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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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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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 84권 9화
남쪽 대륙 화요의 봉인지가 테스카틀리포카를 부활시키는 장소라고!!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환웅의 말에 놀라서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는 말했다.
“월식을 일으키려면 흑웅의 도움을 받아 신력으로 태평요술을 쓰면 되겠군…….”
이전에는 제대로 태평요술을 대성하지 못해서 팔진도나 주변 술법사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물론 지금도 태평요술을 대성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지만, 이번에는 부족한 숙련도만큼 신력을 소모하는 걸로 때울 수 있는 것이다.
‘흑웅이 없었다면 아무리 신력이라도 어거지라는 느낌이었겠지만 지금 내게는 흑웅이 있다.’
흑웅이 나 대신에 신력으로 파생되는 복잡한 술수의 맥을 계산해주리라. 내가 힐끔 옆에 있던 흑웅을 쳐다보자 그가 자신 있게 말했다.
[맡겨 주시오. 월식 정도는 쉽게 일으킬 수 있을 것이오.]“좋아. 그건 됐고…….”
나는 손깍지를 끼며 이환웅을 바라보았다.
“테스카틀리포카를 부활시킨다 쳐도 그놈을 통제할 방법이 없지 않냐? 아까 내가 했던 질문에 대해 답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전성기 테스카틀리포카의 힘을 가늠해보자면 분명히 삼황오제급 반열에 올라있는 악신이 분명하다. 멤피스 영계 만신전의 신들이 합공을 해서야 잡을 수 있었을 정도면 전 우주에서도 알아줄 만한 강함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를 대책 없이 부활시킬 경우 도저히 통제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이환웅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백웅. 당신은 눈앞의 일에 급급해서 디테일을 잘 생각하지 않는군.”
“뭐? 디…… 뭐?”
이환웅은 천천히 뒷짐을 지고 걸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오시리스가 [태양신의 배꼽]을 우리에게 내어준 저의부터 생각해보자고. 정말 [태양신의 배꼽]이 테스카틀리포카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있었다면 오시리스가 아무리 내기라 할지라도 당신에게 그 유물을 내어줬을까?”
“으음…….”
“오시리스는 [태양신의 배꼽]이 테스카틀리포카의 사악한 주술이 잠들어있는 시한폭탄이라고 짐작하고 있을 뿐 그 자체가 테스카틀리포카의 부활을 촉진하는 걸로는 생각하지 않아. 오시리스가 그렇게 확신할 정도라면 [태양신의 배꼽] 자체가 테스카틀리포카의 신체가 봉인된 물건이 절대 아니란 소리야. 영계 만신전이라면 악신의 신체를 따로 봉인해뒀겠지.”
“……그렇다면 [태양신의 배꼽]을 울루루에 갖고 가서 해제한다 해서 테스카틀리포카가 부활할 거라는 네 추측도 틀린 거 아니냐?”
내 반문에 이환웅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시리스는 모르고 당신은 알고 있는 사실이 따로 있잖아.”
“그게 뭔데?”
“테스카틀리포카가 홀로 완전한 악신이라 생각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사실 테스카틀리포카는 [어둠]이자 음(陰)에 속하는 존재. 그 존재와 함께 공존하는 [빛]이자 양신(陽身)이라 할 수 있는 존재가 따로 있다는 걸 아는 건 당신뿐이잖아?”
나는 이환웅의 말에 무섭게 얼굴이 굳어졌다.
“케찰코아틀!! 설마…….”
“바로 그 설마야.”
이환웅은 [태양신의 배꼽]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내 생각에 저 유물은 테스카틀리포카가 봉인되기 전에 자신의 [빛]이며 양신인 케찰코아틀을 따로 뽑아내서 봉인한 거라고 보여. 그리고 케찰코아틀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존재였으니 오시리스 측에서도 그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거다.”
“……!!”
