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65
“룰 위반은 개뿔.”
하멜이 그 말에 픽 실소하면서 한 걸음 다가섰다.
그리고는 놈의 턱주가리를 한 방 갈겼다.
빠악!
힘 조절 따위는 생각지도 않은 타 격에, 제롬의 입술이 죄다 터지면서 입 주변이 피투성이로 변했다.
오직 레온만이 그 행위에 움찔거렸 을 분, 나머지 용병들은 미동도 없 이 두 눈을 싸늘하게 뜨고 있었다. 담피르로 변이한 상태에서 그 사실 을 숨긴 채 싸워보자고 온 놈이다. 명백하게 악의를 품은 놈에게 손대 중을 할 이유가 없다.
뒤쪽에 서있던 레오닉이 무미건조 한 목소리로 말했다.
“개짓거리는 너희들이 한 거겠지. 사람처럼 생겨서 개 짖는 소리를 잘
낸다 싶었는데, 설마 진짜로 사람새 끼가 아닐 줄은 또 몰랐다.”
“…무슨 소리냐.”
“발뺌해봐야 소용없어. 네 정체는 이미 드러났으니까.”
가만히 있던 구스타프가 그 말을 끊으면서 물었다.
“언제부터 인간을 그만둔 거냐, 제 롬?”
그 질문에 잠깐 굳어졌던 제롬이 발작하듯이 외쳤다.
“헛소리 집어치워!”
“헛소리라.”
구스타프를 비롯한 용병들의 눈이 레온을 향했다. 그 뜻을 이해한 레 온이 검을 치켜들었다.
쓰러지기 전의 기억을 떠올린 제롬 이 헉하고 당황한 순간.
성검의 칼날에서 붐어진 빛이 그 허벅지에 닿았다. 이전과 달리 한 명만을 겨냥한 광선. 평범한 사람에 게는 햇볕 한 가닥과 다를 바 없는 빛이었지만.
“끄아아아아아악!”
담피르가 된 제롬은 살이 타들어가 는 통증에 몸부림쳤다.
순혈 뱀파이어가 이 빛에 닿았다면
몸부림을 칠 틈도 없이 증발했을지 도 모른다. 하지만 담피르는 인간도 흡혈귀도 아닌 반푼이라서, 고통만 끝없이 계속되고 죽진 않았다.
몇 초 가량을 그렇게 지져대던 빛 이 사그라지자, 제롬은 두 눈동자를 붉게 물들인 채로 헉헉거렸다.
“허억…! 허억…! 이, 이건….”
“상황파악이 좀 됐나? 저 도련님 앞에서는 네가 뭘 숨기고 싶어도 못 숨겨. 여기에서 입을 다문다고 해도 넌 신성교단에 넘겨질 거야.”
“뭐…!”
뱀파이어는 제법 애매한 존재지만,
그 애매함은 어디까지나 인류의 영 역을 침범하지 않을 때에 한한다.
지금처럼 제롬 일행을 담피르로 변 이시키는 등의 세력확장 행위가 보 고된다면 성철쇄기사단이 움직인다. 일월(日月)을 상징하는 여신의 힘, 성법은 뱀파이어에 있어서 태양 다 음으로 두려운 것이었다.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제롬이 두 눈을 부릅떴다.
“웃기지 마! 겨우 이 정도로 성철 쇄가 움직일 순 없어!”
“글쎄, 어떨까요.”
레온은 목에 건 성물을 보여주면서
그 힘을 발휘했다.
은은하게 흘러넘치는 빛.
베테랑 용병답게 그 힘이 성법임을 확인한 제롬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 로 벌벌 떨었다. B랭크고 나발이고 성철쇄의 표적이 되면 다 끝장이었 다.
그의 공포를 읽은 구스타프가 은근 하게 말했다.
“이단심문실에 끌려가서 다 불고 죽을까, 아니면 좋은 말로 할 때에 털어놓을까. 선택하는 것은 제롬, 네 몫이다.”
“길드 차원에서의 처벌을 피할 수 없겠지만, 너와 부하들의 목숨은 건 질 수 있겠지.”
궁지에 몰아넣고서 살 길을 열어준 다. 뻔한 수법이지만 그 궁지를 빠 져나올 방법이 없었다.
결국, 다 포기해버린 제롬이 입을 열었다.
