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adin of the Dead God RAW novel - Chapter (12)
12화. 성체(聖體) (4)
게벨이 도끼를 들어 올리며 묵직하게 발걸음을 뗐다. 아이작은 무심코 게벨이 베려 하는 상대를 그렸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거인, 아니, 거대한 바위였다.
게벨이 들어 올린 발을 내리찍는 순간, 도끼가 육중한 바람 소리를 내며 허공을 베어 내렸다.
부웅!
도끼날이 번뜩이며 강한 바람이 사방으로 몰아닥쳤다.
정직한 내리찍기.
도끼로 할 수 있는 간단하고 기초적인 동작이었다.
아이작은 그게 게벨이 멧돼지를 베었을 때와 비슷한 기술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통나무가 둘로 쪼개졌다. 단면은 깔끔했다. 결을 따라 쪼개져 있었지만 나무결과 직각이더라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란 것을 간단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깔끔하게 동작을 마무리한 게벨은 아이작의 놀란 얼굴을 보고 만족했다.
하지만 아이작이 놀란 이유는 게벨의 동작을 봤기 때문이 아니었다.
[성기사 기초 검술이 개방되었습니다.] [‘칼센 밀터’ 포식 효과로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하급 성기사 검술 숙련도(Lv 1) (11/10000)]‘보기만 했을 뿐인데?’
아이작은 여전히 레벨 차이 문제로 칼센 밀터의 포식 효과를 완전히 누리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뜬 메시지를 보아하니 포식 효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능력치만이 아닌 것 같았다.
‘검술의 재능…… 칼센 밀터가 가지고 있던 성기사로서의 재능.’
칼의 성자로 불리던 최고위급 성기사다. 아이작은 그 칼센 밀터의 재능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칼센 밀터를 포식하고 얻은 궁극기, ‘파수자의 등대’도 비슷한 방식으로 성장하다 보면 개방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일단 이것부터.”
“게벨 씨처럼 하라구요?”
그 말에 게벨이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흉내나 낼 수 있겠냐? 정말 똑같이 했다간 근육이 터질 수도 있다. 그냥 평범하게 내려치기 동작이나 해보라는 뜻이야.”
단순한 내려치기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동작이다. 그러나 아이작이 아무리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어도 기술이 없으면 힘센 나무꾼에 불과하다.
즉 지금은 그저 기초를 가르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동작인지는 이해한 거냐?”
문득 게벨은 아이작이 ‘내가 그걸 따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뉘앙스로 말한 것을 떠올렸다. 게벨이 펼친 기술은 사실 같은 내려치기를 수만 번 반복한 사람이 고도로 집중했을 때나 가능한 동작이었다.
게벨은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펼칠 수 있을 정도로 단련했기에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대수로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경지를 알아보는 것도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사람에게나 가능한 것이니까.
하물며 지금까지 내내 칼 한 자루 쥐어보지 않고 살아온 아이작이 알아볼 리가…….
아이작은 당연하지 않냐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게벨과 비슷한 것을 떠올린 것이다.
칼센 밀터의 재능이 자신의 몸에 스며들었다면 그의 안목 또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방금 그게 따라하기 힘든 동작이라는 건 무르지크를 데려와도 대답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아이작은 천연덕스럽게 잡아뗐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대답에 게벨은 미소 지었다.
아이작은 게벨로부터 손도끼를 건네받고는 묵직한 무게에 몸을 순간적으로 휘청였다. 하지만 간신히 발에 힘을 주고 버텨 섰다.
‘그동안 포식을 하지 않았다면 쥐고 있지도 못했겠군.’
사실 이미 아이작의 몸에 있던 멧돼지가 전부 소화되어 더 이상 임시 특전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 큰 멧돼지를 다 소화시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아이작은 몸 근육도 키도 남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간신히 도끼를 들어 올릴 수라도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아이작이 간신히 도끼를 들고 있는 것을 본 게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제는 장작에 박혀있던 도끼를 거뜬히 들어 올렸으면서 오늘은 간신히 들락말락 하고 있으니 이상했다.
게벨의 묘한 시선 속에 아이작은 일단 그가 했던 것처럼 간신히 들어 올렸다가, 한번을 겨우 베어 내렸다. 들어 올리는 것보다 땅에 닿기 전에 멈추는 것이 더 어려웠다.
후웅!
[하급 성기사 검술 숙련도(Lv 1) (22/10000)]“휴.”
“뭐야, 무겁냐?”
“아, 아뇨. 그건 아닌데.”
아이작은 몰래 촉수라도 써야 하나 갈등에 빠졌다. 전에는 쉽게 들어 올려놓고 오늘은 너무 힘들어하면 의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게벨은 오히려 속으로 안도하고 있었다.
