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78
통제력을 벗어난 오러가 전부 공기 중으로 흩어져버리지. 비효율의 극치 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오러파이어〉를 쓰는 이 유는 단 하나분이었다.
[한계를 초월한 힘을 발휘해야할 때,〈오러파이어〉는 오직 그 순간만 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편법이다.]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결전기(決戰 技)’다.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가 있느냐고. 그 옛말에 대입하자면〈오 러파이어〉는 소 잡는 칼이다. 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상대라면 쓸 필요가 없다.
승부수를 띄우지 않으면 패색이 짙 은 적. 호적수, 혹은 자기 이상의 강 적을 상대로만 그 용도가 발휘되는 기술이었다.
“…아니, 네 말대로라면 엄청 중요 한 거 아니야‘?”
레온은 그 말에 반사적으로 되물었 다.
아직 미숙한 용사라지만. 생사의 고 비를 몇 번이나 넘겨온 그다. 결전기 의 중요성은 모를 수가 없었다.
〈메라크〉만 해도 그렇다.
안드레이를 그 거리에서 베지 못했 더라면, 자폭에 휘말려서 큰 상처를 입거나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엘시드는 그런 결전기의 하나를 ‘잔 재주’라고 폄하했다.
[바보냐?]엘시드는 그 반문에 코웃음을 쳤다.
[〈오러파이어〉는 결국 마스터급 미 만에서나 통용되는 거다. 하루라도 발리 마스터의 벽을 깰 생각부터 해 야지, 불완전한 기술을 파고들어봤자 제자리에 멈출 뿐이야. 블레인에서 봤던 그 깡패새끼도 그런 경우였고.]“아, 과연.”
레온은 그의 말뜻을 이해하고서 깊 게 수긍했다.
〈오러파이어〉는 분명 화려하지만, 그 미래가 없는 기술이다. 요령을 피 우는데 익숙해지면 실력이 늘지 않 듯이, 유용하다고 계속 의지하면 그 한계에 발을 묶여버리고 만다.
만약 엘시드의 조언이 없었더라면 레온 역시 그 오류에 빠져서 몇 년 을 허비했을지도 모른다.
[흠, 그래도 잘 알아들은 것 같으니 다행이구만.]그의 태도에서 수긍의 기미를 읽은 엘시드가 말했다. 귀를 틀어막고 잘
못된 길을 고집하는 머저리들이 얼 마나 많던가.
다행스럽게도 레온은 그 군상에 포 함되지 않았다.
[오랜만에 실력점검이나 한 번 해 볼까.]엘시드의 말과 동시에 반투명한 화 면이 떠올랐다.
이름 : 레온
칭호&직업: “반푼이” 용사
레벨: 43
근력 B / 체력 B / 민첩 C / 오러 B
〈소드 마스터리(상급) Lv.1>
〈로드릭의 무예 Lv.6>
〈후천성 무골(3단계)〉
〈오러사용자(상급) Lv.5〉
〈비전검술(칠성검) Lv.3>
지난번에 봤을 때와는 또 크게 달 라진 능력치였다.
D랭크 언저리에 머무르던 능력치 들이 거의 두 단계씩 올라, 카렌과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해있었다.
스킬의 레벨 또한 마찬가지였다.
〈소드 마스터리〉와〈오러사용자〉가
모두 상급에 진입했고.〈칠성검〉역 시 3레벨이 되어있었다.
[흐흐흐, 꽤 많이 늘었구만.]엘시드는 그 변화에 만족하듯이 음 침하게 웃었다.
레온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그의 성취도는 4개월만에 거둔 것이라고 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했다.
스톰상단과 헤어져서 타이탄 산맥 외곽에 머무르기 시작한 후, 레온의 기량은 매일같이 일취월장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제대로 수련 할 시간도 없이, 생사를 넘나드는 경
험만 몇 번을 반복했다. 그 농밀한 실전경험과 로드급 뱀파이어를 베고 흡수한 힘을 소화하니, 실력이 빠르 게 늘어나지 않는 쪽이 더 이상했다.
