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340)
00340 천계(天界) =========================================================================
백련교주와의 대담이 끝난 후 나는 진소청과 망량이 있는 곳으로 갔다. 원로원 고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정원 근처에서 나를 안내해 주었기에 찾아가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나는 원로원 고수의 신법을 힐끔 살펴보았다.
‘ 이 자도 초절정고수로군.’
원로원의 인원은 최소한 스무 명이 넘는다. 그렇다는 말은 중원 어디에 내놔도 천하를 오시할만한 초절정고수가 스무 명 넘게 있다는 소리다. 원로원의 전력만으로도 중원을 박살내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삼대무류의 달인, 삼대 호법사자, 교주의 힘까지 합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원로원 고수가 말했다.
“다 왔다.”
내가 도착한 곳에는 망량과 진소청이 기다리고 있었다. 망량은 나를 보자 말했다.
“백웅. 이 분께서 바로 백련교의 소교주이시오. 예를 갖추시오.”
망량과 진소청은 부복한 상태였다. 나는 따라서 부복하며 말했다.
“뇌신류의 호법사자로 임명받은 백웅이 소교주를 뵙니다.”
그러자 소교주는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았다.
“그대는 내게 존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네?”
“나와 호법사자는 동급. 그러므로 평대를 하시면 됩니다.”
그 말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소교주와 호법사자가 그런 관계인지는 지금껏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백련교주의 그 위용을 보고 나서도 소교주에게 함부로 대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예의바르게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소교주는 웃으며 말했다.
“그대들이 가져온 흑백련 덕에 저는 구원받았습니다. 그대들이 내 생명을 구해준 일은 반드시 보은(報恩)하겠습니다.”
“아닙니다. 교를 위한 일에 어찌 대가를 바라겠습니까?”
“은혜와 원수는 반드시 명백히 해야겠죠.”
소교주의 말은 약간의 온기가 담겨 있었다. 그가 우리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건 사실인 것 같았다. 그러자 망량이 약간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소교주께선 수신류(水神流)의 무공을 익히셨는지?”
“그렇습니다.”
“과연… 진경이 범상치 않으셔서 놀랐습니다.”
망량의 말에 소교주가 씁쓸하게 대답했다.
“수신류에 나보다 뛰어난 고수가 다섯이나 있답니다. 이 정도 무공으로 소교주라 자칭하는게 늘 부끄럽지요.”
“하하, 크나큰 재능을 지니신 분께서 겸손이 과하시군요.”
“아닙니다.”
망량의 말에 소교주는 황급히 부정하면서도 그리 기분이 나빠보이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호감을 얻은 것이다. 소교주의 시선이 옆에 있던 진소청을 향하더니 말했다.
“그대가 향간에 소문이 자자했던 진소청이군요. 남궁세가 이야기는 저도 얼마 전에 들었습니다.”
“그리 미담(美談)이 아닌지라 민망합니다.”
“아뇨, 충분히 미담이라고 생각합니다.”
순간적으로 소교주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내가 그 일을 알았다면 남궁세가의 구족(九族)을 멸했을 텐데.”
“……”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아서 무섭다.
진소청은 씁쓸하게 말했다.
“상서롭지 못한 이야기입니다. 그보다는 소교주의 쾌유를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나는 가보려 하는데, 그대들은 어디로 갈 겁니까?”
“저희는 교주께 받은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꼭 성공하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소교주는 시비와 함께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그가 사라지고 한참 후에야 우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걸어가면서 망량에게 순어구로 말을 걸었다. 전음은 고도의 기술이었기에 신경이 덜 쓰이는 순어구를 쓰는 게 편했다.
[ 망량. 그는 완전히 쾌유한 듯 싶군.] [ 그렇소. 대화해보니 그는 건강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흑백련의 힘으로 내공마저 증진된 것 같더군.] [ 본디 그는 소교주라서 교에 있는 성련을 마음대로 먹지 않았겠소?] [ 그게… 아무래도 성련만 먹으면 생기는 공력의 한계가 흑백련으로 조금 뚫어지는 모양이오. 상승효과인 듯 하오.] [ 흐음.]나는 속으로 침음성을 흘렸다. 성련과 흑백련을 같이 먹으면 상승효과가 생긴다는 말인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 그럼 내가 성련을 먹어도 되겠군.’
지금까지 반복적으로 흑백련을 섭취했지만 이제 한계치에 도달해서 상승효과가 적었다. 그렇다면 백련교에 입교한 김에 성련을 얻게 된다면 내 공력은 한층 진보하게 될 것이다.
물론 망량이라면 이 정도는 이미 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고 내게 다른 말을 했다.
그러자 망량이 훗하고 웃었다.
“백웅. 소교주님은 대단하지 않소?”
[ 적당히 입으로는 아무 말이나 하면 되오.]
