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68
그러고는.
쪽.
아무렇지도 않게 제 손바닥을 입 에 물었다.
7人 O 쪼 7人
-TM, 옥, W.
야릇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소리 에, 그녀 밑에 깔린 레온이 괜히 낯을 붉혔다. 아무것도 모르고 이 소리만 듣는다면 무슨 상상을 하게 될지는 번했다.
몇 초인지, 몇 분인지.
손바닥에서 입을 뗀 카렌이 살며 시 속삭였다.
“좋아, 간 것 같은데.”
“응? 가다니?”
“벽 너머로 엿듣는 사람이 하나 있었거든. 그래서 착각하기 쉬운 소 리를 좀 내봤지. 어때, 비슷했어?”
그제서야 상황파악을 한 레온이 두 손을 들어서 제 얼굴을 감쌌다. 마치 불이라도 난 것처럼 뜨거웠다.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런가? 나도 잘 몰라서 물어봤 어.”
카렌이 그의 속내를 들여다본 것 처럼 헤실거렸다. 침대에서 내려온 그녀는 제 손에 묻은 침을 닦아내 고는, 큼지막한 창문 방향을 가리키
면서 레온에게 말했다.
“슬슬 나가볼까?”
그 의도는 분명했다.
레온은 즉시 차가워진 머리로 그 제안을 검토했고, 의외로 한 번 시 도해볼 만한 정찰이라고 판단했다.
첫날부터 대담한 짓을 할 거라고 는 예상하기도 힘들다.
그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들키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겠 어?”
“뭐야, 용사님. 그 사이에 벌써 잊 어버렸어?”
카렌이 씩 웃으면서 자기 발밑의 그림자를 늘렸다.
“자, 어디로 모실까요?”
* * *
야천도시 루베나.
그 별명과 같이 해가 진 후의 루 베나는 밤하늘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총총하게 박힌 별들이 당장 이라도 쏟아져내릴 것처럼 반짝이 는 풍경은 과연 일품이다.
도착하기 전에 들었던 말대로라면
그 야경 덕택에 밤거리가 크게 번 성하여, 낮보다 밤이 더 활발한 도 시라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좀 달랐다.
“아직 한밤중도 아닌데, 너무 한산 한 거 아닌가?”
골목길에서 대로변을 내다본 레온 이 두리번거렸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말대로였다.
“건물 안에는 또 인기척이 느껴져. 돌아다니지 않을 분이지, 주민들은 아직 깨어있는 것 같은데.”
“바깥에 안 나오는 이유가 있을지
도 몰라.”
“뱀파이어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던가?”
“그럴지도.”
두 사람은 그렇게 말을 나누면서 걸음을 옮겼다.
사람이 워낙 없다보니 큰길로 걸 어다니면 눈에 뜨인다. 그 기척과 발소리를 죽인 레온과 카렌이 건물 그림자와 골목길을 통해서 도시 곳 곳을 돌아다녔다.
‘야천도시’라는 별명답지 않게 온 사방이 고요하고, 동행인도 몇 명 없어서 마치 유령도시처럼 느껴졌다.
서너 시간을 돌아다닐 동안에 주 민들보다 순찰대를 더 많이 봤을 정도다. 순찰대를 지휘하는 기사의 등에는 은제 장검이 걸려있어서, 흡 혈귀와 대적하려는 목적이 엿보였 다.
‘아직도 잘 모르겠어. 백작과 뱀파 이어의 관계는 어떻게 된 거지? 적 이라고 한다면 너무 어설프고, 아군 이라고 한다면 왜 이렇게 내버려두 는지 이해가 안 돼.’
[그렇다면 네 말이 정답일 수도 있겠지.]‘뭐가?’
엘시드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 했다.
[세상이 꼭 적과 아군으로 나누어 지는 것은 아니지.]‘뱀파이어가 백작의 적도, 아군도 아니 라고?’
[그럴 수도 있다는 거다.]레온이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 다.
적도 아군도 아니라니,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일행은 뱀파이어를 처음부터 적으 로 상정하고 있었기에 그 경우는
떠올리지도 못했다.
뱀파이어와 루베나 백작.
