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338)
00338 천계(天界) =========================================================================
감숙성 무위의 오화 지방에는 머지 않아서 도착할 수 있었다. 이 곳은 내가 와본 적이 없는 곳으로서, 일전에 감숙성을 가로지를 때는 지나갈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화 지방에서 이광의 안내에 따라 분지 지형을 지나서 큰 강을 따라가자, 험난한 격류가 넘치는 계곡이 나타났다. 계곡에서 좀 더 들어가자 트인 장소가 나타났는데 여기서 다시 산을 올랐다.
이광은 산길을 오르며 말했다.
“백련교에게서 내 스승인 이청운을 보호하며 감숙성에서 도망쳐나오던 때였다.”
과거의 일인 듯 했다. 그를 뒤따라가던 우리 셋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이광이 고즈넉한 말투로 과거를 회상했다.
“나도 추적자 때문에 상당한 부상을 입었지만 스승은 기식이 엄엄했지. 그 당시에 이 협곡의 수류 근처에서 임종을 맞이하셨고, 나는 물가에 스승의 유해를 둘 수 없어 산에 묘를 만들었다.”
“그게 여기군요.”
“나는 그간 많이 한스러웠다. 백련교가 뇌신류를 모욕하기 위해 사존의 유해를 파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간 무덤을 찾아뵙지도 못했지.”
이광이 갑자기 뒤돌아서서 진소청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네가 위험한 길을 가는 이상 사존의 가호를 받기를 원한다. 뇌신류의 조사들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진소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윽고 우리는 조그마한 땅에 마련되어 있는 불룩한 땅을 발견했다. 묘지라고 하기에는 그저 크게 솟아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저 흙을 무식하게 쌓아두어서 잡초와 나무가 근처에 우거져 있었다. 이광은 그 땅을 힐끔 쳐다보다가 자신의 창을 휘둘러서 장애물을 쳐 냈다.
촤좌좍
우리도 이광을 도와서 묘를 청소하자 모양이 났다. 이광은 그 봉분을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가 확실하다.”
“그렇습니까.”
“그럼…”
이광이 품속에서 약주를 꺼내서 묘 앞에 꿇어앉았다. 이광의 뒤에 우리도 따라서 앉았고, 절을 따라했다. 두 번의 절이 끝나고서 약주를 무덤에 뿌린 이광이 봉분을 무겁게 쳐다보면서 나직이 말했다.
“사부. 내 후계자인 진소청이 여기에 왔소.”
이어진 말에 나는 놀랐다.
“사부는 내가 당신을 배신한 줄 알았겠지만, 나는 그런 일이 없었소. 그 사실을 죽기 전에야 알아주다니 지금도 그저 한스러울 따름이오.”
그 말에 진소청도 놀랐는지 이광을 쳐다보았다. 과거에 대체 어떤 비사가 있었다는 말인가? 잠시 침묵하던 이광이 말을 이었다.
“소청이가 부디 교주의 마수(魔手)에서 무사할 수 있도록 축원해 주시오, 사부…”
그 모습은 무겁고 어두웠다. 이광은 내심 진소청이 백련교에 가지 않았으면 하겠지만 이미 진소청을 말릴 수가 없기에 무사를 기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잠시 후 다시 절을 하고 성묘가 끝나자 우리는 둘러앉아서 가져 온 약소한 음식을 꺼냈다.
이광은 무겁게 진소청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방금 내가 한 말에 놀랐을 것이다.”
“네.”
“네 옆에 있는 두 사람은 네가 목숨을 걸고 신뢰한다 하였기에 이 비사(秘事)를 말해주고자 한다. 이렇게라도 나는 너를 믿는다고 알려주고 싶구나.”
“……”
한숨을 쉰 이광이 과거 이야기를 시작했다.
“스승은 갑자기 교주에게 불려갔다. 벌써 50년도 더 된 일이군.”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자리는 독대(獨對)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진소청은 얼굴이 굳어졌다.
물론 그 이야기는 알고 있다. 이미 한백령이 그 사실을 말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광의 입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니 그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층 더 궁금해졌다. 이광의 말이 이어졌다.
“교주와 독고준이 있는 자리에 간 스승은 뭔가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도중에 틀어져서 싸우게 되었고, 엉망진창이 된 채로 뇌신류의 본거지로 돌아왔다. 나는 스승에게서 자세한 사정을 들을 여유도 없이 뇌신류의 전승자들을 도망시키며 동시에 나도 도망쳐야만 했지.”
