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76
여신을 섬긴다는 이유로 그 영광 을 나눠받아, 한 적도 없는 선행과 위업으로 칭송받았다. 한평생 부와 명예를 도외시했던 성직자들에게 그
찬사는 수치스러울 분이었다.
—우리는 염치를 알아야합니다!
제 이름도 버리고 성철쇄의 이름 을 딴 초대 성녀, 엘라한이 모두의 앞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로 침묵한다면, 이대로 순응 한다면! 우리 교단은 그저 여신님과 용사님의 은혜에 빌붙어먹는 자들에 불과합니다! 온 세상이 우리를 칭송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찬사를 받 을 자격조차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사실관계는 알 수 없지만, 남겨진 기록에 따르면 그 강당에 모여있던 성직자 모두가 오열했다고 한다.
성녀 역시 제 눈시울을 붉혔더라 고 전해진다.
하늘을 우러러서 한 점의 부끄러 움도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그때만 큼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이후로 신성교단은 크게 변화 하기 시작했다.
—실천하지 않고 논하는 선(善)에 의미가 없듯이, 실재하지 않는 정의 (正義)를 누가 믿고 따르겠습니까? 우리의 역할은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입니다.
그 이전까지 교단의 선행은 소극 적이었다.
성실하게 번 돈을 가난한 자에게 베풀고, 착취당한 자들이 도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
근본적으로 상황을 좋게 바꾸지는 못하는 고육지책.
초대 성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이유를 꼬집었다.
—우리도 결국 사람입니다. 이 땅 에 자라난 작물을 먹고, 저 하늘에 서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이웃과 함께 웃고 울면서 살아가야합니다. 지금처럼 속세에서 거리를 둔 채로 스스로의 순결함만을 지키려한다면, 결코 이 빚을 갚을 수 없습니다.
진흙탕에 핀 연꽃을 따기 위해서 는 그 진창에 발을 들여야한다. 세 상을 좋게 바꾸려면 그동안 계속 피해왔던 이 세상의 악의와 직접
맞서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신성교단은 그 힘을 키우 기로 했다.
성왕 로드릭의 활약으로 드높아진 명성과 수백 년에 걸쳐서 쌓아올린 선행의 업. 언제나 깨끗하게 있고자 했던 자세마저 내버리고, 온 세상의 변두리까지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선 의에 동참해줄 자들을 끌어모았다.
백 년.
다시 백 년.
또다시 백 년.
그로부터 약 300년이 홀러, 지금 과 같은 성세에 도달한다. 제국의 법도 두려워하지 않는 악인들이 신 성교단의 눈만큼은 두려워한다. 존 재하는 것만으로 악을 견제하는 누 름돌이 되어, 언젠가 다시 한 번 찾 아올 용사를 기다려왔다.
그리고.
“올해의 연례회의를 시작하겠습니 다.”
둥그스름한 테이블의 한쪽 구석에 앉아, 그 턱수염을 길게 늘어트린 노인이 입을 열었다.
주름진 얼굴과 달리 두 눈동자는
소년처럼 맑다.
수석추기경 라르크.
그야말로 이 원탁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연장자로, 백 년도 넘게 교단에 봉사해온 성직자였다. 몸 안에 충만하게 차올라있는 성력 과 오랜 경력으로 맺어온 인연은 어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보물 이다.
“이번엔 한 명도 결석하지 않아주 셔서 참 기브군요. 작년엔 반 가까 이 오지 않아서 이 늙은이가 많이 섭섭했답니다.”
라르크는 넉살 좋게 웃으면서 말
했다.
연례회의의 주최자는 항상 그였다.
신성교단은 1년에 한 번씩, 대륙 각지의 추기경들을 모아서 큰 주제 를 놓고 정기적으로 회의한다. 소속 원들에게 자율권을 많이 부여하는 교단이지만, 그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본부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연례회의의 출석률은 높지 않았다.
“어쩔 수 없잖아요, 영감님. 작년 엔 2급 사태가 터졌으니까 그쪽으 로 몰렸던 건데.”
라르크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추기
경, 안나가 쓰게 웃으면서 말했다. 다른 추기경들도 그 말대로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또 틀린 말도 아니었 다.
성철쇄기사만 해도 1년 내내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데, 그 위에 있 는 추기경들의 업무는 더욱 막중했 다. 연례회의를 할 때에 3급 이상의 사태가 터지는 일도 빈번했고, 그렇 게 되면 회의는 결석하고 출동해야 했다.