나는 그 낌새를 알아채고는 적당히 대답했다.
“그렇군… 대단한 기도셨던 것 같소.”
[ 알겠소.]
이런 경험은 예전에 검마와 있었을 때 한번 해 보았다. 진소청도 우리의 낌새를 눈치챘는지, 비슷하게 대화와 전음을 함께 걸어 왔다.
“하하! 그새 반한 거요?”
[ 언제쯤 백련교를 벗어날 생각이오?]
“농담하지 마시오.”
[ 우선 성련의 소재지부터 파악을 합시다. 그러고나서 움직여도 늦지 않소.]
우리는 그렇게 대화와 전음을 교묘하게 섞으면서 순어구를 응용해서 밀어(密語)를 나눴다. 본디 망량의 공력이 부족해서 연속으로 전음을 쓰며 대화하는 건 무리였으나, 순어구를 쓰자 어찌어찌 대화를 오래 나눌 만 했다.
숙소에 돌아와서 숙면을 취한 뒤,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우리는 공력을 올리기 위해서 성련을 얻고 싶다고 원로원을 통해 진언을 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백련교주의 회신이 돌아왔다.
원로원의 고수이자 교주전의 입구를 경비하는 삼로(三老)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나를 따라와라.”
우리가 삼로를 따라서 백련교의 거주지역을 벗어나 꽤 멀리에 있는 외성지역으로 들어서자, 거기에서부터는 험준한 협곡이 시작되었다. 산을 서너개쯤 넘어서 수십 리를 더 가서야 삼로가 멈춰섰다.
“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삼로의 말대로 동굴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그 곳에는 과거 흑백련을 얻었던 것 같은 분지 지형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연못이 무려 다섯 개나 있었고, 거기에는 새하얀 연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망량은 감탄하며 말했다.
“이게 전부 성련이오?”
“그렇다.”
삼로는 매서운 말투로 말했다.
“한 명당 성련 하나씩! 그 이상은 안 된다.”
“그건 교주의 명령이오?”
망량의 반문에 삼로가 짜증을 냈다.
“염치도 없이 여러 개를 가져간다고? 웃기지 마라. 성련은 본교의 보물이니 결코 함부로 내줄 수 없다!”
“내 질문에 대답해 주시오. 교주의 명령이오?”
“… 아니다.”
그러자 망량은 훗하고 웃었다.
“우리는 교주께 임무를 받았소. 그리고 오늘 우리가 올린 건의가 받아들여진 이유는 교주께서 우리의 임무에 성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오. 그렇지 않소?”
“……”
“우리의 사욕을 챙기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임무수행의 일환으로 필요한 것일진대, 당신의 독단 때문에 우리가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하여 임무가 실패한다면? 어떻게 될런지 참 궁금하오.”
“이익.”
삼로는 결국 노화를 참지 못하고 출수(出手)했다.
파밧!
다음 순간 나와 진소청은 망량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리고 삼로의 손은 내 칼날 앞에 멈춰 있었고 진소청의 손이 삼로의 목젖 앞에 다가가 있었다. 찰나간에 초식교환이 이뤄졌는데 삼로의 공격을 완전히 차단해버린 것이다.
낭패한 표정으로 삼로가 뒤로 물러서자 진소청이 나직이 말했다.
“여기에 싸우려고 온 건 아닐텐데. 괜한 고집 부리지 마시오.”
“그럼 내가 묻지. 네놈들은 성련을 여러 개 가져가서 임무에 적확하게 쓸 자신이 있다는 거냐? 만일 조금이라도 낭비를 하게 된다면 원로원의 이름을 걸고 네놈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삼로가 으르렁거리며 엄포를 놓자 망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아무렴 알아서 하지 않겠소? 그러니 얼른 비키시오.”
“으으…!!”
삼로는 분을 삭히려고 주먹에 힘을 꽉 주다가 결국 한숨을 쉬었다.
“후우, 지켜보겠다.”
삼로의 반응이 과민반응같았지만 성련같은 초고급 영약을 다루는 일이니 저럴 만도 했다. 도리어 하나에 그치지 않고 여러 개를 가져가겠다는 우리 쪽이 억지를 부리는 중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데서 타협해봤자 의미가 없었으므로 교주의 포용력을 믿고 배짱을 튕기는 게 훨씬 낫다는 게 망량의 계산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총 열 뿌리의 성련을 모조리 캐서 나갈 수가 있었다. 다섯 개의 연못에 피어있는 연꽃이 수백 개이긴 했지만 열 뿌리를 건져내자 확연히 연못이 빈 게 느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삼로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화했다.
삼로는 동혈을 닫고 나갈 때까지 우리를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이놈들… 두고봐라…”
“……”
뜻밖에 삼로의 원한을 산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성련 열 뿌리의 가치는 막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다같이 성련을 한 뿌리씩 복용하고 운기조식했다.
