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415)
00415 천계(天界) =========================================================================
미호의 모습은 예전과 약간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는 동영 황궁의 귀비로서의 모습이었으나, 지금은 다소 정숙하고 다소곳한 미녀의 모습이었다. 예전에 비해 몸매의 굴곡이 줄어들었으나 도리어 염기는 더욱 강해져서, 눈빛만으로도 홀릴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내가 본 적 없었던 미호의 변신이었지만 한 눈에 미호라는 걸 알아차린 건 다름아닌 그녀의 기운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예전에 화염구의 술법을 익히려고 미호의 기운을 나누어받아 쓴 적이 있었으므로, 외견에 상관없이 한눈에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미호를 보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 여기 있었구나.”
그러자 미호가 찰랑거리는 긴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여기에 본녀가 있으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느냐? 혹여 본녀를 찾아다녔느냐?”
“……”
“우후후, 농담이다. 발에 땀나도록 너를 찾아다닌 건 도리어 본녀지…”
미호는 왠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서 미호에게 말했다.
“미호.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여기에…”
미호가 대꾸했다.
“백웅 네가 서왕모께 내 해방을 진언하면서 내게는 하나의 임무가 주어졌다. 그 임무란 향후 십 년 동안 너를 따라다니면서 너를 지키라는 임무였지.”
“……”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어떤 점술이나 추적술, 영력을 사용해도 네 행방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네가 천지사해를 제 집처럼 날아다녔기 때문이다. 따라잡았다 싶으면 어느 새 수천 리 밖으로 가 있으니 어쩌란 말이냐?”
미호가 쏘아보자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미… 미안.”
“우후후. 거기에다가 기껏 얌전히 있다 싶어서 찾아갔더니, 그 곳엔 무시무시한 인간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더구나. 백련교라고 하던가? 도저히 본녀의 힘으로는 침입이 불가능해서 근처에서 망설이다가 망량선사에게로 갔다.”
“망량선사에게로?”
“지상의 중원에서 나와 거의 유일하게 친분이 있는 존재니까 말이지.”
그렇게 말한 미호가 창 밖을 쳐다보았다.
“망량선사는 내 힘이 많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술법수련을 시켜주었다. 그리고 충분한 힘을 얻었다고 생각해서 나서자, 그 자가 내게 말하기를 소림사에 가라고 하더구나. 거기에 있다보면 네가 찾아올 거라고…”
“내가…?”
“그의 말이 맞았구나. 결국 기다리고 있으니 네가 찾아왔구나.”
나는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었다. 망량선사가 미호에게 수련을 시켜준 건 단순히 개인적인 흥밀라고 쳐도, 내가 어떻게 소림사에 갈지 예측했단 말인가? 내가 궁금하게 여기자 제갈사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 네놈이 천계의 사자로 임명받아 동분서주하고 있으니 반드시 천제단을 관리하고 쓸 일이 생기겠지. 그 중에 숭산의 천제단은 특히 중요하니 당연히 기다리고 있으면 찾아올 거라고 예측하지 않겠냐?] [ 아!]확실히 그럴 법 했다. 실제로도 나는 천제단에 볼일이 있어 찾아온 것이다. 내가 곰곰히 생각하자 미호가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백웅. 여기에 49일동안 가만히 있어라.”
“……?!”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그러자 미호가 말을 이었다.
“천제단으로 천계가 강림하는 건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괜한 위험에 휩싸이지 마고 나와 함께 지내다가 망량선사에게 가자. 그라면 천계의 횡액을 막아줄 거다.”
“……”
나는 미호의 말을 듣고 우두커니 서 있다가 물었다.
“미호. 무슨 말이야?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나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다니…”
그렇다. 지금 나는 막 신승과 이야기하고 온 참이고, 심지어 곧장 왔다. 그리고 신승조차도 내게 자초지종을 들은지는 반 시진도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 깊은 암자에 있던 미호가 마치 전후사정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자 미호가 대답했다.
“나는 수련을 통해서 육신통(六神通)이 강화되었다. 너희가 천제단에서 나누던 얘기는 이미 다 들었다.”
“뭣…”
나는 약간 놀랐다. 이 암자에서 천제단까지의 거리는 상당했고, 산 하나분의 거리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 거리에서 나눈 대화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인간의 청력은 커녕 동물의 청력을 훨씬 초월해있는 것이다. 미호가 이룬 술법경지는 상당히 뛰어난게 틀림없었다.
