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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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제갈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몬 마구스가 눈에서 혈광을 일으키며 특유의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제갈사니까 노망났다는 주장에 근거가 있겠지?]다소 기묘한 말투. 저 말투에서는 미세한 분노와 더불어 그 분노를 당연하다는듯이 물릴 수 있는 노회함이 느껴졌다. 겉으로는 인간여성인척 변신했어도 그 본질은 외신과 계약한 극악한 수천년묵은 대마도사이자 마왕인 것이다. 그러자 제갈사가 훗하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약화된 삼황오제와 손을 잡기보다는 ‘외부’와 협력해서 동방세계를 공략하자는 게 스승님의 기본전략이었지요. 그 효율성은 저도 인정하는 바입니다만, 한 가지 잊으신 게 있지 않습니까?”
[뭘 잊었단 거지?]“바로 삼황오제가 약화된 근본적 원인…. 그것부터 밝혀내지 않는다면 백 가지 계책이 하나의 변수로 무력화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저 자는 충분히 그 원인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군요.”
그 말에 시몬 마구스가 힐끔 내 쪽으로 시선을 향하는 것 같더니 대꾸했다.
[저 자가 말인가?]“저런 인간형 사도에 대한 이야기는 중원에 있는동안 단 하나도 듣지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낮도깨비처럼 출현했지요. 삼황오제보다는 저 자의 존재 자체가 커다란 변수입니다.”
[…그리고 그 변수를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그대로 내쳐버리는 내가 노망났다, 그 말이로군.]“바로 그거지요.”
시몬 마구스가 침묵하다가 괴소를 흘렸다.
[크크크크…. 내가 조금 간을 보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뻔뻔하구나. 허나 그래야 제갈사라고 할 수 있겠지.]“저 자들이 이쪽의 대답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듯 하군요. 슬슬 대답을 주시는 게 어떠하실지.”
[아니. 이 일은 네게 일임하겠다.]스스스스….
시몬 마구스의 흑암의 몸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혈광을 담은 괴안이 끝까지 나를 주시하면서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소호금천의 사도 백웅이여. 제갈사의 뜻이 바로 나의 뜻이다…. 그럼 이만.]파앗
갑자기 사라져버린 시몬 마구스였다. 나는 놈의 행태가 너무 뜬금없어 보였기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제갈사가 느긋한 말투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지. 이혼대법으로 당신을 돕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들어줄 수 있겠소?”
나는 그가 앉아있는 탁자 앞의 의자에 가서 앉았고 서문혜가 내 곁에 시립했다. 나는 제갈사의 말에 반문했다.
“조건이라고?”
스윽
제갈사가 사람 좋아보이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인피(人皮)로 만들어진 기다란 종이같은 걸 내밀며 말했다.
“우리 간단한 계약서나 한 장 쓰지. 읽으면서 내 설명 들으면 아주 쉽고 간단할 거요.”
“…….”
계, 계약서?!
“아! 의심스럽게 볼 필요 없소. 난 하찮은 인간 마도사에 불과하니 설마 삼황오제의 사도에게 허튼 수작을 부릴 리가 있겠소?”
…너무나 부릴 것 같구만.
나는 제갈사의 뻔뻔하면서도 푸근한 미소에 나도 모르게 속을 뻔했기에 정신을 차렸다. 제갈사의 본질을 모르고 이 자리에 찾아왔다면 무의식중에 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인간의 손가락으로 만든 지필묵을 들지 않고 헛기침을 했다.
“허험. 장령곡주 제갈사. 그 전에 한 가지 확실하게 해두고 싶은 게 있다만.”
“무엇이지?”
“지금 당신이 보고 듣는 게 혹시 시몬 마구스에게도 흘러들어가고 있는 건가? 이것에 대해 당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해줄 수 있다면 계약서에도 내 이름을 적어주지.”
“…호오.”
제갈사의 눈빛이 다소 날카로워졌다. 그는 내 쪽으로 시선을 향하다가 말했다.
“전혀. 내 오감과 육감은 온전히 독립되어 있소. 그는 내 오감을 감시하고 싶어하지만 내가 그렇게 허술한 인간은 아니지. 그 점에 있어서는 안심해도 좋소.”
“이상하군. 그렇다면 어째서 시몬 마구스는 제갈사 당신에게 모든 걸 일임한 거지? 저 의심많은 마왕이.”
“크크. 교활한 자들 나름대로의 교감이랄까. 허튼수작만 생각하는 자들끼리는 도리어 수법이 뻔하기 때문에 사소한 걸로는 다투지 않는 법이오.”
