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adin of the Dead God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당신의 정의를 보여 주소서 (5)
까드드드득.
시드리크의 레이피어 칼끝이 바닥을 가볍게 긁었다. 돌로 된 바닥에 불꽃을 튀기며 칼자국이 생겼다. 그의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 담겼다.
“그래, 이름 높은 성배기사의 실력이 궁금했지.”
아이작은 대꾸조차 하지 않고 곧바로 이삭 검술: 여덟 갈래를 사용했다.
여덟 개의 촉수를 가진 짐승이 바닥과 천장을 깨부수며 달려드는 듯한 형상이 나타났다. 시드리크는 그 무시무시한 기세에 흠칫했지만, 곧바로 칼을 움직였다.
“만 개의 칼날 사이로 꽃들이 흩날렸다.”
후욱, 하고 시드리크의 레이피어가 온 사방으로 돋아났다. 여덟 개의 궤적으로 시드리크를 집어삼키려 했던 아이작의 검은, 시드리크의 몸을 중심으로 돋아난 수천 개의 칼날에 그대로 와해되었다.
콰드드드득, 쾅! 여덟 갈래에 정면으로 충돌한 시드리크의 검들 역시 크게 바스라졌다. 고슴도치를 집어삼키려 한 짐승 같은 꼴이 되었다. 아이작은 이것이 시드리크의 상급 검술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상급 검술은 물리법칙을 위반하는 이상 현상을 일으킨다.
그리고 거기에 검기가 곁들여지면, 검세가 타인의 눈에 보이는 물리적 실체를 드러낸다. 아이작의 경우에는 다소 흉흉한 그늘진 형상이었다.
아까 시드리크가 보여 준 고슴도치 같은 칼날들도 같은 부류의 기술일 것이다.
게임에서는 단순히 방어력 무시 버프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나타나는 것은 그 이상이었다.
검기란 세계에 강제로 투영되는 검사의 의지였다. 세계라는 화폭에 칼을 붓 삼아 그림을 그린다면, 상급 검술은 화풍이며 검기는 물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리느냐’이다.
세상을 긋고, 도려내고, 부수고, 잘라 내서 무엇을 만들 것인가.
아이작은 세상이 커다란 도화지로 보였다. 그는 새로 얻은 시야 속에서, 자신이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사실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혹시 검기는 검술의 다음 단계가 아닐까? 엘릴의 기적이 아니라?’
오직 엘릴 신도들 중에서만 소드마스터가 나오기 때문에, 검기는 엘릴의 기적이라고 치부되어 왔다. 하지만 애당초 엘릴 신도가 아닌 아이작이 어떻게 검기를 쓸 수 있는가?
그러나 당장 깨달음을 얻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시드리크 역시 제법 놀란 표정이었다.
“빛의 법전 성배기사가 아니었나? 검기를 쓰다니…….”
아이작의 검에서는 흉흉한 기세의 검기가 줄기줄기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든 것을 물어뜯고 으스러뜨리는 검기는 폭력성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변에 스치는 돌조각들까지도 부수고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적당히 으스대면서 도발이라도 했겠지만, 눈앞의 상대에게 그런 여유를 보였다간 낭패를 볼 것이다.
아이작은 머뭇거리지 않고 재차 검격을 이어 갔다. 아이작이 달려오자 시드리크는 거리를 벌리며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두 사람 사이에 수십 걸음 정도의 거리가 있음에도, 보이지 않는 검격이 살벌하게 아이작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역시 검기를 날려 보내는군.’
예상했던 움직임이었다.
게임 속에서 시드리크는 화려하고 빠른 쾌검을 다룬다. 워낙에 빠른 움직임 탓에 따라잡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게다가 먼 거리에서 검기를 쏘아 날려 보낸다는, 검사로서는 사기적인 능력까지 발휘해서 플레이어들을 몰아붙였다.
그럼 붙으면 해결되는 것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덫에 걸려들게 된다.
‘근접전이 훨씬 더 강하니.’
소드마스터를 상대하기로 한 이상 각오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작이 딱히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으나, 사실 아이작과 시드리크의 검술은 일방적인 상성 관계였다.
