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adin of the Dead God RAW novel - Chapter (350)
350화. 소금 사막 (3)
사막 귀신의 습격 이후, 다행히 더 이상 습격은 없었다.
병사 중 슬슬 탈진하는 자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이작이 후미에서 한 명도 처지지 않게 지켜본 덕분에 낙오하는 자는 없었다. 낙오는 곧 죽음으로 이어지기에, 병사들도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갔다.
끝없이 펼쳐진 소금 사막의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착시 현상을 일으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문득 궁금해진 아이작이 에이단에게 물었다.
“조금 멍청한 질문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는데, 소금이란 건 바다에 녹지 않나? 그런데 이 소금 사막은 바다에 접해 있는데도 어떻게 녹지 않는 거지?”
원래는 그냥 ‘신의 전지전능한 기적’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국 이는 ‘소금 의회의 신을 사막 아래서 어떻게 꺼낼 것인가’와 관련된 의문이다.
아이작이 아는 방법은 성물과 의식, 제물을 동원한 방법이지만, 그런 거 없이 그냥 소금 사막에 바닷물을 들여와 다 녹여 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에이단은 조금 난처해하는 표정을 짓다가 입을 열었다.
“저도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오면서 해안선과 해저면을 관측해 보니, 원래 미르미아 일대의 앞바다는 일종의 분지 형태를 형성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릇 모양으로?”
“예. 그러다가 등대지기가 저 태양을 띄우면서 그릇 안의 바닷물이 마르기 시작한 거죠. 그런데 수위가 내려가기 시작하니까 계속 바닷물이 새로 유입되고, 그 바닷물이 또 마르고…… 그 과정이 굉장히 빠르고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만들어진 수증기에 저주가 스며들어 악몽 해협의 폭풍우를 만들어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요.”
그렇게 간조와 만조차, 그리고 파도에 따라 바닷물이 스며들고 마르고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유입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경계면이 높아지면서 바닷물이 들어오는 속도보다 마르는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그 결과 거대한 언덕 형태의 소금 장벽이 바닷물의 유입을 막고, 스며들더라도 깊게 들어오기 전에 말라붙어 장벽의 일부가 되었다.
때문에 지금도 소금 사막의 지형은 바닷물 평균 수위보다 낮았다.
아이작은 이 재앙으로 인해 전 세계 바다 수위가 약간은 내려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정상적인 환경이었다면 하루가 지날 무렵, 미르미아가 아지랑이 너머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신기루 아닌가 했지만, 다시 가늠해 봐도 분명히 미르미아였다.
천 년 전 멸망한 고대의 도시는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가 되어서도 여전히 위풍당당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때마침 미르미아 쪽에서 일군의 무리가 말을 타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성배기사님!”
말을 이끌고 달려온 기사는 리안나 게오르크였다. 그녀가 든 성검 루미아드에서는 기분 좋은 냉기가 서늘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이작은 곧바로 대열 선두로 향했다.
“엘릴 군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습니까?”
“아, 예. 말 몇 마리가 퍼지긴 했는데 슬슬 기력을 찾고 있습니다. 인명 피해는 없구요.”
엘릴 군을 위한 온열 대책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생각에 아이작은 안도했다. 서늘한 북쪽 땅에서 온 엘릴 기사들이 더위에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강인했던 모양이다. 전장에서 칼을 수십 번 맞아도 근성으로 싸우다가 전투가 끝난 다음 죽는 자들이니 그럴 만했다.
“말씀하신 대로 폐허 치곤 건물도 제법 양호한 상태였습니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자들이 있긴 합니다만 군대 전부가 머물렀다 가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우물도 찾아두었습니다.”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후미에 다소 처진 자들을 로튼해머 경이 인솔하고 있는데, 그들의 짐을 분배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리안나의 재합류 덕분에 이사크레아 여명군의 이동속도도 한결 더 빨라졌다. 이제 그 전설적인 고대 도시에 도착한다는 사실에 들뜬 병사들은 이런저런 전설들을 속삭였지만, 그들 눈에 점점 더 미르미아의 풍경이 가까이 담기기 시작하자 점점 말을 잃었다.
천년 가까이 내내 비도 오지 않고 드나드는 사람도 없이 방치된 이 고대 도시는, 과거 재앙이 내려졌던 그 당시 그대로 미라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가까이서 본 저주받은 태양은 저 멀리 떠 있는 진짜 태양만큼 밝지 않고 붉은 색을 띠고 있었다. 불길하게 이글거리는 불꽃이 마치 눈동자의 흰자위처럼 타올랐다.