“뭐, 타이탄 산맥에서 깨달은 것도 많았으니까.”
레온은 두 어깨를 으쓱이면서 그렇 게 덧붙였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말대로였다.
타이탄 산맥의 마물들은 그 외곽지 대으로 쫓겨난 놈들조차 타 지역보 다 강하고 위험했다. 밝은 곳에서 상 대해도 고전할 놈들과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숲속에서 치고받다보니,
실력이 늘어나지 않으면 곧 죽을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한 번 죽을 뻔하기도 했다.
사전에 준비해놓은 하이포션이 없 었다면 반 정도 잘려나간 왼팔을 다 시 붙일 수도 없었으리라.
[위기는 곧 기회, 시련은 곧 수련이 지.]레온은 그 뻔뻔한 말에 한숨까지 쉬면서 중얼거렸다.
■왜 생전의 로드릭한테 제자가 없었 는지 좀 알겠다.’
[왜긴, 이 몸의 위대함에 따라올 녀 석이 없었기 때문이지!]‘…따라가다가 다 죽은 건 아니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괜히 오싹해진 레온이 검을 정돈하 면서 화제를 전환했다.
이 주제로 더 이야기해봤자 수련만 혹독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 문이었다.
“슬슬 카렌이 돌아올 때가 된 것 같은데.”
마물들과 싸우면서 나무 몇 그루를 쓰러트린 탓인지, 머리 위로 내비치 는 햇빛이 꽤나 밝았다.
아직 그 시간이 한낮이라는 증거
였다.
낮이나 밤이나 무성한 삼림 때문에 어둡기는 매한가지지만, 마물들은 그 특성상 밤을 더 좋아했다. 전투력 또 한 밤에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레온도 카렌도 웬만해서는 한밤중에 돌아다니지 않았다.
[그 녀석, 의외로 성실하구만. 암살 자 출신이니까 요령도 잘 피우고 할 줄 알았는데.]“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 만….”
카렌은 그와 엘시드의 상상 이상으 로 열심이었다.
이 산맥에서 그녀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타이탄 산맥의 마물들은 기본적으 로 그 몸이 크고 단단하며 독도 잘 먹히지 않는다. 인간 상대로는 차고 넘치는 살상력이, 이곳의 마물 상대 로는 반의 반도 통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와 함 께 이곳에 머물러, 가끔 산맥 바깥으 로 나가서 생필품까지 가져왔다.
레온이 온전히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없어서는 안 될 동료야, 이젠.”
[그래, 잘 데려왔다.]엘시드도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사람을 보는 안목이라면 누구보다 뛰어난 그에게도, 카렌의 헌신은 제 법 와닿는 면이 있었다.
로드릭에게는 필요하지 않았던 ‘동 료’.
새삼스럽게 그 공백을 느낀 탓일지 도 모른다.
[레온.]씁쓸한 감상을 외면하듯이, 엘시드 가 말을 바꿨다.
“•••그런가.”
레온은 그 말에 침착한 표정으로 산맥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드물게 긴장의 색이 섞여있었는데, 이곳에서 생활하다보 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며칠에 한 번씩 산맥 안쪽에서 홀 러나오는 포효와 기세.
그 무시무시한 존재감은 가볍게 스 치기만 해도 온몸의 털이 쭈뼛하고 설 정도로 컸다. 과거 블레인에서 마 주했던 혈거인, 로드급 뱀파이어가 된 안드레이 이상이었다.
‘아마도 타이탄족의 기운이겠지.’
타이탄 (Titan).
이 산맥의 명칭임과 동시에 주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레온은 왕립 아카데미에 머무르던 시절, 그 종족이 어떠한 역사를 지녔 는지도 배웠다.
위험도 A十랭크의 마물, 오우거.