아이작을 향해 검기를 날려보내던 시드리크는 당혹스러운 이변을 느꼈다.
‘뭐야, 이건?’
거리를 벌리고 견제 공격을 날려 보낸다고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쫓기다 보면 불가피하게 검을 맞대거나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다. 그때마다 아이작은 기이할 정도로 간격을 빠르게 좁히며 그를 공격했다.
아이작과 검을 부딪치거나 피할 때마다, 시드리크는 온몸이 무거워지는 기이한 현상을 겪고 있었다.
‘저주? 아니, 이건 마치 휘감기는 듯한…….’
아이작의 검기에는 질척하고 끈적이는 듯한 기운이 감겨 있었다.
시드리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작의 검기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검은 더 느리고 무거워졌으며, 빠져나오려고 시도할수록 더욱 감겨들었다. 소드마스터가 아니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은밀한 잠식이었다.
“큭……!”
아슬아슬한 순간, 시드리크는 아이작과 검을 맞댔다.
적당히 흘려보내며 빈틈을 찌르려 했지만, 아이작이 검을 비틀자 마치 레이피어가 아이작의 검에 엉겨 붙은 것처럼 그의 손을 빠져나갈 뻔했다. 레이피어는 간신히 붙잡았지만 아이작 앞에 빈틈을 드러내고 말았다.
“덧없이 흩날리는 꽃잎!”
아이작이 그의 어깨를 내려치려던 순간 시드리크의 모습이 사라졌다.
텅. 대신 아이작의 턱이 돌아가면서 상처가 생겼다.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시드리크가 다시 나타났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깨에 살짝 베인 상처가 마치 무언가에 물어뜯긴 듯 남아 있었다.
찰나의 순간, 시드리크는 상급 검술로 빠져나오면서 아이작의 목을 노렸다. 그러나 아이작은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시드리크의 어깨를 베었다.
시드리크는 믿기지가 않았다. 속도라면 자신 있었다. 기척을 숨기거나 공격에 기교를 섞는 것도.
하지만 아이작은 그 모든 것을 파훼하고 역으로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분명 처음에는 이 정도로 빠르지 않았던 거 같은데?’
분명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시드리크의 움직임에 확실하게 대응할 정도로 빨라져 있었다.
시드리크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설마 싸우는 도중에 내 검술을 훔쳤다고?’
***
아이작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너 아까부터 그 칼날이니 꽃잎이니 하는 이상한 말은 왜 하는 거냐? 기도문도 아닌 거 같은데.”
아이작의 말에 시드리크는 흠칫했다가 이내 사납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상하다니! 기술명이다!”
“……기술명?”
아이작도 상급 검술에 나름 이름을 붙여주긴 했지만 일일이 기술명을 외치지는 않았다.
딱히 발동 조건인 것도 아니고 유치해 보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거 외칠 시간에 그냥 칼이나 휘두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흥, 천박한 빛의 법전 성배기사가 멋에 대해 무엇을 알겠나.”
그러니까 멋 때문이란 말이지.
아이작은 서른 살 넘은 아저씨가 일일이 기술명을 외치면서 싸우는 모습을 참아 주기 힘들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살의가 무럭무럭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제야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는 생각에, 그리고 이 싸움을 길게 끌어서는 안 된다는 본능에 시드리크는 검을 꽉 쥐고 속삭였다.
“꽃으로 된 감옥에 그대를 가두고 싶소.”
“제발 닥쳐.”
텅. 시드리크의 몸이 움직였다.
아이작조차 예상치 못한 속도였다.
아까보다 세 배는 빠른 속도로 뛰어드는 시드리크의 눈앞에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갔다.
지금 그는 엘릴에게 기적을 빌었다. 축복이 흠뻑 담긴 육체는 아이작의 몸을 난자하기 위해 가공할 속도로 칼을 휘둘렀다.
