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352)
00352 천계(天界) =========================================================================
태공망 강상!
그는 강자아라고도 불렸으며, 은주시대에 은 주왕을 물리친 도인이었으며, 대전략가이며, 실질적인 서기의 재상이었다. 태공망은 은주혁명기의 샛별같은 존재였기에 정사(正史)든 야사(野史)든간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으며 명백히 중화의 역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존재였다. 역사상의 위인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지니고 있었으며 도리어 일국의 황제보다 더 유명했다.
태공망이 말했다.
[ 역사상 이토록 많은 대라신선이 불린 적은 없었으리라.]잠시 침묵하던 태공망의 말이 이어졌다.
[ 나, 그대들에게 축복을 내리고자 함이지만… 그대들은 이례적인 존재인 만큼 선택권을 주려 한다.] “어떤 선택권을 말씀하십니까?”[ 내 가호를 받거나 다른 분의 가호를 다시 한 번 받을 기회를 주겠노라. 어찌하겠는가?] “……”
이게 무슨 말인가? 내가 언뜻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멍해져 있었지만 망량은 빠르게 그의 말을 이해하고는 대꾸했다.
“대라신선의 기운은 2번 중첩되면 인간의 영혼으로 감당할 수 없지 않습니까? 재선택이 불가능한 문제 아닙니까?”
[ 본디 그렇다. 그렇기에 내 힘을 써서 중첩으로 인한 파멸을 물리쳐주는 것이다. 어찌하겠는가?]
“재선택을 할 경우 2번 중첩되는 효과가 생기는 것입니까?”
[ 그런 건 아니다. 1번의 효과이다.]
망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 되었습니다. 저희가 선택을 미룬게 기운중첩 때문이니, 재선택 권리를 주는 게 합리적이라고 대라신선분들께서 생각하셨군요.”
태공망이 긍정했다.
[ 그런 셈이다. 어쩔 테냐?] “논의해야 하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체하지 말라. 이 술법사의 체력은 얼마 남지 않았다. 곧 진원진기가 소모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천우진의 몸은 슬슬 한계로 보였다. 망량은 나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백웅. 어쩌시겠소?”
“그, 그러니까 지나갔던 축복을 다시 받을 수 있다는 말이군.”
“그렇소. 다만 이것만큼은 뭐라 할 수 없겠군. 당신의 직감대로 선택하시오.”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 재선택이라?’
쓸만한 선택이라 하면 총 4명이 있었다.
태허천존의 운, 서왕모의 수명, 여동빈의 검술, 원원자의 무공!
그 중에서 서왕모의 수명가호는 사실 제일 쓸모가 없었으며 여동빈의 경우 또한 이미 단말을 통해서 얻을만큼 얻었으므로 무의미했다. 그리고 장삼봉의 무공은 칠대절학을 아직 반도 소화 못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태허천존의 대운(大運)을 받는게 현명하다. 보통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윽고 태공망에게 말했다.
“나는 태공망님의 가호를 받겠소!”
태공망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 진심이냐? 어디까지나 공정한 기회를 위해 재선택을 마련했거늘… 쟁쟁한 천선(天仙)들을 물리고 내 가호를 선택하겠다고?] “안 좋은 가호입니까?”[ 내가 줄 가호는 영수(靈獸) 사불상(四不像)의 소환능력이다.] “……”
영수라.
‘ 애매한데…’
영수란 상급 신선만이 타고 다닐 수 있다는 천계의 신령스러운 짐승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영수는 지상세계에서는 그 자체로 정령이나 신수와 동급이었고, 온갖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신선과 동급인 짐승이기에 영수라 불리는 것이다. 지선 망량의 지식에 따르면 천계 내에서도 영수를 지닌 신선은 아주 극소수였다.
매우 좋은 가호이긴 하지만, 영수 사불상을 소환하는게 내게 얼마나 좋을지가 미지수이다. 차라리 다른 대라신선의 가호를 재선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천우진이 쌍코피를 터뜨리는 광경이 눈에 보였다.
주르륵!
“헉.”
[ 술자의 진원이 소모되고 있다.]
태공망이 너무 무덤덤하게 말해서 소름이 끼쳤다. 천우진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급히 말했다.
“알았습니다! 영수 사불상의 소환권을 주십시오!”
[ 좋다.]
파앗
잠시 후 빛과 함께 천우진의 몸에서 대라신선이 떠나가는 게 보였다. 천우진은 잠시 비틀비틀거리더니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급히 천우진을 부축했으나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안색이 창백했다.