타고난 신체능력으로 A랭크 용병이 나 모험가를 압도하면서, 조악하게 만든 도구를 사용하거나 빈약하게나 마 언어를 쓸 수 있을 정도의 지능 마저 보유한 마물.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전, 그 오우 거 중에 마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여신의 자비를 구한 개체가 나타났 다.
바로 거인왕이다.
—저희들을 이 땅의 주민으로 받아 주신다면, 일생을 바쳐서 마물들의 토벌에 힘쓰겠습니다.
여신은 그 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거인왕 밑에 있었던 무리에 게 지혜의 축복을 내려, 사람처럼 말 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압도적인 신체능력과 인간 수준의
지성을 지닌 종족, 타이탄이 등장한 순간이었다.
[지금의 네 실력이면 죽지 않을 정 도는 될 거다.]엘시드의 평가를 들은 레온이 쓴웃 음을 지었다.
“A랭크 두 명이 동행해서 ‘죽지 않 을 정도’인가…. 말도 안 되는 곳이 라니까, 진짜로.”
타이탄족은 딱히 인간을 적대하지 않지만, 무례하게 영역을 침범한 상 대에게는 무자비하다.
게다가 산맥 심층부의 마물들만 해 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위험도 A랭크의 마물들이 떼를 지 어서 돌아다니거나, 이미 사라졌다고 알려진 괴물들도 가끔씩 제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 타이탄 산맥이었다.
그때. 레온의 발치에서부터 그림자 가 쭉 늘어났다.
“다녀왔어!”
그리고 그 안에서 불쑥 튀어나온 카렌이 밝게 외쳤다.
산맥 아래의 마을에서 또 생필품을 사재기한 건지, 등에 멘 가방이 터질 것처럼 빵빵했다.
아공간반지를 다 채우고도 저만큼 이나 남은 것이다.
레온은 함께 짐들을 정리하면서 그 녀에게 뜻을 전했다.
“드디어 산맥 안쪽으로 들어가려 고?”
“ o ”
흐.
그 말에 카렌은 그녀답지 않게 긴 장한 표정이었다.
특급 암살자의 감각이 경고하고 있 었다.
이 장소는 불리하다.
이 장소는 위험하다.
이곳에서는 절대 싸우지 마라.
도망쳐라. 저 안쪽은 들어가선 안
된다.
스스로의 한계를 잊어버리는 순간, 암살자는 죽는다.
수십 년의 경험이 흐르는 피를 얼 어붙게 만들었다.
“카렌.”
레온도 그 망설임을 읽고 있었다. 뒤이어 그는 손을 내밀어, 저도 모르 게 떨고 있었던 카렌의 손을 감싸쥐 었다.
그의 체온이 전해지면서 얼어붙은 피가 녹는다.
그제서야 손을 붙잡힌 걸 깨달은 카렌이 흠칫했지만, 손을 빼려고는
하지 않았다.
레온은 진지하게 그녀의 두 눈을 마주보면서 말했다.
“고마워. 네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할 순 없었을 거야.”
따라와달라고 하지 않는다.
따라오지 말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 선택지는 카렌 자신의 것이지, 레온의 것이 아니었기에. 그래서 그 는 더 파고들지 않고 진심을 털어놓 았다.
여태껏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이 다음은 너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뭐야, 용사님? 새삼스럽게.”
카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대답했다.
어느샌가 손의 떨림은 멈춰있었다.
언제나와 같이 경쾌한 미소를 띤 채, 그녀는 마주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거 렸다.
“설마 여기에서 날 떼어놓고 갈 셈 은 아니지? 거인왕 같은 초거물을 만나러가는데, 이런 파트에서 내 이 름이 빠져버리면 너무 섭섭하지 않 겠어?”
“ 카렌.”
“어림도 없지! 몰래 뒤를 밟아서라 도 따라갈 테니까, 혼자서 간다고는 말하지 마. 그게 동료라는 거잖아?”
레온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에 씩 웃었다.
여기에서 더 말해봤자 좋은 분위기 만 깨질 뿐이다.
