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212)
0212 ———————————————-
삼황오제(三皇五帝)
한 달 후, 나는 검마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검마는 직접 무영문의 대문 앞에 나와서 나를 송별하고 있었다. 무영문의 고수들은 검마가 물린 것인지 근처에 보이지 않았다. 검마는 팔짱을 낀 채 나를 묵묵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나는 자네가 마음에 드네. 왜인 줄 아는가?”
“……?”
“다음에 다시 찾아온다면 그 이유를 가르쳐 주겠네.”
나는 그 말뜻을 깨닫자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다시 와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훗… 요도 무라마사같은 보물을 여러 번 들고 올 필요는 없네. 다음번에도 친히 지도해 주지.”
“감사합니다!!”
나는 진심으로 고마워서 인사했다. 그러자 검마가 약간 날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허나 명심하게. 자네가 상대할 자는 결코 평범한 사내가 아니야. 죽일 작정으로 싸우지 않는다면 자네가 처참하게 패할 것이네.”
“알고 있습니다.”
“부디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라겠네.”
“물론입니다.”
나는 한 달간 여기서 머물면서 검마와 맹훈련을 했다. 그 동안 마음을 약간이나마 터놓게 되어서, 내가 상대해야 할 진소청의 재능과 실력에 대해 털어놓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 검마의 조언은 그 대답인 듯 했다.
파앗!
나는 비등을 이용해서 진랑곡으로 돌아왔다. 진랑곡으로 돌아오자 망량이 이미 대청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왔구려.”
“오늘이 약속한 날이니 말이오.”
망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비무는 정오에 청룡무관에서 하게 될 것이오. 준비는 충분하오?”
나는 망량의 말에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반반이오.”
“음… 그럴듯한 비책(秘策)은 마련하지 못한 모양이군.”
“그렇게 형편좋은 상황이 나오기는 힘들지.”
그러자 망량은 도리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나름 방법은 있나 보구려. 표정에 흔들림이 없소.”
“그게 유일한 수확이지.”
“그럼 갑시다. 뭔가 준비할 게 있소?”
“딱히 없소.”
나는 망량과 함께 비등으로 관중 성 내로 갔다. 인적없는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우리는 골목에서 나와서 잠시 차를 마시러 갔다. 망량은 만두를 시켜서 먹으며 내게 말했다.
“이광도 이번 비무에 적월과 녹월이 관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소. 그 의심많은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전후사정을 어느정도 설명해야 했지.”
“흠…”
“또한 그는 아직까지 백련교가 족쇄를 풀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 그러므로 이번 일에서 그는 조그마한 미끼에서 쉽사리 걸려들 가능성이 높소.”
“미끼라면?”
“훗, 생각해 둔 계책이 있소. 당신은 비무에만 집중하면 되오.”
망량의 웃음을 보자, 나는 안심이 되었다. 망량이 저렇게 웃을 때는 자신의 계책에 완벽하게 자신이 있을 때 뿐인 것이다. 그리고 묘하게도 망량은 왠지 이광에게 가차없을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
망량이 계퇴(鷄腿)를 시켜서 먹다가 말했다.
“백웅. 당신은 이광이란 인간을 어떻게 해야 동료로 만들 수 있다 생각하오?”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못 만드오. 나는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소.”
이광에게 동료라는 개념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비정하게 무엇이든 이용하고 버릴 수가 있다. 그리고 조금만 의심스러워도 아주 온힘을 다해서 찍어누르거나 견제해 버린다.
만일 이광의 상황이 조금만 더 좋았어도, 그는 패주(覇主)로써 눈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무자비하게 밀어버렸을 것이리라. 나는 전생을 하는 동안에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그를 내 편으로 만들려 했으나 중요한 국면에 항상 그와 충돌을 했었다.
내가 이를 갈며 말하자, 망량이 피식 웃었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하지만 당신은 내게 진소청을 동료로 만들 것을 주문했었소. 그건 꽤 힘든 일이었지.”
“……?”
“이광을 얻지 못하면 진소청을 얻지못한다… 그게 지금까지의 전제조건이었단 말이오. 왜냐하면 둘은 운명공동체이자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사제관계이기 때문이지.”
“음.”
“크크크…”
망량은 묘한 웃음을 남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슬슬 갑시다. 해가 중천에 뜰 때 시작이니, 약 한 식경이 남았을 것이오.”
“알았소.”