미호가 내 손을 한층 강하게 잡은 채 말을 이었다.
“네가 무슨 생각으로 나를 위해 해방을 축원했는지는 모르겠다. 네가 본녀를 괜히 아는 척 하는것도 그리 맘에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네가 내 은인(恩人)이라는 건 사실이니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
지금 미호 안에서 내 존재는 그런 거구나.
[ 영문모를 수수께끼의 변태지만 미워할 수 없다는 거겠지. 조옿~겠다.]넌 좀 닥쳐!
나는 제갈사에게 으르렁거린 후 미호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미호. 예전의 무례는 정말 미안해. 그리고 이렇게 날 기다려줘서 정말 고마워. 하지만 지금 그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어.”
“무슨 일이냐?”
“그 전에 한 가지… 나를 믿어줄 수 있겠어?”
나는 그렇게 운을 띄운 후 품속에서 흑요석을 하나 꺼냈다. 손바닥만한 크기였지만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나는 기억을 그 안에 불어넣은 후 미호를 향해 내밀었다.
“이걸 받으면 내 기억이 전해질 거야. 나를 믿는다면 이걸 받아 줘.”
“흐응…”
미호는 약간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더니 경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이걸로 본녀를 최음시켜서 어찌해볼려는 건 아니겠지?”
“헉… 그, 그럴리가!”
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왜냐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예전에 미호를 난데없이 끌어안았던 일이 나를 색마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한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해서 실수했던 게 이렇게 오해를 사게 된 것이다. 나는 얼굴이 벌개져서 필사적으로 말했다.
“그런 일은 없어. 정말이야.”
“정말?”
“그렇다니까.”
“흐응… 속는 셈 치고.”
미호는 흑요석을 받아들었다.
파아아앗
이윽고 기억의 전송이 끝나자, 미호는 잠시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너무 당황했는지 일순간 인간의 둔갑술이 흐트러져서 얼굴이 은빛 여우처럼 변했다. 그러다가 실책을 알아채고는 황급히 다시 인간으로 변했다.
미호가 당황해서 말했다.
“이… 이럴수가… 전생(轉生)? 그런 게 있을수가…”
“믿든 안 믿든 상관없어. 하지만 다 사실이야.”
“으음… 으으음…”
한참을 고민하던 미호가 툭하고 말했다.
“넌 참 나쁜 놈이구나. 십 년 동안 살아남아서 본녀를 승천시켜주는 게 그리도 싫었단 말이냐? 정말 심심하면 죽어나갔구나.”
“헉…!!”
미호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찌 백 년도 안 되는 사이에 스무 번 가까이…”
나는 난데없이 핵심을 꿰뚫리자 말문이 막혔다.
‘ 윽… 할 말이 없다…’
실제로 그랬다. 내가 십 년 이상 생존한 경우는 손에 꼽았다. 이번 생에 꽤 오래 살아남았긴 했지만 기간으로 보면 아직 십 년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이전까지의 생에서도 급격히 뭔가를 시도한 탓에 난데없이 돌연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바람에 미호는 항상 승천을 이루지 못하고 함께 죽거나 버려진 셈이다.
그러자 미호가 까르르 웃었다.
“아하하… 농담이다.”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고…”
“우후후. 그럼 당연히 진담도 섞여 있지.”
뼈있는 농담을 가볍게 넘긴 미호가 말을 이었다.
“그럼 지금은 그 제갈사란 놈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냐?”
“그래.”
“지금 이 대화도 제갈사가 다 듣고 있겠구나.”
“응.”
그러자 미호가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불쾌하구나. 너는 괴롭지도 않으냐? 그런 괴팍한 인간과 뇌를 공유한다는 게.”
“괴롭다기 보다는… 그냥 적응한 거지.”
“흥. 조만간 떼버려라.”
짜증섞인 목소리로 미호가 말하자 제갈사가 속에서 히죽거렸다.
[ 크큭… 새로운 육체로 전생하면 저 여우년을…] [ 뭐?! 너 미쳤어?!] [ 아, 물론 네가 먼저 해야지. 그 정도는 양보해 주마.]다소 심술궂은 기색이 느껴졌다. 일부러 내 속을 긁으려는 의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려들 수밖에 없었다.