투두두두둑. 시드리크는 단 한 번 칼을 휘둘렀을 뿐이지만, 아이작의 몸 주변으로 수천 개의 칼날이 생겨났다. 그의 몸을 지키기 위해 사방으로 둘렀던 먼젓번 것과 달리, 이번에는 모두 아이작을 향하고 있었다.
아이작은 칼날들이 생겨난 후에야 겨우 반응했다.
아이작의 얼굴에 떠오른 당혹감을 읽은 순간 시드리크는 승리를 직감했다.
‘이겼…….’
그러나 그때, 아이작이 팔을 들어 올렸다.
그의 뒤쪽 그림자 속에서 무언가가 번뜩이며 튀어나왔다.
헤사벨이었다.
오직 결정적인 순간을 노리고 매복하고 있던 왈라이카의 암살자가 소드마스터를 겨냥했다.
파슥. 헤사벨은 피안개로 변해 칼날의 감옥을 파고들었다.
시드리크는 헤사벨을 막으려면 칼날의 감옥을 그녀에게 내리꽂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녀를 막지 않으면 그대로 저 단검이 자신의 몸에 꽂힐 것이다.
하지만 시드리크는 여자가 내민 선물을 거절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이 수줍게 건넨 강철 꽃다발을 내 어떻게 거절할까?’
헤사벨이 들었다면 질색할 생각이었다.
퍽. 헤사벨의 단검이 시드리크의 왼손을 관통했다. 동시에 시드리크가 만들어낸 검기의 감옥이 산산조각 나 깨져 나갔다.
헤사벨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냅다 시드리크의 가슴을 걷어차 튕겨냈다.
“와! 해냈어요, 아이작 님! 지상 최강의 암살자, 최고의 음모가 헤사벨 굴마르가 소드마스터를 상대로 암습에 성공했어요!”
“……그래, 잘했다.”
아이작은 솔직히 시드리크의 검기 감옥이 자신을 감싼 순간 모골이 송연했다. 물론 그에게는 빠져나올 방법이 몇 가지나 있었다. 헤사벨이 그랬던 것처럼 피안개로 변신하는 것도 그 선택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검기는 엄연히 축복 혹은 기적의 일부다.
피안개로 변신한다 해도 상처를 입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헤사벨이 피안개로 변하긴 했지만 분명 검기에 베였을 텐데, 어떻게 그냥 통과할 수 있었던 거지?’
진실은 시드리크만이 알 뿐이었다. 그리고 그 진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헤사벨에게 걷어차여 나자빠져 있었다.
아이작은 시드리크에게서 전의가 사라진 것을 보고 헤사벨에게 맡겨도 충분하겠다고 판단했다.
그의 시선이 바로 에델레드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녹색 기사가 에델레드를 향해 칼을 높게 들어 올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이작의 눈동자가 짙은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당장 그만두지 못해!”
콰드드득. 아이작의 왼손이 뜯어지듯 촉수의 형태로 돌변하며 루앗딘 열쇠를 움켜쥐었다. 루앗딘 열쇠가 이형의 존재에 닿자마자 비명을 지르듯 불타올랐다.
알데온 성 지하를 불태울듯한 찬란한 불꽃과 열기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아이작은 이를 악물고 루앗딘 열쇠를 휘둘렀다.
모든 것에 균열을 일으키고 불규칙한 혼돈으로 바꾸는 촉수가 모든 것을 밝히고 어둠을 들춰내는 루앗딘 열쇠를 휘둘렀다.
콰드드드드득! 루앗딘 열쇠가 보이지 않는 공간의 장벽을 깨뜨렸다.
잠긴 문을 열 듯이, 천사가 만들어냈던 임시공간이 산산조각 나 흩어졌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아이작은 이제 자신이 더 이상 방청객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엘릴의 법전에 난동을 부리러 쳐들어온 불청객이었다.
“이의 있다!”
변론은 이빨과 발톱, 칼날과 불로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
“이게 무슨…….”
칼드부흐에서 불려 나온 천사, 녹색 기사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이변에 경악했다.
심판의 자리에 이교도가 난입하다니.
천사들의 판결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일 따위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천사는 그저 기계장치처럼 판결을 수행하면 그만이었다.