그는 헐떡거리고 있었다. 전신이 땀에 젖은 채 괴로워하던 그가 망량에게 말했다.
“사형… 신열(神熱)에 걸렸으니… 나를 집까지 좀 옮겨 주시오…”
“알았네.”
망량은 말을 걸어볼 새도 없이 천우진을 업고 어디론가 뛰어가 버렸다. 나는 망량을 따라갔는데 망량은 천우진의 집에 그를 눕히고 미음을 쑤기 시작했다. 내가 영약을 주면 어떨까 제안해 봤지만, 강한 기를 품은 영약은 지금 상태에서 되려 독이라고 말했다.
“사제는 지금 강력한 신령을 너무 많이 받아들여서 신열에 걸렸소.”
“위험하오?”
“그건 잘 모르겠소. 하지만 만일 사제가 살아남는다면 사제는 굉장히 뛰어난 진보를 보일 것이오. 신열이라는 건 대선들의 선력이 몸안에 과도하게 흐르는 상태이니.”
나는 천우진의 등에 대고 기를 불어넣으며 내가 아는 의술을 동원해서 간호해 주었다. 약 한 시진이 지나서 천우진이 진정되어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망량은 옆의 의자에 앉아서 말했다.
“불쌍한 녀석이오.”
“누구? 천우진 말이오?”
“그렇소. 이 녀석은 어렸을 적 부모를 잃고는 스승님의 손에 이끌려서 여태껏 술법만을 배우며 자라왔소. 무균상태의 천재인 셈이지. 그래서 성격이 모질고 괴팍한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순수하고 착한 면도 있소.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우리에게 도움을 주지도 않았겠지.”
“……”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오.”
망량은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비록 술법재능은 비교가 안될 정도이지만, 망량은 그런 차원을 떠나서 사형 대 사제로 그를 아껴주고 있는 듯 했다.
나와 망량은 천우진의 집을 나왔다.
망량이 말했다.
“나는 여기서 사제를 간호해야 할 것 같소. 며칠 기다리시오.”
영수 사불상을 소환해서 이것저것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그 작업은 전적으로 나 혼자 해야만 할 것이리라. 나는 지금 상황이 짜증이 나서 불만을 터뜨렸다.
“망량선사는 제자가 저 꼴이 되었는데 지켜보기만 할 뿐 도와주지 않는단 말이오?”
“그런게 스승의 방침인데 뭘 어쩌겠소? 자유방임이란 게 꼭 좋기만 한 건 아니라오.”
“……”
나는 짜증이 나서 홱하고 사당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사당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서 소리를 질렀다.
“이 망할 흑묘(黑猫) 놈아! 제자가 아파죽는데도 나와보지 않을 셈이냐!”
그 순간이었다.
“헉…”
엄청난 수면욕이 밀려들어왔다.
나는 뇌정경은 물론이고 뇌신류의 모든 정신적 요결을 동원해 보았지만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나는 비틀대며 버티려 했으나 이윽고 수마(垂魔)에 사로잡혔다.
……
나는 또다시 망량선사의 현몽에 들어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내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망량선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안녕.]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오솔길을 따라서 걸어오는 게 보였다. 나는 망량선사의 화신을 보자마자 화가 났다.
“이 개자식아!”
[ 틀렸어.]
“뭐라고?!”
[ 난 개가 아니라 고양이다.]
“……”
어이가 없어서 망량선사를 쳐다보자 그가 지붕 위로 폴짝 뛰어 올라갔다.
[ 농담이고, 우진이는 괜찮을테니 네가 걱정 안해도 된다.] “괜찮다고? 쌍코피를 흘리고 기절했는데?”[ 그건 기가 쇠해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반대로 과도한 신력(神力)때문에 신열(神熱)이 일어난 거지. 그러나 환신(幻神)에 이른 술법사가 그 정도로 죽는다고 하면 고양이도 웃을 일이다.]
망량선사가 단언했다. 나는 퉁명스레 대꾸했다.
“개도 웃을 일이지.”
[ 아냐. 고양이도 웃을 일이다.]
“왠 고집이야 대체?”
기가 막혀서 소리를 버럭 지르자 망량선사가 꼬리를 살랑거렸다.
[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고, 할 말이 있다.] “무슨 할 말?”[ 가호 재선택을 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
나는 눈에 이채를 띄고 망량선사를 쳐다 보았다. 저 망할 흑묘가 내게 직접 이런 질문을 하는 일은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아깝잖아.”
[ 뭐가?]
“다른 걸 재선택하면 효율적일지도 모르지만 태공망의 가호가 뭔지는 모르지. 그냥 그것 뿐이야.”