‘차라리 그때 일이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했었다면 다행이겠군.’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그건 성체가 아니라 우연히 일어난 기적에 불과하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교단 안에서는 종종 그런 사소한 기적들이 벌어진다. 만약 그렇다면 아이작이 불필요한 관심이나 말썽에 휘말릴 일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곤 이내 자신이 기뻐하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그의 목적을 위해서는 아이작이 성체여야 했고, 뛰어난 재능으로 성취를 이루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이작이 평범하게 자라 평탄한 삶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아이작에게 검술을 가르치기로 한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게벨은 검술을 가르치며 좀 더 확실하게 지켜보기로 했다.
“다시 해봐.”
아이작은 몇 번 더 반복했다. 하지만 다섯 번도 채 휘두르기 전에 툭 도끼가 바닥에 닿는 것을 본 게벨이 웃음 지었다. 비웃음이 아닌 안도의 웃음이었다.
아이작은 그의 미소를 눈치채고는 다시 집중하며 도끼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게벨이 했던 동작을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사진처럼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 동작을 다시 한번.’
붕! 아까와는 다른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게벨의 얼굴에서 미소가 살짝 사라졌다. 여전히 아이작이 도끼를 간신히 들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지만, 도끼를 휘두르는 궤적과 기세가 남달라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니…….”
게벨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아이작은 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오직 가을비 속에서 게벨이 검을 휘두르던 궤적과, 방금 전 도끼를 휘두를 때의 모습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문득 그 궤적이 눈에 보일 듯 선명해졌다.
‘칼의 궤적만 쫓을 건가? 칼을 휘두를 때는 온몸을 써야 한다. 발끝부터 정수리의 방향, 시선, 보폭, 호흡까지 전부 신경 써라!’
불현듯 아이작의 귓가에 그런 고함이 들린 느낌이 들었다. 아이작의 기억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기억,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그 순간 머릿속에만 있던 게벨의 움직임이 번뜩이며 아이작의 몸을 지배했다.
바웅!
순간 강렬한 돌풍이 뒷마당을 가득 메웠다. 도끼는 정확히 땅에 닿기 직전 멈췄다.
“헉, 허억…….”
[크리티컬!] [집중도 높은 성취로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하급 성기사 검술 숙련도(Lv 1) (232/10000)]엄청난 향상에 아이작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 번에 180 가까운 숙련도가 올라갔다. 집중하면 할수록 숙련도의 성취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아이작은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숨을 헐떡였다. 몸 전체가 타는 듯 뜨거웠다. 전신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아이작은 자신도 모르게 지나치게 몰입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라 도끼를 떨어뜨렸다.
‘뭐지? 방금은 설마 칼센의 기억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칼센이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거나, 가르침을 받던 때의 기억 같았다. 아이작은 마지막 동작을 수행하던 순간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 가까운 상태였다.
‘내가 게벨의 동작을…… 아니, 칼센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한 건가?’
어쩌면 이름 없는 혼돈의 포식은 단순히 적의 살과 뼈를 먹어 치우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마치 타인의 경험이 고스란히 근육에 새겨진 것 같았다.
그제야 아이작은 게벨이 자신에게 뭐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뒤늦게 아이작이 돌아보자 게벨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뭐라고 하셨었나요?”
“…….”
그는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게벨은 몇 번이고 뭐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기를 반복했다. 한참 후에야 그는 얼굴에 마른세수를 하며 입을 열었다.
“다음으로 넘어가자.”
“다음이요?”
“그래, 다음, 아니 기초부터. 이건 지금 너한테 너무 수준이 높다. 기초부터 다지는 게 맞아. 우선 체력단련부터 시작하자.”
아이작은 약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지금 한 게 기초 동작 아니었나? 그냥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은 것뿐이었는데.
게벨도 자신이 어이없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작도 지금 팔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었다.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기 직전인 상황에서 검술을 단련해봤자 의미가 없었다.
한동안 고기를 열심히 구해다 먹고 몸을 단련해야 할 것 같았다.
게벨은 방금 전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아이작을 보면서 마른세수를 반복했다. 아이작이 성체라는 것이 방금 전 일로 확실해졌다.
단순히 뛰어난 재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칼센이 스무 살 때 펼쳤을 법한 숙련된…….’
게벨은 그런 생각을 했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쨌든 이것으로 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정해졌다.
그는 아이작의 삶에 아주 약간 더 끼어들기로 했다.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 아이를 돕는 대가로 그저 빛이 인도하는 길에 나의 작은 자갈 하나를 더 올려놓을 뿐이다…….’
게벨은 그렇게 속으로 되뇌었다.
***
“성체가 분명합니다.”
게벨은 다시 한번 수도원장을 찾아가 이야기했다. 수도원장은 게벨의 표정을 보고 의아해했다.
“그럼 저희가 전에 이야기한 것과 달라진 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표정이 왜 그렇죠?”
“제 표정이요?”
“굉장히…… 복잡한 표정이군요.”
게벨의 얼굴에는 기쁨과 혼란, 두려움이 뒤섞여있었다. 가까스로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오고서야 수도원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왜 또 갑자기 그런 확신을 가지신 겁니까? 도끼를 휘두르는 모습을 지켜보긴 했는데, 몇 번 휘두르는가 싶더니 지친 기색이 확연하던데요.”
