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9
이 무의미한 싸움이 계속되는 건, 어디까지나 레온이 그를 허수아비 대신으로 취급했기 때문이었다.〈로 드릭의 안법〉을 수련하려면 지금처 럼 움직이는 적이 필요했다.
그래서 레온은 아주 조심스럽게 제 프를 상대했다.
상대방이 한두 방으로 뻗어버리지 않도록, 그래도 드러나는 빈틈을 놓
치거나 하는 일은 없도록”.
빠악! 빡! 빡! 빠박!
적막하던 별관에 매타작과 함께 곡 소리가 울려퍼졌다.
[좋았어! 역시 이 수련은 실전으로 해야한다니까!]자비의 여신을 상징하는 검, 엘시드 는 그 일방적인 구타에 환호하면서 훈수를 두기 바빴다.
정강이는 세게 때리는 것보다 살살 때려야 아프다느니.
쇄골은 뼈가 연약해서 한 번에 부 러질 수 있다느니.
머리통은 잘못 때리면 기절하니까 마무리로 하라느니.
평화를 인도하는 용사보다는 뒷골 목의 폭력배들에게 어울릴 만한 강 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프를 두들겨패면서 그 강의를 들은 레온 의 칼솜씨가 점점 악랄해졌다.
“하, 항보게에엑!”
제프는 무려 백 대 가까이 맞고 나 서야 항복하려고 했지만, 레온은 그 마저도 허락하지 않고 두드려팼다.
그걸 말려야할 헬무트는 엘몬트 패 거리에 학을 뗀 상태라서 헛기침만 좀 했고, 치명적인 급소는 피하는 것
을 보고서 그냥 방관하기로 결정해 버렸다.
“승자, 레온!”
결국 제프가 의무실로 실려간 것은 두 시간 후였다.
비밀리에 시작된 하극상은 점점 기세를 더했다.
제프 하인리히를 시작으로 엘몬트 패거리는 하루에 한 명씩 의무실로 실려가는 처지를 면치 못했고, 그들 의 값진 희생을 발판으로 한 레온의 성장은 더욱 두드러졌다.
불량한 성품과 달리 패거리의 실력
은 제법이었다.
〈로드릭의 안법〉이 아니면 필승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귀족으로 태 어난 자의 저력은 상당했다.
게다가 첫 승부의 결과 때문인지 방심하지 않은 것도 컸다. 승부결과 를 비밀로 해도 의무실에 간 기록은 남았으니, 누가 이기고 졌는지는 금 방 드러났던 것이다.
첫 상대였던 제프로서는 꽤나 억울 했겠지만 말이다.
[승부에 처음이고 뭐고 있겠느냐마 는, 설마 그 정도로 차이가 날 줄은 상상도 못했겠지.]“나 자신도 몰랐으니까, 그건.”
레온은 이내 그날을 떠올리다가 픽 웃어버렸다.
물론 엘시드를 못 믿었던 건 아니 지만, 그래도 오러를 익힌 귀족이 상 대다보니 제법 긴장했었다.
그런데 한 방에 끝나버렸다.
그 후에 재시합을 빌미로 연습하면 서 느꼈다. 제프 정도의 실력이라면 방심하고 말고를 떠나서 한 방으로 이길 수 있다. 오만하기까지 한 확신 이었다.
다른 녀석들도 별 차이는 없었다.
겉보기만 화려하지 실속이 없는 검 술과 체술, 오러에 크게 의존하는 몸 놀림은 레온의 ‘눈’에 다 간파당했다.
[그래도 오늘은 좀 다를 거다. 절대 로 방심하지 마.]“ o ”
흐.
언제나처럼 해가 떨어지는 시간에 별관으로 간다.
레온은 제 그림자를 길게 늘어트리 며, 드디어 마지막이 될 승부를 향해 서 발걸음을 옮겼다.
엘몬트 버번.
지금까지 그가 상대한 하위귀족들,
남작가나 자작가의 방계 따위와는 격이 다른 존재다. 아무리 장남에 비 해 소외된다고 해도 소홀히 키워졌 을 리가 없었다.
‘오러를 운용하면 엘몬트의 신체능 력은 나보다 위…, 게다가 엘시드가 전에 보여준 상태창에는 그게 있었 어.’
비전검술(우??).
입문자 단계라고 할 수 있는 1레벨 이니 대단한 성취는 아닐 테지만. 미 지의 기술이야말로 가장 위협적인 법이다.
레온의 ‘눈’으로도 간파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엘시드가 방심하지 말라고 한 이유 도 같은 맥락이리라.
끼익.
언제나처럼 문을 열자,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헬무트가 미묘한 표 정으로 돌아보았다.
레온은 그의 시선으로부터 무언가 를 느꼈다.
‘불안함? 아니, 불확실함인가.’
그 원인은 따로 찾아볼 것도 없었 다.
