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210)
0210 ———————————————-
삼황오제(三皇五帝)
검마는 나를 데리고 대련장으로 갔다. 그리고는 말했다.
“목검(木劍)을 써서 겨뤄 보지.”
“목검이라구요? 여기에는 철검밖에 없는데… 원래 철검만 쓰지 않으십니까?”
내가 알기로 무영문에서는 목검같은 걸 거의 쓰지 않았다. 왠만하면 철검으로 실전에 가까운 대련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자 검마가 말했다.
“그건 하수(下手)들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자네나 나나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러서 상대방의 허실(虛實)과 간격을 온전히 파악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무기는 뭉툭하고 무력한게 제일일세.”
초절정고수는 언제든 검기와 검염을 이용해서 무기의 질에 상관없이 적을 격살할 수 있다. 무기의 예봉을 꺾어두지 않으면 불상사가 일어날 확률이 더욱 높은 것이다.
“그렇군요…”
스윽
나는 검마가 건네준 목검을 들어서 정면에서 자세를 취했다. 검마가 나보다 고수인게 분명했으므로 기세를 견명하게 곧추세우며 빈틈을 없애는데 주력했다. 잠시 내 기세를 살피던 검마가 경탄했다.
“훌륭하군. 자네 나이에 그 정도 경지에 이르러있는 자는 거의 보지 못했네.”
“과한 칭찬이십니다.”
“어디 실력을 볼까.”
쒸잉
말이 끝나자마자 검마의 목검 끝에서 희미한 진동이 울리더니 이내 빛살같은 검기가 튀어나왔다. 탄(彈)결의 운용인 듯 했고 속도가 매우 빨랐다. 나는 그 공격을 슬며시 받아넘기며 만승검결의 화려한 초식을 사용했다.
검마와의 경계는 아주 은밀하게 조정되고 있었다. 내가 쾌검으로 그 굴곡을 돌파하려 하자 경계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유동(流動)했고, 이윽고 나는 검마의 전신이 거대한 수류(水流)처럼 변했다는 착각마저 일어났다.
‘ 그는 나와의 간합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
나는 첫 수를 쾌검으로 찌르다가 별안간 환(幻)결과 변(變)결을 사용해서 검마의 간합을 흐트러보려고 시도했다. 그러자 검마의 검술은 다시 일변하더니 내 공격에 맞춰서 적절한 방어를 해냈다. 그 방어는 너무나 완벽해서 내가 공격하다 민망해서 물러날 정도였다.
카앙!
한 차례 검음(劍音)이 울렸다. 목검이라서 검음이 울릴 리가 없는데도, 그와 나의 검염(劍炎)이 허공에서 기세를 겨룬 것이다. 그리고 내 내공이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검마의 검염은 모든 힘을 분산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얼추 십여 초가 지나가자 검마가 말했다.
“아주 좋아. 검술의 기본이 아주 확고하게 다져져 있군.”
“자꾸 칭찬만 하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응? 이건 칭찬만은 아닌데…”
휘리릭!
“……!!”
나는 갑작스럽게 간격을 파고들어서 검마의 일격이 내 목젖 근처까지 날아오자 깜짝 놀랐다. 말 그대로 초절정고수의 감각을 찔러뚫듯이 불의의 기습이었던 것이다. 속도가 그리 빠르지도 않았는데 내가 이 공격을 왜 눈치채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급히 그 공격을 피해내자 검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연속으로 공격을 날려서 나를 수세(守勢)에 몰리게끔 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검마의 연속공격을 걷어내면서 익숙한 느낌에 이를 악물었다.
‘ 이광에게 털릴 때의 느낌 그 자체군!’
고양이가 쥐를 갖고 노는 듯한 느낌! 나도 최소한의 여력을 남기면서 방어하고 있기에 상대방이 섣부르게 강공격을 하지는 못하지만, 이 수세를 뒤집을 방법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상황!
내가 모든 내공을 동원해서 검마의 공격을 약 일백 초 정도 막고 피해냈을 때였다.
검마가 문득 자신의 목검을 거두며 한숨을 쉬었다.
“으음… 역시 그렇군.”
“뭐가 말입니까?”
“자네의 검술소양은 편중되어 있어. 의(意)를 전혀 모르는군.”
“……?”
나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반문했다.
“의라뇨? 의념(意念)이라는 경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알고 있군. 그런데 왜 의념을 활용하지 않는 건가?”
“그런 게 있다고 들어봤지만 어찌 펼치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의념!