“응?”
“계약서는 쓰기 힘들겠군.”
홱 하고 제갈사가 양피지 계약서를 자기 등 뒤로 던져버렸다.
“나를 상당히 의심하는 모양인데 어디서 내 소문을 듣고 온 건가? 그쪽이야말로 꿍꿍이를 조금쯤 털어놔 보는 게 어떻소.”
이런. 제갈사는 이미 내가 제갈사를 의심하는 기색을 눈치채 버린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를 속이려 들다가 교활하니 뭐니를 자기 입으로 꺼내진 않으리라.
‘제갈사가 나를 적대할 수도 있겠어.’
나는 약간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고 느꼈지만 일단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당신의 협력이 필요하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신뢰와 더불어 정보공유가 필요한데…. 나는 당신은 몰라도 시몬 마구스와는 섣불리 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오.”
“…….”
“그걸 위한 확인절차였소. 불쾌했다면 미안하오.”
그러자 제갈사가 손깍지를 낀 채 뭔가를 생각하다가 불쑥 말했다.
“혹시 귀하는 기억을 전송하는 술법을 갖고 있는 건가?”
“……?!”
나는 물론이고 옆에 있던 서문혜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단숨에 제갈사가 말한 추측이 본질을 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급히 표정을 숨겼으나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야?! 방금 한 얘기 중에 그걸 유추할만한 단서가 있었나?!’
아니 없었어! 도대체 무슨 맥락으로 거기까지 추측한 거야!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두뇌회전에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제갈사가 뭔가 생각하다가 말했다.
“신기한 자들이군. 간만에 보는 거물인가 싶어서 즐거워졌는데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잔챙이같은 기질이 느껴지다니….”
“으흠, 흠. 거 참 미안하게 되었구려. 근데 어떻게 그 사실을….”
“그냥 감 따라서 짚어봤소.”
“…….”
절대 그냥 감은 아닐 것이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를 비교해서 직감을 거기에 맞춘 것일텐데, 그것만으로도 제갈사는 거의 정답을 맞춰버린 것이다.
“그럼 한 가지 더. 당신의 목적은 요순을 탐색하는 게 아닐 것 같은데 설마 나를 설득하는 것 자체가 이 자리에 온 목적인가?”
“그, 그, 그게….”
제갈사의 추리력과 직감은 대체 뭐야!
단서를 줄만한 얘기도 별달리 한 것 같지 않고, 제갈사가 지금 하는 언동을 보면 내 기억을 미리 받아들인 기색도 아니다. 그런데도 고작 그 몇 마디에서 모든 걸 추리해서 정곡만 팍팍 찔러버리고 있었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두뇌회전이었기에 내가 탈력해 있자 옆에 있던 서문혜가 침착하게 말했다.
“제갈사. 맞아요. 우리는 당신을 동료로 만들기 위해 왔어요.”
“역시 그렇군. 요순은 핑계인가. 시몬 마구스가 신경쓰였나 보지?”
“모른 채하고 있어도 될 텐데 정곡만 찌른다는 건, 당신 나름대로 도박수를 걸어온 것 같군요. 우리에게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인가요?”
“크크크큭….”
괴이쩍은 웃음을 흘리던 제갈사가 음충맞은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당신이 특이한 존재라는 건 여실히 느껴지는군. 그럼 어디 한 번 나를 설득할 수단을 꺼내보도록 하시오.”
“끙…. 이거요.”
타악
나는 내 기억을 담은 흑요석을 탁자 위에 놓았다. 그리고 흑요석을 본 제갈사는 한 눈에 흥미로워하는 기색을 띄었다.
“엄청난 마력이군.”
“…이걸 매개로 당신에게 내 기억을 전송할 생각이오. 그러면 당신이 내 동료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즉시 설명할 수 있소.”
“크크큭. 묻지도 따지도 않고 기억을 받아들이라…. 당신이 엄청난 경험과 세월을 지닌 존재라는 의미군. 필설로는 설명이 힘들 정도의 아수라장을 거쳐왔나 보지?”
“그렇소.”
“재밌어. 기억 자체가 흉기(凶器)가 될 정도의 괴물이라…. 백웅이라 했던가? 그럼 설명을 해 보시오.”
제갈사의 고개가 살짝 뒤로 젖혀졌다. 어느 새 서문혜의 신형이 그의 등 뒤로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존재가 내 뒤에 와 있는 이유를.”
