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82
순식간에 탈진 상태가 된 레온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러나 그의 손아귀에서 힘이 빠지 는 일은 없었다.
[온다.]그 직후였다.
드레이크의 아가리에 모인 어둠이 불길처럼 타올라, 지상에 남아있는 먹잇감들을 향해서 쏟아져나왔다.
공기저항도 무시하는, 이질적이기 그지없는 어둠의 불길.
〈다크 브레스(Dark Breath)〉가 내 리꽂혔다.
레온은 그저 두 눈을 부릅뜨고 노 려 보았다.
넘실거리는 어둠의 흐름, 그 너머에 있는 드레이크의 눈을. 6단계에 도
달한〈안법〉과〈칠성검〉의 새로운 오의. 두 가지 기술이 한 갈래로 뒤 엉키면서 돌파구를 연다.
“칠성검(Grand Chariot).”
정면으로 한 걸음.
크게 내디디면서 그 혼신을 싣는다.
“알카이 드 (Alkaid)—!”
레온의 검이 사선으로 나아가면서 섬광을 뿜었다.
〈칠성검〉의 유일무이한 찌르기.
숙련도가 극에 달하면 공간마저도 꿰뚫을 수 있는 비기다. 아직 레온은 그 반의 반에도 못 미쳤지만,
키이이이 잉一!
그럼에도〈다크 브레스〉를 돌파하 고도 힘이 남았다.
쏟아지는 어둠의 벽을 뚫고, 그 힘 을 산산이 흩어버리면서 치솟은 빛 이 드레이크의 안면에 도달했다.
〈다크 브레스〉를 꿰뚫으면서 힘의 대부분을 상실했지만, 그 여력은 아 직 닫히지 못한 눈깔을 꿰뚫었다. 검 붉은 수정체가 박살나면서 투명한 액체와 피를 뿜어냈다.
키 야아아아아아아아악 1?
터무니없는 격통.
한쪽 눈을 잃어버린 드레이크는 추 락할 것처럼 휘청이다가, 가까스로 균형을 되찾고 두 날개를 허우적거 렸다.
분노와 오만으로 억눌렸던 생존본 능이 깨어난 것이다.
몇 초만에 놈의 형체가 지평선까지 멀어졌다.
아쉽게도 눈을 파고든 빛은 그 두 개골에 가로막혀, 뇌까지 도달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하.”
레온은 그가 해낸 일임에도 불구하 고 놈의 꽁무니를 멍하니 바라보다 가, 뒤늦게 지친 몸을 주저앉혔다.
손가락 한 마디도 까닥하기 힘들었 다.
〈알카이드〉는 다른 오의에 비하면 꽤 효율적이었지만, 힘을 남겨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안 그랬으면〈다크 브레스〉를 뚫는 정도로 그치거나. 오 히려 밀렸을지도 몰랐다.
“ 레온!”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카렌의 목소 리가 멀게 느껴진다.
S+랭크의 마물, 드레이크를 격퇴했 다는 성취감도 잠시. 두 눈을 내리감 은 레온이 그대로 기절했다.
[•••꼴사나운 마무리구만.]다행히 엘시드의 핀잔은 듣지 못한 레온이었다.
타닥, 타다닥.
모닥불이 타오르는 소리가 났다.
이내 그 소음을 기점으로 깊게 가 라앉았던 의식이 떠올라, 닫혀있던 오감이 하나씩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청각부터 였다.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 장작이 타들 어가는 소리, 저 멀리서 울려퍼지는
마물들의 울음소리까지.
청력이 돌아오고 나니 두 눈동자에 빛이 켜진다.
눈꺼풀 너머에서 스며들어온 빛이 가볍게 일렁이자, 레온의 의식이 완 전히 부상했다. 불과 몇 초만에 제정 신을 차린 그가 두 눈을 깜빡이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 일어났어?”
바로 그 옆에 앉아있던 카렌이 깨 어난 그를 반겼다.
드레이크와 싸우면서 제법 격하게 움직였던 탓인지, 야행복 곳곳이 찢 어지고 헤진 게 눈에 들어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큰 상처가 안 보인다는 걸까.
“카렌….”
레온은 제 몸을 일으키면서 그녀를 불렀다가, 바닥을 짚은 팔뚝에서 힘 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아직까지도 몸 상태가 다 회복되지 않은 것이다.