이광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는 스승을 감싸면서 도주하다가 절벽에서 용비천에게 당해서 떨어졌다. 그리고 이 근처에서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 스승은 한층 몸상태가 안좋아져 있었지. 천령단으로도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부상이라서 나는 더 이상은 대라신선이 와도 살릴 수 없음을 알았다.”
“……”
“헌데, 회광반조로 정신을 차린 스승은 나를 배신자로 알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뇌신류의 비밀을 팔아넘겼다 생각하셨지. 나는 아니라 했지만 결국 스승이 교주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이유는 그 비밀의 유무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어떤 비밀입니까?”
“뇌신류 무공의 최종오의!”
“……!!”
그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경직되었다.
뇌신류 최종오의!
그것은 지금까지의 전생에서 교주가 집요하게 찾으며 요구했던 존재가 아닌가? 그런게 존재하는가 아닌가도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이광은 최종오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사코 부정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서 그게 다시 언급된 것이다.
진소청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정말로 최종오의가 존재합니까?”
이광은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존재한다!”
그리고 이 순간 많은 게 달라졌다. 이광이 없다고 부정하길래 그저 환상속의 존재일 줄 알았던 뇌신류 최종오의가, 실존하는게 확정된 것이다! 지금까지도 있을거라고 추측은 하고 있었지만 뇌신류 호법사자의 정통 후계자가 확언하는 건 무게감이 달랐다.
“나는 스승님께 내 결백을 고한 덕에 돌아가시기 전에 오해는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스승의 말에 따르면, 스승이 연구하고 있던 최종오의의 구결이 누설되었으며 교주가 사전에 그걸 입수해서 약점을 연구한 모양이었다. 그 때문에 스승은 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진소청이 당황해서 되물었다.
“마치, 이청운 태사부께서 백련교주를 이길 수 있었다는 말…”
“그래. 당연하지.”
이광의 눈에 불꽃이 일렁였다.
“그 날 교주는 독고준과 함께 스승을 합공했다. 그 상황에서도 스승은 최종오의의 구결을 운용해서 약간의 승기를 잡았었던 모양이다. 그 절기가 제대로 먹혔다면 양패구상까지 가능했을 것이다.”
“……!!”
다들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백련교주를 상대로 승산이 존재했다니!
신의 사도 달기를 상대로도 물러나지 않고 태연히 싸울 수 있는 가공할 초인(超人)이자 무림의 상식을 몇 단계나 뛰어넘은 게 바로 백련교주였다. 특히 오행과 태극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데다가 현겁을 써서 시공간을 조종하는 능력은 경악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전대 뇌신류 호법사자 이청운은, 그런 교주와 독고준의 합공에서 이길 뻔 했다는 말이 아닌가?!
이광이 말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쭉 생각했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최종오의의 비결을 훔쳐내서 교주에게 갖다준 게 아닌가? 그리고 그 자는 틀림없이 뇌신류일 것이고 배신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소청아. 너라면 내가 이 이야기를 한 이유를 알아들었을 것이다.”
진소청의 눈이 번득였다.
“그 배신자의 정체를 알아내야 하겠군요.”
“그렇다. 원래는 내가 수십 년의 세월을 두고 뇌신류의 전승자를 규합하고, 그들을 관찰해서 범인을 알아내려 했다. 그래서 전승자라면 일단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렇게 대답한 이광이 말했다.
“배신자는 교주가 뇌신류를 다시 받아들여서 재기에 성공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뇌신류의 전승자가 모이게 되어서 대질심문을 하게 되면 분명히 배신자의 꼬리가 잡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신자는 네가 백련교주의 제자로 들어갈 경우 반드시 손을 쓸 것이다.”
“배신자는 어째서 배신했던 걸까요?”
“여러가지를 생각해 봤지만 알 수가 없었다.”
한숨을 쉰 이광은 진소청에게 말했다.
“그래서, 괜찮다면 내가 알고 있는 최종오의에 대한 것을 네게 알려주려 한다.”
“정말이십니까!”
“그래.”
이광이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건 그저 정보에 불과하다. 무공의 향상에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기에 오늘날까지 네게 감춰왔던 것이다.”
“말씀해 주십시오.”