그로서도 제 목숨까지 버려가면서 지킬 의리는 없었다.
“•••반 년 정도다.”
본격적인 심문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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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의 심문은 해가 뜰 무렵까지 계속되었다.
왜, 언제, 어떻게, 누가.
그저 몇 가지의 대답을 구하기 위 해서였다.
“생각보다 훨씬 힘들군.”
그 소모적인 작업에 질린 레오닉이 투덜거렸다. 심문에 별 경험이 없고, 배운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자백을 받아낼 분이라면 쉬 운 일이었겠지.
그러나 제롬의 정신에는 비밀보장 의 계약이 걸려있어서,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이 존재했다. 내 막이 밝혀져서는 안 될 의뢰, 블랙 퀘스트(Black-Quest)를 할 때면 귀 족들이 잘 사용하는 수단이었다.
레온 또한 이 부분에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다.
[게다가 이놈한테 걸려있는 제약은 더 강해. 단순하게 입만 막아놓은 게 아니라 담피르가 된 몸에 작용하 고 있어. 아마도 피를 준 뱀파이어 가 직접 걸었겠지.]‘네 힘으로도 못 풀어?’
[봉인 자체가 놈•의 목숨이다. 풀 순 있지만, 푸는 순간에 한 마디도 못 하고 죽어버릴걸?]실로 악랄한 수법이었다.
스스로 털어놓는 것이야 그렇다쳐 도, 남이 억지로 파고드는 것조차 내버려두지 않고 죽여버린다니.
그럼에도 제롬으로부터 알아낸 게 아주 없지는 않았다.
“역시 루베나 백작령인가.”
구스타프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스톰상단의 다음 목적지이자, 그들
이 동행해야하는 땅. 높고 험준한 산맥에 둘러싸인 영지가 바로 루베 나였다.
한 번 들어가면 정문 이외의 길로 는 나올 수 없다.
제롬이 한 말대로라면 그들을 내버 려둘 것 같지 않았다.
“블랙퀘스트로 끌어들인 용병, 모험 가들을 제 수하로 만든 것 같은데. 왜 루베나 백작이 그런 무리수까지 써가면서 힘을 늘리려는지 모르겠 군.”
“맞아. 반역죄에 연관될 수도 있고, 교단에서 트집을 잡기만 해도 큰 타
격을 입을 텐데.”
용병들은 모험가 이상으로 유력자 들의 동태에 빠삭했다.
힘만 센 용병은 C급을 넘어서기 어렵다. 어느 편에 붙어야 유리하고, 어느 편에 붙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가.
그걸 꿰뚫어보는 안목이야말로 용 병의 덕목이다.
레온은 대충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구스타프에게 물었다.
“제롬과〈늑대이빨〉의 처우는 어떻 게 하죠? 길드에 맡기면 어떤 식으 로 처벌합니까?”
“담피르가 된 것 자체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아. 그걸 감추고 결투했던 것. 길드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 더 문제지. 규정대로 처벌한다면 최소 10년은 노역형을 살아야할 거다.”
“10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 었다.
담피르가 된 후에 대형사고를 쳤다 면 또 말이 달랐겠지만, 구스타프를 죽이지도 못하고 즉각 구속된 게 컸 다.
반강제였지만 자백하기도 했으니 감형도 좀 받으리라.
제롬에게서 더 들을 게 없다고 생 각되자, 구스타프는 놈을 길드로 압 송하고 발을 돌렸다. 마음 같아서는 상처가 다 아물 때까지 쉬고 싶었지 만, 아직은 할 일이 남아있었다.
레온도 그 뒤를 따르면서 말했다.
“상단주님께 말씀드릴 겁니까?”
“음,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 증을 따로 확보하지 못한 게 아쉽지 만, 아놀드 상단주라면 나쁘지 않은 판단을 할 테지. 루베나의 현 상태 를 조금 더 알아봐야할 필요가 있 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그는 구스타프의 말에 동의하면서 도 상행이 멈추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놀드와 나눴던 말이 떠올랐기 때 문이었다.
—상당히 드문 보석이지요. 불순물 이 없는 1급품이라서 거의 천 골드 에 가까운 상품입니다. 다음에 경유 할 도시, 루베나의 영주님께서 직접 의뢰하신 물건이었구요.
