아있어
요. 그리고 왼쪽 어깨의 움직임도 불안정하고. 체형을 위장할 목적으로 보형물을 넣었나보죠? 그 외에도 찾 아보라면 더 찾을 수 있는데, 어쩔 래요?”
노인의 두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을 뿜었다.
과연 그 말대로였다.
발카스 변경백이 가장 신뢰하는 가 신들 중 하나, 집사장이 바로 그였 다.〈황금올빼미〉의 간부급 인원이면 서 발카스 령의 밀수와 암거래를 담 당하는 중책.
난데없이 그 신원이 들통난 그가
목소리를 깔았다.
“…아주 당돌하시군요.”
카렌은 전혀 위축되지 않은 태도로 맞받아쳤다.
“그래서 팔 거에요, 말 거에요? 그 쪽도 내가 가져온 정보에 꽤 흥미가 있어보이는데, 아까처럼 후려치지 말 고.”
“끄 ”
O •
대놓고 한 위협에도 아무 반응이 없자, 노인은 더 압박하지 못하고 물러서야했다. 그녀의 말마따나 그 정보는 구입해야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정체까지 들켜버린데 다, 입막음이 힘들 정도의 실력자다. A랭크 모험가라면 기사단장을 동원 해도 확신할 수 없고, 혹시나 성공 하더라도 길드 측에서 조사단이 파 견될 게 뻔하다보니 건드리기 어렵 다.
노인, 집사장 글렌은 결국 본전치 기를 선택했다.
“260골드. 그 밑으로는 안 됩니 다.”
“좋아요.”
카렌은 그걸 기다렸다는 것처럼 손 가락을 튕겨,〈두더지〉의 옷에서 꺼
내온 보석 몇 개를 올려놓았다.
집사장은 눈어림으로 그 감정가를 빠르게 헤아렸다.
“적당하겠군요.”
거스름돈이라도 내놓으라고 할까봐, 그는 그 보석들을 빨리 거둬서 제 품속으로 밀어넣었다.
다행히 카렌도 그렇게까지 할 마음 은 없었다.
그제서야 두 사람은 겨우 본론에 들어갈 수 있었다.
“루베나 영지는 지금 수챗구멍이나 다름없는 상태입니다.”
“수챗구멍?”
“예, 무엇이 들어가든지 다시 나오 지 못한다는 뜻이죠. 계속 발아들이 기만 할 분, 무언가를 내뱉지 않고 있습니다. 가볍게 드나드는 것 정도 는 가능합니다만….”
집사장은 검지 끝부분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저희 쪽에서도 스무 명 가까이 들 여보냈는데, 외곽이나 몇 번 둘러보 고 온 자를 제외하면 모두 실종되었 습니다. B랭크도 서너 명 끼어있었 는데 말이죠.”
“바깥으로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이
있다…는 거겠군요.”
“그 단서가 될 만한 정보들을 몇 가지 추려뒀습니다. 시간 순서대로 하나씩 보여드리죠.”
서랍에서 몇 장의 양피지를 꺼낸 집사장이 그걸 뒤섞더니, 카렌 쪽으 로 내밀었다.
그녀는 맨 앞장부터 읽어내리고자 시선을 고정시켰다.
한 장, 두 장, 세 장.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얼굴은 점점 굳어지고,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면서 팔락이는 소리가 커진다. 카렌은 반 정도 읽었을 때에 더 참지 못하고
집사장에게 질문했다.
“잠깐, ‘목걸이’가 움직였다고요?”
“예.”
〈검은^•걸이 (Black—Choker)〉.
노예의 목에 부착된 구속구를 은유 하는 말이며, 대륙 최대 규모로 노 예매매를 주도하는 조직의 명칭이었 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돌아다니 는 까마귀들.
전쟁포로를 사들여서 광산 노역에 써먹거나, 도적들이 납치한 여자들을 빼돌려서 창부로 팔아치우거나. 그 악질적인 행태에도 불구하고 수요와
덩치 때문에 토벌당하지 않는, 오직 신성교단의 눈치만 좀 살피는 조직 이었다.
그놈들은 덩치가 너무 커서 어지간 하면 그 행적을 알아내기 쉽기에, 지금처럼 은밀히 진행되는 일이 드 물다.
“대규모의 노예매매도 모자라서 특 정 광물의 사재기까지…. 척 보기에 도 수상한데 목적을 알기 힘드네요.”
“아니, 그 교집합을 구해보면 하나 의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서류를 다 본 그녀가 푸념하자, 집 사장이 고개를 내저었다.
〈황금올빼미〉역시 루베나의 이상 사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 었고, 그중에 가장 유력한 가설을 봅아낸 상태였다.
이 거래는 그 가설을 입증해볼 기 회이기도 했다.
변경백의 집사장, 글렌이 입을 열 었다.
“그 키워드는 바로….”
* * *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카
렌과 집사장이 비밀스러운 거래를 할 때에 레온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루베나 영지.
