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1748)
전생검신 92권 18화
신왕 데미우르고스?
나는 전혀 뜻밖의 말에 눈이 둥그레 질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흉신의 부하가 데미우르고스라는 이야기를 들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장내의 상황을 살피며 제갈사에게 물었다.
“데미우르고스라니……? 무슨 소리야.”
제갈사는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 듯 빠르게 말했다.
“네 기억을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다. 천사들의 세계에 다녀왔겠지. 지금 몇 계(界)냐?”
나는 갑작스러운 제갈사의 말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윽고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아채고는 대답했다.
“3계 호드(Hod)를 통과했어.”
제갈사가 말하는 것은 바로 세계수 세피로트의 시험!
제갈사는 이혼대법의 종사이자 동시에 이계(異界)의 마법체계인 세피라에 속해 있는 마법사였기에 세피로트의 시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수련세계에서 수련하던 중 세피라에 도전하여 3계 호드까지 통과한 적 있었던 것이다. 내 대답을 들은 제갈사가 조금 놀란 듯 말했다.
“마법수준이 그렇게 처참하게 낮은데 3계라? 보나 마나 힘으로 다 찍어누른 거겠지만 대단하군.”
나는 간만에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서 씩 웃었다. 세피라 3계를 오르면서 했던 고생이 생각났기에 괜히 보람이 느껴진 것이다.
“하하.”
“아무튼 세피라 3계면 충분히 최고위 마도사다. 지금의 너와 함께라면 해 볼 만하겠군.”
그렇게 제갈사가 중얼거릴 때였다.
쿠콰콰쾅……!
[크아아앗.]축융의 시꺼먼 채찍이 영활하게 천공을 휘돌면서 마치 하늘을 나는 뱀처럼 쉴 새 없이 얄다바오트를 공격했다. 그러나 가만히 서 있을 뿐인 얄다바오트는 그 모든 공격을 맨몸으로 방어도 하지 않고 그냥 맞고 있을 뿐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의 몸에는 아무런 상처가 나지 않고 마력의 충격 때문에 폭음만 연신 폭죽처럼 울릴 뿐이었다.
‘저게 말이 되나?!’
축융은 보통 놈이 아니다. 저놈은 마신의 반열에 올라있기에 저 채찍 또한 강한 신력(神力)을 머금고 있었고, 웬만한 신격에게는 충분히 치명상을 줄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나도 축융의 채찍에 잘못 걸리면 설령 만전의 상태라 하더라도 산 채로 전신이 찢길 텐데 얄다바오트는 전력을 다한 축융의 채찍을 아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런 축융을 도와서 옆에서 마신 열이 강력한 주술을 펼쳐내고 있었지만, 그 또한 얄다바오트에게는 아무런 효력이 없어 보였다. 그 광경은 상당히 이질적이면서도 압도적이었기에, 아군 사도들은 광증에서 조금씩 정신을 차렸음에도 감히 얄다바오트에게 덤벼들 생각조차 할 수가 없는 듯했다. 축융과 열만큼 강력한 마신들조차도 얄다바오트에게 유효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자칫하면 상황이 꼬여서 아군만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력이 안 통하다니!’
다른 강력한 마신들도 많이 본 적 있지만 저건 좀 이상해!
격 차이로 찍어누르거나 더 상위기술을 써서 막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아예 신력 자체를 무시하는 경우는 이질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경악한 눈으로 전황을 보고 있을 때 제갈사가 말했다.
“봤나? 모든 신력을 무시하는 저 능력은 보통이 아니야. 우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신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다.”
“저놈만의 특수한 권능인가?”
“권능의 종류만 달라서는 타 신력을 무시할 수 없지. 저자가 데미우르고스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갈사, 뭔가 알고 있는 거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흠집 하나 낼 수 없는 상대이니 이쪽도 외법(外法)을 써야 한다는 뜻이지.”
제갈사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비술(秘術)을 시행할 거다. 일단 세쓰(seth)를 열고 삼주(三柱)를 떠올린 후 생명력을 자신의 상단전(上丹田)에 집중시켜라.”
“……어?”
“못 알아들었나?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는데…… 네가 세피라 3계에 도달한 자라면 이 정도는 알아들어야 한다.”
제갈사의 말에는 조롱이나 비웃음보다는 절박함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갑작스러운 제갈사의 말에 당황하면서도 제갈사의 절실함을 느꼈기에 빠르게 머릿속에 세피로트의 지식을 떠올렸다.