둘 모두 적대하게 될 수도, 어느 한쪽과 손을 잡게 될 수도 있는 것 이다. 레온과 달리 복잡하게 꼬인 상황을 많이 경험한 엘시드였기에 볼 수 있었던 가능성이었다.
“—레온.”
고민에 빠지려던 그를 끌어당기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 주변은 빈민가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할래?”
“O으”
어느새 도시 외곽으로 나온 것인 지, 두 사람의 앞에 펼쳐진 것은 다 무너져내린 폐허의 숲이었다.
레온은 잠시 고민했다.
뱀파이어가 과연 이곳에 숨어있을 까? 그들은 밤의 귀족이라 불릴 정 도로 오만하고 사치스러우며, 인간 을 깔보기로 유명한 종족이었다. 아 무리 위험해도 폐허 따위에 숨어서 빌빌거리고 있을 것 같진 않았다.
“한 번 들어가보자.”
그러나 그는 곧 생각을 전환했다.
‘숨어있을 리 없다’고 생각한 곳에 숨는다는 역발상은 꽤나 잘 통하는
수법이었다.
이내두 그림자가 빈민구역의 경 계를 넘었다.
레온과 카렌은 별 말 없이 발걸음 을 옮겨,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폐 허를 계속 수색했다. 그렇게까지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얼 마 지나지 않아 한 가지 사실을 깨 닫고, 그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사람이, 없어?”
“거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 니….”
오러센스를 최대한 펼쳐봐도 한 명도 감지할 수 없다. 폐허 곳곳에
숨을 만한 장소는 많았지만, 두 사 람은 굳이 들여다볼 필요도 없이 알 수 있었다.
이 근방에 살아있는 자는 한 명도 없다고.
그들은 이미 루베나 성 전역을 둘 러봤기에, 빈민가라고 할 만한 장소 가 이곳밖에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빈민들을 본 기억이 없어. 루베나가 풍요로운 영지라고 해도 거지 한 명도 안 보일 리가 없는데.’
어디에서나 빛과 어둠은 공존하는 법.
부유한 자가 있다면 가난한 자가 있고, 대저택에 사는 자가 있다면 방 한 칸도 못 구하는 자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지에는 빈민이 없다.
존재했다는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 그 자취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비 로소 그걸 알아차린 두 사람의 등 줄기에 소름이 쫙 돋아났다. 루베나 백작령에는 아직 그들이 짐작조차 못 하는 수준의 어둠이 감춰져있었 다.
“•••오늘은 일단 돌아가자.”
레온은 그 불길함을 억누르면서 몸을 돌렸다.
이 돌발적인 정찰로 알게 된 것이 꽤 많았다. 백작이 정말 흑막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일행도, 그가 수집한 정보를 듣고 난 후에는 더 깊게 생 각할 수 있으리라.
어느샌가 밤이 깊었다.
둥근 보름달이 밤하늘 중앙에 떠 올라, 총총히 박힌 별들에 둘러싸인 채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폐허를 빠져나가려던 두 사람의 앞에, 검붉은 색의 안개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거의 동시에 뒤로 뛰어오른 카렌 과 레온이 반응했다.
허리춤에서 뽑아낸 성검 엘시드가 은은한 빛을 머금고, 네 자루의 단 검 끄트머리에 청록색 오러가 타오 른다. 당장이라도 전력을 쏟아낼 수 있는 태세였다.
그리고 몇 초가 더 지나, 흐릿하 던 안개의 형상이 두 명의 사람으 로 뭉쳐지면서 실체를 얻었다.
“뱀파이어 (Vampire)-”.
레온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오가는 안개화는 고위 뱀파이어의 증거. 지 금 눈앞에 있는 소년과 중년인은 둘 다 고위급이라는 뜻이나 다름없 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두 명은 서로 를 한 번 마주보더니, 검은 머리카 락이 인상적인 소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노스페라투, 왈라키아 일족 의 마지막 왕족 테페스다. 그대들의 이름을 들을 수 있겠는가?”
“왕족…!‘?”
“노스페라투라니.”
레온은 그가 왕족이라고 자칭한 부분에서, 카렌은 이미 다 사라졌다 고 알려진 노스페라투라는 부분에 서 놀랐다.
그렇게 경악하는 것도 잠시, 레온 이 그 말에 대답했다.