상인들만 딱히 소문에 민감한 게 아니었다. 일거리에 자기 목숨을 걸 어야하는 용병들도 두 귀를 쫑긋거 리기 마련이었다. 몇 병이나 비우면 서 머리가 알딸딸해진 레온도 다음 행선지의 이야기가 나오자 두 눈이 살짝 맑아졌다.
“ 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너무 터무니없 었다.
“흡혈귀 (Vampire) 요?”
“그래, 피 빨아먹는 괴물들! 그놈들 이 루베나 영지에 숨어서 밤을 지배 한다는 소문이 파다해. 그래서 밤거 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몇 없고, 용병들도 그쪽을 피한다더라고.”
“레오닉!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 지 말라고! 흡혈귀가 뉘집 개새끼도 아닌데 말이야!”
레오닉의 말에 핀잔을 준 한센이 맥주 한 컵을 단번에 들이켰다. 그 구박이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지성에 뛰어 난 마법능력, 불사성까지 갖춘 흡혈
귀는 하나하나가 중상급 마물과 비 견된다. 인류와의 공존 가능성이 있 지만, 위험도가 너무 높아서 기피되 는, 실로 애매한 입장에 있는 종족 이었다.
교단 측에서는 멸종대상으로 지정 하지 않고 있지만, 어떠한 영지에서 도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흡혈귀라.’
두 사람의 거친 말싸움에 등돌린 채, 레온은 아직 만나보지 못한 흡 혈귀를 생각해보았다.
인간과 큰 차이가 없는 생김새에 불로불사의 생태.
지성체의 피를 마셔야하는 습성과 강력한 힘.
그는 용사로서 흡혈귀들을 배제해 야할까, 아니면 대화부터 시도해봐야 할까. 엘시드에게도 한 번 물어봤지 만, 그의 대답은 아쉽게도 별 도움 이 안 됐다.
[흡혈귀는 내 시대에 얼마 없었거 든. 강한 놈들은 마왕군에 붙었다가 나한테 다 맞아죽었으니까…. 네가 생각하는 ‘평범한 흡혈귀’라면 본 적 도 없어.]인류와의 공존가능성은 아직 잘 모 른다.
그래도 이야기를 할 가치는 있을 거라고, 레온은 생각했다. 용사는 악 을 처단하는 존재이지만, 무엇이 악 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그 자신의 영 역이었다.
흡혈귀는 일단 보류다.
그가 결정하기가 무섭게 몇 개의 인기척이 다가왔다.
낯설면서 호의적이지 않은, 불쾌한 기척이 었다.
“이봐, 구스타프! 너희들은 5층에 전세라도 낸 거냐?”
강렬한 기세를 지닌 용병이 방 안 에 들어섰다.
십자 형태의 칼자국이 얼굴에 새겨 진, 백전연마를 생김새로 다져놓은 것 같은 자였다.
그 남자를 본 구스타프가 술잔을 놓고 일어섰다.
거한 두 명이 마주보자 실내가 순 식간에 답답해졌다.
“좋은 날이다, 제롬. 소란피우지 마 라.”
“여전히 잘났구만! 야, 내가 니 꼬 붕이냐? 왜 명령질이야?”
“그렇게 들렸다면 다시 한 번 부탁 하겠다. 그냥 가줘라.”
구스타프의 정중한 태도에도 불구 하고, 제롬이라는 용병은 기분 나브 게 웃으면서 침을 탁 뱉었다.
매끈하게 닦아놓은 바닥에 누런 타 액이 들러붙었다.
“ 싫다면?”
“—밖으로 나와라.”
벽에 세워놓은 대검을 쥔 구스타프 가 으르렁거렸다.
“올 때는 걸어왔겠지? 갈 때는 기 어가게 해주마.”
용병들의 싸움은 항상 즉흥적이다.
그들은 ‘일’을 할 때면 냉정하게 손 익을 계산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 는 별 것도 아닌 시비에도 무기를 봅아들었다.
무력으로 그 값어치를 증명하는 업 계의 특성상, 얕보이는데 가만히 참 고 있으면 제 몸값만 떨어진다. 어
떤 방법으로든 그 시비를 맞받아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구스타프는 그의 클레이모어를 움 켜쥔 채, 오러를 운용해서 몸 안에 남아있던 취기를 증발시켰다.
치이이 이….
구릿빛 피부 위로 희부연 증기가 피어오른다.
그 기세는 실로 살벌해서, 제롬과 함께 몰려왔던 용병들이 저도 모르 게 뒷걸음질을 칠 정도였다.
B랭크 최상위권에 도달한 용병단 장, 구스타프.
그의 강함은 이미 A랭크 하위권에
근접해있었다.
“앞장서라.”
“또 명령질이냐?”
부하들과 다르게 제롬만큼은 그 여 유를 잃지 않았다.
비아냥대는 목소리가 얄밉다.
하지만 구스타프는 한 점의 동요도 없이 대답했다.
“처음부터 한 판 붙어볼 셈으로 온 것 같은데, 등을 보여줄 용기조차 없는 건가? 〈스캐빈저(Scavenger )>.”
“하!”
그제서야 웃음기를 싹 지운 제롬이 으르렁거렸다.