우웅!
“오오!”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왜냐하면 음양의 기운을 내포한 채 기경팔맥에 가라앉아 있던 흑백련의 기운이 성련에 반응해서 격렬하게 요동치는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태껏 없었던 일이었으므로 나는 정신을 집중해서 기운의 유동을 다스렸다.
서로 엉겨붙던 차갑고 뜨거운 기운은 이윽고 거대한 활화산처럼 전신을 웅후한 기세로 감쌌다. 원래라면 격심한 고통을 겪을 정도로 강한 기세였으나 나는 거대한 공력을 다루는데 익숙해졌으므로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이윽고 내가 완전히 대주천을 통해서 성련의 기운을 갈무리하자, 또 한 번 기운이 진보하는 게 느껴졌다.
‘ 굉장해!’
지금까지도 개세적인 공력이었으나 이제는 공력을 한 번에 내뿜을 수 있는 한계가 크게 진척된 느낌이다. 이제 나는 이광과 싸워서 확연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호법사자가 아니면 나를 감당할만한 고수는 천하에 없지 않을까 하는 자신만만한 기분이 들었다.
망량과 진소청도 성련을 복용하자 큰 공력성장을 느낀 듯 했다. 나만큼은 아니었지만 이제 그들도 어디 가서 공력이 부족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다. 아니, 동년배에 비하면 몇 배나 될 정도로 막강한 내공력이니 정종신공을 수십 년이나 수련한 것과 동일한 효능인 것이리라.
망량이 씨익 웃었다.
“백웅. 이 정도면 충분히 해낼 수 있소.”
“뭘 말이오?”
“성련을 이용해서 뇌신류 전승자들을 끌어들입시다.”
그의 눈이 번득였다.
“뇌신류의 최종비학에 성련… 오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오.”
물론 그것은 감시의 이목을 생각해서 하는 겉치레일 뿐이었다. 실제로 망량은 나와 진소청에게 다른 전음을 보내고 있었다.
[ 이청운을 배신한 자의 정체도 이걸로 알아낼 수 있을 것이오.]나는 짐짓 감탄하는 척 하며 이중대화를 진행했다.
“과연!”
[ 배신자의 정체를 어떻게 알아낼거요?]
망량은 싱긋 웃었다.
“후후. 아주 좋소이다.”
[ 성련을 이용해서 이 교섭을 진행하다보면 유독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자가 있을 것이오. 왜냐하면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교의 방침이 바뀐 것이므로,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접촉해서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려는 심리겠지. 그런 자들을 추리면 용의선상이 좁혀질 게 분명하오.]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보니 저녁을 먹어야겠군. 배가 고파.”
[ 그런데 배신자를 꼭 찾아낼 필요가 있소? 그 자는 대국에 아무런 쓸모도 없지 않겠소?]
“고려에서 유명하다는 계삼탕(鷄蔘湯)을 먹어 봅시다. 저 밑의 마을에 계삼탕을 할 줄 아는 백련교의 최고숙수가 있다고 했소.”
[ 전혀 그렇지 않소. 그 배신자를 찾아내야 나중에 이청운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오.]
나는 깜짝 놀랐다.
“뭐라고! 계삼탕이라고!”
[ 주작을 죽이지 않고 이청운을 살리겠다는 말이오?!]
망량의 눈이 진중해졌다.
“그렇소…. 바로 그 계삼탕이오!”
[ 고려해보겠단 말이오. 우선 배신자의 정체만 알게 되면 다음 전생때 백웅 당신이 써먹을만 할 거요.]
“계삼탕을 먹게 될 줄은 몰랐소.”
[ 나는 거기까진 생각지도 못했소.]
망량은 주먹을 부르르 떨며 장황하게 외쳤다.
“한번 맛있게 즐겨 봅시다!”
[ 언제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게 책사인 법이지.]
“오오!”
[ 늘 한 수 배우는군.]
“계삼탕은 고려에서 십여년 전부터 갑자기 유행하는 요리로, 신선로(神仙爐)에서 파생되었다 보고 있으며, 그 귀한 삼(蔘)을 넣어서 조리하기에 극히 먹기가 힘들고 희귀하다 하여 최상급 요리! 주사 중에서도 청(靑)홍(紅)흑(黑)백(白) 중 홍천주사부터나 조리할 수 있다 하는 어려운 요리! 바로 그것을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이오!”
[ 아무튼 잘 기억해두시오.]
“과연…!!”
[ 알겠소. 지금 이야기를 유념하겠소.]
그렇게 나와 망량의 이중대화가 거의 끝났을 때였다. 순어구는 일대일 쌍방대화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중대화를 듣지 못하던 진소청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계삼탕이 그렇게 맛있소?”
“……”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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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교주의 성별묘사가 없는 줄 알았는데 있었습니다… 제 실수입니다. 내용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