“내 이름은 레온이다. 그런데 하나 로 둘을 가져가려고 하면 안 되지. 네 옆에 서있는 자가 누군지도 밝 혀라.”
“과연, 확실히 그 말대로군. 내가 결례를 범했구나.”
테페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
고는 말했다.
“이 남자는 내 신하, 400년도 더 전부터 왈라키아의 혈통을 보좌해 온 자다. 이름은 로만이라고 하지.”
“나는 카렌이야.”
“그렇군. 카렌이여, 그림자를 다루 는 솜씨가 제법이더군. 옛 동포 중 에서도 그대와 비견할 수 있는 실 력자는 얼마 없었다. 경의를 표하 지.”
정증하기까지 한 태도에도 둘의 무기는 내려가지 않았다.
테페스가 한 말의 내용이 문제였 다.
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계속 지 켜본 것 같은데, 두 사람은 그 시 선도 기척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완 벽하게 선수를 뺏긴 거나 마찬가지 였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적의가 느껴 지지 않는 것, 기습할 수 있는 입 지를 포기하고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 정도.
“그래서.”
레온은 그 가능성에 걸어보기로 했다.
“너희들은 왜 나타난 거지? 싸우 려고 온 것 같지도 않은데, 대화를
원한다면 그 용건부터 밝혀줬으면 좋겠군.”
“흐?”
그런데 그 말에 테페스와 로만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두 쌍의 눈동자가 당황한 것처럼 뒤흔들렸다. 예상과 전혀 다른 반응 이라는 듯한 느낌이다.
잠깐 조용해졌던 테페스가 입을 열었다.
“레온이여, 한 가지만 묻고 싶네 만.”
“그대는 교단에서 온 자가 아닌 가? 담피르를 통해서 그대가 신성 한 힘을 행사하는 걸 보았다만.”
레온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고민했다.
그의 정체를 들킨 건 아니지만, 교단과 관련된 인물이라고 알면서 도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단 말인가? 세력확장을 꾀하는 뱀파이어라면 교단 문장만 봐도 뒤도 안 돌아보 고 도망쳐야할 텐데?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시나리오 태 반이 못 써먹을 쓰레기로 변한 순 간이었다.
“•••뭐, 그렇기는 한데.”
그래서 그는 애매하게 대답했다.
블레인에서도 그랬듯이, 용사가 교 단 이름을 좀 빌려쓴다고 뒷감당을 걱정해야할 필요는 없다.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그 위광을 빌린 것이다.
그러나 뱀파이어들의 반응은 또 예상을 초월했다.
“오오! 역시나! 우리들은 그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네!”
테페스가 환한 미소를 머금고서 그의 손을 잡았고, 로만도 안도했다
는 듯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레온과 카렌, 두 사람이 멍한 얼 굴로 서로 마주보았다.
아무래도 그들 사이에서는 긴 이 야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바로 그 다음날.
레온은 아침식사를 다 끝내자마자 상단 일행을 불러모았다. 혹시 모 르는 염탐을 대비해서 사용인들을 물러나게 하는 것도 빠트리지 않았 다.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루베나 백 작의 경계심을 자극할 수도 있었지
만, 설마 하룻밤만에 제 음모의 핵 심까지 접근했다고는 생각하지 못 할 터였다.
어젯밤의 만남은 그 정도로 예상 외의 사건이었다.
고위 뱀파이어의 은신술과 도주능 력은 그가 예상한 수준을 뛰어넘고 있었다. 만약 몇 번의 우연이 겹쳐 서 테페스가 먼저 접근해오지 않았 다면, 그들은 일이 잘못될 때까지 도망다녔을 가능성이 높았다.
루베나 백작은 그걸 짐작하고 있 었으리라. 그들을 불러들인 것도 그 실력을 살펴보기 위함이었겠지.
‘그리고 우리들이 테페스 일행을 잡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걸 알고 서, 다른 곳으로 갈 수 없게 붙잡 아둔 셈인가.’
토벌의 성패와 관계없이 이 영지 에 발이 묶였다.
백작씩이나 되는 귀족의 부탁이 니, 혹 실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했 다는 시늉 정도는 해야했다. A랭크 인 카렌이라면 모를까,〈강철의 발 톱〉과 아놀드는 그 말을 가볍게 여 길 수 없었다.
