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adin of the Dead God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심연을 들여다볼 때 (2)
빛의 법전 교단의 사제들의 나쁜 버릇 중 하나는 늦게 잠드는 것이다.
서민층처럼 양초값을 아낄 필요도 없거니와, 한밤중에도 대낮처럼 환한 조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울텐하임 성당은 한밤중에도 불야성처럼 밝혀져 있으며, 덕분에 고위 사제들은 밤에도 쉬지 않고 일하거나, 취미 생활을 즐기거나, 자기 수양을 하기도 했다.
늦게까지 자지 않고 무엇을 하는지보다 중요한 점은, 그들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은 생산성 있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남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만 할 수 있는 일들은 사제들은 하루에 몇 시간이라도 더 할 수 있으니까.
그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누적된다.
카밀은 그 시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더더욱 가치 있게 쓰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여명군이 코 앞임에도 황제와 교단 사이에서 미묘한 갈등이 일어나는 이때, 그녀가 맡은 역할은 막중했다.
“음.”
그래서 카밀은 겨우 일을 끝내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던 중, 어두운 복도에서 마주친 아이작을 보고 한층 더 피곤함을 느꼈다. 이미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매력적인 얼굴로 한밤중에 찾아오면 곤란한데요. 성배기사. 이 몸은 이미 이런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설렐 나이도 지났는데.”
아이작 정도 되는 성배기사가 방문했으면 반드시 카밀에게 보고가 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던 것을 보면, 아이작은 성당 경비대의 눈을 피해 들어온 것이리라.
“너희들은 먼저 들어가 있어라. 나는 성배기사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
성당 안인 만큼 경호를 서는 성기사는 없었지만, 수행 사제들은 있었다. 수행 사제들은 별 의심 없이 고개를 숙이고 돌아갔다.
아이작이 한밤중에 갑자기 찾아왔음에도 안전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이작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봤거니와, 설령 그럴 마음이 있다 해도 기적과 성물로 떡칠한 추기경을 해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카밀은 영리한 성배기사가 정황을 충분히 파악했다면 조금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살짝 경계심을 가졌다.
아이작은 카밀에게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카밀은 그것이 이름 없는 혼돈에 관한 자료집임을 알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이작이 입을 열었다.
“지하 묘역에서 발견한 증거입니다. 사교도 무리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과연 성배기사군요. 벌써 일을 끝마친 건가요? 그래서, 범인들은 어땠는지?”
“위험한 일에 손대고 있더군요. 엄하게 혼을 냈습니다만 그런다고 지워질 죄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녀석들은 말단에 불과했습니다.”
“말단?”
“그냥 호기심 많은 애송이들에 불과했지요. 중요한 건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들 손에 누가 무슨 목적으로 그 위험한 물건을 쥐여줬는가입니다.”
카밀은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었다. 이 노회한 족제비 같은 정치꾼 추기경은 포커페이스에도 능란했다.
“그 배후에 대해서도 알아낸 게 있습니까?”
“대략적으로는요. 하지만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어서 아직 확신할 수는 없는 상태입니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라면, 어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덮어씌우려 했다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준비했다든가, 왜 굳이 혈연관계인 사람에게 지식을 넘겼는가에 대한 것이라든가…….”
아이작은 클레르와 일당들이 의식을 벌인 것이 적어도 반년 전의 일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 정도 시간은 지나야 구시가지가에 괴담이 쌓이고 공포가 누적되었을 테니까. 아이작과 엮어서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다기에는 너무 일찍부터 준비된 일이었다.
클레르와 카밀이 조손 관계인 것도 미묘한 부분이었다.
손자가 사교도라는 것이 밝혀지면 카밀에게도 타격이 갈 수 있으니까.
이것들은 아이작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카밀은 아이작이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자,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 대화할 준비가 된 것 같군요. 아이작.”
준비? 아이작은 무슨 말인가 했지만 카밀은 그에게 등을 돌리며 따라오라는 듯 손짓했다.