“짐작은 하고 있겠지만, 이 흑요석에 담긴 암기는 엄청난 것이오. 우리는 당신이 흑요석을 받아들일 경우 인간의 정신방어력으로는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하오. 당신이 아무리 강력한 사법사라고 할지라도.”
“그렇겠군. 이런 건 나라고 해도 무리야.”
“그렇기에 서문혜가 당신에게 침투할 암기를 자신에게 끌어들여서 당신에게 갈 부담을 최소화시키려 하오. 그녀에겐 그럴 능력이 있소.”
“…….”
제갈사는 뭔가를 알아차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히죽 웃으며 말했다.
“재밌군…. 정말 재밌어…. 어디 해 보지.”
“그럼 시작하겠소.”
우우우웅!!
기억 전송!!
잠시 후 흑요석을 쥔 제갈사에게로 기억이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억이 절반 정도 들어갔을 때, 갑자기 제갈사의 전신에 흑염처럼 보이는 불꽃이 일렁였다. 그게 아무래도 마력이 폭주하는 순간인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대기하고 있던 서문혜가 자신의 쌍장의 장심을 제갈사의 등에 갖다대었다.
투웅!
서문혜의 전신에서 새하얀 기운이 일어나더니 마치 빛의 알갱이가 그녀를 감싸는 듯 했다. 그리고 제갈사의 등에서 서문혜의 팔을 타고 거대한 암류(暗流)가 흘러들어갔다. 서문혜가 어둠의 기운을 흡수하는 게 약 숨을 열 번 쉴 정도동안 계속되자, 제갈사의 안색이 한결 편해진 게 눈에 보였다.
우우웅
울컥!!
“……!!”
나는 깜짝 놀라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서문혜의 눈과 입에서 핏줄기가 울컥하고 흘러내렸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적지 않게 압박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내상이 시작되었다는 뜻이었다.
“서문혜!”
“가만히 있으세요!”
내가 멈칫하자 서문혜가 이를 악물고는 말했다.
“예상이상의 힘… 이에요…. 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요….”
“강화되었다고?”
“…분명해요…. 이 어둠의 기운은… 자기 자신의 의지가… 존재하는 힘이에요….”
뭐?
“백웅 님이 끼어드시면… 더 위험해져요…. 믿고 기다려 주세요!”
“알겠소…!!”
우우우웅
잠시 후 기억의 전송이 완료된 듯 어둠의 기운이 요동치는 게 멈추었다.
“쿨룩…!!”
그와 동시에 서문혜는 제갈사의 등에서 손을 떼었고, 그때까지 참고 있었던 각혈을 했다.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시꺼먼 피가 줄줄 흐르는 게 보였다.
나는 서문혜의 완맥을 급히 잡고 그녀의 몸에 내공을 불어넣었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내면에서 느껴지는 힘에 전율했다.
고오오오
마치 어둠으로 점철된 소우주(小宇宙)가 그녀의 내면에 또아리를 튼 것 같다. 이만한 힘을 서문혜가 통제할 수 있었다는 게 경이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힘은 새까맣다는 것만 인지할 수 있을 뿐 그 힘의 본질이 도저히 기경탐지능력으로는 더듬을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도, 도대체 이 암기는 뭐야?!
다만 내 내공이 강력한 덕인지 서문혜의 호흡이 점차 안정되는 게 보였다. 내가 그녀의 경락을 도야시키며 계속해서 타력경명의 도인법으로 쓸어내리자 서문혜는 이윽고 눈을 감으며 기절했다.
‘괜찮을까….’
내가 기절한 서문혜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연 그랬군. 백웅.”
“제갈사.”
“크크큭…. 어처구니가… 없군.”
제갈사는 자신의 머리를 붙잡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약간의 광기가 서려 있었다.
“기억은 모두 이어받았다…. 그리고 지금 상황도 이해했다.”
나는 그 말에 전에 없는 안도감이 느껴지는 걸 느꼈다. 드디어 제갈사를 이번 생의 동료로 받아들인 것이다!
“제갈사! 지금 서문혜의 상태가….”
“기공을 불어넣어서 될 일이 아니야. 신력을 그대로 그녀에게 퍼부어넣어라.”
“신력을?”
“빨리 해라. 늦으면 죽을 거다.”
우웅!!
나는 급히 신력을 서문혜의 몸 속으로 불어넣었다. 아직 신력의 통제력이 없는 상태라서 정제할 수도 없었고 순수한 힘의 덩어리 그 자체였기에, 이런 걸 넣으면 보통 인간은 무조건 죽게 마련이었다. 그래서 일단은 서문혜를 기공으로 치료하려 했던 것인데, 제갈사는 그런 방법으론 치료가 안 된다고 한 것이다.