카렌이 재빨리 그의 어깨를 부축하 면서 다독였다.
“무리하지 마. 당분간은 우리 둘 다 안전할 거 같으니까. 안 그래요, 두 분?”
그 부추기는 듯한 말에 넘어간 거 인들이 껄껄 웃었다.
“크하하! 물론일세. 타이탄족의 전 사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 게 미덕이라네.”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는 두 사람 모두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 주지. 안심하고 푹 쉬도록 하게.”
뭐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막 일어 난 레온은 그제서야 그들 맞은편에 두 거인이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흔들거리는 불꽃이 그 그림자를 길 게 늘어트린다.
안 그래도 큼지막한 덩치가 한층
더 부풀어오르는 듯했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크게 느껴지 는군. 거의 4미터인가.’
타이탄족의 몸 자체는 오우거와 큰 차이가 없다.
산왕(山 I).
태생적인 근력 하나로 그 일대에 군림하는 존재. 기술 하나 없이도 주 먹질로 바위를 깨부수고, 발길질로 거목을 꺾어버릴 수 있는 괴물이 바 로 그들이었다.
그렇다고 힘만 센 것도 아니다.
질긴 가죽과 높은 근밀도, 단단한 골격으로 굳힌 방어력은〈오러웨폰〉
도 깊게 파고들지 못한다.
그 정도로도 충분히 반칙이라고 할 만한 조건일 텐데.
‘오우거와 달리 타이탄족은 단련하 고 있지. 근육을 키우고, 무예를 습 득한다. 농민과 기사 수준의 차이. 그러니 실질적인 전투능력의 차이는 열 배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레온은 저도 모르게 경계심이 어린 눈동자를 굴렸다.
그들에게 적의가 없다는 것을 알고 도, 그 힘의 밀도가 그를 긴장시켰기 때문이다. 완전히 길이 든 상태라고 해도 맹수의 곁에 머무르는 게 꺼려
지듯이, 타이탄족은 그런 존재였다.
그저 앉아있을 분인데 그 강함이 피부 위로 전해져온다.
“ 전사로군.”
“좋은 눈이야.”
하지만 거인들은 그 반응에 전혀 불쾌해하지 않았다. 그의 경계야말로 그들의 강함에 대한 존중이었으니까.
“어린 전사여, 그대의 이름을 듣고 싶다.”
옆자리에 창을 기대어놓은 거인이 먼저 말했다. 타이탄족의 전사에게 있어서 신분사회의 계급 따위는 무 의미하며 무가치. 오직 강자만이 거
인들에게 존중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레온과 카렌 두 사람은 거 인들과 함께 드레이크라는 재앙을 물리치면서 그 힘을 증명했다.
“레온, 입니다.”
두 거인은 그의 이름을 몇 번 중얼 거리더니, 이내 스스로의 가슴을 한 번 두드리면서 대답했다.
“나의 이름은 우르가, 보다시피 창 잡이 일세.”
“내 이름은 줄루, 도끼잡이라네.”
타이탄족과의 친분은 통성명(通姓 名)부터 시작된다.
레온은 한 박자 늦게 그 사실을 떠 올리고, 그가 거인들에게 좋은 인상 을 주었음을 깨달았다.
드레이크 덕분에 첫 만남을 좋게 마무리한 것이다.
“ 아.”
거기까지 생각한 레온이 그 화제를 입에 담았다.
“드레이크는 어떻게 됐습니까? 눈 하나를 꿰뚫은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도망쳤네. 뒤도 안 돌아보고 날아 가버렸지.”
창잡이 거인, 우르가가 두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찌나 빠르던지 그 꽁무니도 보 기 어렵더군. 드레이크의 비행속도가 웬만한 조류 이상이라더니, 그 말대 로였네.”
“그래도 잘 했네. 드레이크의 회복 력은 애꾸가 된 눈을 재생할 수 있 을 정도로 대단하지 않으니, 당분간 은 또 활동하는 일 없이 잠잠할 걸 세.”
도끼잡이 거인, 줄루가 그를 칭찬했 다.
그 자리에서 처치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눈을 하나 도려낸 것만 해도 큰 성과였다.
애꾸눈의 가장 큰 단점은 거리감의 상실이다.