나는 망량이 이미 무슨 수를 썼다는 걸 알아차렸다. 내심 기대가 되었기에 이번 승부에 대한 의욕이 더 강하게 불타오르는 걸 느꼈다. 그게 아마 망량이 노린 효과일 것이다.
나와 망량이 청룡무관의 정문 안으로 들어오자 인기척이 그리 느껴지지 않았다. 평상시에 무술수련을 위해 우글거리던 청룡무관의 일반 문도들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단지 크게 마련되어 있는 대련장 근처에 몇 개의 기가 느껴졌다.
우리가 대련장에 들어가자 다섯 명이 장내에 서 있었다.
‘ 이광, 진소청, 그리고 저 뻔한 가면을 쓴 두 사람은 적월과 녹월 호법이군.’
네 명은 모두 내가 익히 보아왔던 뇌신류의 고수들이었다. 적월과 녹월은 호신병력을 대동하지 않은 채 맨몸으로 관전하러 온 모양이었다. 그 4명까지는 미리 예상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한 명의 존재에 나는 약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내가 굳어서 멈춰서자, 망량이 말했다.
“놀랄 필요 없소. 그는 가장 객관적인 공증인(公證人)이니.”
“그렇군…”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대련장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객관적인 공증인은 한쪽 소매를 펄럭거리며 장내에 모여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로써 비무상대자가 모두 모였구려.”
그러더니 이광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걸로 좋소 삼절(三絶)?”
“물론 좋소. 당장 비무를 시작합시다.”
이광은 평소처럼 냉막한 인상으로 공증인의 말을 받았다. 그러자 공증인은 가볍게 웃더니 대련장 위에 서 있는 나와 진소청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자네들은 정식 비무에 앞서서 서로 인사를 하게! 이건 예법(禮法)일세.”
그 말에 나는 삼 장 거리를 두고 있는 진소청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진소청 또한 이미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진소청과 대련을 한 경험이 수백 번이나 되었으나, 완전한 타인으로써 마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진소청은 약간 굳은 얼굴로 내 쪽을 보더니 이내 표정을 풀며 내게 포권의 예를 취하며 말했다.
“청룡무관의 제자이자 총사범인 진소청이라 하오.”
나도 알고 있는 비무예절대로 그의 인사를 받았다.
“뇌신류(雷神流)의 제자인 소웅(小熊)이라 하오.”
망량에게는 이미 뇌신류라는 걸 밝혀도 문제없다고 언질을 들은 바가 있다. 서로간의 인사가 끝나자 ‘공증인’은 우리 둘의 기(氣)를 비교하는 듯 곰곰히 살펴보다가 말했다.
“좋아. 젊고 뛰어난 무사들의 비무(比武)를 볼 수 있어서 본인은 아주 기쁘네! 대련은 나 정천맹주(正天盟主) 위지혼(魏志魂)의 공증하에 진행될 것일세. 불상사나 사망에 이르는 사태는 내 이름을 걸고 막을 것을 약속하겠네.”
그렇다.
이 자리에서 뇌신류 제자들의 비무에 공증인으로 참석한 것은 바로 정천맹을 이끌고 있는 수장(首長)이자 천하에서 손꼽히는 검객인 정천맹주 위지혼! 현 강호에서 가장 강력하고 객관적인 공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증인으로 뇌신류가 아닌 제 3자가 참석한다고는 해도 설마 저런 거물이 나올 줄은 몰랐기에 내가 놀랐던 셈이다.
‘ 확실히 위지혼이 있다면 이광이 제멋대로 강짜를 부릴 수가 없겠지.’
위지혼의 무공은 이광에게 뒤지지 않는다. 아니, 도리어 이광 스스로의 입으로 정천맹주 위지혼의 무공이 자신과 호각을 이룬다고 말한 바가 있었다. 평소처럼 이광이 트집을 잡고 강짜를 부리는 일은 위지혼이 공증인으로 있는 한 통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위지혼은 뇌신류와 이광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므로 기만도 할 수 없었다.
이게 망량의 공증인 인선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최상!
이광의 깽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비무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내심 망량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내 검을 차분하게 겨누었다.
“시작!”
