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adin of the Dead God RAW novel - Chapter (423)
423화. 불사 황제 (5)
“미다스의 손? 그게 뭔가? 그렇게 중요한 물건인가?”
로튼해머는 의아한 듯 물었다.
아이작은 미다스의 손이 극비로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확실히 소원을 비는 성물의 존재가 함부로 알려지면 곤란하다.
그것도 그 성물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모른다면 더더욱.
로튼해머를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자리에서는 여러 사람이 듣고 있기도 하고.
“불사 교단이 보유하고 있는 강력한 성물입니다. 불사 황제가 무기처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요.”
“아아, 음. 알겠네. 주의하도록 하지.”
로튼해머는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예민한 문제라는 것을 알아차린 듯 더 묻지 않았다. 아이작이 어린아이를 이 위험한 전장까지 데려온 이유라면 더더욱.
“안젤라, 미다스의 손이 어디 있는지 안내해 줄 수 있겠니?”
아이작은 조금 미안하다고 생각하며 안젤라에게 부탁했다.
미다스의 손이 아이작이 생각하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성물이라면 천사도 쉽게 소원을 빌지 못하겠지만,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아이작은 천사나 불사 황제, 혹은 예상치 못한 누군가가 불쾌한 소원을 빌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고 싶었다.
그리고 모두가 탐내는 성물이라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여차하면 인질로 삼을 수도 있을 테니까.
아이작은 안젤라가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가만히 아이작을 바라보다가 홀린 듯이 앞으로 나섰다. 아이작은 그녀의 동공이 크게 확장된 것을 확인했다.
성지 루아에 들어선 순간부터 안젤라는 일종의 망아 상태에 빠져있었다.
무언가 그녀를 부르기라도 한다는 듯이.
아이작은 그것이 미다스의 손이 아닐까 하며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을 확인했다.
“신전?”
성지 루아 동쪽에 있는 대신전.
워낙 거대한 건물이라 어두컴컴한 성지 루아 안에서도 잘 보였다.
대신전은 미르미아에 있는 어부의 집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피라미드 형태였다.
아이작은 지독한 기시감을 느꼈다.
노란 옷을 입은 노인이 백사병을 불러오는 의식을 치른 장소도 저곳이었다.
“아이작?”
아이작이 갑작스레 긴장한 듯 보이자 로튼해머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아이작은 괜찮다는 손짓을 하며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
비좁고 어두운 골목이 한참 이어졌다. 미적지근하고 정체된 공기와 적대적인 환경 탓에 성기사들조차 긴장감을 느끼는 듯 호흡이 거칠었다.
여긴 적진 한복판이다. 그것도 신이 다스리는.
발 한 번만 잘못 디뎌도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그러나 아무리 조용히 이동한다고 해도 내부에서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니는 망령들과 월식군, 광신도 언데드들이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들키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하늘 위에서 찢어지는 비명을 들었다.
[산 것, 날 것, 숨 쉬는 것이다!]자신의 몸에 수십 장의 날개를 이어붙인 언데드였다.
언뜻 보기에 빛의 법전의 명천사들의 외형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은 천사를 선망하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보는 사람들 눈에는 불쾌하기만 했다.
그 찢어지는 비명의 내용을 듣고서는 더더욱.
“빌어먹을. 전투를 준비해라.”
로튼해머는 달려오는 발소리를 듣고 곧바로 망치를 휘두를 준비를 했다.
“둘러싸이면 안 됩니다. 최대한 이동하면서 싸우십시오!”
아이작은 최선두에서 거리낌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골목을 벗어나자마자 곧바로 거구의 언데드 광신도가 나타났다. 키에 집착하는 듯 척추를 여러 개 이어 붙인 광신도는 아이작과 마주치자마자 허리를 잘렸다.
“게벨, 안젤라를 챙겨 주십시오!”
“알겠네!”
게벨은 곧바로 안젤라를 끌어안고 달렸다. 어차피 안젤라가 대신전으로 향하는 것은 확인했다. 그렇다면 일단 그곳까지 도착한 다음, 다시 길 안내를 부탁하면 된다.
내부에서 벌어진 소란에 언데드들이 몰려들었지만, 잠시라도 아이작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자들은 없었다.
아이작은 생각보다 언데드의 밀도가 낮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괴물들을 풀어 둔 덕분인가 보군.’
