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216)
0216 ———————————————-
삼황오제(三皇五帝)
검마의 추천에 따라 무영문의 호법으로 임명되고 바로 다음 날부터 수련이 시작되었다. 검마는 사람들을 모두 물려놓은 고즈넉한 대련장에서 나를 일대일로 가르쳐줄 생각인 듯 했다. 그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자네가 가고 나서 며칠동안 생각을 해 봤는데, 아무래도 순서가 다른 듯 했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옥훈련으로 체력과 기력의 한계에서 의념을 붙잡지 못한다면, 자네의 오성(悟性)은 그리 높지 않다는 뜻일세. 같은 방법으로 한 달이 아니라 일 년, 십 년을 시도해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오성!
나는 그 단어를 듣자 참혹한 기분이 들었다. 무재(武才)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격 단어였기 때문이다. 무술에 대해 지니고 있는 본능적인 영감(靈感)이라고 할만한 영역이 내게는 크게 부족했다. 검마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자네가 의념을 아예 못쓴다는 건 아니야. 도리어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지.”
“쓰고 있다고요?”
“자네가 사용하는 절초(絶招)나 비기(秘技)들은 사실 인간의 신체능력으로는 아무리 기(氣)를 강화시켜도 구현화시킬 수 없는 게 대부분일세. 그걸 자네가 멀쩡히 쓸 수 있다는 건, 무의식적으로 의념을 몸에 둘러서 강화시키고 있다는 소리야.”
“아…!!”
“자네에게 지금 부족한 건 의념을 의식적으로 활용하는 기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네.”
나는 왠지 알 것 같았다.
의념을 의식적으로 기술의 형태로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분명히 진소청과 겨룰 때 그의 절초를 파악했던 것이다. 그 안력(眼力) 자체도 집중력과 의념이 합쳐진 결과였으리라. 검마가 말했다.
“차라리 자네에겐 좌선명상(座禪冥想)이 나을거라고 생각하네.”
“좌선명상요?”
“자네 유파에서는 좌선명상을 하지 않았나?”
나는 뇌신류의 수련과정을 곰곰히 떠올리고는 대답했다.
“아주 가끔 했던 것 같습니다.”
뇌신류의 기본적인 수련과정은 실전에 가까운 창술의 연마와 육체의 단련이었다. 기를 수련하는 것은 연기(練氣)라고 하여 따로 취급했으며 본격적인 좌선명상만을 수련으로 삼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내 재능이 부족해서 기술을 익히는데 전력을 다해도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검마가 이해했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초보가 아니야. 무(武)에 대해서 상당히 깊은 경지에 이른 달인(達人)이지. 단순한 육체적 고양감만으로 수련을 이끌 시기는 지났다고 보네.”
“좌선명상을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가만히 있으면 되네. 하지만 그게 의외로 어렵지.”
검마는 거기까지 설명한 후 목검을 들었다.
“좌선명상법은 좀 있다 마저 설명해 주겠네. 우선은 검형(劍形)부터 자네에게 전수해 주지.”
“검형? 무영문의 검법 말씀이십니까?”
검형이라고 하는 건 검술의 전반적인 초식 전체를 일컫는 말이었다. 즉 동작을 익히라는 소리인 것이다.
“그럼 자네가 명색이 우리 문파의 호법으로 들어왔는데.”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검마였다. 그는 목검을 앞으로 쭉 내뻗으며 말했다.
“잘 보게. 이게 바로 본문의 비장의 절기인 무영탈혼검(無影奪魂劍)일세.”
잠시 후 검마의 몸이 유연하면서도 고아하게 움직였다. 움직임 자체는 어린아이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느렸지만, 그가 펼치는 초수 하나하나는 한 치의 오차도 없었으며 낭비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수천 수만번을 저 검초만 수련한 듯한 기백과 연륜이 느껴질 정도였다.
스으…
검마는 유려한 동작으로 무영탈혼검법의 시연을 끝냈다.
“어떤가?”
“잘 봤습니다.”
검마는 내 대답에 껄껄 웃었다.
“으하하하. 그게 전부인가? 더 느낀 점 없어?”
“음…”
나는 곤혹스러워졌다. 검마는 방금 전의 시연을 보고 뭔가 다른 걸 느끼기 바랬던 것 같았다.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다가, 검마의 딸인 서문혜가 싸우는 모습을 무수히 목격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리고 서문혜의 검초와 검마의 검초를 머릿속에서 비교를 해 보고는 말했다.
“그림자(影)같은 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 맞아. 그게 바로 무영탈혼검의 특징일세.”