오감이 전부 날카로운 드레이크도 그 상식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아 마도 놈은 그 망가진 거리감에 적응 할 때까지 강한 적을 상대로 덤벼들 지 못할 것이다.
“몸은 좀 어떤가, 놈•의 숨결에 당한 건 아니겠지?”
우르가가 그렇게 묻자. 레온이 두 눈을 내리감았다.
자신의 몸을 관조하기 위함이었다.
‘•••큰 부상은 없어. 근피로를 제외 하자면 오러를 다 소모한 게 문제인 가. 성검에 모아놓은 것도 다 써버렸 으니, 자연적인 회복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겠는데.’
주변 마나를 끌어들일 수 있는, 최 소한의 구심점이 될 만한 오러조차 남아있지 않다.
드레이크와의 싸움이 실로 아슬아 슬했다는 뜻이었다.
한 줌의 여력조차 남지 않았을 정 도로.
“괜찮습니다. 며칠 내로 다 회복하 겠군요.”
그럼에도 레온은 몸 상태를 낙관적 으로 진단했다.
이 일대의 마나농도가 워낙 진해서, 자연적인 회복 역시 몇 배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림잡아서 사나흘쯤 지나면 평소 상태로 돌아온다.
타이탄 산맥 바깥이었다면 보름은 더 걸렸겠지.
“다행이군. 눈깔 하나로 끝내기에는 그 실력이 아깝지 않나. 언젠가는 놈 을 완전히 끝장내줘야지.”
“암, 그렇고 말고.”
거인들이 그를 부추기듯이 호탕하 게 껄껄 웃었다.
타이탄 산맥 심층부에서도 드레이 크 같은 사냥감은 드물다. 그런데 그 거물을 작고 약한 인간족의 전사가 격퇴했으니, 두 거인이 흥분하는 것 도 이상할 게 없었다.
레온은 그 말에 미심쩍은 얼굴로 드레이크가 도망친 방향을 바라보았 다.
‘그러고 보니 아룡계 마물들은 그 천성이 교활하고 지독한 면이 있어 서, 원한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던데.’
그에게 애꾸눈이 된 드레이크도 그 럴 가능성이 높았다.
가깝거나 먼 미래에 다시 싸워야할 날이 온다.
레온은 그 확신에 가까운 예감을 느끼면서, 허리춤에 매단 성검의 손 잡이를 몇 번 만지작거렸다.
“흠, 그런데 자네들은 이 산맥에 왜 찾아왔는가?”
줄루의 별 생각 없는 질문에 두 사 람이 눈을 마주쳤다.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첫 만남이 좋지 않았다면 또 모를 까, 좋은 인상을 준 지금이라면 그들 에게 안내를 부탁할 수도 있으리라.
“거인왕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 어서 찾아왔습니다.”
레온이 솔직하게 그 용건을 밝히자, 우르가와 줄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산맥 바깥에서 온 인간이 거인왕에 게 직접적인 용무가 있다니? 수십 년, 어쩌면 백 년도 더 된 일이었다.
우르가가 그 속내를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
“그분에게 볼 일이라, 대체 몇 년만 인지 모르겠군. 제국에서 파견한 특
사라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레온은 그에 가볍게 실소하면서 되 물었다.
“저희들이 그런 부류의 인간으로 보이십니까?”
“그럴 리가! 드레이크를 상대로 당 당하게 맞서, 놈의 눈깔을 도려내버 린 전사만 한 명 보이는군.”
“그렇게 자꾸 칭찬하셔도 드릴 거 없습니다.”
“뭐라? 크하하하!”
거인들과 레온 일행은 그 이후로도 한참 이야기했다.
타이탄족은 간만에 외부에서 온 자 극을 크게 반겼고, 레온 일행 역시도 심층부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들을 수 있어서 네 사람의 입은 쉴 줄을 몰랐다.
그런 식으로 한 시간을 떠들고 나 니 자질구레한 화제는 다 떨어져, 그 냥 지나치기 어려운 화제들만 남았 다.
타이탄족의 오러 운용법 또한 그중 에 하나였다.
“설마 타이탄족 전사들이 오러를 쓸 줄은 몰랐습니다.”
농담하는 게 아니라, 레온은 그때
기겁했었다.
