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adin of the Dead God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마녀사냥 (2)
마녀들은 침묵하며 얼어붙었다.
“무례한 매너로 만찬회 분위기를 망친 건 미안하지만, 이제 끝내야겠다.”
마지막 메인 디시는 염소 머리다.
아이작은 염소 인간에게 더 이상 패가 없다고 판단, 돌연 달려들었다.
염소 인간은 발작하듯 대낫을 휘둘렀다.
쩌억. 루앗딘 열쇠가 대낫과 부딪쳤다. 대낫에 깃든 원념이 비명을 지르며 루앗딘 열쇠의 불길을 꺼뜨릴 듯 달라붙었다.
그러나 그 순간 아이작은 루앗딘 열쇠에 검기를 불어넣었다.
루앗딘 열쇠의 불꽃이 촉수처럼 넘실거리면서, 톱날이 회전하듯 주변의 모든 것을 잡아 찢고 물어뜯기 시작했다. 원념조차도 그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콰드드드득, 카득,
짐승이 생으로 뼈를 부숴 먹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원념들이 산산조각 났다. 동시에 대낫도 으스러지며 박살 나기 시작했다. 마녀들도 엘릴 기사들과 수없이 다퉈 왔기 때문에 아이작이 무엇을 발휘한 것인지 알아차렸다.
“검기! 빛의 법전의 성기사라 하지 않았나?”
무의미한 발악, 아무도 듣지 않는 비명이었다. 아이작은 단숨에 대낫을 박살 내면서 칼날을 휘둘렀다. 염소 인간의 손목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균형을 잃은 염소 인간의 몸이 휘청거렸다. 아이작은 곧바로 그 가슴을 향해 칼을 내질렀다.
콰드드드득! 염소의 가슴이 처참하게 꿰뚫렸다. 그 상처를 중심으로 마치 살과 뼈가 빨려 들어가듯이 뒤틀리며 으스러졌다. 순식간에 염소 인간의 형태가 비대칭 형태로 기울어졌다.
“아아아! 아! 아하하하, 카하하하하!”
하지만 헤카틀리 마녀들은 되려 웃음을 터뜨리며 염소 인간을 움직여 아이작의 팔을 덥석 움켜쥐었다. 그 서슬 퍼런 루앗딘 열쇠가 더욱 깊이 관통했는데도 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깔깔깔깔! 멍청한 놈! 이건 어차피 우리가 잠깐 쓰는 가죽에 불과하다!”
“이제 너를 뱃속에 담고 옮겨주지! 도착할 때쯤이면 반쯤 녹았겠지만, 살아는 있을 거다!”
마녀의 비웃음 소리와 함께 염소 인간의 배가 길게 세로로 찢어졌다. 그 안에 수백 개의 이빨과 혓바닥들이 아이작을 삼키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웃음소리가 뚝 멎었다.
이내 마녀 한 명이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염소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팔을 물어뜯어 잘라냈다. 그리곤 미친 듯이 아이작으로부터 도망치듯 물러났다. 염소 인간은 그걸로 멈추지 않고 낙엽 위를 데굴데굴 구르면서 자신의 잘린 팔과 몸 곳곳을 미친 듯이 긁어댔다.
얼마나 격렬하게 긁는지 살점이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다.
“힉, 히익, 뭐, 뭐야?! 뭐였지?!”
“뭐야! 뭔데 그래!”
“성배기사! 성배기사를 먹어야지!”
당혹스러운 마녀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아이작은 그 모습을 보고 미소 지었다.
염소 인간, 아니 그 안에 숨어 있는 마녀 헤카틀리는 숨을 헐떡이며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뭔지 알 수 없지만, 그를 먹으려던 순간 오히려 역으로 자신의 몸 안으로 파고든 게 있었다.
아이작이 자신의 피를 통해 역으로 흘려보낸 독이었다.