검마는 흡족한 듯 대답했다. 나는 겨우 정답을 맞췄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실 이건 두 개의 무공일세. 무영검법(無影劍法)과 탈혼검법(奪魂劍法)을 동시에 펼치기 때문에 무영탈혼검(無影奪魂劍)이라고 부르는 게지.”
“네? 그럼 설마…”
“그렇네. 자네가 보았던 검의 그림자는 사실 탈혼검법일세.”
“……!!”
“상대는 그저 검영(劍影)으로 여기지만, 사실은 탈혼검법이 암중에 펼쳐져서 소리소문없이 상대방의 멱을 따 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무영탈혼검의 진수라고 할 수 있네.”
나는 입을 벌리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두 개의 검법을 동시에 전개한다니!
그런 발상은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이다.
그 말대로라면 무영검을 막으면 탈혼검에 격중당하고, 탈혼검을 막으면 무영검에 당한다는 뜻이 아닌가? 하지만 내가 보았을 때 검법이 시연되는 건 오직 한번밖에 보이지 않았고 다른 검초가 전개되는 기색은 없었다. 내가 혼란스러워하자 검마가 훗하고 웃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잠시 대련을 해 봅세.”
“네.”
잠시 후 나는 목검을 들고 검마와 검초를 겨루기 시작했다. 물론 검마와 겨뤄본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예전과 무슨 차이가 있을지 의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마와 약 십여 초를 겨루는 순간이었다.
슈슛
“큭!”
나는 난데없이 무영탈혼검의 초수가 전개되어서 그걸 막으려 했으나, 그와 동시에 예상치도 못한 방향에서 검격이 날아와서 내 어깨를 때렸다. 나는 이 일격이 너무나 무서운 초식이란 걸 깨닫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세상에… 실전이었다면 팔이 그대로 잘렸을 것이다!’
목검인데다 검기를 담지 않았기에 멀쩡한 것!
동시에 그 동안의 전생(轉生)에서 검마가 나와 대련할 때 굉장히 많이 봐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굳이 이기어검따위를 쓰지 않고 그냥 검만 써서 겨뤄도 검마는 오십 초 이내에 내 목을 베어낼 수 있었던 것이리라. 내가 충격때문에 굳어 있자 검마가 자신의 목검을 거두며 말했다.
“자 보게. 자네는 무영검법의 검로(劍路)는 파악했지만 암중에 움직이는 탈혼검법의 검로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네. 자네같은 초절정고수도 왠만해서는 허실(虛實)을 간파할 수 없는 것이지.”
“……!!”
“무영검법이나 탈혼검법 각각은 그리 큰 위력을 가진 검술이 아니지만 두 개의 검술을 의념으로 통합했을 때 생기는 상승효과가 이렇게 대단한 것일세.”
“그… 그렇군요.”
나는 검마가 사파무림을 지배할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검마가 작정하고 무영탈혼검과 이기어검을 펼치면 도대체 누가 당해낼 수 있을까?’
무영탈혼검이 알려져있으면 모르되, 무영탈혼검은 세상에 그리 알려져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마도팔문 무영문의 명성은 높지만 정작 그 절기는 세간에 비밀이었다. 그리고 무영탈혼검은 첫대면인 상대일 경우 속수무책으로 치명적인 일격을 먹일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었으니, 마도팔마 중 그 누구도 검마에게 대들 수가 없으리라.
‘ 잠깐. 그러면 내가 익힌 무공도 무영탈혼검처럼 동시전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자 검마가 내 표정을 보고 심리를 읽은 듯 예리하게 말했다.
“다른 검법을 무영탈혼검법처럼 섞으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군.”
“윽… 죄송합니다.”
“크하하, 아니야. 대개 무영탈혼검법을 접한 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그러나 검법 두 개를 섞어서 최대한의 상승효과를 이끌어내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일세. 천재급 종사들이 누대에 걸쳐서 연구하고 발전시키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네.”
껄껄 웃은 검마는 말했다.
“자네에게 오늘부터 무영탈혼검의 검형(劍形)을 전수하겠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좌선명상을 하도록 하지. 내가 생각할 때 이것이 가장 좋은 수련방식일세.”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제대로 된 수련에 들어간다.
나는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손을 꾹 말아쥐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검마에게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응? 무엇인가?”
“이것입니다.”
나는 품에서 오륜서를 꺼내서 검마에게 건넸다. 검마는 오륜서를 훑어보더니 중얼거렸다.
“이건 무공비급이군. 어디서 얻었나?”
“제 형님께서 동영에서 입수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뭔가 명확한 수련법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내 말은 사실이었다.