이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먼저, 뇌신류 최종오의는 다른 삼대유파와는 달리 미완성이었고 역사상 아무도 습득하지 못한 환상의 기술이었다. 또한 권(拳), 검(劍), 창(槍)을 모두 최종절기까지 익힌 후 천령단을 얻는 게 기본조건이다. 그 후 각 분야 3인의 뇌신류 절세고수의 도움으로 완성할 수가 있는데, 문제는 그렇게 완성된 후 모든 것을 망각하고 갈아엎은 후에야 최종오의를 얻을 수가 있다.”
여기까지는 알고 있는 정보였다. 하지만 이윽고 이광의 입에서 여태껏 알지 못했던 또다른 정보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뇌신류의 종사들은 겉으로는 최종오의가 미완성인 척 하면서 몇 대를 걸쳐서 연구해 오고 있었다. 내 태사부 때는 이미 요결을 왠만큼 만들어둔 상태였고, 내 스승은 비밀리에 그걸 연마했다.”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었다는 말씀이십니까?”
“완성이라기 보다는 정형화였지. 왜냐하면 무혼(武魂)은 인간의 수준에서는 절대 한계를 볼 수 없는 무학이었기 때문에, 인간이 익힐 수 있는 수준까지 기초무공을 만든 셈이다. 그걸 가리켜서 내 스승은 뇌신지혼(雷神之魂)이라고 칭했다.”
뇌신지혼!
번개의 신이 지닌 혼이라는 뜻인 듯 했다. 곰곰히 생각하던 진소청이 말했다.
“뇌신지혼을 연마함으로서 무혼에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거군요.”
“그렇다. 무혼은 무한이기에 실질적으로 뇌신지혼이 최종오의라고 할 수 있지.”
“그럼 어째서 수련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뇌신지혼은 통상적인 무공과 다르기 때문에 초절정에서도 극(極)에 달해있는 진정한 달인만이 연마를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스승은 내게 그 존재와 요결만 알려주었고 수련방법같은 건 알려주지 않았지.”
이광은 쓴웃음을 지었다.
“심지어 내가 알고 있는 요결도 뜻이 뭔지 알 수 없는 괴상한 것들이다. 차라리 주문(呪文)에 가깝지. 현 시점에서 뇌신지혼은 완전히 실전되었다 할 수 있다.”
“그 요결을 알려 주십시오.”
“그러마.”
이광은 망설이지 않고 구결을 불러 주었다. 나와 망량이 있는데도 개의치 않는 것을 보면 정말로 이걸로 무공수련따위를 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구결을 두세 번 더 외워 준 이광이 말했다.
“스승은 자신이 죽을 때를 대비해서 이 구결을 아무것도 아닌 척,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전승자에게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배신자의 정체를 더 특정하기 힘든 것이다. 단지 배신자는 이 의미불명의 구결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알고 있었고, 백련교주에 팔아넘길만한 동기가 있는 인물이라는 것 뿐…”
“어렵군요.”
“그래서 네 백련교 행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소청은 자신감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배신자를 반드시 잡아서 죽일테니 염려 마십시오.”
“그래, 너만 믿으마.”
이광은 이후 진소청에게서 장삼봉 칠대절학의 비급구결과 수련법을 전해들은 후 떠났다. 아무리 아끼는 제자라고 하지만 백련교에 가는 것은 그의 인생행로가 용납지 않는 것이다. 이광이 완전히 떠나자 진소청이 우리에게 말했다.
“계획을 변경하는 게 좋겠소.”
그러자 망량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건 안 되오.”
“내가 무슨 의견을 낼 줄 알고 안된다는 거요?”
“칠살마을의 흑패!”
망량은 오화칠금선을 펼치며 말했다.
“우리 계획에 따르자면 백련교주의 제자로 들어간 후 흑패를 써서 태산노옹을 암살하기로 했잖소! 그걸로 이청운을 살리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오!”
망량의 말에 나는 진소청을 쳐다보았다.
‘ 이청운을 되살린다고?’
아니나 다를까 진소청의 의도가 읽혔는지 진소청은 묵묵히 망량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참동안 두 사람의 눈싸움이 이어지자 진소청이 입을 열었다.
“봉선의식으로 따로 힘을 뺏기지 않는다면 황궁세력은 백련교의 힘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소.”
