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42)
0042 ———————————————-
복마전(伏魔殿)
벌떡!
“크… 허헉!!”
나는 전신이 땀투성이가 되어서 꿈에서 깨어났다. 아니, 꿈에서 깨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지독하게 생생하게 남아있는 기억이었다. 나는 외양간 어린아이의 몸에서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고, 실감해야만 했다.
6번째 삶이 시작되었다.
“……”
나는 정신이 붕괴될 거 같다거나 미칠거같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운(運)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안온(安溫)한 삶을 찾아서 금의위가 되었는데, 그게 바로 음모의 시작이자 정점이었다니. 어떻게든 참극을 막아보려고 양심을 동원해서 발버둥쳐 보았지만 결론은 또 한번의 전생(轉生)이 되고 만 것이다.
‘ 빌어먹을. 기분이 개떡같아.’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눈 위에 손을 올렸다. 다행히도 고통이 찰나지간에 스러진 덕에 정신력은 괜찮았지만 역시 죽는 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한참동안 외양간에서 풀벌레소리를 들으면서 정적으로 마음을 치유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고통을 끊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운 좋게 순살당했지만 만일에 끔찍하게 살해당한다면 제정신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 고문이나 횡액에 버틸 수 있도록 고통없애기를 배워야겠다.
그리고 마음이 정리되자 본격적으로 냉정하게 생각을 시작했다.
이번엔 뭘 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인신공양을 막아야 해.”
나는 이번 삶의 목적을 그렇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일신의 무(武)를 향상시켜서 훌륭한 절정무인의 삶을 사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하든간에 결국 살아가다보면 금의위의 흉측한 계획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수만 명 단위의 살육을 못본 척 하고 살아간다는 건 도저히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도 나는 어떻게든 시도를 막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계획정도는 머릿속에서 금방 떠올랐다. 아마 지금부터 움직이면 주술사와 금의위를 막는 건 물론이고 뜻밖의 소득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정말로 내게 금의위와 황실(皇實)을 적으로 돌릴 각오가 되어있는가?
아이의 몸으로 그들을 방해하고 나서면 당장은 그들이 허둥댈지 몰라도 결국에는 내 용모파기와 정체를 알아낼 것이다.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금의위와 싸우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정상적으로 무림인의 삶을 살면서 부와 명예를 누리는 건 힘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망량의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당장 내게 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못본 척 지나가는 것은 결국 화를 키우는 일이었다. 초기에는 고작 3마리에 불과했던 마물이, 5년 후에 제물을 먹을만큼 먹어치운 후에는 크기가 10장으로 커지고 수십 마리나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물이 성장해 버려서 일개인의 힘으로는 처치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 뭐, 안 되면 [거기]로 도망치면 되겠지…’
5번째 삶에서 나는 대충 놀았던 게 아니다.
수집할 만한 정보는 다 수집했다.
또다른 삶의 대안이 존재한다는 것 또한 내 선택을 쉽게 하는 요인이었다. 나는 마음을 굳힌 후 움직일 준비를 했다. 외양간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는데, 밤하늘의 별이 정말 영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힐끔하고 촌장네 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지금은 그들에게 얼마나 증오를 갖고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촌장 집에서 대규모로 한바탕한 경험이 있다. 아마 이번에도 놈들을 대량으로 때려죽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원한을 갚았다는 생각 때문인지 내 증오의 농도는 많이 옅어져 있었다. 지금은 그냥 좀 싫은 동네사람 정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는 촌장네를 몇 번이고 또 죽일 정도로 증오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 그냥 놔두지 뭐. 하지만…’
이번 계획에는 상당한 군자금이 필요할 것 같았다. 나는 그래서 씨익 웃으며 뇌영보(雷影步)를 운용해 미끌어지듯 촌장의 본가(本家)로 향했다. 절정의 경신술을 사용하자 금새 촌장네 집의 지붕에 올라와 있었다.