‘그래…… 세피로트의 기본은 바로 전신에 거미줄처럼 뻗쳐 있는 회로인 세쓰(seth)! 그리고 삼주란 무한, 승화, 지배의 속성을 이용해서 정신세계를 연마하고 상단전을 강화시킨다…… 비유하자면 세쓰는 기경팔맥이고 삼주는 내공심법 같은 거지…….’
그리고 생명력을 상단전에 집중시키는 건 그동안 세쓰를 수련해서 세계수에 생명력을 바치면서 수없이 연습했던 일이다!
“해 볼게!”
간만이라서 잠깐 잊고 있었던 세피라 수련의 원리를 되새긴 나는 바로 뇌룡일기공의 생력내단(生力內丹)을 만드는 방식으로 세쓰를 운용해서 삼주를 인식한 후 세쓰로 모인 마력을 생명력으로 변환시켰다. 그리고 상단전에서 그 생명력이 감응하는 순간 나는 이전처럼 상쾌하게 내 머릿속에서 아직 개척되지 않은 영역이 잠시동안 환하게 비춰지는 걸 느꼈다.
우웅
내가 제갈사의 말에 따르자 그는 내게 손바닥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행할 기술은 내 스승인 시몬마구스가 마법의 신 헤르메스에게 반역하려고 만들어낸 최악의 마법이다. 그 이름은 윤회부정(gilgul sitra)이라 하지.”
“뭐?!”
“비술이 시작되면 알게 될 거다. 그 상태로 나와 손바닥을 마주치면 된다.”
“알았어.”
자세한 설명이 없었지만 나는 제갈사를 믿기로 했다. 지금 매 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 건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앙
나와 제갈사의 장심(掌心)이 부딪히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나는 다음 순간 나와 제갈사의 영혼이 육체에서 잠시 벗어나서 영계(靈界)로 확 튀어 나간 기분을 느꼈다.
[으오옷?!]이게 뭐지?! 그냥 영체 상태가 된 건 아닌 거 같은데!
나는 영체가 되어본 적도 꽤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영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몸과 제갈사의 몸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굳어 있었다. 심지어 우리뿐만이 아니라 저만치에 싸우고 있는 얄다바오트와 축융, 열조차도 멈춰있었으며 사도들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정지?] [아니. 그냥 우리가 세계수 세피로트의 채널(channel)에 접속해서 다른 시공간의 법칙을 공유하게 된 거다. 우리의 정신만이 무척 빠르게 흘러가고 있을 뿐이야.] [제갈사!]내 앞에는 제갈사의 정신체 같은 게 보였다. 제갈사와 똑같이 생겼지만 반투명한 영체처럼 보이는 그 형태는 마치 유령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야 설명할 시간이 좀 생기는군.]제갈사는 나를 보며 신기하다는 듯 약간 감탄한 듯한 소리를 내었다.
[호오…… 설마 했지만 내공수련의 수법으로 세계수에 생명력을 공양하는 방식이었던 건가? 마법의 신 헤르메스도 그 제자 시몬 마구스도 사법(邪法)과 인신공양 외에는 방법이 없다 판단했는데 무식하게 정법(正法)으로 수련해서 3계에 오르다니.] […… 어? 설마 나 잘못 수련한 거냐?] [그럴 리가. 너는 전무후무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세피로트의 종사(宗師)이다. 넌 이미 마법의 신이 갈 수 없었던 길을 가고 있다.]그렇게 대꾸한 제갈사는 저만치에 있는 얄다바오트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백웅. 우선 데미우르고스가 무엇인가부터 말해주마. 그래야만 이 전투가 끝나고 나서도 네게 남는 게 있을 테니까.] [제갈사. 너는 그게 뭔지 알고 있는 거냐?] [나도 정확하게는 모른다. 그저 시몬마구스에게 들었던 정보와 고대의 마도서를 이용해서 추측했을 뿐…… 정확하지도 않은 걸 섣불리 이야기해봤자 전생자인 네게 해만 되니까 그동안 이야기하지 않았던 거지. 하지만 저 괴물을 상대하려면 겉핥기나마 모르고서는 이야기도 안 되니 어쩔 수 없군.]그렇게 중얼거린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데미우르고스란 외신(外神)이 되기 위한 승천(昇天)에 도전할 수 있는 자…… 혹은 이미 도전한 자를 의미한다. 그것만큼은 확실해.]나는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뭐……! 그러면 황제나 흉신도 데미우르고스란 말이냐?] [ 아니, 조금 다르다. 그들은 원래 너무나 위대한 존재들이라서 자연스레 자격이 주어진 것에 가깝지만…… 데미우르고스는 그 존재 자체가 자격이다. 시몬 마구스의 비망록에서 알아냈던 사실이지.] [존재 자체가 자격이란 건 무슨 뜻이지?] [그건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다만 헤르메스와 시몬마구스의 대담(對談)에서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지…… 우주가 탄생하기 이전의 태초에 여러 명의 데미우르고스가 한꺼번에 탄생한 적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그 세계의 [신]이 되었고 나머지는 저마다의 길을 걷게 되어 버렸다고. 그리고 [신]을 제외한 모든 데미우르고스는 영원히 타락하여 두 번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제갈사는 잠시 침묵하다가 얄다바오트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데미우르고스 중 하나의 이름이 바로 저 반역의 마신왕, 얄다바오트다.] [……!] [네가 갔다 왔던 메타트론이 있던 세피로트의 천사계…… 바로 그곳이 마신왕 얄다바오트의 근원(根原)이라는 말이지. 그래서 세피로트의 마도사인 나는 얄다바오트의 자기소개를 듣자마자 알 수밖에 없었다.]나는 제갈사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저 괴물이 천사였다는 말인가?!’