“나를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웃기는군.”
“뭐라고?”
구스타프가 그의 위협에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너는 나한테 무례하게 굴어도 되 고, 나는 그러면 안 되나? 웬일로 싸워보자고 왔나 했더니 또 입만 살 아있군.”
“……따라와라.”
제롬의 눈동자에 묻어나온 살기가 짙게 번들거렸다.
그 또한 B랭크 상위의 용병단장이 다. 여기까지 해놓고 그냥 물러선다 면 변명의 여지도 없는 겁쟁이가 될 터.
두 패로 갈라진 용병들이 주점 밖 으로 몰려나왔다.
구스타프와 제롬.
A랭크에 근접한 용병단장 둘의 싸 움이었다. 때마침 주점에 있던 사람 들이 구경꾼으로 변하고, 순식간에 백 단위로 모인 관중이 콜로세움의 벽처럼 그 주위를 둘러쌌다.
“흐음, 좀 이상한데.”
“뭐가요?”
하멜의 혼잣말을 들은 레온이 휙 돌아보았다.
〈강철의 발톱〉에 속한 궁수, 한때 레인저로 복무했던 그의 감각이라면 소홀하게 취급할 수 없다.
그러자 하멜은 그 질문을 기다렸다 는 듯이 대답했다.
“제롬이 대장한테 시비를 건 게 한 두 번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대놓고 한 판 붙어보자고 나왔던 적은 없었 어. 진심으로 치고받는다면 누가 이 길지는 뻔했으니까.”
“실력 차이가 꽤 큰가봐요?”
“뭐, 그렇지. 무기의 상성도 별로 안 좋고, 제롬은 옛날부터 쉬운 일 만 찾아다닌 걸로 유명하거든.”
〈스캐빈저〉라는 별명도 그 때문에 나왔으리라.
시체를 찾아다니는 짐승.
이길 수 없는 상대를 회피하는 것 은 현명하지만, 항상 쉬운 상대만 고집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약자만을 상대하는 자에게 무슨 영 광이 깃들겠는가?
“그런데 그 태도가 오늘 갑자기 뒤
집혔다는 거로군요.
“ O ”
하멜만이 아니라 다른 용병들도 비 슷한 반응이었다. 분명히 꿍꿍이가 있을 거라며, 제롬이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른다며 두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오직 구스타프만이 무덤덤하게 그 염려를 일축했다.
“걱정하지 마라.”
잘 닦인 클레이모어의 칼날이 둔탁 하게 빛났다.
“내가 이긴다.”
구스타프는 그 말을 남기고서 앞으 로 걸어나갔다.
저벅저벅.
반경 15미터.
구경꾼들로 둘러싸인 공터가 둘의 결투장이었다. 두 남자가 마주보고 서자, 웅성거리던 사람들 모두가 입 을 다물었다.
심상치 않은 살기였다.
목덜미가 오싹해지는 공기, 그 기 류를 읽은 용병들의 낯이 자연스럽 게 굳어졌다. 이 결투로 둘 중 하나 의 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직감한 것이다.
구스타프의 입이 열렸다.
“규칙은?”
“죽거나 항복하면 패배. 무기는 손 에 쥔 것과 맨몸만을 쓸 것. 아티팩 트의 사용은 금지.”
“좋다.”
두 용병은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뒤로 네 걸음씩을 물러나서 자세를 바로잡았다.
등을 돌렸다가는 그 빈틈을 꿰뚫린 다.
기사의 정정당당한 결투와는 또 다 른 점이다.
시작신호도 따로 없었다.
꿀꺽.
누군가가 침을 삼켰을 때, 그걸 기 점으로 두 남자가 눈앞의 적을 향해 서 달려들었다.
“흡!”
선공(先攻)은 구스타프의 것.
2.3미터에 달하는 츠바이핸더가 먼 저 상대방을 사정거리에 두었다. ‘훅’ 하고 바람을 찢은 대검이 그 중 량과는 거리가 먼 빠르기로 휘둘러 졌다.
참격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강격.
정면에서 받으면 그 방어와 함께 몸뚱이가 산산조각난다.
쩌어 엉!
귀가 저릿한 금속성이 울려퍼졌다.
두 자루의 검이 클레이모어의 검면 을 때려, 그 날을 옆으로 흘려버린 결과였다.
놀랍게도 제롬은 완벽하게 그의 검 격을 받아넘겼다.
이전의 그였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멧돼지처럼 달려들기는!”
그 빈틈을 노린 제롬의 쌍검이 휘
몰아쳤다.
팔카타 (Falcata).
도끼와도 같은 용법의 외날검이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크게 치우쳐서 검로가 독특하며, 칼날 앞부분으로 벨 때에 최대의 파괴력을 발휘한다.
제롬은 그걸 두 자루나 능숙하게 다루는 달인이었다.
카가가가강!
클레이모어에 부딪힌 칼날에서 불 똥이 튄다.
흐릿한 잔상마저 만든 쌍검은 두 자루가 아니라 여덟 자루, 혹은 그 이상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힘과 속도의 접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