천 골드에 육박하는 보석을 주문한 게 루베나 백작이다.
상단주가 직접 전달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다른 길로
돌아간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레온이 저도 모르 게 목걸이를 쥐었다.
어쩌면 이 힘을 빌려야할 수도 있 었다.
루베나와 발카스 같은 대도시라면 신성교단의 영향력 또한 미치고 있 을 터. 성철쇄기사 몇 명만 찾아오 더라도 흡혈귀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 레온!”
그런데 레온 일행의 앞에 카렌이 툭 튀어나왔다.
밤새 뭘 하고 온 것인지, 야행복을
입은 그녀는 밝게 웃는 얼굴로 다가 와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저기, 내 이야기 좀 들어봐. 성과 가 있었어.”
“ 무슨?”
“놀라면 안 돼? 아니, 너무 놀라지 만 마?”
앞뒤를 다 잘라먹은 말에 레온이 갸웃거리자, 카렌은 그가 놀랄 거라 고 확신하면서 입을 열었다.
무려〈황금올빼미〉에서 가져온 정 보였다.
하루만에 알아왔다고 하면 경악할 수밖에 없으리라.
“루베나 백작령에 뱀파이어가 나타 났다고 해!”
레온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와, 정말 놀랍다.”
“•••뭐야, 그 반응은!”
본의 아니게 뒷북을 친 카렌이 빼 액 소리쳤다.
“흡혈귀라고요?!”
상단주 아놀드가 기겁하면서 몸을 바로잡았다. 하마터면 그 의자와 함 께 뒤쪽으로 넘어갈 뻔했던 탓이다.
조금 전의 카렌이 레온에게 기대했 던 반응이었다.
두 눈동자를 부르르 떨던 아놀드가 호흡을 정돈했다. 그는 홀몸이 아니
라, 스톰상단을 책임지는 자. 마른하 늘에 날벼락이 내리꽂혔다고 해도 그 대책을 생각해야할 의무가 있었 다.
해가 막 떠오르자마자 그를 방문한 세 사람.
구스타프와 레온, 카렌은 가만히 아놀드가 침착해질 때까지 기다려주 었다.
“후, 못난 꼴을 보여드렸군요.”
아놀드는 몇 분쯤을 계속 번민하다 가 고개를 들었다.
안 좋은 소식일지라도 모르고 맞닥 뜨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어떻게 보
면 루베나에 갈 날을 며칠 남겨둔 시점에서 변수를 파악했으니 좋은 소식이라고도 할 만했다.
상인답게 그 정보를 즉시 수용한 아놀드가 말했다.
“루베나 영지에 뱀파이어가 숨어있 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 세력을 적 극적으로 확장하는 중이라는 거군 요.”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자면, 그 렇소.”
“수면 아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방 법이 없으니, 현 상황을 기점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정보를 입수하게 된 경로 자체가 우연이었다.
구스타프와 제롬이 오랜 악연이 아 니었다면, 그날 주점에서 그들이 마 주치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의 결투 를 레온이 보고 있지 않았더라면 지 금에 도달하지 못했다.
뱀파이어와 담피르.
그 상관관계는 분명하다. 제롬의 뒤에 누군가가 있고, 그게 루베나 백작일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끄응, 안 되겠군요.”
한참을 고민하던 아놀드가 다시 입 을 열었다.
“루베나 백작령을 피할 순 없습니 다. 차라리 마적단에게 그 물건을 빼앗겼더라면 변명할 수도 있었겠지 만, 여기까지 와서 전달을 거부한다 면 백작을 모욕하는 것이 될 테니까 요.”
맞는 말이었다.
귀족에게 있어서 제 위신은 목숨보 다도 중한 것인데, 같은 귀족도 아 닌 상인에게 바람맞고서 가만히 있 을 리가 없었다. 루베나 가문 전체 가 스톰상단의 적으로 돌아서리라.
그렇게 되면 이 위기를 피해봤자 얼마 못 가서 죽게 될 터. 아놀드는
그걸 알았기에 두 눈을 질끈 내리감 았다.
“•••어쩔 수 없겠군.”
구스타프가 그의 선택지를 알고서 쓰게 웃었다.
위험이 도사리는 곳에 제 발로 들 어가야한다니, 전략적으로 본다면 하 책 중의 하책이었다.