성지 루아 남쪽에는 불타는 처녀가 뚫은 것과 다른, 아이작이 괴물들을 몰고 뚫어 놓은 구멍이 있다. 아마도 불사 교단 병력 중 상당수는 그쪽에서 괴물들을 틀어막고 있을 것이다. 성지 루아가 작은 도시도 아닌데 북쪽과 남쪽, 양쪽으로 분열되어 있으니 병력 밀집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아이작이 성지 루아에 아이작이 안배해 놓은 것은 하나 더 있었다.
‘지힐렛.’
지난번 성지 루아에 왔을 때 구멍을 뚫어 놓은 아이작은, 몰래 지힐렛을 내부에 침투시켰다.
불사 황제에게 걸려서 실패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은밀성을 극도로 진화시킨 개체답게 내부에 성공적으로 숨어들었다.
성지 루아를 둘러싼 적들에 비하면 극도로 위협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평소였다면 숨기는커녕 침입하는 것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예, 주인님.’
‘적들의 위치와 상황을 알려라.’
성지 루아 곳곳에서 지힐렛이 풀어놓은 수백 마리 쥐떼들을 통해 감각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어지러웠지만 감각적으로 마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시야가 만들어졌다.
아이작은 골목을 따라 접근하는 언데드 무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곧 적이 나타납니다.”
아이작은 예언하듯 중얼거리고, 모퉁이를 지나자마자 매복하고 있던 언데드 광신도를 수직으로 조각냈다. 성기사들은 터무니없는 아이작의 혜안에 감탄했지만, 사실 그들은 아이작에게 예언 능력이 있다고 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게임 빙의자라는 예언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성지 루아, 그것도 적들 한복판에서 고립되었다는 최악의 상황이지만 일행은 아이작의 인도 덕분에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아이작은 얼마 못 가 전진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군.’
언데드들은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그들을 쫓고 당하는 척하면서 어느 한 방향으로 유인하고 있었다. 아이작 일행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분명했다.
아이작은 그 위치가 자신이 피해 갈 수 없는 결정적 위치라는 것을 알고 전략을 정정했다.
“로튼해머, 저는 여기서 북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안젤라를 데리고 먼저 대신전으로 가주십시오.”
“뭐라고? 혼자 가겠다고?”
“불사 황제가 견제하는 대상은 저 하나입니다.”
아이작은 불사 황제가 레오노라에게 미다스의 손을 넘기겠다고 한 사실을 떠올리며 말했다.
미다스의 손이 아이작에게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자에게 넘기기까지 하겠다는 것을 보면, 불사 황제를 먼저 해결하는 쪽이 순서에 맞다.
“어차피 저는 그곳에 도착하기 전에 흩어질 생각이었습니다. 먼저 가 계십시오. 곧 불사 황제를 죽여 버리고 뒤따라가겠습니다.”
터무니없는 소리에 로튼해머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지금껏 농담으로라도 저런 말을 들어본 적 있던가? 어떤 광신도도 감히 저런 소리를 지껄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로튼해머는 이내 낄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아이작이라면 죽음조차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네. 서두르도록 하지!”
로튼해머는 자신들이 함께한다고 나서봤자 발목을 잡을 뿐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천사의 격을 갖춘 이와 신의 싸움에 끼어들어 봤자 방해가 될 뿐이다.
여차하면 아이작이 도망이라도 칠 수 있게 흩어지는 편이 나았다.
***
‘자, 그러면…….’
아이작은 이사크레아 성기사단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복한 월식군을 마주칠 수밖에 없는 장소지만 시선을 끌 만한 위치였다.
[성배기사다!]아이작은 월식군이 밀집해 있는 광장 정면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아이작이 나타나자마자 매복해 있던 언데드들이 땅에서, 건물에서, 골목에서 튀어나와 공격해야 했지만 태연자약하게 홀로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고 긴장한 듯 방패를 단단히 세웠다.
수천에 달하는 언데드 병사들과 수백의 데스나이트들이 단 한 사람의 존재에 긴장하며 창칼을 세우는 모습은 우스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는 명천사들을 몇 번이나 패퇴시키고 소멸시키기까지 한 그 성배기사니까.
[성배기사, 항복해라! 네 용기는 가상하지만 이곳은 성지 루아다!]데스나이트 하나가 딱딱하게 외쳤다.
항복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제안하는 이유는 무서워서일까? 아니면 절차상 일단 말해보는 것일까?
알 노릇이 없는 아이작은 말없이 카훌린을 들어 그 데스나이트를 겨냥했다. 다음 순간, 어둠 속에서 무언가 날아와 데스나이트의 머리를 직격해 날려 버렸다.