그보다 먼저 도착하여, 벌써 원 안
에 들어가있던 엘몬트가 그를 노려 보고 있었다.
지난번과 같은 가식은 집어치운 지 오래였다.
“•••설마 나한테까지 순번이 돌아오 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습니까?”
레온은 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 고 웃었다.
그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원 안에 들어섰다.
“나는 이렇게 될 줄 알았는데.”
그는 버터색의 머리카락을 보면서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좀 다른 색이 었으나 금발은 금발이다.
리안과 승부하기 전의 전초전(前略 戰)으로 딱 좋았다.
헬무트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레 온은 마지막으로 주의할 점을 떠올 려 보았다.
‘순수한 신체능력은 내 쪽이 낫겠지 만, 오러를 감안하면 한 수 아래다. 혹시라도 오러를 검에 주입할 수 있 는 수준이라면 목검을 그냥 막아내 는 것도 위험해. 그렇다면….’
정면승부는 피한다.
자기보다 빠르고 강한 자에게서 도
망다니는 것은 어렵지만, 그의 ‘눈’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레온이 두 눈을 부릅뜨는 것과 동 시에…….
“ 시작!”
헬무트의 굵은 목소리가 두 사람의 등을 떠밀었다.
슉!
선제공격을 시도한 것은 엘몬트다.
검끝이 일렁거릴 정도의 속도! 순 간적으로 쏘아진 찌르기가 레온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끊었다.
손목과 팔꿈치로 급가속하는, 견제
용의 검기(劍技).
갑옷을 꿰뚫기에는 부족해도 뼈 정 도는 부술 수 있다.
‘카운터로는 안 되겠군.’
기본적인 속도 차이가 너무 크다.
레온이 한 걸음 물러서는 동안에 세 번의 검격이 날아왔다. 목과 허 리, 손목을 노려오는 베기.
따악!
두 번을 피하고 마지막은 아슬아슬 한 순간에 쳐냈다.
제대로 힘을 끊었음에도 손목이 저 릿했다. 전부 막았더라면 악력이 크
게 떨어졌을 게 분명하다.
역시 망나니라고 해도 백작가의 직 계 다웠다.
“흠, 그놈들이 당할 만했군.”
엘몬트는 묘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 다.
그냥 건방진 평민이라면 짓밟아야 할 대상이나, 포섭할 만한 가치가 있 다면 또 이야기가 다르다.
사소한 감정 따위는 얼마든지 묻어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레온에게는 그럴 생각이 없 었다.
“읏?!”
엘몬트가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레 온이 그 입을 겨냥해서 찌르기를 날 렸다.
너랑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 었다.
반사적으로 크게 물러선 엘몬트가 이를 갈았다.
“건방진…. 변변찮은 재주를 믿고 방자하게 구느냐!”
“글쎄?”
레온은 그 폭언을 자연스럽게 흘려 보냈지만…….
[호오.]아무래도 엘시드는 그렇게 하지 못 했나보다.
[레온아.]‘응? 갑자기 왜 불러?’
[방금 전에 저 개만도 못한 애송이 가 내 기술을 변변찮다고 말한 거 맞냐?]‘어….’
생각해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엘시드는 그 침묵을 긍정으로 해석 했는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300 년이나 지나면 이 내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새끼한테 까이는구나….]‘저기, 엘시드?’
[본래 스승이 받은 모욕은 제자가 씻는 법이지.]레온은 그 말에 불길한 낌새를 느 꼈지만, 그런다고 하려던 일을 그만 둘 엘시드가 아니었다.
[강냉이다.]‘ 뭐?’
[저놈의 주둥이에서 강냉이를 털자. 한두 개는 좀 부족하고, 최대한 많이. 실패하면 ‘벌’로.]
‘벌’이라는 말에 레온의 손아귀가 꽉 조여졌다.
한 달간의 고행으로 새겨진 본능이 었다.
엘시드는 결코 한 말을 주워담지 않을테니, 그에게 남겨진 길은 그 요 구사항에 따르는 것밖에 없었다.
엘몬트를 보는 레온의 두 눈에 살 기가 스며들었다.
‘조진다!’
“뭐, 뭐냐!”
그 기백에 눌린 엘몬트가 저도 모
르게 움츠러들고,
파악!
그걸 놓치지 않은 레온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로드릭의 안법〉은 카운터에만 유 용한 게 아니다. 상대방의 모든 수법 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의 극치.
엘몬트의 사각을 노린 목검이 매섭 게 휘둘러졌다.
콰각!
어정쩡한 자세로 막아낸 엘몬트가 몸을 휘청거렸다. 오러로 반응속도가 오른 상태가 아니라면 막지도 못했 다.
레온은 그가 회복할 틈도 없이 연 속공격을 퍼부었다.
한두 방으로 쓰러트릴 수 있는 상 대가 아니다.