“그러면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신 교리…… 아니.”
카밀은 자신이 말하던 단어를 정정했다.
“올빼미의 가르침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해 봅시다.”
***
카밀이 아이작을 인도해 데려온 곳은 울텐하임 성당의 후원이었다. 후원은 건물이 빽빽한 구시가지 한복판에 세워진 성당답지 않게 높은 담장과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로 마치 깊은 숲속에 들어온 느낌을 주었다. 성당 곳곳에 밝혀진 조명도 이 숲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카밀은 잘 깎인 잔디 위로 성큼성큼 걷다가 가운데쯤에서 멈춰 섰다.
아이작은 함정인가 생각했지만 그런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카밀은 강력한 사제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은 단숨에 태워 죽일 정도의 기적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작도 평범한 성배기사는 아니었다.
사투를 벌여서 누가 살아 나갈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누가 되든 뒷감당이 어려운 일이 될 테니까.
카밀은 어두운 나무 사이, 잘린 그루터기 위에 앉았다. 성당에서 새어 나오는 조명 때문에 도드라진 그림자가 그녀의 얼굴을 감췄다.
“볕 속에는 천사의 귀가 있다지요. 이 정도면 누가 엿듣는 일은 없을 거예요.”
“올빼미의 가르침이 그렇게 위험한 이야기입니까?”
“누가 언급하느냐에 따라 다르지요.”
카밀의 대답에 아이작은 자신이 품고 있던 한 가지 의문에 추정이 슬며시 붙는 것을 느꼈다.
카밀은 왜 손자인 클레르에게 올빼미의 가르침과 이름 없는 혼돈에 대한 단서를 알려 주었는가?
“혹시 올빼미의 가르침의 계승자가 당신입니까?”
올빼미의 가르침이라는 것은 진작에 이단으로 지정되어 검열당했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그 자료는 남아서 클레르와 어린 사제들에게 전달되었다. 아이작은 클레르를 통해 입수한 이 자료들이 너무 낡지도, 문법적으로 오래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 꾸준히 정리하고 필사해 물려주고 있다는 뜻이었다.
“가르침에 대한 계승자라는 말은 어폐가 있군요. 성배기사. 지식은 존재할 뿐이고 우리 모두는 정교한 질서 앞에 겸손한 학생일 뿐입니다. 계승자라는 말은 마치 지식을 독점하고 있다는 느낌을 줘요.”
카밀의 대답에 아이작은 확신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지만 카밀 추기경은 올빼미의 가르침에 심취한, 혹은 올빼미 본인일지도 모르는 자였다. 올빼미의 가르침은 몰라도 올빼미 본인에 대한 어떤 정확한 기록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었다.
“당신이 올빼미입니까?”
“아뇨. 올빼미는 대략 500년…… 혹은 그 이전의 인물이에요. 그가 누군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천사 중 한 분으로 추측할 뿐이지요.”
이단의 기질이 다분한 천사라니. 아이작이 기억하는 빛의 법전 천사들 중에서 올빼미라는 이름을 가진 명천사는 없었다. 그 말은 그가 이미 타천사가 되었거나, 이름을 숨기고 있다는 뜻이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등대지기와는 사이가 안 좋을 것이 분명했다.
“올빼미의 정체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중요한 건 그분의 가르침이지.”
카밀은 메마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배기사, 올빼미의 가르침이 가장 유행했던 시기가 언제인지 아나요?”
“……언제죠?”
“300년 전입니다. 백사병이 유행하기 직전이었죠.”
아이작은 입을 다물었다. 백사병이 유행하기 직전. 이름 없는 혼돈의 이름이 잊히기 전의 시기.
교단은 극도로 부패하고 대륙 전체에 종말론적인 광기가 뒤덮던 시기.
카밀은 그때 아이작이 이야기하는 신 교리, 혹은 올빼미의 가르침이 유행했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이작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쏘아붙였다.