아니 저걸 어떻게 천사라고 할 수 있지?!
저런 끔찍한 악신을!
나는 제갈사가 말해준 의외의 사실에 놀라고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저놈이 세피로트 출신인 건 그렇다 치고 신력을 무시하는 능력은 어떻게 갖고 있는 거야?] [백웅. 너는 세피로트의 세계수 안에서 직접 수련했다고 했지. 세계수의 특징이 기억나지 않는가?] [세계수의 특징?] [세계수 내에서는 신력을 쓸 수 없다.] […… 아!]나는 제갈사의 말에 그만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생명력을 공양하다가 세피라의 [문]에 도전할 때 불꽃의 천사인 세라핌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세라핌이 내가 사이탄을 부활시키려 하다가 실패하자 했던 말이 기억난 것이다.
[그대는 위대한 신의 권능을 쓸 수 있는 모양이지만, 이곳은 세계수 세피로트의 품 안이오. 이곳에서는 외신이 아닌 한 그 어떠한 지배자도 권능을 쓸 수가 없소. 세계수가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신력을 모조리 분해해 버리기 때문이오.]그랬다. 세계수 세피로트 내부에서는 모든 지배자의 권능과 신력이 분해되어 버린다!
내가 그 성질을 떠올리자 제갈사의 말이 이어졌다.
[…… 그리고 마법의 신과 시몬마구스가 나눈 대화에 따르면, 그 세계 출신의 모든 데미우르고스는 세계수의 성질을 공유하지.] [세계수의 성질을 공유한다는 건 설마…….] [그래. 데미우르고스 얄다바오트의 전신은 세계수와 똑같이 모든 권능을 분해할 수 있는 거다. 저놈의 몸 자체가 세계수나 다름없지.] [……!]나는 그만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세…… 세계수의 성질을 가진 신(神)?! 그딴 게 있을 수 있다고?!]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세계수와 신격이 별개라고만 생각했지 설마 세계수의 장점까지 취하는 신이 있을 줄 어떻게 알겠는가!
내가 멍하니 있자 제갈사가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왜 너를 말렸는지 이제 이해가 가지?]나는 제갈사의 말을 그제서야 이해하고는 대답했다.
제갈사가 나를 말린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권능을 분해하는 세계수의 성질을 지닌 몸뚱이를 상대로 권능에 가까운 만상지투를 쓰면 실패할 가능성이 너무 높은 것이다. 심지어 나와 얄다바오트 사이의 실력차도 굉장히 큰 상황에서는 그 실패 한 번에 모든 게 끝장날 수밖에 없으리라.
‘축융과 열이 승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도 당연하군…….’
상대의 공격은 언제든 자기를 찢어 버릴 수 있는데 내 공격은 아무리 날려도 상처를 줄 수 없으니 어찌 이길 수 있겠는가? 도리어 저런 사기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는 얄다바오트를 상대로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축융과 열이 뛰어난 상위마신임을 입증하고 있었다.
제갈사는 훗 하고 웃었다.