사실 이 경지의 존재는 예전에 진소청과 목창 대련을 하던 때부터 들어왔다. 하지만 그 때는 내 무예수준이 낮아서 진소청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으며, 이후에도 기술을 닦는데만도 필사적이라서 의념이 뭔지 생각할 여력도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검마가 의념을 언급하는 것에 대답할 말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내 말을 들은 검마는 잠시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더니 말도 안 된다는 듯 말했다.
“그럴 수가… 자네의 검술과 무공은 분명히 명가(名家)의 것. 또한 그 나이에 초절정에 이르기 위해서는 절세고수급 명사(名師)가 각고의 노력을 다해서 가르쳤을 것이다. 그런데도 의념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인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 말씀하셔도… 저는 기(技)를 닦는 일만도 바빠서 의념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웃기는 소리! 그게 얼마나 웃기는 소리인지 알고 있나!!”
갑자기 화를 버럭 낸 검마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자네를 가르친 스승은 천하의 미친놈이군. 심기체(心技體)까지는 주지만 의(意)는 주지 않겠다? 그건 실로 나가죽으라고 하는 것과 진배가 없는 짓이구나!”
“……!!”
나는 그가 서슬퍼렇게 외치는 걸 보자 입을 다물었다. 그가 나의 스승을 욕하고 있지만 뭐라 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분노가 어째서 생겨난 건지 왠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이광…!!’
내게 가장 많은 무예를 전수하고 가르친 스승은 이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거듭된 전생 속에서 그가 여러가지 무예를 감추며 나를 견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머리가 좋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사람을 효율적으로 기만할 수 있는지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 재능이 부족해서 그의 마음에 들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는 분명히 어느 시점부터는 나와 선을 그으며 나를 견제하고 있었다.
검마가 잠시 후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자네 스승을 욕해서 미안하군. 그러나 자네가 의념을 전혀 모른다는 건 정말 어이없는 일이라는 걸 알아 두게.”
“아닙니다…”
나는 검마를 물끄러미 바라본 후 말했다.
“의념이란 게 무엇입니까?”
“크흐흐… 설마 자네정도의 고수에게 이걸 일일이 설명하게 될줄은 몰랐군.”
허탈하게 웃던 검마가 갑자기 대련장에 풀썩 앉아버렸다.
“자, 보게.”
제대로 가부좌를 틀고 앉은 검마가 말을 이었다.
“내가 가부좌로 앉아 있지. 내가 다시 일어서서 자네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몇 번의 동작이 필요하겠나?”
“음… 두 번의 동작이 필요하겠지요.”
허벅지의 힘을 이용해서 튕기듯이 검을 찌른다 하더라도 그런건 온전한 공격이라 할 수 없다. 제대로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대로 대지에 발을 딛어서 힘을 축적한 후 공격을 날려야 한다. 아무리 기이한 초식이라고 하더라도 하체의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건 공격으로 성립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일어서는 동작과 찌르는 동작을 합하면 최소한 2개라고 할 수 있다.
파앗!
“헉.”
나는 그만 숨을 들이켰다. 검마의 목검은 어느새 내 심장 앞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동작이 몇 번이었지?”
“……”
나는 잠시 후 솔직하게 대답했다.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검마가 흐릿하게 움직이는 것까지는 보았지만, 그가 어떤 식으로 일 초를 날려왔는지는 내 인지영역을 벗어난 것이다. 나는 아까 느꼈던 위기감과 동일한 느낌에 괴이함을 느꼈다.
‘ 아까도 그랬어…’
검마가 난데없이 간합을 꿰뚫고 내게 무시무시한 일격을 날렸을 때도 지금과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그런게 아니었다. 아니 도리어 평범한 속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내 감지영역을 손쉽게 뚫어버린 것이다.
내가 고민하고 있자 검마가 말했다.
“이것이 바로 의념(意念)일세. 의념을 터득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는 천지차이가 나지. 설령 내공과 기술이 동급이라고 하더라도 의념에 따라서 실력은 크게 차이날 수밖에 없는 것일세.”
“대체 그게 무엇입니까?”
“의(意)란 인간의 의지이며, 념(念)이란 그것을 세상에 관철하는 것을 의미하네.”
“……?”
의지를 세상에 관철한다고?
그게 어떻게 하면 필살절초의 승화로 연결된다는 것인가?
나는 머릿속에 문득 예전에 진소청이 해 줬던 조언이 생각났다.
나는 진소청이 분명히 의념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 또한 의념이 내공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걸 강조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조언을 해준 건 진소청 뿐이었고 이광은 의념에 대해서 입도 뻥끗한 적이 없었다.
검마의 설명이 이어졌다.
“자네는 인간의 의지력이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는가?”