“그때 교단은 대단히 부패했었다고 들었습니다. 올빼미의 가르침이 교단의 근본주의와 도덕적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민중의 지지를 받았겠지요.”
“올빼미의 가르침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집단은 이름 없는 혼돈의 신도들이었어요.”
아이작은 카밀의 대답을 들을 때마다 명치를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이 새끼들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도움이 안 되는구나.’
아이작은 쓰게 생각하면서 어떻게 몰랐다고 변명할까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종말론적 집단인 혼돈의 신도들과 ‘신들은 세상에 개입하지 마라’ 라고 요구하는 올빼미의 가르침은 어느 정도 맞닿을 수밖에 없다.
결국 올빼미의 가르침이 요구하는 바는 현재 세상을 지배하는 질서의 종말이니까.
“……그럼 올빼미의 가르침을 배우면서 이름 없는 혼돈의 기적을 공부하는 것은 근본 중의 근본이다, 이겁니까?”
아이작의 대답에 카밀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리가요. 저는 이름 없는 혼돈의 신도들이 올빼미의 가르침을 인용한 것은 오해석이었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질서를 연구하고 도리에 맞게 이용하는 것이 올빼미의 가르침이니까요. 다만 그런 과정에서 백사병을 세상에 불러온 것은 그들의 업보지요.”
“…….”
“그런 맥락에서 이름 없는 혼돈에 관한 연구를 하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괴물에게는 고삐를 채워야 하니까요.”
***
아이작은 그제야 클레르의 내심을 추측할 수 있었다.
클레르는 올빼미의 가르침을 배운 자로서 다른 신앙을 포함한 모든 것을 연구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빛의 법전 신도로서 다른 신앙들은 연구와 실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름 없는 혼돈조차도 마찬가지다.
카밀은 어쩌면 부모, 혹은 조부모나 선생을 통해서 올빼미의 가르침에 대해서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녀 역시 과거 클레르와 같은 과정을 거쳤고, 이번에도 우연과 실수를 가장해 지식을 계승하려 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 설령 손자가 희생되더라도 감당해야 할 문제였다.
앎의 추구는 빛의 법전 신도로서 당연한 것이고, 희생을 통해 다른 길을 찾아낼 수도 있을 테니까.
카밀은 과거의 신도들이 올빼미의 가르침을 오해석했다고 말했지만, 아이작이 보기에는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름 없는 혼돈의 신도들은 ‘신들은 인간에게 개입하지 마라’는 주장만 단편적으로 떠받들었고, 카밀은 ‘기적은 세상이 굴러가는 법칙이자 현상일 뿐’이라며 마찬가지로 한 부분만 들여다보았을 뿐이었다.
신앙의 교리를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자들이었다.
아이작은 새삼 이름 없는 혼돈에 관한 자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을 집단이 빛의 법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수백 년에 걸친 검열과 조사로 그들은 무수한 자료를 불태우면서 동시에 수집해 왔을 터였다.
“……그럼 제게 손자분에 대한 조사를 맡긴 이유는 뭡니까?”
“우선 당신의 성품을 믿기도 했고, 희생 없이 해결할 실력도 있다고 봤지만.”
카밀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말 당신이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지요.”
아이작은 신 교리를 퍼뜨리면서 이름 없는 혼돈의 기적까지 퍼뜨리지는 않았다…… 라고 하기에는 내심 찔리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빛의 법전 안에 자신의 파벌을 만들어서 분열을 일으키려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300년 전에 빛의 법전에 일어났던 일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부패한 세상을 끝장내기 위해, 혹은 세상이 더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종말을 가져왔다.
‘혹시 이름 없는 혼돈이 원하는 결과가 이건가?’
300년 전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그렇게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굳이 인제 와서 그럴 것도 없거니와, 아이작이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한다면 아이작보다 훨씬 말 잘 듣고 순종적인 존재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밀은 간단하게 그녀의 말을 정리했다.