오륜서는 무공비급이고 뭔가 검술이라던가 내공심법같은 게 있다. 그러나 어딘가 딱딱 끊기면서 어떻게 해야 수련해야하는지 뜬구름잡는 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이 오륜서대로 무공을 수련하면 주화입마에 걸려서 죽기 딱 좋으리라.
“……”
팔락
팔락
검마는 내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정신을 집중해서 오륜서의 책장을 천천히 한 장 한 장 넘겼다. 나는 그저 멀뚱거리며 검마가 오륜서를 훑어보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약 반 시진동안 검마가 침묵하며 오륜서를 읽다가 책을 덮었다.
그리고는 탄식했다.
“이걸 지은 자는 정말, 정말로 대단한 고수다!”
“네?”
“무시무시한 무공이구나… 허나 나는 익힐 자신이 없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설명을 바라는 눈으로 검마를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중원의 무공은 아닌 듯 하지만 이건 정말 굉장한 무공일세. 허나 아마 나도 자네도 익힐 수는 없을 것이야.”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그렇게 대단한 무공비급입니까?”
“물론. 이 오륜서의 무공을 터득한다면 천하를 오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익힐 수 없다니요?”
나는 의문을 표했다.
나야 그렇다 치더라도 검마는 검에 있어서 일세천재이며 종사였다. 그런 검마가 굉장하다고 찬탄을 하면서도 정작 오륜서의 무공을 익힐 수가 없다고 단정짓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자 검마가 말했다.
“이 오륜서에 쓰여있는 무공은 두 개의 도(刀)를 사용하는 이도(二刀)일세. 그것도 정이도가 아니라 역이도(逆二刀).”
나는 망량에게서 화신류 이도에 관해서 들은 적이 있었기에 이도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도의 자세는 대도, 소도의 위치에 따라 정이도(正二刀)와 역이도(逆二刀)로 나뉘고 양 발의 위치를 기준으로 정족(正足)과 역족(逆足)으로 나뉜다. 정이도는 왼손에 소도, 오른손에 대도를 들고 역이도는 반대로 왼손에 대도 오른손엔 소도를 든다. 대도를 든 손쪽의 발이 앞으로 나가면 정족, 소도를 든 손쪽의 발이 앞으로 나가면 역족이다.
“역이도는 엄청난 무술재능과 반사신경을 필요로 하지. 게다가 무공 자체도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압도적인 천재가 일념(一念)으로 수련한다는 전제하에 진행되고 있네. 도법에 대한 재능이 극도로 뛰어나지 않으면 입문조차 허용되지 않는 극상절예(極上絶藝)로써, 천지간에 이걸 익힐 수 있는 자는 두세 명도 되지 않을 것이야.”
“……!!”
“나는 검을 익히고 수련한지 너무 오래 되어서 이 오륜서의 무공에 맞춰서 내 극품(極品)을 변화시킬 수가 없네. 지금까지의 무공을 모조리 버려야 하는 모험이지. 그래서 익힐 수 없다고 한 것일세.”
오륜서의 무공이 그런 것이었단 말인가?
둔재나 범재, 수재, 심지어는 왠만한 천재마저 거부하며 도법에 특화된 절세적 재능을 필요로 하는 이도류!
검마가 우묵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
“문제는 나는 이 오륜서의 무공을 한 번 맞이한 적이 있다는 것일세.”
“네?”
“자네의 형인 백웅이 내 딸을 구출해 오던 날, 왠 동영 무사와 겨룰 일이 있었지.”
그는 목검을 늘어뜨렸다.
“그때 나는 그 무사가 매우 훌륭한 역이도 수법을 사용하기에, 그 재능에 감탄해서 제자로 삼으려 했네. 그러나 그 자는 옹고집이라서 그만 죽여버리고 말았지. 이 오륜서의 무공은 그 동영 무사가 사용하던 것과 대동소이하다네.”
“그, 그렇습니까.”
검마가 고민하듯 팔짱을 꼈다.
“으음. 아마 동영에 그런 역이도 유파가 있는 거겠지. 소수정예일 테고.”
검마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나는 머릿속이 깨질 것 같았다.
난데없이 드러난 사실 때문이었다.
‘ 이건… 미야모토 무사시가 지은 오륜서다. 하지만 그렇다면…’
검마가 엄청난 고수가 지었다고 판단했을 정도면, 오륜서의 저자인 미야모토 무사시의 실제 무위(武威)는 최소 이광급이나 그 이상이다. 그러나 정작 미야모토 무사시 본인은 검마와 대련하다가 살해당했던 것이다. 자기가 엄청난 무공을 지어놓고 본인이 죽어버렸다는 건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정을 일단 물리치고 검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저도 오륜서를 익힐 수 있겠습니까?”