“테스카틀리포카의 속내를 유추하자면, 어차피 봉인될 바에는 양신을 밖으로 내보내고 그 양신이 언젠가 봉인이 풀려서 부활하면서 힘이 강해진다면 그 상승활력을 이용해 봉인에서 풀려나겠다는 계책 아니었을까 싶군.”
저 둥글둥글한 게 정말로 케찰코아틀이라고?!
나는 믿기지 않는 눈으로 [태양신의 배꼽]을 쳐다보다가 핫 하고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잠깐…… 네 말이 맞다고 쳐도 그럼 월식을 일으켜서 공양한다면 테스카틀리포카가 아니라 케찰코아틀이 부활하는 거 아니냐? 저 안에 들어있는 건 케찰코아틀이잖아.”
“……당황하지 말고 순서를 잘 생각해보라고.”
이환웅은 한숨을 쉰 후 말을 이었다.
“케찰코아틀이 들어있는 유물을 [공양]한다는 건 우주의 섭리에 바쳐진 공물이 사라진다는 뜻이지. 그러므로 케찰코아틀을 공양해서 케찰코아틀을 부활시킬 수는 없다. 반대로 양신 케찰코아틀을 공양했더니 음신 테스카틀리포카가 부활한다고 생각하는 게 인과율의 이치로 볼 때 맞지 않아?”
“아……!!”
“당신이 공양의식을 진행한다면 양신 케찰코아틀이 희생하고 그 대신 악신 테스카틀리포카가 부활할 거야.”
나는 이환웅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써보았다.
그리고 간신히 상황을 이해한 후 말했다.
“……그거,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뭐하러 착한 케찰코아틀을 공양해서 악신을 부활시키냐고!! 듣고 보니 뭔가 이상하잖아!”
케찰코아틀은 외우주에서 싸울 때 내 편을 들어서 니알라토텝에게도 덤벼들었던 착한 놈이었고, 테스카틀리포카는 그와는 반대로 내게 수백 수천의 마법을 퍼부었던 사악한 악신이었다. 그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케찰코아틀을 희생해서 악신을 부활시키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이환웅이 침묵하자 나는 거세게 말을 이었다.
“그럼 그냥 [태양신의 배꼽]의 봉인을 해제해서 케찰코아틀만 부활시키자고!! 그게 백 배는 낫잖아.”
“흐음. 그 말을 할 줄 알았어…….”
이환웅은 끙 하고 앓는 소리를 하다가 대꾸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 차선책을 말한 거뿐이야.”
“뭐? 불가능?”
“영계 만신전의 오시리스도 [태양신의 배꼽]에 걸려 있는 주술의 정체를 몰라서 포기했잖아. 그 말은 수백 명이나 되는 고대신 집단조차도 풀 수가 없는 주술이란 거야. 왜냐하면 테스카틀리포카의 마지막 희망이 담겨 있는 양신이기 때문에 그자의 모든 지혜와 마력을 모은 봉인일 테니까 말이지. 그런 걸 지금 당신이 무슨 수로 풀어?”
“…….”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만 년은 걸릴 게 분명해. 아니, 원래 필멸자는 엄두조차 못 낼 일이지.”
내가 할 말을 잃자 이환웅의 말이 이어졌다.
“어차피 양신인 케찰코아틀은 악신 테스카틀리포카보다 기본적으로 약해. 그렇다면 케찰코아틀을 희생해서 테스카틀리포카를 부활시키고, 그 테스카틀리포카와 손을 잡아서 빠르게 당신의 세력을 불리는 게 훨씬 현실적이잖아.”
“아니, 젠장…… 시도도 안 해 보고 포기하는 게 어딨냐.”
“내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같기때문에 시도를 할 가치를 못 느낀 거뿐이야.”
단정적으로 말한 이환웅은 지그시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이제 와서 선신(善神)이든 악신이든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 이미 [옛 지배자]든 고대신이든 가리지 않고 두루 친하게 지내고 있잖아? 그럼 효율성으로 따질 때 굳이 케찰코아틀일 필요도 없어.”
“……!!”