울컥!
서문혜가 누워 있다가 갑자기 또다시 피를 토했다.
“서문혜!”
“괜찮다. 방금 전과 달리 흑혈이 아닌 선혈이다.”
“그, 그렇군. 나아진 건가.”
“그녀의 신체를 침범하던 암기의 기운을 네 신력을 이용해서 서문혜가 알아서 중화시키는 중이다. 거친 방법이지만 이것 외엔 방법이 없었겠군.”
제갈사가 그렇게 말하고는 손짓을 했다.
“이리 데려와라. 침상에 눕혀서 정양시켜야 하니.”
나는 서문혜를 들어안고 침상에 눕혔다. 그리고 서문혜가 이불을 덮고 완전히 편한 기색으로 잠들자 제갈사에게 말했다.
“제갈사. 알고 있겠지만 지금 흑요석의 암기가 너무 강해서 너를 포함한 책사들에게는….”
“그래. 잘 한 선택이다. 현이는 물론이고 백련교주라 해도 지금 네 암기를 받아들이긴 불가능했으니까. 아베노 세이메이나 성진도 이 정도 힘이라면 타락했을지도 몰라. 도리어 이렇게 절묘하게 좋은 선택을 골라왔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군.”
“…어떻게 된 건지 혹시 짐작가는 게 있어?”
내가 조심스럽게 질문하자 제갈사가 말했다.
“확실한 건 이 시점에 아무것도 없다. 확실한 거라고 한다면 네가 다음에 해야 할 일이 정해졌다는 것 뿐.”
“해야 할 일?”
“백웅. 이전 생의 막바지에 황제 공손헌원은 네게 무언가를 ‘기대’했다. 네가 할 일이 있다면 황제가 내놓은 과제를 해갈하는 것 뿐이야.”
“……?”
제갈사가 비직하고 미소를 지었다.
“첫째. 황제가 내놓은 유예기간 동안에 최대한 강해지는 것. 또 하나는 바로….”
이어진 제갈사의 말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
“탁록대전(涿鹿大戰) 당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탁록대전?!”
나는 당황해서 말했다.
“그, 그건 분명 황제와 치우가 모든 걸 걸고 겨뤘던 대전쟁이고 이미 끝난 신화시대의 대전쟁이잖아.”
“맞다.”
“[작은 굴레]를 수천 년이나 돌려서 그 때로 되돌아가라는 말이야?”
“아니. 그건 불가능하지.”
제갈사가 근처의 의자에 앉아서 자신의 안경을 만지작거렸다.
“[작은 굴레]를 그만큼 되돌리는데 필요한 소모신력은 측정이 불가능할 뿐더러, 설령 되돌린다 하더라도 그 시간대는 만신(萬神)이 주시하는 중대한 사건의 완결이 일어난 시기다. 당연히 [옛 지배자]나 고대신들이 자신들의 권능으로 네가 움직인 [작은 굴레]를 원상복구시키겠지. 일단 삼황오제 전체가 가만있지 않을 거다.”
“…….”
“일단 여와가 나서서 서왕모로 널 한방에 때려죽이지 않을까.”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야?”
“큭큭…. 잘 생각해 봐라.”
제갈사는 자신의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그러더니 말했다.
“황제 공손헌원이 일부러 스스로 봉인되며 네게 유예를 준 이유. 그건 자신에게도 그게 이득이었기 때문인 거다. 놈은 그 순간 이런 식으로는 절대로 니알라토텝을 꺾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너와 손을 잡은 거야.”
“……? 어째서….”
“마지막 전투 때의 상황을 생각해 봐라. 최강의 [가면]인 니알라토텝은 놈에게 대항하려는 황제에게 그 시도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야기했었지.”
“…….”
“승천에 이르려는 황제의 가장 큰 실책이 드러난 순간이었지.”
나는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설마….”
“그게 바로 황제 공손헌원이 너를 다음 전생으로 보내주는 대신에 내놓은 과제다. 크크크큭…. 이거 참 골때릴 정도로 어렵겠군. [작은 굴레]를 쓰지 않고 탁록대전의 결과를 바꾸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
“모, 몰라.”
“크흐흐흐… 크큭….”
제갈사의 광소가 실내에 흘렀다.
“크크크크……. [큰 굴레]를 움직여서 치우(蚩尤)를 부활시키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