나는 뱀처럼 슬며시 내려와서 안쪽 문을 열고 들어왔다. 촌장의 사적인 방이라서인지 관건(關鍵)이 되어 있었지만 기(氣)를 이용해서 안쪽에서 저절로 열리게 할 수 있었다. 문을 따고 들어오자 전생에 보았던 촌장의 비밀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슬며시 손을 대고 힘을 주었다. 그러자 서서히 비밀통로가 열리기 시작했다.
쿠구구…
“있군.”
나는 은괴가 잔뜩 들어있는 은금고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내가 전생에 측정해보기로 은괴 하나에는 상당한 가치가 있었고, 이것만으로도 낙양 성내의 큰 집을 하나 살 수 있을 정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돈을 이용해서 앞으로의 계획을 실행해 나갈 생각이었다.
물론 촌장은 내일 아침이 되면 도둑맞은 금고를 찾기 위해서 불철주야 뛰어다니게 될 것이다. 범인이 나라는 걸 알게 되겠지만 뭐 어떤가? 설마 내가 천하제일의 내공에 절정의 무공을 지니고 있다고는 생각도 하지 못할테니, 그저그런 해결사들을 고용해서 나를 추적하게 될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정도 어중이떠중이를 해결못할 리는 없다. 마도팔문같은 걸 고용해서 대출혈을 감수할 것 같진 않았다.
‘ 지금은 살수조 조장이라고 해도 1대1로 해볼만 하니까.’
아니, 해보고도 남는다. 이제 나 또한 검기(劍氣)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그와의 정면대결에서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내공에서 내가 압도적으로 앞서므로 되려 승산이 높은 것이다.
무력에 대한 자신감.
그것은 내 행동의 선택범위를 높여주는 듯 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는 이미 황실과 금의위에게도 개기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일개 촌장의 원한 따위에 쫄 리가 없지 않은가? 왠지 흐뭇해져서 나는 피식 웃었다.
파앗
나는 촌장집을 벗어나서 곧장 천암비서가 있는 동굴으로 향했다. 경신법이 상향되었기 때문인지 지난번보다 훨씬 적은 시간이 걸렸다. 나는 그야말로 육지를 비행하듯이 훨훨 날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은금고를 들어서 천암비서의 화살함정을 막았다.
까앙!
“하핫, 너무 호사스럽게 막았나?”
화살이 은금고에 튕겨나가자 나는 껄껄 웃었다. 은금고는 화살에 맞았는데도 형태가 찌부러지거나 부숴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했다. 나는 곧장 상자를 열어서 다시금 천암비서를 챙겼다.
천암비서를 품 안에 넣는 순간 피리괴인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그 놈은 왜 천암비서를 보고 그런 말을 했던 것일까?
해석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둘째 치고 그 놈은 만악의 근원답지 않게 천암비서를 보는 순간 뼈저리게 절망(絶望)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동굴로 잡아가서 패죽이기 직전의 상황이 더 절망스러워야 정상일 텐데, 놈은 그 때까지는 침착하다가 천암비서를 확인하는 순간 정신력이 박살나버린 것이다. 악당답지 않은 태도였다.
마치 – 천암비서를 발견한 순간 자신의 운명은 결정되었다는 듯.
이건 특별한 주술서나 술법서도 아니라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 걸까.
‘ 천암비서를 얻은 건 난데, 지가 왜 그런 반응이야? 이상한 놈.’
나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좀 더 확실한 것은 어떻게든 피리괴인을 다시 생포(生捕)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놈의 애매한 말뜻도 좀 더 오랫동안 잡아놓고 고문하다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귀찮게 황궁까지 가서 무명제사서를 얻지 않아도, 놈을 이용해서 천암비서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대로 행선지를 황산(黃山)으로 잡았다. 물론 인신공양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천년설삼을 안 먹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경공으로 밤새 달리다보면 시간이 남을테니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즐거운 황산여행 시작이다~”
타다다닷
나는 말 그대로 산 넘고 물 넘어서 황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거의 쉬지도 않고 계속 달렸다. 도중에 체력이 약간 떨어질 때는 있었지만, 그때 도리어 힘을 내서 산을 넘어버리면 시간이 단축되었다. 야생동물 잡아먹는 것도 이제는 전문사냥꾼에 못지 않았기에 식량확보도 쉬웠다.