[기습! 적들이 숨어서 공격한다! 전원 공격!]팽팽했던 긴장의 끈이 아이작의 공격으로 끊어진 순간, 일제히 언데드 군세가 몰아닥쳤다. 아이작은 건물 안쪽에서 튀어나온 데스나이트를 토막 내며, 이사크레아 성기사단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였다.
아이작이 시선을 끌어 일대에 혼란이 일어난 사이, 이사크레아 성기사단은 안젤라를 데리고 대신전으로 향했다.
마주치는 언데드도 있었지만 일단 아이작을 우선시하는 듯 많은 병력이 몰리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적당하군.’
로튼해머의 우려와 달리 아이작은 혼자가 아니었다. 아이작에게는 헤사벨과 언제든 불러낼 수 있는 혼돈의 군세가 있었다. 가장 먼저 데스나이트의 머리를 쏘아 떨어뜨려 신호탄을 날린 헤사벨이 의지를 보내왔다.
‘다른 쪽으로 유인할까요?’
‘아니. 알아차릴 거다. 일단 여기서 최대한 쏘아 떨어뜨려라.’
스르르륵.
아이작은 코앞까지 언데드 군세가 밀어닥쳐 오자, 바닥에 미리 풀어 둔 ‘저 너머의 색채’에도 의지를 가했다. 아이작의 신체 내부에 녹아서 흐르다가, 그가 부르는 ‘부름’에 응답한 혼돈의 권속들이 색채 속에서 서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
가장 먼저 뛰쳐나온 울가레가 데스나이트를 들이받았다. 울가레의 압도적인 질량을 정면에서 받은 데스나이트들은 볼링핀처럼 나자빠졌다.
머리가 반쯤 부서졌다가 다시 복구된 울가레의 머리에는 수십 개의 뿔들이 뒤섞여 있었고, 성지 루아의 성벽 파편이 섞여서 그런 건지 은은한 신성마저 느껴졌다. 울가레는 그 뿔에 데스나이트를 몇이나 꿴 채 종횡무진 돌아다녔다.
쿵! 그때 무언가 울가레의 돌격을 정면에서 막아 냈다.
세 개의 몸이 하나로 합쳐진 듯한 세쌍둥이 언데드 광신도였다.
[같잖은 벌레 놈이 힘 자랑을 하는구나! 그 머리통을 비틀어…….]울가레의 돌격을 정면에서 막아내는 그 괴력은 불사 교단 안에서도 영웅적이라 할만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괴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사사삭…… 울가레의 두터운 껍질 사이로 튀어나온 무수한 구더기와 바퀴벌레들이 순식간에 언데드 광신도의 뼈 사이사이로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불사 교단 신도들은 언데드의 육신에 치명적이기까지 한 이 벌레들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언데드가 뿜어내는 특유의 냉기 때문에 보통은 근접도 못 하거나 멀리하게 되는데, 이 벌레들은 냉기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벌레들은 헤카틀리가 소환한 권속들이었기 때문이다.
“먹어 치워라.”
바닥에서 돋아난 헤카틀리가 속삭이자 빠르게 언데드 광신도의 뼈마디 곳곳이 삭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언데드 광신도는 괴성을 지르며 발버둥 쳤지만, 이내 파삭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뼈들이 부서지고, 이내 울가레의 무게에 짓눌려 산산조각 났다.
헤카틀리는 그 언데드 광신도들을 시작으로 무수한 벌레떼를 성지 루아에 풀어놓았다. 이곳을 탐내는 사제와 성기사들이 본다면 발작할 광경이었지만, 원래 시체로 가득한 곳에는 다 어울리는 주민이 있는 법이다.
아이작은 이 정도면 충분히 시선을 끌었다고 생각했다.
그의 부름에 답해, 승부를 내기 위해 이곳까지 왔으니까.
그리고 갑작스레, 눈보라가 휘몰아 닥쳤다. 순식간에 주변에 하얗게 물들면서 도시가 빠르게 녹아내리듯 흩어지고, 언데드 병사들조차 부서지고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오래된 도시는 설원이 되었다. 아득하고 차가운 풍경이 펼쳐졌다.
말도 안 되는 풍경에 아이작은 본능적으로 ‘파수자의 등대’를 발동시켜서 밀어닥치는 기적으로부터 자신과 권속들을 보호했다. 환상인지 무엇인지는 몰라도 방어할 수단은 필요했다.
이내 흰 설원 너머로 그를 응시하는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아이작은 본능적으로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불사 황제가 그를 직접 심판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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