“허허, 여러분의 노고는 잘 알고 있습니다. 본부에서 엉덩이 깔고 앉 아있는 이 늙은이보다 우선해야할
일이 참 많겠지요. 암요. 허허허허 허!”
M-=J1 =■! 三기 ”
아아아….
“크흠….”
라르크라고 해서 그 사정을 모르 는 건 아니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추기경들을 골려보겠는가. 그의 뼈 있는 말에 추기경들이 헛 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의 장난기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허허, 뭐, 어찌됐든 잘 모여주셨 습니다. 오기 전에 들어서 다 알고 있겠지만, 오늘은 8대 성녀님께서도
참가하셨습니다. 물론 그 임명식은 아직인지라 전대 성녀님도 동행하셨 구요.”
9명의 추기경들이 일제히 눈을 돌 렸다.
라르크의 옆자리, 그곳에 앉아있는 사람은 작년과 달리 그 나이가 스 무살도 안 되어보이는 소녀였다.
반짝거리는 은색 머리칼에 황금의 눈동자.
아홉 쌍의 시선을 마주한 엘라한 이 잔뜩 긴장해서 말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그와 동시에 엘라한의 이마가 테
이블을 들이받았다.
쾅
앉은자리에서 고개를 급히 숙이다 보니 일어난 참사였다.
그 어리숙한 모습에 추기경들이 킥킥 웃자. 방 안의 공기가 부드럽 게 풀렸다.
엘라한 뒤에 서있던 전대 성녀만 이 한숨을 푹 쉬었다.
역시 교양을 더 가르치는 쪽이 좋 았을지도 모른다.
“허허, 그렇게 긴장하실 것 없습니 다. 오늘은 처음 오셨으니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한 번 지켜보시
고, 다음부터 함께 의논해주시면 됩 니다. 어려울 것 없어요.”
“•••네, 알겠습니다.”
손녀 보듯이 엘라한을 본 라르크 가 상냥하게 웃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변해서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슬슬 시작해볼까요.”
나머지 추기경들도 마찬가지였다.
웃음기 한 점 없는 얼굴로 자기 앞에 놓여있는 서류를 손에 들더니, 한 장씩 차례대로 넘기면서 말했다.
발언권을 쥔 것은 추기경 안나부 터였다.
그녀는 직접 만들어온 서류를 나 눠주면서 설명했다.
“예언의 날이 가까워진 탓인지 세 상이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있어요. 특정 구역에 관계없이 재앙의 발생 진도가 열 배 이상 증가했고, 1년에 한두 건 있을까 말까 한 3급 사태 가 벌써 열 건 가까이 발생했어요.”
“열 건이라….”
“이대로라면 성철쇄기사단의 피로 도가 너무 높아요. 각국의 협력을 요청해야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성철쇄기사단은 대륙 최강의 무력 집단이지만, 그 인원으로 전 대륙을
빈틈없이 지켜내는 것은 불가능했 다.
개개인의 무력 차이나 피로도 역 시 큰 문제였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그 컨디 션에 따라서 역량이 심하게 다를 수 있고, 똑같은 성철쇄의 일원이라 도 사건 유형에 따라 해결능력이 상반되는 경우가 있었다.
안나가 한 말에 참석자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안나 추기경의 의견은 잘 들었습 니다. 대륙 전역에 공문을 돌리세 요. 성철쇄기사단은 당분간 정기순
찰의 텀을 늘리고, 제 관할구역 주 변에 머무르다가 긴급사태가 터질 경우에만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 게 조치하십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연례회의는 물 흐르듯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것이 신성교단의 강점 중 하나 였다.
교단 내부에 파벌다툼이 없고, 서열 도 딱히 없다보니 서로 할 일을 층 실하게 해낸다. 협력할 때도 최선의 결과를 위해서 숨기는 것 없이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머리를 맞댄다.
“성법기의 관리와 사용권한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론 추기경 과 베리드 추기경이….”
“대륙 중남부에서 원인 모를 기근 과 가뭄이….”
“마탑과 협력해서 자연적인 원인이 있는지부터….”
수십 건의 주제가 교차하고 결론 이 튀어나온다.
누구나가 힘든 일을 떠맡는 것을 기피하지 않고. 제 역할에 충실하기 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렇게 불과 세 시간만에 안건 대
부분이 해결되었다.