정확한 타격으로 틈을 만들고, 그 틈에 충격을 누적시켜서 무너트려야 한다. 조커라고 할 만한 비전검술을 꺼내들기 전에. 철저하게 몰아붙여서 끝장을 본다.
가각! 칵! 카•가각!
두 자루의 목검이 치열하게 맞부딪 힌다.
섬뜩한 기세로 틈을 찔러대는 레온 의 목검, 가까스로 그걸 다 막아내고
있는 엘몬트의 목검이 격돌했다.
기세를 탄 건 레온이지만 균형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앞서 상대했던 놈들과 달리 엘몬트 는 입문자 단계를 벗어난 오러유저. 처음에 밀린 탓에 수세로 돌아섰을 분, 그렇게까지 불리한 상황은 아니 었다.
‘젠장, 이 이상은 무리인가? 오러만 아니었어도…!’
7대3의 구도까지 밀어붙였던 게 다 시 5대5로 돌아왔다. 그 변화를 읽 은 레온이 두 눈썹을 꿈틀거렸다.
선공으로 기선을 잡았는데도 못 끝
냈다.
이대로라면 소모전을 할 수밖에 없 다. 아니면 상대방이 큰 실수를 저지 르길 유도하거나, 기다리는 게 최선 이었다.
그러나 엘몬트는 점점 여유를 되찾 고서 침착해졌다.
따악!
4대6으로 밀렸다.
레온은 반 걸음 물러서면서 상황을 다시 판단했다. 그에게 여러모로 불 리한 조건이었다. 체력적인 우위는 잃었고, 목검을 직접 막아내선 안 되 는 페널티도 있었다.
그걸 ‘눈’ 하나로 따라붙은 게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로드릭의 안법〉, 성검 엘시드가 가르친 비전은 그 정도로 대단한 기 술이었다.
“끈질기다! 추하게 버티지 말고 쓰 러지도록 해라!”
“누가 할 소리를!”
헛소리에 열이 오른 레온의 두 눈 이 타올랐다.
부족한 힘과 속도는〈로드릭의 안 법〉으로 메꾼다. 상대방의 행동을 예 측하는 상(像), 그걸 좀 더 빠르게 볼 수 있다면 이 열세도 어떻게든
타파할 수 있다.
더 정확하게, 더 빠르게, 더 넓게.
레온의 시야에서 움직이는 엘몬트 가 점점 느려지고, 이윽고 물속에서 움직일 때처럼 느긋해졌다.
‘됐다!’
실전에서 한 걸음 나아간 ‘눈’0] 엘 몬트를 읽었다.
레온은 그 질풍처럼 들이닥치는 검 을 홀리고, 피하고, 꺾고, 막으면서 네 걸음을 후퇴하는데 성공했다.
열세가 된 상황에서 다시 호각지세 로 되돌린 것이다.
그 의미를 깨달은 엘몬트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오러까지 썼는데 이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헬무트 교관을 바라보면서 질문했다.
“교관님, 레온이 정말 오러를 쓰지 못하는 게 맞습니까?”
“맞다. 어제도 같은 이의를 받아, 내가 직접 확인했다.”
“터무니없는….”
의미 모를 한숨을 쉰 엘몬트가 검 을 고쳐쥐었다.
안 그래도 형님에게 열등감을 품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웬 평민 나부랭 이가 그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부정적인 감정이 깃든 눈동자가 레 온을 노려보았다.
“네놈 상대로 이것까지 쓰게 될 줄 은 몰랐다.”
엘몬트는 그렇게 독백하면서 기묘 한 자세를 취했다.
하반신은 그대로 둔 채, 상반신의 절반을 뒤로 돌린 자세다. 랜스 (Lance)의 중하단 찌르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자세가 목검으로 나을 줄이야.
하나 레온은 그 자세를 마주하고서 호흡까지 멈췄다.
‘이거다.’
비전검술.
엘몬트의 상태창에서 본, 이름도 모 를 오의가 그를 상대로 송곳니를 드 러내고 있었다.
엘시드 역시 조언해줄 생각은 없는 지 침묵했다.
그가 알아서 대처해보라는 뜻이리 라.
‘어떤 종류의 기술인지도 모르니 선 제공격은 위험해. 어떻게 공격해올 까. 찌르기? 베기? 아니, 검을 던질 지도 몰라.’
레온의 눈이 불꽃처럼 일렁거렸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엘 몬트의 몸속을 들여다볼 것처럼 흰 자위에 핏발을 세웠다.
그 직후였다.
엘몬트의 상체가 마치 소용돌이처 럼 휘몰아쳤다.
훅!
그저 빠르다.
순간적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과 동시에 상반신이 돌았다. 레온은 그 속도에 전율하면서도 몸을 움직였다.
벼락처럼 들이닥치는 찌르기가 그 의 심장을 노린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