[ 빌어먹을. 작작 좀 해! 미호한테 지랄하는 건 용서하지 않겠어.]제갈사에게 온갖 소리를 들었던 나지만 미호 얘기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진심으로 분노해서 길길이 날뛰었지만 제갈사는 되려 재밌다는 듯 낄낄거리며 말했다.
[ 네녀석은 사공린에 서문혜에 천하의 절세미녀를 마다하고 구미호와 짝이 되길 원하는 거냐? 정말 네녀석도 어지간히 미쳐있구나, 크크크…] [ 내가 누구를 좋아하든 뭔 상관이야? 제발 그만해.]나는 인상을 팍 쓰다가 미호에게 말했다.
“아무튼 미호. 지금 나는 백련교주를 돕고 있는 중이야. 천계란 놈들도 영 수상쩍은데다 백련교주의 진짜 의도나 능력을 더 파악하고 싶어. 그래서 49일동안 최대한 천계가 내려오는 걸 막아야만 해.”
그러자 미호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백웅. 너는 천계의 힘을 정녕 모르는 거냐? 맞서면 죽음 뿐일텐데.”
“교주가 남화노선, 우길, 장각 셋을 쓰러뜨렸어. 그의 힘은 이미 대라신선을 뛰어넘었으니, 십이율주와 연수하면 어쩌면…”
“흥!”
냉소를 지은 미호가 말했다.
“대라신선이라 해봤자 그 자들은 투선이 아니다. 백련교주는 극도로 자신감에 차 있겠지만 조만간 박살날 걸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오는구나.”
“세 명이나 되었다고. 그 정도면 자신감을 가질만 하잖아?”
“본녀는 천계 출신이다. 당연히 투선과 보통 대라신선의 차이는 질리도록 봐 왔지. 하물며 남화노선은 나대기를 좋아할뿐 그리 강력한 신선으로 취급받지도 못했다. 천계의 힘을 크게 오판하고 있구나.”
그렇게 말한 미호가 내 손을 꽉 잡았다.
“그래, 백웅. 네 말대로 교주의 계획이 잘 먹혀서 천계와 그럭저럭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주라는 자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위험을 무릅쓸 의리가 있느냐? 그 정보를 위해서 네 목숨을 소용돌이에 개차반처럼 넘겨도 좋은 것이냐?”
“……”
“여기서 관두고 망량선사에게 칠요를 공양해버려라. 그러면 망량선사는 확실히 천계의 손에서 너를 보호해 줄 것이고, 편안하게 천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나는 미호의 말이 사리에 맞았기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난감했다. 확실히 미호의 말은 지금 상황에서 가장 확실하게 생존을 도모함과 동시에 향후 안전해질 수가 있었다. 비록 백련교는 천계의 손에 멸망하겠지만 망량선사에게 보호받는다면 이득이었다.
[ 야. 이렇게 대답…] [ 됐어. 내가 대답할 거야.]제갈사가 뭐라고 충고하려 했지만 나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미호와 이야기하는 건 확실히 내 의지로 하고 싶었다. 제갈사가 아무리 천하제일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의 조언을 들을 수 없는 분야가 있는 것이다. 나는 생각을 정리한 후 미호에게 말했다.
“미호. 난 너무 일찍 포기해버리고싶지 않아.”
“무슨 소리냐?”
“49일동안 노력해서 성공하든 실패하든간에 그 와중에 얻게 되는 경험이 분명히 있을 거야. 그리고 노력하는 동안에 추가적인 정보와 단서를 얻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난 다음번에 천계와의 싸움을 더욱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게 돼.”
“……”
“그리고 어차피 칠요가 없으면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내 말을 듣고 있던 미호가 기가 막힌 듯 말했다.
“너… 이 상황에서 다음 번 전생(轉生)부터 생각하는 거냐? 살아남을 방법이 있는데도 효율을 위해서 이번 생에서 죽을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응. 그러면 안 되냐?”
“미쳤구나! 아무리 그 방법이 효율적이라 해도 그건 미친 선택이다. 넌 죽는 게 두렵지 않단 말이냐?”
미호는 황당해서 펄쩍 뛰는 기색이었다.
“응.”
하지만 나는 이 문제는 별로 양보하고싶지 않았다.
“난 저승에 가본 적이 없으니까.”