종래에는 원래 걸어서 한 달 남짓 걸리는 황산행이 겨우 6일로 단축되었다. 나는 두더지 한 마리를 잡아서 구워먹다가 황산 위쪽을 올려다 보았다. 황산 초입에 들어오니 그리운 공기가 느껴졌다.
“영약 먹는건 이걸로 4번째인가…”
나는 중얼거리면서도 헛웃음이 났다. 세상에 나같은 인간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인간이 천년설삼을 4번 먹으려면 어떤 기연이 있어야 할까? 확실한 것은 이번에 천년설삼을 먹는 순간 내 내공은 가히 절대적인 수준에 이르게 될거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천년설삼을 복용하려고 한 시진 후에 백환봉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기암괴석을 한 번에 뛰어넘어서 육 장을 넘었을 때 커다란 사자후가 들려왔다.
“멈추시오!”
‘ 응?’
황색 옷과 두건을 장비한 검객(劍客)이 나를 멈춰세우고 있었다. 엄청난 경공으로 내달리고 있던 나는 왠일인가 싶어서 멈춰섰는데, 검객은 나를 성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나이는 대략 40~50대로 보였는데 엄정한 수련을 거쳤는지 기세와 내공이 잘 다듬어져 있었다.
그는 긴장한 안색으로 내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황산파(黃山派)의 장로(長老)인 냉천검(冷天劍) 공재(孔載)라고 하오. 고인(高人)께서는 황산파의 영역에 무슨 일로 들어오셨는지 알고 싶소.”
황산파의 장로, 냉천검 공재!
나는 그의 자기소개를 듣자 유심히 그의 외관을 뜯어보았다. 확실히 꽤 오래 전의 기억이기는 하지만, 황산파의 횡포를 막을 때 절정고수의 행렬에서 그의 얼굴을 보았던 것 같다. 즉 냉천검 공재 또한 황산파가 자랑하는 절정고수이자 무력의 상징이라는 뜻이다. 그의 무공이 황산파 장문인인 도룡신검 용중일 수준은 아니겠으나 충분히 무림을 오시할만한 고수였다.
그런 냉천검이 내 앞에서 긴장한 채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이유 – 그것은 아마 그가 나를 반로환동(反老還童)한 고수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에게 사실을 밝히고 넘어갈까 생각했지만, 내가 어리다고 알면 그것도 나름대로 불편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무시하고 도망가기도 좀 그렇다. 그를 따돌리려면 황산 72봉을 뺑뺑이쳐야할 텐데, 그러다보면 영약 먹기가 귀찮아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 뭐야? 원래 이런 놈은 튀어나오질 않았는데 어째서…’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이내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너무 빨리 왔기 때문이다.
시간적으로 볼 때 황산파 장로가 황산파의 영역이 아닌 곳을 돌아다닐 때도 종종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도보로 걸어서 황산파에 도착할 때쯤에는 원래 황산파 장로에게 걸리지 않지만, 지금은 운없게도 그가 돌아다니는 시기였던 것 뿐이다.
아무튼간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 나와 시비를 가릴 생각인가?]그러자 냉천검 공재는 흠칫하고 놀라더니 대답했다.
“전혀 그렇지 않소! 어찌 함부로 다툴 수가 있겠소? 다만 황산은 황산파의 영역이니, 고인께서 어떤 목적으로 오셨는지를 후배가 알고 싶을 뿐이오.”