카렌은 선택했다.
그는 그 선택을 받아들이면 그만이 다.
“가자.”
마주잡았던 손을 놓고, 레온은 다 정리한 짐을 아공간팔찌 안에 수납
하면서 등돌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아 가리를 벌린 땅.
머리 위의 구멍에서 쏟아지는 햇빛 도 10미터를 못 가서 그 어둠에 삼 켜진다. 어둡다고 불을 켰다간 마물 들의 표적이 될 게 뻔하니, 오러센스 와 직감에 의존해서 길을 나아가야 한다.
베테랑 레인저도 맨발로 도망쳐나 갈 마경.
지도조차 없는 타이탄 산맥의 심층 부로, 두 명의 모험가가 발을 들였다.
타이탄 산맥.
저 대륙 북단부에 위치한 ‘별의 정 수리’와 같이 무국적지대 중 하나이 며, 지도상으로 기록되어있는 표면적 은 중소 왕국의 반 가까이 될 정도 로 광대하다. 진정한 의미의 마경이 라고 할 수 있는 심층부만 해도 후 작령과 비슷하거나 더 넓다.
지도 한 장 없이 돌아다닐 만한 장 소가 아니다.
그러나 A랭크 모험가도 제 목숨을 부지하기가 어려운 곳에, 지도를 만 든답시고 찾아오는 이가 얼마나 있 겠는가?
물경 30만의 병력을 진입시켰던 제 국조차도 타이탄 산맥의 심층부를 탐색하는데 실패했다. 일개 모험가나 탐험가 따위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엘시드, 이쪽으로 가는 거 맞아?’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던 레온 이 묻자, 엘시드가 불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맞는다니까 왜 자꾸 물어봐? 나 못 믿냐? 응?]‘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까 그렇 지….’
외곽지대도 꽤 어둡다고 생각했었 는데, 안쪽으로 들어오니 그 정도는 별 것도 아니었다.
오러를 눈에 집중시켜도 10미터 남 짓밖에 안 보인다.
빛 자체가 너무 희박하다보니 밤눈 을 키워봤자 효과가 거의 없는 듯했 다. 무예의 달인이라도 이 환경에 적 응하지 못하면 제 실력의 반도 발휘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레온과 카렌 두 사람은 발 을 헛디디거나 하는 일 없이 걸어다 닐 수 있었다.
‘〈보법〉이 6단계가 되지 않았으면 좀 고생했겠네.’
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신발 밑창으로 느껴지는 지면의 감 촉.
그리고 제 발이 만들어낸 충격파가 원의 형태로 퍼져, 반경 수 미터를 두드리고 되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야말로〈보법〉의 6단계.
‘걷는다’라는 행위로 그 일대를 장 악하여, 보지 않고도 어떤 변화가 일 어나는지를 오감으로 파악할 수 있 다. 레온은 아직 지형지물의 형태를 분간하는 수준이었지만, 어두운 숲을 걷는 정도라면 더 어려울 것도 없었 다.
[일종의 반향정위(Echolocation)라 고 할 수 있지.]
엘시드가 그의 깨달음을 보충하듯 이 말했다.
[눈이 안 보이는 박쥐들이 초음파 를 쏘아서 그 반향을 읽고 사냥감을 찾듯이. 6단계의 보법은 제 걸음을
이용해서 주변의 움직임을 읽는다. 숙련도가 더 오르면 상대방의 무게 중심이나 디딤발을 통해서 그 후의 행동도 간파할 수 있고.]
레온이 6단계에 도달한 것은 며칠 전, 한밤중에 습격해왔던 마물들과 싸우던 도중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철저히 오러센스에 의존해서 시각의 공백을 메웠으나, 수십 마리의 마물들이 몰려들자 오 러센스도 혼란을 일으키기 시작했었 다.
결국, 집중력의 한계를 넘어서 머리 한쪽이 따끔거릴 지경에 이르렀을 때, 그는 마침내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