[부패한 천사의 독(S) / 보기 드문 천사의 시독(屍毒). 강력한 재생력과 신성성, 죽음의 기운, 저주가 결합된 강력한 독이다. 신성을 가진 존재에게 특히 더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익사자 왕의 썩은 시체를 포식하고 얻은 독은 신성을 가진 존재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헤카틀리는 고대신이기에 어쭙잖게나마 신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신 공양과 공포, 경배로 끌어모은 신성은 그녀의 힘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그 신성이 아이작이 퍼뜨린 독의 촉매가 되고 말았다.
헤카틀리는 잘린 팔 끝에서 신성이 부패해 가는 것을 느꼈다. 미량에 불과한 피였는데도 지독한 독기가 느껴졌다. 아이작을 통째로 먹으면 어떻게 될지 감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독은 오히려 친숙하다. 하지만 독과 함께 그녀의 몸을 침범하려던 ‘무언가’가 문제였다. 그것은 자신과 동류의 것이면서도 동시에 완전히 이질적인 것이었다.
“아…… 마녀는 한 명만 ‘진짜’로 온 거고, 나머지는 저주로 돕고 있던 모양이군?”
아이작의 차가운 목소리에 헤카틀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성배기사라는 허울과 분열 예식에 대한 욕심 때문에 애써 외면해 왔던 아이작의 모습이 진짜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흘낏 보았을 뿐이지만, 그의 몸 전체에 너울거리는 불길하고 형언하기 힘든 무언가가 춤을 추고 있었다.
천상과 지상이 합작한 죄악이 입맛을 다시며 다가왔다.
“오, 오지 마! 죽여버릴…….”
아이작이 그녀의 목덜미를 뱀처럼 잡아챘다. 그러나 순간 잡힌 것은 커다란 염소 가죽 한 장이었다. 그리고 저 너머에서 낙엽을 가르고 미친 듯이 내달리는 발가벗은 노파의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오래 살아남았는지는 알겠군.’
***
진짜 모습을 드러낸 헤카틀리는 목 위로 커다란 덩굴나무가 자라 화관을 만든 듯한 형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 덩굴 속에서 인간의 형태를 갖춘 것은 젊은 여자의 입술뿐이었다. 그 아래로는 수백 년 세월을 살았으리라 짐작케 하는 쭈글쭈글한 노파의 몸이 있었다.
“흐아, 아! 아아!”
하지만 헤카틀리는 도저히 몇백 살 먹은 노파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숲 사이를 달렸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달려도 그녀에게는 한참 느리게 느껴질 뿐이었다. 뒤에서 아이작이 꾸준히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지? 어떻게 따라오는 거지? 이 숲에 대해 그렇게 잘 알 리가 없는데!’
헤카틀리는 도망치는 동선에서 야생동물들을 미리 배치해 길목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그 야생동물들 사이에 아이작의 기생충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게다가 나무 위를 달리는 헤사벨 역시 꾸준하게 헤카틀리의 동선을 파악해 전달하고 있었다.
헤카틀리는 이를 악물고 숲을 움직였다.
나무들이 배치를 바꾸고 안개가 스며 올라왔다. 수십 년을 산속에서 산 사냥꾼도 길을 잃게 만드는 환각이었다. 그러나 아이작이 가볍게 손짓하자 저 너머의 색채가 피어올랐다.
저 너머의 색채는 순식간에 안개를 밀어내고 동선을 방해하는 잔가지와 넝쿨들을 잘라냈다. 아이작이 조금도 느려지지 않고 자신을 따라오자 마녀는 다시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 대체 뭐야! 뭐냐고!”
그녀의 끔찍한 절규에도 상황 파악을 못한 자매들은 그녀에게 화내며 성배기사를 잡아먹으라고 독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저건’ 그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때 갑자기 그녀 앞으로 시야가 탁 트였다.
숲이 끝난 것이다.
엘릴 왕국의 혹독한 겨울을 난 누런 들판의 풀잎들 사이로, 숲을 둘러싼 수십 명의 엘릴 기사들이 보였다. 막 야생동물의 습격을 쫓아낸 그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헤카틀리를 보고 당황했지만, 이내 곧바로 그녀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마녀다!”