“예.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게벨은 그 광경이 믿기지 않는지 얼굴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성 아르테의 강철베기 식(式)을 도끼 열 번도 휘두르기 전에 흡사하게 해내더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검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군요. 성 아르테가 1차 여명군의 영웅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성 아르테는 모든 성기사단 검술의 기반을 세우신 분입니다. 그가 창립한 성기사단은 백수십 개의 갈래로 나뉘어 세계 곳곳에 위치한 성기사단들의 시초가 되었죠.”
게벨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성 아르테의 검술이 일반 기사와 다름없던 자들을 성기사로 만든 것입니다. 흔히들 검술을 신성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고 하지요. 근본 중의 근본이기에 지금은 낡은 검술이지만 여전히 기초 단계에서는 그의 검술부터 배우는 것이 상식입니다.”
“아이작이 그 기초 단계를 하루 만에 해냈다구요?”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단순히 근력과 장비 문제로 보입니다.”
게벨은 쉬지 않고 중얼거리며 설명했다.
“제가 잘못 봤어요. 아이작에게 내려진 기적은 단순한 완력이 아니라 그 재능이었습니다. 이 정도 완벽한 재능은 오직 칼센 밖에…….”
“게벨.”
게벨의 말실수를 수도원장이 지적했다. 게벨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흥분했다지만 그 이름을 언급하다니. 게벨은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배교자의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알려지긴 했습니다만, 그자에 의해 지인들을 모두 잃은 아이와 비교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해골바가지가 되어 썩은내나 풍기고 있겠지요. 제가 실수했습니다.”
게벨은 가슴에 둥글게 성호를 그으며 죄를 뉘우쳤다. 칼센의 배교는 교단 안에 적지 않은 풍파를 일으켰다. 이 수도원은 교단 정치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어서 조용할 뿐이지, 지금 수도의 상황은 말이 아니었다.
법전에 그의 이름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소문까지 파다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어떤 신앙을 가지고 있던, 신에게서 인정받을 만한 업적을 세운다면 그는 승천하여 천사가 된다. 그중에서도 신이 기억할 만한 업적을 세운다면 신이 직접 그에게 이름을 부여한다. 이러한 격을 달성한 이들을 이름을 가졌다 하여 ‘명천사’라고 불렀다.
천년에 이르는 빛의 법전 역사 속에서도 명천사의 위계에 도달한 이는 여섯밖에 없다.
칼센이 그 일곱 번째 명천사가 되리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배교라는 믿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그렇다면 칼센은 불사교단의 천사가 되거나 명천사가 되었을 텐데, 불사교단에 새로운 명천사가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빛의 법전 교단에서는 칼센의 배교가 사실인지, 그는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찾느라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수도원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수도원장은 당장 코앞의 문제인 아이작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아이작은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일단 검술 수업은 중단하고 호흡이나 보폭, 근력 운동처럼 진짜 제대로 된 기초부터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맛보기로 고생시키다가 나가떨어지게 만들 생각이었습니다만, 이 정도 재능을 가지고 있었을 줄은…….”
“잘하셨습니다. 검술 훈련은 잠시 미뤄두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게벨은 고개를 돌렸다.
그가 결정한 일이긴 했지만 수도원장이 굳이 그렇게 말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왜죠?”
“게벨 씨, 아이작이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성체일지도 모른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작은 14살입니다. 강해지는 법보다는 인성 교육이 필요한 시기죠.”
게벨은 입을 다물었다. 그가 뭘 놓치고 있었는지 깨달은 것이다.
“예. 아이작과 대화하다 보면 가끔 어른과 대화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기꺼이 뛰어들 정도로 선하다는 것은 알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조숙하다는 것이 꼭 장점만은 아니잖습니까?”
“그렇지요. 하지만…….”
“너무 서두를 필요 없습니다. 게벨. 그렇게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면 방향에 집중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그건…… 예. 맞습니다.”
사실 수도원장은 아이들로부터 아이작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몇 가지 있었다. 수도원장이 남다르게 걱정하는 것도 그 이야기들 때문이었다.
그는 아이작이 보여 준 행동이 선하고 정의로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단단히 그 마음씨를 붙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본디 가장 뼈아픈 배교는 가장 신심 깊은 신자가 저지르기 때문이다.
방금 전 칼센의 이야기를 했었기에 게벨은 더더욱 수도원장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빛의 법전 입장에서는 그런 뼈아픈 교훈을 다시 배우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은 제가 아이작을 가르치도록 하지요. 어떻습니까?”
“수도원장님이 직접요?”
게벨이 놀란 듯 물었다. 수도원장은 작게 미소 지었다.
“아이작이 성기사가 되길 원한다면 기적 또한 배우고 싶어 할 겁니다. 제가 아이를 가르쳐본 경험은 별로 없습니다만, 그래도 부끄럽지 않은 신앙심을 보여왔다고 생각합니다. 녀석도 검술 못지않게 좋아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