오러의 운용이 초보적인 수준이었 기에 망정이지, 레온이나 카렌 수준 으로 오러를 쓸 수 있었다면 우르가 와 줄루 둘이서 드레이크를 도륙내 는 것도 가능했을 터.
그만큼 타이탄족의 오러 사용은 충 격적이었다.
“하하, 그렇게까지 추켜세울 것도 없다네.”
우르가가 그 말에 쓴웃음을 머금으 면서 말했다.
“자네들도 보았다시피 타이탄족도 오러를 익힐 순 있지만, 그 경지를
높이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 요하다네. 나만 하더라도 30년을 수 련해서 이 정도지.”
“30년…!”
레온과 카렌은 누가 먼저랄 것 없 이 경악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우르가의 오러 운 용은 초짜 수준이었다.
오러를 몸 안에서 순환시킴으로 신 체능력을 조금 강화하는, 평기사 중 에서도 중하위권에 들까 말까한 실 력.
재능 있는 자라면 3년 내외로 도달 하는 경지였다.
[뭘 그렇게 놀라? 당연한 이야기인 데.]아까부터 별 말이 없었던 엘시드가 입을 열었다.
[타이탄족의 육체는 거대하다. 신장 뿐만 아니라 그 부피와 밀도부터가 인간보다 몇 배나 우월해. 그래서 그 몸에 담아낼 수 있는 오러의 양이 어마어마하지.]‘…좋은 거 아니야?’
[쓸데없이 넓은 그릇을 다 채울 수 만 있다면 말이지.]엘시드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
타이탄족은 그 말처럼 어느 지성종 족보다 우월한 몸을 지닌 대가로, 대 기만성(大器晩成)의 단점이 극대화된 경우였다.
오러를 숙련하려면 그 그릇을 채우 고 비우면서 힘을 다루는 이치를 깨 달아야했다. 그런데 타이탄족은 그릇 부터가 너무 커, 그걸 다 채우는데 시간이 엄청 걸릴 뿐더러 적은 양의 오러를 인식하고 다루는 솜씨가 크 게 뒤떨어졌다.
[뭐, 그래도 신체능력이 너무 강하 다보니 평기사 수준만 되어도 A랭크 쯤은 가분하게 때려죽이지만.]본래대로라면 타이탄족이 지닐 수 없어야할 힘이다.
그렇기에 오러는 쉽게 터득할 수 없고, 터득해도 그 경지를 높이기가 어렵다. 수십 년이나 심층부에서 싸 우면서 단련해온 거인들조차 평기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다.
그런 이유로〈오러웨폰〉이나 속성 화 운용법을 쓸 수 있는 타이탄은 두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하다고 했 다.
“전사장급은 되어야만 그 힘을 무 기에 두를 수 있지.”
그게 가능했다면 그들이 드레이크
의 머리통을 깰 수 있었을 거라고, 두 거인은 푸념했다.
실제로도 그 말대로라는 게 무섭다.
〈오러웨폰〉의 공격력은 그 이전과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인들이 경지를 구분하는데 한 획을 그을 정 도다. 안 그래도 공성병기와 같는 거 인의 파괴력에〈오러웨폰〉이 더해진 다면? 드레이크의 질긴 몸뚱이도 종 잇장처럼 찢길 것이다.
‘아니, 그렇다면〈오러웨폰〉을 넘어 서 다음 경지에 진입한 타이탄족이 존재한다면…?’
최소한 마스터급, 혹은 그 이상일지
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 위에 군림하는 거인왕 은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괜 히 짐작해본 레온의 몸에 소름이 돋 아났다.
여태까지 주워들어온 소문이 몇 개 던가.
산맥 위를 날아가던 드래곤을 때려 잡았다든지.
마계에서 튀어나온 악마의 골통을 맨손으로 부쉈다든지.
주먹을 한 번 내질러서 산사태를 일으켰다든지.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서 귓등으로 흘려넘겼건만.
‘••••••설마?’
어쩌면 그 소문들이 사실일지도 모 른다고, 그는 직감했다.
그 다음날이었다.
레온 일행은 두 거인을 따라서 숲 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어제와 달리 시야를 가로막는 어둠 은 없었다. 마나 농도가 너무 진하다 보니 초목이 그 힘을 머금어, 햇빛을 대신해서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