그렇다고 다 때려치울 수도 없었 다.
한 번 의뢰를 받은 이상, 끝까지 함께하는 것이 용병의 룰. 도중에 제 목숨이 아까워서 그만둔다면 그 간 쌓아올린 신용과 몸값을 남김없
이 무너트리고 말 것이다. 길드에서 올 징벌과 피해보상은 덤이었고 말 이다.
“여윳돈을 다 털겠습니다.”
아놀드는 면목없다는 얼굴로 세 명 을 번갈아보았다.
“이곳 발카스에서 용병들을 추가로 고용하고, 뱀파이어에게 잘 먹히는 은제무기와 성수 등을 마련해보지요. 염치없이 제 목숨만 살려달라고 하 진 않겠습니다.”
“상단주.”
구스타프는 그 애걸을 끊고 들어가 서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만족스럽진 않 소. 이번 경우는 위험하오. 열 번 들 어가서 세 번도 살아나오기 어려울 거요.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당 신 의뢰를 받지도 않았겠지.”
“그, 그건….”
“하지만 우리들은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않소. 상단주도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은 알았으니, 더 이상 고개를 숙이지 말아주시오.”
우직하면서도 용병다운 그 소리에, 아놀드가 한 방 맞은 것 같은 표정 으로 말을 잃었다.
목숨이 위태로운 길을 억지로 끌고
가겠다는데 그의 체면을 염려해주다 니? 생각지도 못한 배려에 할 말을 잃은 아놀드가 구스타프에게 마지막 으로 한 번 묵례했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씩 미소지 었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렌이 괜히 툴툴거렸다.
레온에게 점수 좀 따보려다가 날밤 만 샌 그녀는 신경이 좀 예민해진 상태였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구 스타프와 아놀드 역시 헛기침을 내 뱉으면서 화제를 전환했다.
핵심이 되는 이야기가 다 끝났으 니, 지금부터는 잡다한 걸 의논하고 정할 시간이었다.
발카스에서 고용할 만한 용병들의 명단이라거나.
은제무기와 성수를 발리 구입할 수 있는 경로라거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다 맡겨둘 게요. 나랑 레온이 필요한 일이 발 생한다면 따로 불러줘요.”
“네, 알겠습니다.”
노골적으로 자리를 피한 카렌이 한 손으로 레온을 붙잡고 그 방을 빠져 나왔다. 전략전술을 논한다면 또 모
를까, 행정업무는 잘 알지도 못할 분더러 흥미조차 없었다.
레온도 그 심정을 이해했기에 저항 하지 않고 따라나섰다.
두 사람은 그렇게 몇 분을 정처없 이 걷다가, 인기척이 조금 없어지고 난 후에야 발을 멈췄다.
“무슨 일이야?”
그녀에게 할 말이 있음을 안 레온 이 먼저 질문했다. 그대로 기다리기 만 해도 말했겠지만, 때로는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어야 동료라고 할 수 있는 법이다.
과연 카렌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어젯밤에 이 도시의 암상인을 찾 아갔었거든?”
“ 암상인?”
“응, 적당히 돈을 건네주고 몇 가 지를 물어봤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아낸 게 조금 있었어.”
가능성을 떠올린 것은 몇 분 전이 었지만, 카렌은 그 부분을 숨기고서 자신의 유능함을 어필하려고 했다.
실제로도 그녀가 아니었으면 짐작 도 못할 일이었다.
“사막에서 우릴 습격했던 마적들 있지? 아무래도 그놈들을 사주한 게
루베나 백작인 것 같아.”
“뭐?!”
레온은 그 말에 질겁해서 그녀를 돌아보았다.
“아니, 어째서? 돈이 몇 푼 아깝다 고 상단을 습격할 정도로 궁색하지 는 않을 거 아냐.”
“생각해봐. 마적두목은 어떻게 화물 이 실려있는 상자만 쏙 골라냈을까? 게다가 그 규모의 도적떼가 계속 활 동했다면 소문이나 행적이 알려지지 않았을 리가 없어. 그런데 상단주는 그 주변에 위험요소가 없다고 단언 했지.”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그 상자를 노리고?”
“내 말이 그거야.”
카렌은 그의 혼잣말에 수긍하면서 난감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 두목, 내가 아는 놈이 었거든.”
“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