정천맹주 위지혼의 외침이 들리자, 나와 진소청은 삼 장의 간격을 이 장으로 좁히면서 서서히 기세를 돋우었다. 나는 진소청과 간격을 맞대고 있자 이제서야 진소청의 실력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 말랑말랑하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내놓기에는 이상한 묘사이지만 실로 그러했다. 고수들끼리는 간합을 비교하면서 서로의 헛점을 찾게 되는데, 그 때 느끼게 되는 무형의 막(幕)을 결계(結界)라고도 불렀다. 고수는 자신의 결계범위에 들어온 공격은 모조리 막고, 피하고, 쳐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진소청에게서 느껴지는 결계의 간합은 마치 말랑말랑한 무언가를 대하는 느낌이었다. 완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굉장히 유연하고 부드럽게 내 감각을 비껴나가는 듯 했다. 나는 검마 서문대룡의 조언을 실감했다.
[ 죽일 작정으로 싸우지 않는다면 자네가 처참하게 패할 것이네.]아주 잘 알겠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나는 내 엄청난 내공과 뇌명을 살린다면 압도적인 육체능력으로 진소청에게 이기지 않을까 하는 오만함이 조금 있었다. 그래서 진소청의 실력을 본 후에 쓰러뜨린다는 안이한 생각을 수련 초반에 가졌던 게 사실이다. 괜히 전력을 다하다가 진소청을 실수로 죽여버리면 어떻게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알 수 있다.
이 ‘말랑말랑한’ 느낌은 진소청이 자신의 의념(意念)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뜻! 자신의 의지에 따라 공방진퇴를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 딱딱하게 굳어있을 필요가 없다.
즉 지금의 진소청은 내가 전력을 다해도 죽이기는 커녕 제대로 일격을 먹일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운 고수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키잉 –
내 전신에서 최고전력의 내공이 솟구쳐 올랐다. 마치 광풍폭우가 한 점에서 발산하는 듯한 강력한 기세가 주변에 넘쳐흘렀다. 강력한 뇌령(雷靈)이 주변에 퍼져나가자 진소청은 꽤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런건 진소청만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관전하고 있던 이광을 포함해서 적월과 녹월도 크게 놀라는 것이었다.
“아니!!”
“저 정도라니…”
나는 그들의 반응이나 즐기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나는 최대로 끌어올린 내공을 살려서 즉시 뇌명(雷鳴)까지 한번에 전개했다. 그리고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거대한 바위를 박살낼 수 있는 거력(巨力)을 실어서 진소청에게 짓쳐들었다.
꽈아아앙!!
순식간의 일이었다. 일순간의 속도로 가공할만한 폭발력을 지닌 쾌섬(快殲)이 전방을 쓸고 지나간다. 대련장 한켠의 땅이 무너지며 거대한 토괴(土塊)가 반발력 때문에 치솟았고, 폭풍같은 기세가 치솟아 올랐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나는 일초를 끝까지 내뻗었고 이내 예상했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 역시!’
막고 있다.
진소청의 창대가 내 검날을 정확하게 막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심적권청의, 시간이 정지된 듯한 극한의 순간에 진입했다는 걸 느꼈다. 실제로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서 대화를 나눌 시간같은 건 없다. 그런데도 나는 진소청이 마음으로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소웅 당신도 뇌명을 쓸 수 있군.]파지지직
뒤늦게 현실세계에 파장이 번져나갔다. 진소청의 몸 주변에도 뇌정이 떠올라 있었으며 전신에 번개의 기운이 충만해 있었다.
내가 뇌명을 써서 최대전력으로 일격을 먹인 순간, 진소청 또한 뇌명을 일으켜서 내 공격에 맞선 것이다! 그 힘이 대등했기에 나는 그의 몸을 뒤로 삼 장 정도 밀어냈을 뿐 그 이상의 진격을 할 수 없었다.
콰앙!
제 2격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내가 재차 만승검결의 초식을 사용해서 그의 헛점을 찔러가자 진소청이 뇌령팔식으로 튕겨낸 것이다. 일련의 공방은 극히 짧은 순간동안 일어난 것이지만 장내의 초절정고수들은 모두가 우리의 공방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있었다.
검으로 창법 란(欄)을 일으켜서 벌떼우는 듯 강력한 일격을 가했으나 진소청에게는 통하지 않았고 창날과 함께 허공에서 한 바퀴를 빙글 돌았다. 나는 착지하면서 눈을 살기로 번득였다.
‘ 이건 어떠냐?’
파팟
제 3격은 뇌신류 검술의 비기인 천참만륙(千斬萬戮)이 전개되었다. 내 손에서 흘러나온 천참만륙은 더할 나위없이 정확하게 검기와 검염을 뿜어내면서 수백 개의 참격을 날리기 시작했고, 진소청 또한 천참만륙을 알아봤는지 흠칫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더니 진소청은 씨익 웃었다. 그는 이미 즐기는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까강!