“그거야… 뇌(腦)겠지요.”
“아주 형이하학적인 관점이군. 뭐 틀린 말은 아니니 그렇다 칩세. 그럼 뇌는 상단전(上丹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뇌가 인체에 명령을 전달하는 속도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지?”
“엄청나게 빠를 것입니다. 고수일수록 그 속도에 맞춰서 자신의 인체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고요.”
“그래. 그 속도를 빠르게 해 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뇌, 상단전인 것일세. 기(氣)를 도야시키고 혈맥을 뚫고 내공을 움직이는 것은 그저 길을 닦아놓는 것에 지나지 않아. 심기혈정(心氣血情)의 원리가 존재하는 것도 그 때문이지. 근본적으로 상단전의 능력은 모든 무공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야.”
거기까지 설명한 검마는 우묵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앞서말했듯 형이하학적인 관점에서 의(意)를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네. 그 진정한 능력은 천주(天柱)라고 표현할 수 있지.”
“천주? 하늘의 기둥이라고요?”
“그래. 하늘의 기둥.”
스윽
검마는 손가락 하나를 내게로 뻗었다. 그 순간, 나는 보이지 않는 맹렬한 무형지기가 내 전신으로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태풍을 마주해서 전신이 찢겨나가는 듯한 압박감이 나를 짓눌렀다. 내가 내공을 동원해서 필사적으로 저항하자, 잠시 후 검마는 무형지기를 거두었다.
“헉… 헉…”
내가 숨을 몰아쉬자 검마가 말했다.
“자네는 방금 전 내 무형지기에 저항했네. 그것은 내공인가 의지인가?”
“……”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가? 당연히 내공을 곧추세워서 저항했지만, 동시에 강인한 의지력이 없다면 버틸 수가 없었다. 대답할 수 없어서 우물쭈물하고 있자 검마의 말이 이어졌다.
“강대한 정신력은 인간의 마음과 천지(天地)을 연결한다. 그 순간 빛의 기둥이 하늘과 자기자신을 잇는 듯한 느낌이 들지. 즉 하늘과 자신의 사이에 거대한 기둥을 놓을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의지력이야말로 의념(意念)을 활용할 수 있다는 증거일세.”
“저는 그런 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니야. 자네가 초절정고수라면, 자네는 분명히 의념을 사용할 수 있어. 왜냐하면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쌓은 수양과 인내력이라면 이미 정신력이 범인(凡人)의 경지를 넘어있기 때문일세.”
검마가 한숨을 쉬었다.
“지금 자네가 내 설명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기(氣)만을 사용한 전투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세. 물론 전투에 있어서 내공, 기술, 전략, 의념 모든게 갖춰져야 이길 수 있겠지만, 자네는 애시당초 의념을 인지하지 못했던 게야.”
“으음…”
나는 고민하다가 검마에게 물었다.
“하지만 저는 강적들과 싸울 때 지금까지 큰 곤란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의념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게 그렇게 큰 단점입니까?”
“강적? 자네 기준의 강적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검마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나는 자네의 내공이 나보다 10배 많은 것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자네를 일백 초 내에 죽일 수 있네. 그리고 아마 나처럼 할 수 있는 자들이 천지를 통틀어서 적어도 열 명은 넘겠지. 왜냐하면 자네는 의념을 모르고,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야.”
“……”
사실이라서 뭐라 할 말이 없다. 검마는 사파 마도팔문 최강자, 즉 사파의 지존이니 당연히 그럴만도 했다. 뿐만 아니라 나는 무수히 검마의 가공할만한 경지를 두 눈으로 보아왔던 것이다.
검마가 말을 이었다.
“의념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감을 못 잡는 것 같으니 제대로 가르쳐 주지.”
“네, 부탁드립니다.”
“방금 자네는 가부좌를 틀고 있는 내가 몇 동작을 사용하는지 보지 못했고, 어떻게 공격하는지도 잘 몰랐지. 그게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을 것일세.”
검마의 말이 이어졌다.
“의식이 극도로 압축되며 한없이 청정(淸淨)에 도달하게 되면 인간의 인지세계는 전혀 다른 국면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네. 나는 자네의 인식세계보다 몇십 배는 빠르게 가속하면서 자네의 약점을 살폈고, 일순간 내 원래의 내공으로는 어림도 없는 초월적(超越的)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 것일세.”
“……?”
이게 뭔 소리인가.
인식세계가 뭐가 어쨌다는 것인가.
“음, 너무 어렵게 설명했나… 그럼 이렇게 설명해 보지.”
마치 까탈스러운 제자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검마가 말했다.