“성배기사, 당신이 이름 없는 혼돈과 관련 없다는 건 잘 압니다.”
“…….”
아이작은 허공으로 눈을 돌려 시선을 피했다. 다행히 어두운 숲의 그림자가 그의 시선을 숨겨주었다.
“하지만 당신이 공공연히 떠들던 그 신 교리가 적지 않은 사제들의 주의를 사고 있다는 경고는 해야겠군요. 당신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교단도 무시할 수 없어요.”
카밀은 올빼미의 가르침을 배우기는 했어도 결국 빛의 법전 교단의 추기경이다. 그녀는 교단의 질서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
그녀가 이름 없는 혼돈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오로지 도구적 활용을 위해서다.
언제고 깨어날지도 모르는 이름 없는 혼돈에게 고삐를 채우기 위해서.
덩달아 아이작도 그녀에게 고삐가 채워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이작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연구 목적으로 이름 없는 혼돈의 교리를 탐구했고, 손자에게 암암리에 계승시키려 했으며, 겸사겸사 저도 같은 편으로 꾀어내려 하셨다는 거군요.”
“꾀어낸다는 표현은 조금 불편하군요. 성배기사.”
카밀은 피곤한 듯 나른하게 대답했다.
“당신의 뜻이 우리와 일치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싶었던 겁니다. 물론 굳이 다른 길을 걷겠다면, 성배기사가…… 사교도와 연관되어 있다는 누명을 쓰는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르지요.”
아이작은 웃었다.
황제가 그러는 것처럼 교단도 교단 나름대로 아이작을 같은 편으로 두기 위해서 애쓰고 있었다. 다만 황제가 이것저것 퍼 주면서 호의를 사려 하는 대신, 교단은 고삐를 채우려 들었다.
사실 이것이 압도적인 힘을 가진 교단이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이었다.
아문달라스가 보여 준 300년 전 모습에는 부유한 권력층이었으면서도 세계의 종말을 불러오려 했던 자들이 있었다.
아이작은 그들이 바로 눈앞에 있는 카밀 추기경 같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종말까지 불러들이려 했던 자들.
그들은 대재앙을 겪었음에도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주의했는데도 결국 사교도와 연관되어 있다는 혐의를 쓰고 말다니.”
“지금부터라도 교단의 지시를 잘 따른다면 괜찮아요. 그런데…… 주의했다니?”
그가 사교도와 연관되었다는 증거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듯한 말투에 카밀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이작은 카밀의 의문을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추기경님,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뭐죠?”
“그 어린 사제들에게 위험한 자료들을 넘겨주면서, 이들의 실수로 인해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란 생각은 안 했습니까?”
아이작의 질문에 카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흠, 운이 나쁘면 몇 명 죽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구시가지의 하류 인생들 몇 명이 죽어도 대의에는 지장이 없어요. 오히려 구시가지에는 출신 불명의 수상한 자들이 너무 많아서 기회가 생길 때 조금 정리하는 편이 낫지.”
“그래. 그렇군요.”
아이작은 어딘가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오래된 의문이 풀리는 것 같았다.
카밀은 자신이 풀어 버린 자료로 인해 손주가 죽는 건 물론이고 구시가지가 초토화되어 수천 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것을 모른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설령 눈앞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카밀은 눈 깜짝 안 할 것이라고 아이작은 확신했다.
그녀의 목적은 저 높은 천상에 있지, 구시가지의 시궁창에 있진 않을 테니까.
아이작은 등허리에 찬 작은 가죽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보통 원정을 나간 성기사들이 성서를 보관하기 위해 차는 가방이었지만, 거기서 나온 것은 평범한 성서가 아니었다.
카밀은 그 책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이교의 기운이 표정이 굳었다. 그녀가 수집하고 모아 왔던 자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이교의 성물이었다.
“말씀대로 좀 정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