엘릴 기사들은 욕설과 찬송 어딘가에 위치한 기도문을 외우며 마녀에 대적하기 위한 진형을 짜기 시작했다. 헤카틀리는 그 모습에 광포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그녀는 사나운 미소를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너희들이라도 잡아먹어야겠다!]우둑, 우두둑.
헤카틀리의 덩굴 머리 아래쪽으로 뿌리가 자라기 시작했다. 이내 순식간에 온몸을 뒤덮은 나무뿌리가 굉음을 내며 거대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가장 가까이 있던 불운한 기사가 덩굴에 휩싸이면서 헤카틀리의 몸 안으로 흡수되었다.
***
“마녀가 나타났습니다!”
“뭐라고?!”
좌익의 지휘를 이끌고 있던 모르스는 마녀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서둘러 병력을 집중시켰다. 분명 숲 안쪽에서 성배기사가 마녀를 유인하고 있다는 보고를 레이나로부터 들었는데, 갑자기 마녀가 서쪽에 나타난 것이다.
‘성배기사는 이미 당한 건가?’
모르스는 복잡한 기분을 느꼈지만 서둘러 기사들을 이끌고 마녀가 나타났다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뿌리 거인? 뿌리 거인이 헤카틀리였다고?”
뿌리 거인은 변경 지대에 나타나는 재앙 같은 존재였다. 어느 날 갑자기 변경 마을에 나타나 사람들은 모조리 잡아먹고 집들은 흔적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박살 내 버렸다. 그 자리에 그대로 늪이나 거대한 숲을 만들어 버려 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믿지 못할 정도였다.
문제는 그 뿌리 거인의 강력함이었다. 두 개 기사단이 달려들어도 처치하지 못했던 것이 뿌리 거인이었다. 만약 뿌리 거인이 헤카틀리 중 한 명이었다면, 이 마녀들은 사실 지금까지 힘을 숨기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역시나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던 다수의 병사들과 기사들은 뿌리 거인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패배하고 있었다. 이미 뿌리 거인의 덩굴에 얽힌 기사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체액을 흡수당하고 있었다.
게다가 뿌리 거인은 그것만이 아니라 저주까지 퍼부어대고 있는지, 들판 곳곳에 입에서 쥐를 토해내고 있는 기사들까지 보였다.
비슷한 타이밍에 도착한 에델레드가 창백한 표정으로 전장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거리를 벌려! 붙지 말고 불화살을 쏴라!”
지휘관 중 한 명이 패닉에 빠져 지시를 내렸다. 모르스는 급히 그 지휘관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소리쳤다.
“미친 소리! 마른 들판에서 불을 지르자고? 폐하도 계신 자리에서 마녀를 잡자고 다 같이 타죽을 생각이냐!”
“하, 하지만 장군…… 저걸 어떻게 잡습니까?”
후퇴라는 두 글자는 두 사람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오직 에델레드만이 떨떠름하게 ‘전략적 재정비’를 제안하려던 찰나, 모르스의 눈이 분노로 불타올랐다.
“전략을 생각하는 것은 적이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만이다! 당장 눈앞에 적이 나타났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뿐!”
모르스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애병인 도끼를 꺼내 들었다. 이내 그는 목이 터지라 외치며 말을 타고 돌격했다.
“엘릴! 당신이 이끄시는 전장으로 갑니다!”
결국 엘릴께서 전장의 승패를 결정해 주실 것이다. 곧 모르스와 함께 온 기사들도 함께 달려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거센 말발굽 소리가 전장의 북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심장을 두들기는 울림이 패닉에 빠져있던 기사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기사들은 본능대로 무리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모르스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큭, 으아, 아! 엘릴이시여! 당신 곁으로 갑니다!”
“으아아아! 엘릴! 엘릴! 엘릴!”
팔이 부러져 덜렁거리던 기사가 입을 크게 벌리며 뿌리 거인을 향해 달려들고, 쥐를 토해내던 기사가 오히려 쥐를 씹으며 칼을 움켜쥐었다. 심지어 매달려 체액을 빨리고 있는 기사들조차 이빨로 뿌리를 씹으며 발악하기 시작했다.