[ 그래서 태공망의 가호가 뭔지 궁금해서 써 보기로 했다는 건가?]
“그래.”
이제 20회차가 다 되어가는 지금, 내게 있어서 중요한 건 지금 당장의 효율성 보다는 큰 그림을 위한 다양성이었다. 일단 태공망의 가호까지 써본 다음에 그 변수까지 고려에 넣어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게 도리어 긴 안목으로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내 말을 들은 망량선사가 말했다.
나는 황당해서 외쳤다.
“뭔 개소리야! 내가 한 말이 뭐가 이상하다고?”
[ 보통 인간이라면 운이나 수명이나 무공을 선택하겠지. 네가 행한 선택은 대라신선만큼 기나긴 삶을 보내는 존재가 유희겸 할만한 발상이다.]
망량선사의 묘안(猫眼)이 아무 감정도 없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내가 왜 질문했는줄 알고 있는가? 지금 천계에서는 네 선택을 신기하게 여기고 주목하는 존재가 대폭 늘어났다. 심지어 너와 단말이 이어진 여동빈은 귀찮음을 느끼고 천신봉으로 대피해있는 상태지.] “……”[ 그 어떤 신선도 네가 그 선택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다들 태허천존의 대운(大運)을 선택할 거라고 여겼지. 그렇기에 너는 현재 천계에서 가장 흥미를 끌고 있는 존재다.]
나는 황당해서 입을 벌렸다.
‘ 그 선택이 그렇게 희한한 거라고?’
내가 굳어있자 망량선사의 말이 이어졌다.
[ 영수는 아주 쓸만한 존재이니 잘 활용해 봐라. 그럼.] “자, 잠깐!”[ 왜 부르나?]
나는 조심스럽게 망량선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게서 파천(破天)의 가호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항우에게 씌워진 순간 달기의 술법방어막을 모조리 해제시켜버린 강력한 가호!
나는 그 가호를 얻는 방법을 알아낼 필요성이 있었다. 앞으로 적이 얼마나 많을지 알 수 없으니, 흉신의 주문을 사용할 기회를 아껴두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망량선사가 휙하고 땅에 내려앉았다. 그리고는 담장에 붙어서 자신의 다리를 핥짝거리며 말했다.
[ 네가 얻어서 뭐하게?] “방법이나 가르쳐 줘.”[ 제물을 바쳐라. 그게 기본이다.]
나는 예전에 망량이 망량선사에게 파천의 가호를 부탁할 때 수정석비와 초상기인을 바쳤던 걸 기억해 냈다. 다만 그 때는 세계의 비밀을 듣기에만도 댓가가 부족했었고, 파천의 가호는 망량선사의 호의이자 변덕으로 행한 것이었다. 파천의 가호는 굉장한 댓가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나는 망설이다가 질문했다.
“어느 정도의 제물이 필요한데?”
[ 글쎄… 네가 생각하는 댓가를 머릿속으로 떠올려 봐라. 그걸 보고 판단해 주지.]
“알았다.”
나는 먼저 수정석비를 떠올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생각하는 동시에 수정석비의 환영이 떠올라서 근처에 마치 현실처럼 구현화되었다. 이 곳이 꿈의 장소이기에 가능한 일인 듯 싶었다.
수정석비에 앞발을 갖다대고 관찰하던 망량선사가 말했다.
나는 거기에다가 흑백련을 추가로 다섯 뿌리씩 올렸다.
[ 부족해.]나는 까다롭다고 생각하며 금괴가 든 목함, 그리고 나인성본전을 올렸다.
[ 한참 부족해.] “……”나는 그 말을 듣자 황당해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야 미친 흑묘!! 지금 이게 부족하다고?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수정석비는 교환조건으로 내놓을 경우 제갈사가 비급인 이혼대법을 내놓을 정도로 귀한 물건이었다. 게다가 흑백련은 무림인이라면 꿈에라도 그리는 영약이며, 금괴의 재산가치를 말할 것도 없었으며, 나인성본전은 강력한 마도서(魔道書) 중 하나였다. 내가 나인성본전을 이용해서 아스타나의 선지자에게서 얻어낸 게 굉장히 많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합쳐서 내놓았는데도 파천의 가호를 받기에 부족하다니!
이 정도면 내가 가지고 있는 밑천을 거진 다 내놓았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인데도!
내가 화를 내자 망량선사가 태연하게 대꾸했다. 그 대답은 내 생각의 범위를 훨씬 벗어나 있었다.
[ 인류(人類)를 위한 축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