“통제할 방법을 내게 물어봤지만 사실 테스카틀리포카를 부활시킨 후 그 자에게 부활시켜준 인과율을 내세워서 똑같은 방식으로 주식회사에 끌어들이면 그만이야. 그리고 사실은 딱히 통제할 필요도 없잖아.”
“통제할 필요가 없다고?”
“당신의 실력이면 갓 부활한 테스카틀리포카에게서 도주하는 건 굉장히 쉬운 일. 어차피 인류도 원시인인 시대인데 악신 하나 부활했다고 뭐 크게 달라질 게 있나? 그 이상의 괴물들이 횡행하는 시대인데 딱히 부채감 가질 필요도 없으니 리스크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
“…….”
“부활시켜주고 나서 딜을 해 보고, 안 받으면 말고…… 그냥 그것뿐인 얘기.”
이환웅은 마치 물 흐르듯이 말했지만 나는 놈의 정신세계가 이해되지 않아서 멍해졌다.
‘이…… 이 녀석…… 윤리관이라는 게 보통 사람과는 달라!!’
지극히 효율과 결과에만 집중하는 사고방식!
어떤 면에서는 제갈사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었지만 제갈사와 다른 점은 이 녀석은 자신의 선택에 전혀 사심이나 가치관을 섞지 않았다. 기계적으로 효율 그 자체만 추구하며 선악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다는 점에서는 제갈사와 달랐다.
…… 왠지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놈을 겪었던 것 같은데…….
나는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그래도 나는 가능하면 케찰코아틀을 부활시키고 싶어!! 다른 방법은 없겠냐?”
“으음…….”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책사라면 현실적인 방안만 생각하지 말고, 현실을 타파할 수 있는 신기묘산을 내보라고!!”
“자기가 머리 쓰는 거 아니라고 별 소릴 다 하는구만…… 미래 사회에서는 당신 같은 상관이 제일 기피당한다고.”
뭔가 질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이환웅이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냥 소녀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긴 하지.”
“아! 그럼 당장 소녀한테 가자고.”
“잠깐. 아무리 소녀가 아군이라 해도 녀석에게 도움받는 건 전부 빚이라고 생각해야 돼. 속내를 알 수 없는 놈에게 어디까지 신세 질 생각이지?”
“…….”
“당장 급한 일이 아니니까 최대한 우리 힘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그것도 일리가 있군.”
“흑요석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해. 난 기억전송을 받지 않았으니 당신의 기억이 가진 디테일을 모르는 게 많아.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좀 알려줄 수 있겠어?”
“흑요석…… 이라면…….”
나는 기억을 열심히 더듬어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뭔가 생각나는 게 있어서 외쳤다.
“[검은 태양]이란 놈이 말하기를 성좌의 힘을 담은 흑요석을 쓰면 월식에 가장 강대한 축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한 적이 있어!”
“흠……!!”
분명 28번째 삶에서 사공린의 기억 속에서 그랬던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 내 말을 들은 이환웅이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데 전후 사정을 설명해줄 수 있겠어?”
나는 28번째 삶에서 사공린의 기억 부분을 상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이환웅은 그 얘기를 듣고 뭔가를 중얼거리며 생각하고 있다가 말했다.
“……그렇군. 그럼 가능할지도 몰라.”
“방법이 있겠냐?”
“있을지도 모르겠어.”
이환웅은 잠시 후 눈을 빛내며 말했다.
“레무리아를 찾아보자!! 그럼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레무리아?”
그게 뭐였지?
나는 언뜻 기억이 안나서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이환웅이 말했다.
“당신이 방금 얘기하면서 아틀란티스의 제왕인 오레이칼코스가 레무리아 얘기를 했다고 했잖아. 그리고 레무리아와 아틀란티스 문명의 차이는 성좌(星座)였다고.”
“아, 그랬지.”
“레무리아의 제왕은 성좌에서 내려온 존재. 또한 고대신의 대리인. 그 사실을 생각해보면 ‘성좌’의 힘에 가장 강력하게 반응하는 흑요석에 대해서도 뭔가 다른 걸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호오!”