경악스러운 이변 뒤에 찾아온 감정은 분노였다.
“신성한 판결에 끼어들다니!”
그 순간 녹색 기사에게 에델레드와 로잘린드 따위는 중요하지도 않은 것이 되었다. 천사는 당장 이 불경한 이단자를 처치하기 위해 모든 힘을 개방했다.
콰자자자작! 그의 포효에 지하 창고에 있던 대리석 바닥들이 일제히 거미줄처럼 산산조각 나며 갈라졌다.
아이작은 오싹함을 느끼며 그만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소드마스터를 겨우 쓰러뜨렸더니, 이젠 천사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엘릴의 천사가 소드마스터보다 약할 것 같지는 않았다.
몸이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수백 번 생각하고 계획을 짜고 여러 사람들이 힘을 보태야 가능할까 말까 한 것이 천사를 상대하는 일이다. 익사자 왕을 상대할 때만 해도 투입된 사람과 성물, 배가 몇 척이었는가. 아무리 기천사라 한들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진행된 변론은 불법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재심을 청구한다!”
물론 아이작은 천사가 자신이 하는 말의 절반도 알아먹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천사가 자신이 한 말뜻을 알아들으려 노력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었다.
아이작은 바로 바닥을 박차며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가 발을 디딘 자리마다 출렁거리며 ‘저 너머의 색채’들이 홍수처럼 터져 나왔다.
“저건……?”
로잘린드의 멍한 시선이 아이작과 그의 등 뒤로 파도처럼 일어서 달려오는 저 너머의 색채로 향했다. 아이작은 기이하게 부풀어 오른 왼손으로 루앗딘 열쇠를 움켜쥔 채 강하게 녹색 기사를 후려쳤다.
쾅. 저 너머의 색채가 순식간에 그들을 덮쳤다.
콰드드드득. 어둠 너머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 사방이 저 너머의 색채에 잠긴 순간, 로잘린드는 모든 감각을 상실했다.
마치 허공에 붕 뜬 듯 위아래의 감각이 사라졌고, 손발이 마모된 것처럼 촉각도 둔해졌다. 향기도, 색깔도, 소리도, 모든 것이 아련하게 흐려져 갔다. 이 색채 너머 어딘가에서 아이작과 녹색 기사가 싸우는 듯한 소리도 멀어지고 있었다.
감각이 차단되자 선명해지는 것은 어떻게든 잊으려 했던 머릿속의 목소리들뿐이었다.
불타오르던 바다, 비명 지르며 도망치던 주민들, 비쩍 마른 손가락으로 자신의 손을 쥐던 어린아이,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피를 토하던 남편, 그 입으로 다시 용서를 이야기하던 남편, 그 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자신의 비난…….
로잘린드는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비명에 맞춰 깔깔거리는 비웃음 소리도 강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뛰고 있는지 걷고 있는지, 아니면 기고 있는지조차 확신 못 하는 상태로 움직였다. 어떻게든 목소리로부터 멀어지기 위해서. 그러나 그 목소리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였다.
그때 그녀의 눈에 누군가 들어왔다.
‘아.’
모든 감각이 흐려진 세계에서 유일하게 온전한 사람의 형상을 한 그것을 향해 로잘린드는 홀린 듯이 다가갔다.
소년은 엎드려 귀를 막은 채 흐느끼고 있었다.
소년의 귓가에 색채들이 악몽과 환청을 속삭이고 있었다. 그것은 유약한 소년을 향한 비웃음이기도 했고, 아버지의 질책, 죄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로잘린드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구원을 찾아 헤매던 사람은 자신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로잘린드는 비척대며 에델레드를 향해 다가갔다.
“괜찮아.”
그녀는 에델레드의 어깨를 붙잡고 끌어안았다. 에델레드는 흠칫 놀랐지만, 등을 다독이며 꽉 끌어안는 손길에 진정했다.
둘 중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괜찮을 거야.”
로잘린드 역시 자신이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어둡고 슬픔 가득한 세상에서 기댈 상대라곤 서로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서로를 부둥켜안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