그 태양에 의해 바다가 마르면서 수위가 줄어든 덕분에, 항구였던 미르미아는 언덕 위에 세워진 요새 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한때 남부의 중심지였던 항만에는 수천 척의 배들이 바짝 마른 채 소금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배들의 공동묘지 같은 풍경에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도시 자체는 리안나 말대로 천 년이나 방치된 도시치고 제법 멀쩡했다.
무너지거나 토사에 파묻힌 건물도 있었지만, 대다수 건물이 금방이라도 사람이 나올 것처럼 멀쩡했다. 하지만 이렇게나 멀쩡한 대도시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니 더욱 기괴했다.
리안나가 몸서리쳐진다는 듯 물었다.
“여기 살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전 세계로 흩어졌죠. 도시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배를 탈 수 없으니 사막으로 도망치고, 해외에 있던 자들은 고향에서 벌어진 재앙을 듣고 돌아오려다가 가라앉고…… 그러지 못한 자들은 다른 항구에 눌러앉았죠.”
에이단이 담담히 대답했다.
소금 의회는 이 땅, 미르미아에서 시작된 신앙의 후계다. 바다를 숭배하던 미르미아의 사람들은 재앙이 내려진 후 전 세계로 흩어져 방랑자가 되어 살게 되었다.
어쨌든 그렇게 뿔뿔이 흩어진 민족 중 상대적으로 살만했던 자들은 배를 가지고 바깥 바다에 나가 있던 자들이다. 흩어졌던 민족들이 결국 다시 항구로 모여들어 몸을 의탁하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천년이나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그 혈통에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전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에이단도 어쩌면 그들의 먼 후손일지 모른다.
하지만 혈통보다는 소금 사막 아래 파묻힌 신을 꺼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소금 의회를 엮는 구심점이었다.
에이단은 만감이 교차한다는 표정으로 미르미아 상공에 떠 있는 저주받은 태양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돌아왔군요. 아직 태양은 떠 있지만.”
***
엘릴의 군대는 아이작이 부탁한 대로 숙영지를 잘 편성해 두었다.
아이작은 도착하자마자 최소한의 경계 병력을 제외하고 모두에게 휴식을 명령했다. 아이작의 휴식 명령에는 지휘관, 장교, 기사, 성기사, 사제, 병사의 구분이 없었다.
엘릴 군대는 싸움 말고도 숙영지 편성의 전문가이기도 했기 때문에, 병사들은 별 고생 없이 바로 쉴 수 있었다.
“아이작 님, 도시를 둘러봐도 괜찮겠습니까?”
그 와중에 쉬기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소금 의회 소속의 선장이자 고고학자인 에이단이었다.
아이작은 기사들보다 체력이 좋지도 않으면서 별로 쉬지도 않고 일어난 그를 보고 어이없단 표정을 했다.
“좀 더 쉬지?”
에이단은 부끄럽다는 듯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통 잠이 오질 않는군요. 제가 있는 이 장소가 어떤 곳인지를 생각하니.”
소금 의회로서도, 고고학자로서도 가슴 뛰는 장소에 도착한 그의 심장은 휴식을 거부하고 있었다.
에이단은 감회가 새롭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실 저는 소금 의회로서의 소속감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보다는 유적지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큰 편이죠. 원래 미르미아에 도착한다고 해도 꽤 신기할 것 같다는 생각 정도만 했습니다만…… 막상 보니 느낌이 다르군요.”
“느낌이 다르다?”
“예. 다른 유적지와 달리 선조들의 생활감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재앙은 갑작스럽게 닥쳐왔고, 짐을 싸거나 재산을 정리할 틈이 없었지요. 방치된 숟가락 하나, 떨어진 문짝 하나에도 당시의 상황이 전해지는 듯해서…… 병사들이 이 환경을 망치기 전에 좀 둘러보고 싶군요.”
아이작은 에이단의 마음을 이해했다.
물론 지금도 그 당시 그 상황 그대로 보존되지는 않았겠지만, 수많은 인원이 드나들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둘러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했다.
아이작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금 사막을 깨뜨려 주겠다고 호언장담하고 협조를 구했는데, 당장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으니 이런 거라도 허락해 드려야지.”