“주작은 이길 싸움만 하는 자요. 백련교주도 그의 한계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소. 그렇다면 신의 힘을 빌어서 주작을 처리해야만 하오.”
“이청운 태사부를 되살리는 게 그만큼의 이득이 있다고 생각하오.”
“뇌신지혼 때문에?”
내 반문에 고개를 끄덕인 진소청이 말했다.
“전성기의 이청운 태사부는 교주에 준하는 무공을 지니고 있었던 걸로 보이오. 그 분에게서 뇌신지혼을 전수받고 덤으로 동료로 만든다면 백련교주에 맞서싸우기도 쉬워지오. 무엇보다도 사람을 죽이는 건 어떻게든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지만, 사람을 부활시키는 건 신밖에 할 수 없는 일이지.”
그러자 망량이 고개를 저었다.
“주작부터 죽여야만 하오. 주작만 무너뜨리면 나머지 황궁세력은 쉽게 쓰러뜨릴 수 있으니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소.”
“……”
나는 망량과 진소청의 의견대립을 보자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쪽의 말도 일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잠시동안 고민하다가 말했다.
“어차피 지금 당장 주작을 죽이는 것도 아니잖소? 좀 더 사태를 지켜보다가 결정합시다.”
“그게 좋겠소.”
“알겠소.”
망량과 진소청은 내가 중재를 하자 수긍하는 기색이었다. 의견차이는 있을지언정 결국 칠살마을에 가서 반전의뢰를 할 수 있는 건 나 뿐이었기 때문이다.
망량이 힐끔 무덤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천신령의 술법을 일단 써 보고 갑시다.”
“이청운의 영혼이 있는지 말이오?”
“그렇소.”
우웅 –
나는 이윽고 십지에서 기운을 떠올려서 영혼의 힘을 느꼈다. 하지만 이십 리 이내의 영혼을 찾아봐도 이 근처에서는 강령이 가능할 정도의 큰 기운이 없었다. 내가 당황해서 망량에게 말했다.
“이청운의 영혼이 없소…”
망량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강하고 뛰어난 자의 영혼이라 하여 꼭 지상에 붙박히는 건 아니오. 이청운은 아마 이미 승천하여 저세상으로 가버린 모양이군.”
“……”
당초에 이청운의 영혼을 천신령의 술법으로 소환하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말짱 도루묵이 아닌가? 나는 황당해서 망량에게 말했다.
“승천한 영혼은 천신령의 술으로 불러올 수 없는 거요?”
“물론이오. 어디까지나 이승에 남아있는 영혼 한정이오.”
“으음…”
망량은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청운은 반전의 권능으로 되살릴 수밖에 없겠군.”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갑시다.”
“알았소.”
파앗!
나는 곧장 일행에게 비등을 써서 낙양으로 향했다. 낙양의 한씨세가로 들어오자 곧장 가주의 알현실로 안내받았고, 거기에는 한백령이 장죽을 들고 기대어 앉아 있었다. 한백령은 우리 셋을 힐끔 훑어보더니 말했다.
“염령으로 이동할 것이다.”
화신류의 화덕, 염령! 우리는 한백령을 따라서 염령으로 가서 백련교의 본단으로 순간이동할 수 있었다.
파앗
백련교에 도착한 우리는 한백령을 앞세워서 아무런 방해도 없이 교주의 방까지 가게 되었다. 심지어 원로원 고수들도 그저 우리와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교주를 뵙니다!”
교주는 예전처럼 발 뒤에 모습을 숨긴 채였다.
그는 우리를 보자마자 말했다.
역시 흑백련의 효능이 소교주를 저주에서 풀어낸 모양이었다. 이윽고 교주가 말을 이었다.
[ 이제 본교는 중원을 접수하는 과정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대들의 요청대로 뇌신류 호법사자를 정하고 그를 내 직계 제자로 받아들일 것이다.]드디어 이 순간이 왔다.
이제 진소청이 선택된다면 그와 연락을 취하면서 백련교주의 무공과 비밀을 파헤칠 수 있을 것이다!
계획이 절반 이상 왔다는 느낌에 가슴이 부풀어오를 때였다.
“……?”
뭔가 이상하다. 망량과 진소청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다.
딴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발 뒤에 있던 백련교주의 손가락 그림자가 내 쪽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멍청하게 나 자신을 검지로 지목하자, 교주의 육합전성이 쐐기를 박듯이 들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