왜냐하면 백련교주의 측근으로서 여기까지 접근한 것은 여태껏 없었던 일이었고, 그런 까닭에 수십번 죽어도 알 수 없는 고급정보를 많이 얻어냈다. 남은 49일동안 다 포기하고 산속에 들어가서 사는 건 쉬운 일이었지만 또다시 이번 전생같은 짓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나는 미호에게 씁쓸하게 말했다.
“미호. 정 그렇다면 내가 망량선사에게 부탁해서 널 천계에 돌려보내달라고 부탁할게. 보물 몇 개를 공양하면 그 정도 부탁은 들어줄 거야.”
“아니… 그건…”
“그러니까 내 일을 방해하지 말아줘.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나는 등을 돌려서 암자에서 나가려 했다. 그러자 미호가 멈춰세웠다.
“잠깐!”
내가 멈춰서자 미호가 말했다.
“백웅. 한 가지 물어보자.”
“뭔데?”
“만일에 내가 널 도와준다면… 앞으로도, 전생토록, 나만을 사랑할 수 있겠느냐?”
나는 그 질문에 흠칫하고 놀랐다. 그리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영원히!”
화악
갑자기 미호의 얼굴이 새빨개진 듯 했다. 그녀는 삽시간에 안색을 되찾고는 도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 좋다. 그럼 네 목숨이 위험하지 않은 한에서 최대한 도와주겠다.”
“뭐? 맘이 바뀐 거야?”
“하지만 만일 49일동안 못 바꾼다면 내 말대로 해야한다. 알겠지?”
“알았어!”
미호가 동료가 되어준다면야 완전히 끝장을 볼때까지 백련교에 의리를 지킬 필요는 없다.
미호와 함께 남은 전생을 살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호가 내 동료로 들어왔다. 미호는 암자에 앉은 채 차분하게 말했다.
“제일 먼저 해야하는 일은 역시 천계가 저토록 발광하는 이유부터 짐작하는 것이다.”
“백련교주와 십이율주가 천지천상의 균형을 깨뜨리니까 화를 내고 있는 거 아냐?”
“왠지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왜 황궁이 낙양을 지배하고 있을 때는 천제단을 내리지 않았지?”
“흐음.”
그건 생각해본 적이 없는 관점이다. 내가 고민하자 제갈사가 신경질을 내며 말했다.
[ 제길, 불편하군. 야, 육체 하나 갖고와서 이혼대법으로 넣어줘.]휘익
나는 제갈사의 요구대로 제갈유룡의 남은 육체 중 하나를 갖고와서 제갈사의 영혼을 집어넣었다. 제갈사는 잠시 후 눈을 게슴츠레 뜨며 일어나더니 난데없이 미호에게 말했다.
“암여우. 이 멍청이랑 얘기하면 날이 샐 거다. 나랑 얘기하자.”
“흥… 네놈이 제갈사인지 뭔지 하는 미친놈이냐?”
“큭큭큭.”
제갈사는 웃더니 창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각설하고, 백련교주가 낙양을 지배하니 천계가 발광하는 이유는 역시 봉인 때문이겠지.”
“봉인?”
“흐응. 쓸데없는 걱정일텐데 말이지.”
그렇게 중얼거린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낙양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유지되는 위대한 봉인이 있다고 들었다. 그 봉인이 혹시나 백련교주의 손에 풀리는걸 두려워해서 천계가 강경책을 쓰는 거라고 짐작되는군.”
“네가 알고 있었다면 주작도 그 봉인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텐데?”
“그랬겠지.”
“그럼 주작이 낙양을 지배할 때는 내버려두고 백련교주가 지배하면 안 되는 이유가 대체 뭐냐?”
“……”
미호의 추궁을 들은 제갈사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 봉인이 술법으로는 풀 수 없으나, 백련교주라면 풀 수 있는 종류이기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그 대답에 나와 미호는 동시에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게 대체 무슨 수수께끼란 말인가?
주작과 백련교주에게 어떤 차이가 존재하길래?
하지만 제갈사의 대답이 현 시점에서 가장 그럴듯한 대답이란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제갈사의 말을 듣다가 생각이 나서 외쳤다.
“상관혁!”
“상관혁?”
미호가 의아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지만, 제갈사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흐흐… 그래도 제법 눈치가 늘었군.”
“거기밖에 없으니까.”
“그래.”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의성 상관혁이 애지중지 보관하고 있던 그 봉인! 그게 바로 천계에서 걱정하는 봉인일 확률이 높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