제 잇속을 챙기기에 급급한 상인 들이나 파벌 다툼에 목숨을 건 귀 족들, 백성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왕족들의 회의였다면 몇 년이 걸려 도 다 해결되지 못할 문제들이었다.
“여기까지만 보고 좀 쉽시다.”
라르크가 두 장의 서류를 집어들 면서 그걸 읽어내렸다.
“자유도시 블레인의 〈도시 삼키 기〉, 3급 사태입니다.”
“허,〈도시 삼키기〉라니… 설마 그 계파의 외도들이 아직까지도 남아있 었을 줄이야.”
“그럼에도 체자레 주교가 잘 해냈 군요. 전도사의 사망까지 확인하다 니, 아주 큰 수확이에요.”
“역시 추기경 후보 중 하나답군 요.”
심상치 않은 사건명에 놀란 추기 경들이 웅성거리는데, 그런 반응을 본 엘라한이 저도 모르게 미소지었 다.
그녀만큼은 그 사태에 누가 개입 했는지 알고 있었다.
용사 레온.
이 세상에 강림한 여신의 대행자 이며 빛의 인도자. 난세에 태어나서
그 혼란을 가라앉히는, 역대 성녀들 이 300년의 업을 쌓아올리면서 기 다려온 인물.
그러나 그의 활약상은〈도시 삼키 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야천도시 루베나, 이 사안도 3급 이군요. 왈라키아 일족을 사로잡아 서 그 피를 착취한 흑마법사라. 데 미안과 안젤라 두 명이서 감당하기 는 어려웠을 텐데, 참 대견합니다.”
“로드급 뱀파이어로 변했었다지요?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서 해가 뜰 무렵까지 버텼다던데, 그 정도 실력 일 줄이야.”
“아니, 안젤라라면 그럴 만합니다. 경력이 좀 짧을 분이지, 10위 안에 들어갈 만한 실력자예요. 몇 년 후 에는 성철쇄에서 손꼽히게 될 겁니 다.”
“호오….”
보고서를 다 읽은 라르크가 흐뭇 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사건은 데미안과 안젤라가 놈 을 처치한 후, 왕국 쪽에 곧바로 해 명했다더군요. 증거가 너무 명확하 게 남아서 교단의 힘을 빌릴 것까 지도 없었답니다.”
“그나저나 그 일족은 정말 운이 없
네요. 안식처로 선택했던 땅이 그들 을 노린 함정이었다니.”
안나 추기경이 그렇게 연민하자, 도미닉 추기경이 말했다.
“아무래도 저희 쪽에서 좀 신경써 줘야할 것 같습니다. 선조 하나 때 문에 일족 전체가 고통받는 것은, 250년의 노역형으로 층분하다고 생 각합니다.”
“나 역시 동감하네. 자네의 의견대 로 조치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엘라한은 입이 근질거리는 걸 겨 우 참았다.
‘〈도시 삼키기〉도,〈흡혈귀 사육사 건〉도 전부 용사님이 한 일이에요!’ 라고 밝히고 싶었지만, 때가 아니었 다.
용사님이 바라지 않는 일을 성녀 가 할 순 없었다.
언젠가는 그 위업이 백일하에 드 러날테니, 그때가 되면 다 알고 있 었다고 자랑할 생각이었다.
‘그래, 조금만 더 참자. 어차피 다 들 알게 될 테니, 지금은 나 혼자만 알고 응원하는 거야.’
어떻게든 제 입을 꾹 다문 엘라한 이 손을 모았다.
기도문이라도 외워서 그 욕구를 해소할 생각이었다. 여신이 아닌 용 사를 응원하려고 기도하는 게 조금 불경했지만, 여신 본인은 그 풋풋한 행동에 아무 불만도 없었다.
물론, 엘라한 본인은 잘 모를 이야 기였다.
“오오, 성녀님께서 기도를…!”
“신앙심이 참 투철하시군.”
“저희도 함께 기도해요. 어차피 쉴 거였잖아요?”
“그럽시다. 이렇게 모일 시간도 많 지 않으니….”
본의 아니게 분위기를 조성한 탓 에, 추기경 열 명과 성녀가 함께 기 도하는 진풍경이 완성되었다.
그야말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따 로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연례회의를 마치고, 겨우 제 방으로 돌아온 엘라한은 바로 누군가를 불러서 이야기를 듣 고 있었다.