콰득, 쾅! 뿌리 거인이 팔다리를 휘두를 때마다 서너 명의 기사들이 팔다리가 부러져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목이 부러지지 않는 한 누구도 주저 없이 다시 벌떡 일어나 부딪쳤다. 칼이 없으면 이빨로, 이빨이 부러졌으면 머리로 들이받아서라도.
“약점이 어디입니까, 모르스 장군!”
“이놈은 머리가 있다! 머리를 자르면 된다!”
“놈의 키가 너무 큽니다, 장군!”
“발목부터 차근차근 잘라내라! 머리가 닿을 때까지!”
[이런 미친 자식들……!]헤카틀리는 방금 전까지 압도하고 있던 엘릴의 기사들이 순식간에 기세를 회복해 자신을 공격하는 모습에 당황했다. 엘릴 기사들과의 싸움은 늘 이런 식이었다. 이 싸움에 미친 광인들은 패배하는가 싶다가도 다 죽어 가는 순간이 오면 갑자기 광전사가 되어 달려들었다.
껄끄러운 것은 이 상태가 되면 이들에게 기적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전장의 기적이 엘릴 기사들을 휘감고 있었다.
기도문 없이 오직 피와 투쟁으로 부르는 찬가였다. 기적이 가호하는 한, 그들은 공포도 고통도 느끼지 않았다. 오직 적을 쳐죽이겠다는 의지와 신체 능력을 넘어서는 괴력뿐.
‘안 되겠군.’
헤카틀리는 애당초 적당히 몇 명 잡아먹고 그대로 서쪽으로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상태가 된 엘릴 기사들은 이겨낼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언제 성배기사가 자신을 쫓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사들과 계속 싸울 수는 없었다.
[놔라!]마침 기사들이 광포화 상태에 빠지면서 포위망에 빈틈이 생겼다. 헤카틀리는 자신에게 매달리는 기사들을 강하게 뿌리치며 그 빈틈을 향해 달렸다. 조금 벗어난 곳에서 사슴이나 무스로 변해서 도망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었다.
“어딜 도망가느냐!”
그때 모르스가 노성을 터뜨리면서 도끼를 휘둘렀다. 바로 정면에 나타난 놈이었기에 피할 수도 없었다. 상급 검술의 묘리가 발휘된 모르스의 도끼는 헤카틀리의 손을 자르면서 옆구리에 박혔다. 헤카틀리는 신경질적인 비명을 지르면서 모르스의 머리를 콱 움켜쥐었다.
갈 때는 가더라도 이놈의 머리를 으스러뜨려야 분이 풀릴 것 같았다.
그 순간 헤카틀리의 앞에 있어선 안 될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배기사!!]헤카틀리는 모르스의 몸을 휘둘러 성배기사의 몸을 함께 으깨 버리려 했다. 그러나 아이작은 가볍게 호흡을 내뱉으며 지금 이 상황에 필요한 동작을 떠올렸다.
바슐이 해변에서 보여 주었던 묘기가 떠올랐다.
칼을 꺼내면서 달려들고 찌르기까지 한 호흡.
거리도 시간도 상관없다.
크리스탈 전장 비석이 찬란한 빛을 뿜으며 아이작의 동작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이작은 헤카틀리의 목을 잡아 뜯으며 착지했다.
침묵이 들판에 맴돌았다.
콰두두두두두! 그리고 뒤늦게 몰아닥친 돌풍이 뿌리 거인의 잔가지를 부러뜨리고 기사들을 넘어뜨렸다. 일대 들판의 마른 풀잎들이 광포한 바람으로 일제히 옆으로 누웠다.
한동안 피어오른 먼지 때문에 기사들은 눈도 뜨지 못할 정도였다.
쿵.
그리고 뒤늦게서야 머리를 잃은 뿌리 거인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백 년 묵은 거목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이름 없는 혼돈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목표: ‘마녀 헤카틀리 자매(1/3)’ 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