“자네는 혹여 생사대적을 상대하면서 시간이 멈추는 듯한 기분을 느낀 적이 없었나?”
“……!!”
나는 순간적으로 경험이 떠올랐다.
‘ 십이율주(十二律主)와의 대련!’
10번째 전생 때 십이율 문주들과 대련을 다닐 때, 마지막으로 십이율주와 대련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분명히 인간의 감각계수로는 형용할 수 없는 아주 짧은 순간, 십이율주의 심어(心語)를 들은 듯한 기분을 느꼈었다. 분명히 그 때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었다.
내 표정을 본 검마가 싱긋 웃었다.
“있나 보군.”
“그 때, 저는 시간이 멈춘 느낌과 함께 상대방의 마음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맞네. 바로 그 때 자네가 느낀 것이 상대방의 진실된 마음일세. 그걸 바로 심적권청(心滴券聽)이라고 하며 진정한 고수들만이 느끼는 공간이지. 극한까지 고양된 집중력이 감각의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야.”
심적권청!
내가 그 단어를 머릿속에 새기고 있자 검마의 말이 이어졌다.
“자네가 그 순간에 그 공간에 들어간 것은 아마 우연이겠지. 그러나 의념을 다루는 고수들은 자의든 타의든 계속해서 그 극순(極瞬)의 정신세계에 몸을 담그게 된다네. 왜냐하면 자신의 인식세계를 계속해서 가속시키기 때문이야.”
“가속…”
“인식세계가 넓혀질수록 인간에게 본래 불가능한 움직임과 기술이 가능해지는 것이야. 그걸 해내는 것이 바로 의념이며, 의념의 활용이라네. 무형지기도 의념의 응용이라고 할 수 있지.”
나는 왠지 의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극순의 정신세계를 감지할 수 있을정도로, 의지력으로 인지속도를 가속시키는 것! 게다가 의지를 강화시켜서 원래 인간의 육체로는 불가능한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무공의 상리를 초월(超越)해버릴 수 있으리라.
‘ 의념을 익히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나는 문득 생각나서 검마에게 질문했다.
“잠시만요. 그러면 지금까지 익힌 내공이며 기술은 무슨 필요란 말입니까?”
의념이 그렇게 강력한 능력이라면 내공수련이나 무술수련따위는 할 필요 없이 그저 의념만 갈고닦으면 되는 게 아닌가? 내 의문에 검마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의념이란 건 그리 자주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닐세. 무시무시한 의지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할 때 특정한 기술을 강화하거나, 극한의 동작을 행하거나, 필살기로 사용하는 용도라고 볼 수 있네.”
“필요할 때만 써야 하는 거군요.”
“그러므로 자네가 의념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의념을 알고 있는 절정고수를 쓰러뜨리는 일도 있을 수 있지. 그 절정고수의 기술과 내공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의념을 사용한다 해도 자네의 기본능력을 따라잡지 못하니까.”
“흠…”
“중요한 건 심기체의(心技體意)가 조화를 이루며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야. 절세고수들이 원래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개세절초를 사용하는 것도 사실 의념의 힘에 기반하는 것이니.”
나는 의념에 대해서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이광이 뇌공섬으로 어마어마한 위력을 내뿜었던 건 그런 비결이 있었군.’
이광은 틀림없이 의념의 힘을 응용하고 있을 것이다. 원래 이광의 내공으로는 불가능한 지경까지 뇌공섬의 위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건, 전적으로 의념의 힘이라고 볼 수 있으리라. 지금까지 들었던 걸 필사적으로 기억에 저장해놓은 후 검마에게 말했다.
“그럼 제가 의념을 익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별거 없네. 자신의 의지를 세상에 관철시키면 되네.”
“…….”
“음… 그럼 이렇게 수련해 봅세.”
자신의 말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걸 깨달은 검마가 제안을 했다.
“자네의 내공을 고갈될 때까지 써 보게.”
“네?”
“내공을 다 쓴 다음에 전신의 정공을 닫고 가부좌를 틀어서 생명력을 유지해 보게.”
“그건 설마…”
이어진 검마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당연히 이럴 땐 극한까지 몰아붙여 보는 거 아니겠나? 극도로 예민해진 정신력이면 의념에 접하기 쉬워질 게야.”
“……”
나는 속으로 한탄했다.
‘ 이 인간도 골수파 무인이었구나…’
죽을 때까지 수련하다가 죽어라!
이런 생각을 가진 무인은 이광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만일 내공을 다 소모하고 정공을 닫고 생존하는 미친 수련법을 하다가는 진짜 내가 죽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딱히 방법도 없었기에 별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