“자네는 아마 무리일 걸세. 다시 말해두지만 이건 천고의 기재에게만 도전을 허락하는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무서(武書)일세. 아마 오륜서를 지은 본인이 천하에 다시없는 천재이기 때문에 발생한 단점이겠지.”
“으윽… 그렇군요.”
“뭐 그래도 연구할만한 여지는 있군. 이걸 내게 주지 않겠는가?”
오륜서를 검마에게 줘야 하는가?
검마에게 준다면 오륜서를 연구해서 무공이 상승할지도 모르고, 검마가 거기서 파생된 절초를 내게 알려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검마를 거기까지 신뢰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어찌되었든간에 오륜서는 절세무공비급이 틀림없었고 그걸 검마에게 전해줄 경우 어떤 일이 생길지는 책임질 수 없다.
내가 망설이자 검마가 쓴웃음을 지었다.
“흠, 내가 아직 그 정도의 신뢰는 없나 보군.”
“죄송합니다.”
“뭐 됐네. 나중에라도 필요하다면 내게 상담하게.”
검마는 내게 오륜서를 건네주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검마에게의 신뢰가 조금 더 쌓이는 걸 느꼈다. 절세무공비급이란 걸 느꼈다면 얼버무려서 숨기던가 얼척없이 무력으로 뺏을수도 있을텐데, 자기에게 계륵같은 오륜서를 돌려주는 모습이 대범하게 느껴진 것이다.
‘ 조금 더 믿어봐도 괜찮을 듯 하다.’
그리고 나는 검마의 지도 아래 약 세 달 동안 무영검법과 탈혼검법의 검형을 익히기 시작했다. 초수와 동작을 익히는 것 자체는 그렇게까지 난이도가 있는 게 아니라서, 나는 세 달이 다 가기 전에 검형을 얻을 수가 있었다.
또한 그 동안에 좌선명상을 하면서 정신력이 안정되고 많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의념을 얻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어쩐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검마의 말로는 좌선명상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의(意)를 깨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뭐 이대로만 하면 삼 년 정도면 확실히 의념의 활용법을 배울 수 있겠군.”
삼 년.
길어보였지만 내가 전생을 한다는 걸 감안하면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다. 물론 좌선명상도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옆에서 검마가 지도를 해 주면서 의념을 끌어내는 법을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이 기회에 최대한 내 역량을 올리겠다는 일념으로 수련을 열심히 했다.
반천맹에서 긴급한 사자가 온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소웅 공! 급히 움직여 주시오.”
사자는 반천맹 소속의 고수로써 전생하면서 몇 번 얼굴을 보았던 인물이었다. 분명히 생사필(生死筆) 관정(寬鄭)이라는 인물로써, 원래는 일류고수에 턱걸이하던 자였지만 망량에게서 영약을 나눠받은 후 절정고수로 성장한 인물이었다.
생사필 관정은 며칠내내 말을 타고 온 건지 안색이 새하얗게 되어 있었다. 그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반천맹주께서 급히 뵙기를 원하시오.”
“응?!”
나는 당황해서 반문했다.
“3일 전에 봤을 때는 별일없다 했는데.”
나는 무영문에서 수련을 하고 나서 약 7일에 한 번씩 망량이 있는 진랑곡에 비등으로 찾아갔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전해듣기 위해서였다. 안그래도 3일 전에 망량을 찾아가서 지금까지의 근황을 전해주자, 망량은 아직 괜찮다며 수련에 집중하라고 내게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터진 것인가?
그러자 생사필 관정이 말했다.
“서둘러 주시오. 너무 급한 일이라서 반천맹주께서 나를 보낸 것이니.”
“음… 알았소.”
“평소에 보시던 곳에서 보시겠다 했소.”
생사필 관정은 그 말이 끝나자마자 화급하게 무영문을 나가버렸다.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검마가 말했다.
“반천맹주가 많이 급한가 보군. 서둘러 가 보게.”
“죄송합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습니다.”
검마가 훗하고 웃었다.
“걱정 말게. 언제든 편하게 오게나.”
“네…”
파앗!
나는 무영문 밖에서 비등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진랑곡에 도착하자, 망량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는지 복장을 완전히 갖춰입고 대청 근처에 서 있었다. 망량은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백웅. 큰일났소.”
“무슨 일이오?”
이어진 망량의 말에 나는 멍해졌다.
“백련교주가 황제와 불가침조약을 맺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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