“……!!”
나는 쉴새없이 검을 휘두르면서 이를 악물었다. 놀랍게도 진소청은 내 천참만륙을 보자마자, 창법으로 변화시킨 상태로 마찬가지로 천참만륙을 전개한 것이다! 나는 지금껏 창술로 천참만륙을 따라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므로 머리에 둔중한 충격을 맞은 듯 했다.
까강까깡까가각
그렇게 검음(劍音)이 약 이백 번 정도 울렸을까, 짧은 폭풍우를 거친 듯한 우리의 주변은 이미 폭발물이 여러 번 터진 것처럼 요란하게 부숴져 있었다. 나는 연속으로 장삼봉의 심득을 이용해서 온갖 무공을 화려하게 펼쳐대었고, 진소청은 그 때마다 경탄하면서도 막아내고 피해내었다.
“훌륭해!”
진소청은 다시금 의식을 가속시켜서 심적권청의 세계에 접하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이번에는 내 공격을 받아 보시오.]쐐애애애액 –
창극(槍戟)이 허공에서 휘돈다. 회전이 눈에 보인다.
나는 그 창극의 속도가 지독하게도 느리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느린 공격을 진소청이 한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느리고 둔중했다. 하지만 나는 이내 지금의 공격을 어디선가 보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 이건…!!’
과거 금의위 총령이 덤볐다가 팔다리째 진소청에게 찢겨나갔던 바로 그 비무!
그 비무에서 보았던 진소청의 기묘한 초수다!
나는 수십 년의 세월을 격하고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기억해내고는 필사적으로 진소청의 초식을 관(觀)했다. 그러자 나는 순간적으로 그 느려터진 창술의 회전(回轉)이, 사실은 지독하게 빠르기 때문에 한 번의 움직임으로 수렴하는 것처럼 착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이게 어떤 공격인지 알고 있다.
란(欄)!
란나찰(欄羅札)로 대표되는 창술의 3대 기본기 중 하나로써, 나는 진소청이 고작해야 3번의 란을 전개했을 뿐인데 금의위 총령이 왼쪽팔째 뜯겨나간걸 보았었다. 그 때는 수준이 낮은데다가 진소청의 란이 어떤 위력을 가졌는지 몰라서 신기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알 수 있다.
진소청은 나처럼 특별한 절초(絶招)를 장기로 삼는 게 아니다. 천뢰무극창이 뇌령팔식보다 훨씬 화려하고 강력한데도, 천뢰무극창의 필살기 따위를 거의 연마하지 않았다. 그 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란나찰을 계속 연습했다. 그건 수십 년 동안 그를 옆에서 보아왔던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는 기본기(基本技)를 필살기로, 일반초식을 최강의 공격으로 삼는 무술가!
그가 펼친 란(欄)은 엄청난 공격범위와 엄청난 인력(引力), 엄청난 관통력을 동시에 지니는 최상의 절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크으윽!”
나는 이를 악물고는 대책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란(欄)의 가공할만한 회전에 맞서서 마찬가지로 회전으로 대응하기로 마음먹었다. 곧장 내 검에는 최대공력을 모은 상태로 굴공검과 천축검의 기운이 동시에 모였고, 그 2개의 기운이 불협화음을 내며 억지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끼기기깅!
일순간이긴 하지만 두 개의 기운이 부딪힌 마찰력은 굉장히 강렬한 회전을 만들어 내었다. 장삼봉의 심득 중에 남아있던 이 활용법이 아니라면, 나는 저 란을 따라잡을 만한 공격이나 방어절초가 아무것도 없는 셈이었다.
‘ 제발…!!’
꾸콰콰쾅 – !!
다음 순간 폭음이 연쇄해서 울리더니 나와 진소청의 공격이 재차 충돌해 있었다. 나도 진소청도 강렬한 반탄력에 밀려서 허공을 훨훨 날았고, 공중제비를 돌며 자세를 다시 잡는 건 같았다.
“오오…”
진소청은 이번 공격으로 나를 끝내지 못한 게 놀라운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더니 이내 진심으로 기뻐하는 웃음을 지었다.
“하하핫!!”
진소청이 재차 허공에서 착지도 하지 않고 천상제를 사용해서 이쪽으로 날아오는 걸 보자 나는 기겁했다. 직접 진소청의 전력을 상대하게 되니 마치 살아서 날뛰는 투신(鬪神)과 무예를 겨루는 듯한 착각이 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