“아, 아니. 그런 뜻으로 드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장소를 뒤지다 보면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아이작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또한 자신의 교만이라는 생각에 내려놓았다.
이 게임에서 승리 선언을 보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아이작은 그저 게임을 클리어하는 방법 중 한 가지를 찾아낸 것뿐이지,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다.
“혹시 모르니 호위 기사를 붙여드리지요. 다만 위험한 것이나 의심스러운 것을 발견하면 바로 도망친 다음 제게 알려주십시오.”
“무조건 그렇게 하겠습니다.”
에이단은 아이작의 걱정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단도 소금 의회의 선장으로서 기적도 쓸 줄 알고, 여명군에 기꺼이 뛰어든 만큼 약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를 혼자 보낼 수는 없었다.
텅 빈 도시라고 하긴 했지만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소금 사막에서부터 지켜보던 그놈인가?’
일단 놈에 대해서는 투할린과 리안나에게도 말해 두었다. 그들 역시 기척을 느끼긴 했지만 크게 위협적이진 않다는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체가 뭔지 아직 깨닫지 못한 점도 있어, 에이단을 혼자 보내기에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또한 정체불명의 존재 말고도 미르미아 전체에서 어떤 위화감이 느껴졌다.
‘누굴 같이 보내야 에이단이 안전하려나?’
***
“레이나 힐드입니다! 레이나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에, 에이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작이 고른 사람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한 엘릴 기사들 중 한 명인 레이나 힐드였다. 단순 과격한 그녀야말로 잡생각 없이 임무에 집중하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내성적인 편인 에이단은 그녀의 과격한 에너지가 좀 부담스러웠다.
“미르미아에 숨겨진 고대의 비밀을 파헤친다고 들었습니다. 누굴 죽이면 될까요?”
“예? 아니, 그냥 오래된 숟가락이나 기둥 양식이나 살펴볼 생각입니다. 죽이긴 누굴 죽여요?”
“던전을 뒤지다 보면 뭘 죽이게 되는 건 상식 아닌가요?”
에이단은 자신과 레이나의 인식 차이를 알아차렸다.
자신은 오래된 폐허를 보면 ‘고대인의 지혜가 담긴 유적지’라고 생각하지만, 레이나는 ‘보물과 괴물이 우글거리는 던전’을 떠올리는 것이다. 에이단은 그녀의 상식을 어디서부터 고쳐 줘야 하나 생각하다가 대부분의 엘릴 기사들이 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 그냥 제 곁에서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따라와 주시면 됩니다. 싸울 일이 있거든 그때 나서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레이나는 씩씩하게 대답하며 에이단의 뒤를 따라갔다.
에이단은 미르미아 곳곳에 남겨진 유물과 유적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발을 딛는 곳마다 유적, 먼지만 걷어내면 유물이 튀어나왔기 때문에, 에이단의 발걸음은 세 걸음마다 한 번씩 멈추곤 했다.
처음에는 의욕 만만하게 지켜보고 가끔 먼지만 날려도 살벌하게 칼을 손에 쥐던 레이나도, 시간이 지나자 점점 지루해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녀가 기대하던 ‘던전 탐험’과 다른 것은 분명했다.
“에이단 선장님, 그, 선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중요한 일이라는 건 알겠습니다만, 좀 더 그럴싸한 것부터 하는 것은 어떨까요?”
“예? 고대인의 생활양식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음, 저는 그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저희 목적은 성지 수복입니다. 이곳에서 당분간 머물긴 하겠지만, 보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이틀 안에 다시 출정하겠지요. 그때까지 에이단 선장님이 원하시는 숟가락을 전부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이곳에 혼자 남으실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에이단은 레이나의 통찰력에 조금 놀랐지만 그녀에겐 상식적인 발언이었다. 레이나는 유물, 유적 같은 것에는 무지할지언정 보급과 진격로, 전술에 대해서는 에이단보다 빠삭하게 꿰고 있었으니까.
사실 소금 의회 소속인 에이단의 목적지는 성지 루아보단 이곳 미르미아에 가깝다. 덕분에 에이단은 자신도 모르게 이곳에서 오래 머물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에이단도 우선순위를 두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으음, 듣고 보니 맞는 말씀이십니다.”
에이단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미르미아에 처음 왔을 때부터 눈에 띄었던 한 커다란 사원으로 향했다.
저주받은 태양 바로 아래 떠 있는 피라미드 형태의 사원.
“그럼 오늘은 저쪽부터 먼저 찾아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