[하지만 데미우르고스를 쓰러뜨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비술이 방법인 거냐?] [윤회부정(gilgul sitra). 이 기술은 만일의 경우 자신의 스승 헤르메스가 데미우르고스가 되었을 때 놈을 죽이기 위해 제자 시몬 마구스가 만들어낸 마법이다. 윤회부정을 쓰면 세계수와 영혼이 연결되면서 세계수의 신력 분해 성질을 무효화시키고 도리어 마력을 독(毒)으로 바꾸어 데미우르고스를 살해할 수 있다.] [……!]그런 마법이 있다니!
내가 깜짝 놀라자 제갈사가 싸늘하게 냉소를 지었다.
[강력한 암살용 마법이지만 두 명의 뛰어난 세피로트 술사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기에 시몬 마구스가 이 마법을 내게 가르쳤다. 만일의 경우 나와 합공해서 마법의 신 헤르메스를 죽이기 위해서였지.] […….] [뭐 다 그런 거지만, 나는 시몬 마구스에게 있어서 제자라기보다는 편리한 도구였다. 그래도 이럴 때 배운 걸 써먹을 수 있다니 다행이군.]자조적으로 말하는 제갈사였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제갈사. 네가 동료라서 다행이다.]이건 진심이었다. 만에 하나 제갈사를 동료로 얻지 못했거나 적으로 마주쳤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했으리라.
제갈사는 묘한 미소를 한 번 짓더니 다시 냉막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다행인 건 저 얄다바오트가 ‘진짜’ 데미우르고스는 아니라는 사실일 거다. 그래서 나도 비술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거고.]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사들의 창조신 테트라그람마톤 만이 진짜 데미우르고스이며 나머지 데미우르고스는 가짜로 전락하고 말았다더군. 그 의미를 아는 건 테트라그람마톤 본인뿐일 거라는데 네가 나중에 알아봐라.] [흐음…….] [자, 상황설명은 다 되었으니 이제 슬슬 준비해라.]이어진 제갈사의 말에 나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 비술은 두 명의 술사가 세계수와 시공간을 연결해서 초월적인 정신을 유지하는 동안에 세계수 그 자체의 힘이 담긴 [길]을 상대에게 날려서 맞추는 것이다. 상대 입장에서는 무음무형(無音無形)의 공격이 날아오는 것이니 감지할 수도 피할 수도 없지. 하지만…….] [하지만?]제갈사는 살짝 한숨을 쉬는 것 같았다.
[기술의 위력 자체가 문제다. 사실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나는 이혼대법이 주(主)이며 세피로트는 겸사겸사 익힌 편이지. 이번 삶에서 너와 만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니 수련할 시간도 별로 없었다.] [……!] [그에 반해 상대는 너무나 거물이다. 창조신 테트라그람마톤과 같은 억겁의 시간을 살아온 고신(古神) 데미우르고스. 당초 이 비술로 죽이려고 상정했던 헤르메스가 데미우르고스로 진화한 것 따위와는 격이 다르겠지. 기껏 공격했는데 모기 물린 수준밖에 안 될지도 모른다.] [그럴 수가…….] [중요한 건 바로 네가 지닌 세피라의 역량이다. 세피라에서 얻은 [길]이 얼마나 뛰어나느냐에 따라 이 기술의 위력은 천차만별이 되지. 너에게 승패가 달려 있다.]나는 제갈사의 말에 약간의 중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지닌 세피라의 길…… 이라면…….’
나는 잠시 후 자신 없는 목소리로 제갈사에게 말했다.
[…… 제갈사…… 나 말이다…… 10계 말쿠트랑 9계 예소드랑 8계 호드를 얻었는데…….] [3계의 세피라를 얻은 거지. 왜 그러나?]나는 제갈사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전부 [지혜]가 아니라 [힘]으로 골랐어…….]세피라를 얻을 때 [힘]과 [지혜] 중 하나를 고르게 되어 있었는데, 천사들이 이야기하기를 [힘]을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지혜]는 즉시 차원이 다른 마도지식과 강대한 마력을 부여하는 반면, [힘]은 ‘조각’을 받는데 그다지 힘의 상승이 없었으며 한참 동안 힘의 조각을 모아야만 그 효력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정통마도사인 제갈사도 그렇고 시몬마구스도 헤르메스도 전부 고위계에 오르면서 [지혜]를 골랐다고 들은 적이 있었기에 3계의 세피라 전부 [힘]을 골라 버린 나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제갈사는 갑자기 평정심을 잃고 눈이 둥그레졌다. 그 침착한 제갈사가 저 정도 반응을 보일 정도로 놀란 건 별로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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