여러모로 머리를 잘 굴린 수작이 었다.
[좀 서둘러야겠군.]백작의 의도를 꿰뚫어본 엘시드가 입을 열었다
tj 르 人人 I •
[흡혈귀 토벌을 명목으로 발을 붙 잡았다고 해도, 그 기간은 기껏해 야 열흘 정도다. 시간벌기치고는 짧아. 그렇다는 건.]‘그 안에 무언가가 벌어진다는 거 겠지.’
레온은 그 말에 수긍하듯이 고개 를 끄덕였다. 어떻게 보면 참 공교 로운 일이었다.
블레인도 그렇고, 루베나도 그렇 고.
〈도시 삼키기〉로도 모자라서 고위 뱀파이어마저 농락하는 음모에 휘 말리다니. 용사에게 파란만장한 삶 은 일상이나 다를 게 없다지만, 아 직 봉인도 안 풀린 성검으로 온갖 고생을 다 뒤집어쓰는 모양새였다.
[아니, 한 번 거꾸로 생각해봐라.]엘시드는 그 푸념에 진지하게 대 답을 돌려주었다.
[만약에 네가 아니라 그 ‘리안’이 라는 애송이가 용사가 되어, 너보 다 1년 늦게 여행을 시작했다고 생각해봐.]‘…그때라면 이미 늦었을 거라
고?’
[그래, 이 영지분만 아니라 블레 인의〈도시 삼키기〉도 같은 맥락이 지. 본래대로라면 막을 수 없어야 할 재앙이, 내가 너를 선택했기 때 문에 가로막혔다. 한 번이면 몰라 도 벌써 두 번째, 우연이라고 생각 하긴 좀 힘들지.]그제서야 레온은 그가 한 일의 중 대함을 깨달았다.
〈도시 삼키기〉만 해도 그렇다.
레온이 아닌 리안이 용사였다면, 1년 후에는 이미 초토화된 도시와 막대한 힘을 획득한 외법사들이 그
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블레 인 시의 주민들은 대부분 죽었을 테고, 체자레와 카렌 역시 죽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1년 더 빨리 탄생해버린 용사와 불완전한 성검이 그 운명을 깨부수는데 성공했다.
‘리안이 아니라, 내가 용사였기 때문에….’
그 순간에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 을까.
레온은 괜히 벅차오르는 가슴을 억누르며, 뜨거운 눈시울로 방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아카데미에서 리안에게 이겼을 때 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오러를 쓰지 않는다는 룰, 엘시드라는 스 승, 그 외에도 수많은 요행이 따라 줬기에 얻은 승리와는 달랐다.
그가 용사였기에, 리안이 아닌 그 였기에 구원받은 사람들이 있었다.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수 있었다.
레온은 처음으로 리안을 완벽하게 이긴 것 같았다.
[뭐, 그것도 전부 내 덕분이지만!]그런데 엘시드가 그 감동에 초를 쳤다.
[내가 널 용사로 골랐으니까 그렇 게 된 거 아냐! 하루에 열 번씩 성 검 박아놓고 절해도 모자라겠구만. 안 그래?] [여기서도, 어? 1년 늦게 왔으면 저 백작이라는 놈이 뭔지 몰라도 대형사고 하나 쳐놨겠지. 내 덕분 에 살아남은 게 벌써 몇 명이야? 여신, 그 푼수 같은 계집애도 나한 테 고마운 줄을 알아야한다니까.]레온은 그 뻔뻔스럽기 그지없는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
이게 전설적인 대영웅, 성왕 로드
릭의 실체라니?
신성교단에서 그를 숭배하는 자들 이 이 사실을 안다면 자기 고막을 터트릴지도 몰랐다.
그래서 레온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터무니없는!”
갑자기 구스타프가 벌떡 일어나면 서 소리쳤다.
“백작이 빈민들을 먹이로 써서 뱀 파이어 수십을 사육하고 있다는 거 요? 게다가 A랭크인 당신도 이길 수 없는 수준의 마법사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나는 사실만을 말했어.”
잔뜩 흥분한 구스타프와 달리 카 렌은 침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