“그리고 나라면 레무리아의 제왕과 만나서 쉽게 교섭할 자신이 있어.”
“어?”
이건 또 무슨 자신감이지?
내가 어리둥절해서 이환웅을 쳐다보자 그는 자신 있게 웃으며 말했다.
“이걸 보라고.”
위잉!!
다음 순간 이환웅의 몸 근처에 기묘한 기계가 소환되었다. 그것은 내가 알고 있던 그 어떤 문명의 기계와도 상이하게 생겼는데, 쳐다볼 때마다 그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았다. 공간 자체가 뒤틀려 있는 것 같은 그 기계는 보는 이를 섬뜩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건…….”
“초고대 아티팩트인 레무리아 코덱스(Lemuria Codex)야. 내가 살던 시대에는 레무리아가 이미 멸망해서 레무리아 황제의 유물이 깊은 바닷속에 잠들어있었는데 인류가 외계인과 싸울 수 있는 고대문명의 유적을 탐사하면서 레무리아 코덱스를 찾아냈지.”
“으음……!!”
“이건 상대가 어느 차원으로 가든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데다가 또 다른 능력이 있는데…… 그건 좀 있다 얘기해 주지.”
“뭐 대단한 거라고 숨기냐?”
“아마 레무리아를 찾는 과정에서 반드시 보여줄 것 같거든. 크크.”
“흠.”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렇게 된 거 어디 레무리아라는 걸 찾아보자고.”
“알았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위잉!!
다음 순간 이환웅이 레무리아 코덱스를 자신의 손바닥 위에 띄우며 뭔가 기묘한 고대어를 영창했다.
[사용자 제어코드 0000. 레무리아 황제의 좌로 돌아가리라!]슈아아악……!!
그리고 레무리아 코덱스에서 무지갯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허공에 어딘가로 향하는 차원의 문을 만들어 내었다. 이환웅은 그 문을 슬며시 쳐다보다가 내게 손짓했다.
“먼저 들어가 봐.”
“왜 내가 먼저 들어가지?”
“이건 레무리아 황제의 황실에 직접 들어가는 제어 코드거든. 근데 너무 위험할 거 같아서 인류가 이 코드를 시험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모르거든…….”
“하, 알았다.”
하긴 고대문명의 함정이라면 충분히 두려워할 만했다. 그러니 신력의 힘으로 그 대부분의 함정을 무시할 수 있는 내가 먼저 들어가는 게 맞으리라.
쑤욱
내가 무지갯빛 차원문의 안쪽으로 들어오자, 나는 정적으로 가득 찬 거대한 궁전에 서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흑웅을 시켜서 이곳에 위험이 있는지 감지하게 했고, 흑웅이 괜찮다고 하자 이환웅을 데리고 들어왔다.
고오오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문명의 건축양식과도 다르군…….’
나는 감탄하며 레무리아의 황실을 둘러보았는데 이환웅은 그때 다시금 레무리아 코덱스를 소환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코덱스를 향해서 명령했다.
[사용자 제어코드 0003. 확률변동 개시!]촤아악
다음 순간 사방에 물이 뿌려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이환웅의 몸이 반투명하게 변한 것 같았다. 나는 이환웅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는데, 이환웅은 순간 눈이 날카로워지며 말했다.
“……왔다!! 저게 바로…….”
쿠웅!!
어두운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괴인이 난데없이 우리의 눈앞에 출현했다. 그 괴인은 말 그대로 시공간이 왜곡된 상태에서 나타났고, 괴인의 우묵한 눈이 나를 내려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괴인이 입을 열었다.
[너희는 누구이길래 레무리아 황제의 인장을 가지고 황실을 침범했느냐?]나는 그 괴인을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나는 백웅이다. 혹시 네가 레무리아의 황제냐?”
[…….]잠시 후 괴인은 천천히 대꾸했다.
[그렇다. 그대의 소문은 듣고 있었지만 무슨 일인가? 위대한 자 백웅이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