“그렇군요. 그럼 용사님은 그 이후
에 타이탄 산맥으로?”
“예.”
성녀 앞에서 정중하게 한쪽 무릎 을 꿇은 채, 직접 경험했던 이야기 를 다 털어놓은 데미안이 말했다.
그 역시 체자레에게 들었기에, 성 녀가 용사 레온에 대해서 동경심을 품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그녀에게만 몰래 들려준 것이다.
엘라한은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서 방긋방긋 웃었다.
“후후후, 역시 보고서로 읽는 것과 는 꽤 다르네요. 이야기로 들으니
그분의 활약상이 제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아요.”
“예, 직접 보신다면 더 감탄하시게 될 겁니다.”
데미안은 그녀의 말에 동감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밤의 어둠을 베어내는 빛. 도시를 통째로 날려버릴 뻔했던 흑마법사의 자폭마저도 성검을 한 번 내리쳐서 끊어버리셨죠. 그분이 아니었다면 루베나는 지금쯤 폐허가 되었을 겁 니다.”
“아아, 용사님…!”
그에 감동한 엘라한이 또 손을 모
았다.
반사적으로 기도할 뻔한 그녀는 겨우 그 동작을 멈춰, 조금 전에 일 어났던 참사를 떠올렸다.
용사님에 대한 마음을 못 참고 기 도문을 좀 외웠을 분인데, 눈을 떠 보니 다른 사람들이 전부 기도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 혼자 일어나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엘라한은 추기경들이 다 깨어날 때 까지 한 시간을 더 기도해야했다.
‘앞으로는 혼자 있을 때에만 용사 님께 기도해야지.’
그때 였다.
간신히 손을 멈춘 엘라한이 두 눈 을 부릅뜨더니, 좋은 생각을 떠올렸 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래요. 데미안?”
“말씀하십시오.”
“용사님의 행보는 잘 기록해두고 있나요? 어디에서 오셔서, 어떤 일 을 하시고 떠나셨는지. 그에 관련된 부분이요.”
“물론입니다. 불충분한 부분은 있 지만, 그 부분은 용사님의 사생활이 다보니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좋아요. 아주 좋아.”
데미안의 말에 환희한 엘라한이 손을 뻗었다.
“제가 좀 읽어봐도 될까요? 그분을 직접 만나뵙기 전에 더 알아보고 싶어졌어요.”
“성녀님께서 다 알고 계시는 내용 입니다만.”
“후후, 그분의 활약상은 다 기억했 어요.”
“그렇다면….”
8대 성녀, 엘라한이 두 눈을 빛내 면서 말했다.
“아직 신탁의 날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있으니, 그분이 머물렀었던 장 소를 한 번 순차적으로 들러볼 생 각이에요. 그래, 그 아카데미부터 찾아가볼까요?”
왕립 아카데미.
레온이 떠나버린 지 거의 1년 가까 이 된 곳에, 아무도 없는 연무장에서 검을 휘두르는 소년이 있었다.
아니, 소년이라는 표현은 좀 부족할 까.
남자답게 딱 벌어진 체격에 빈틈없 이 채워진 근육, 젖살이 다 빠진 얼굴은 더 이상 어린애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미 청년이라고 해도 될 만큼 성장한 몸이 능숙하게 검을 휘 둘러, 연무장에 흐르던 바람을 둘로 갈라놓았다.
싹!
흠잡을 데 없이 예리한 수직베기.
만약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었 더라면 투구째로 정수리를 쪼개버렸 을 것이다.
오러를 쓸 것까지도 없다.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더 강인하고 놀라운 힘을 지녔다. 그 기반을 철저 히 단련하고, 완벽히 다룰 수만 있다
면 오러를 쓸 수 없어도 사람을 두 동강내는 것쯤은 간단했다.
그 일검으로 동작을 멈춘 청년, 리 안이 검을 늘어트렸다.
“후우….”
한 번의 날숨으로 몸 안에 쌓인 열 을 토한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탓인지, 그의 입술에서 뿜어진 김이 희끄무레한 안개처럼 변했다.
벌써 세 시간이 넘도록 검을 휘두 르고 있었다.
이렇게 달아오른 근육은 몇 분 쉰 다고 식지 않는다. 가만히 선 채로
심호흡을 반복하여 체력을 회복하고, 리안은 다시 한 번 들어올린 검에 오러를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