완전히 통한 듯 했다. 그는 나를 반로환동한 고인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듯 했다. 나는 15 장 정도 떨어져 있는 냉천검의 모습을 확인했는데, 그의 옆에는 두 명의 제자가 붙어있었다. 아마도 같이 순찰이라도 나온 모양이었다. 무위는 대략 일류고수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 흠, 이거 귀찮겠는데…’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전음을 보냈다.
[ 나는 지나가다가 황산 유람을 하러 들렀다. 황산 72봉 중에서 내경봉과 진추봉의 경치가 특히 좋다고 들었고, 차례차례 다 둘러볼 생각이다. 조용히 들렀다 갈테니 상관하지 말아다오.] “그렇소이까?”[ 그렇다.]
내 대답에 냉천검 공재는 제자들과 시선으로 의견교환을 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더니 포권을 하며 말했다.
“허면 저희 황산파가 최선을 다해 고인의 유람을 도와드리고 싶소. 황산파를 한번만 방문해주시면 일세의 영광으로 알겠소이다.”
“……”
나는 그가 끈질기게 달라붙는 저의를 알 것 같았다. 의문의 고수가 황산 일대를 돌아다니는게 찝찝하니, 손님으로든 어떻게든 내 행동을 감시하에 두고싶은 것이다. 하긴 황산파의 장로 입장에서는 나같은 불확정요소를 용납하기 힘들테지만 무력으로 자신이 없기에 저런 회유책을 쓰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황산파에 갈 생각도 이유도 없었다. 가뜩이나 시간을 아껴야 하는 상황인데 황산파와 엮여서 뭐 좋을 일이 있단 말인가? 나는 그래서 피식 웃으면서 그에게 대답했다.
[ 미안하지만 나는 너희와 함께 다니지 않겠다. 더 이상 나를 방해하지 마라.] “으음… 기다리시오!”위잉
냉천검 공재는 이미 자신의 시퍼런 검에 검기(劍氣)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가 절정고수인 건 틀림없어 보였다.
[ 공격할 셈인가? 용기가 있다면 그래도 좋다.] “……”냉천검의 이마에 땀이 흥건하게 맺히는 게 보였다. 그는 아마도 정체불명의 반로환동 고수를 상대로 목숨걸고 덤빌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냉천검을 쉽게 이길 자신은 없었지만 여유작작하게 허세를 부렸다.
[ 허나 나를 적으로 삼는다는 건, 도룡신검 용중일이 나와 한판 해보고싶다는 뜻으로 알아도 되는거겠지? 황산파 따위가 언제 그렇게 컸는지 이해가 안 가는군.] “고… 고인께선… 대체 뉘시오?”그는 기가 막히면서도 두려운 듯 했다. 초절정고수로 이름높은 황산파 장문인을 이웃집 친구 부르듯이 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나는 어차피 이 자리만 모면하면 더 이상 황산파랑 얽힐 생각이 없었으므로, 짜증을 풀 겸 훗하고 웃으며 뻥을 쳤다.
[ 나는 백련교(白蓮敎)의 호법사자(護法師者)다.] “……!!”[ 그래도 나와 맞설 셈인가?]
냉천검 공재는 말 그대로 기절하기 직전인 표정이 되었다. 잠시 휘청거리던 그는 새어나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오… 그냥 가시오… 우리가 호법사자께 무례를 범해서 미안하오.”
“스, 스승님!”
“너희도 물러나라…”
냉천검 공재는 그렇게 말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휙하고 가 버렸다.
‘ 푸하하핫. 저놈들 다 덤비면 나도 힘든데 쫄아서 가버리네.’
나는 그들이 앞으로 야단을 칠 것을 생각하니 깨소금맛이라서 큭큭 웃었다. 어차피 영약을 캐서 먹는데는 한두 시진밖에 안 걸릴테고, 무엇보다 황산에는 안좋은 감정이 있었기에 황산파 장로를 놀려먹어서 좀 풀어낸 기분이 들었다.
아 속시원하다.
이렇게 대담하게 뻥을 쳐대는 건, 워낙 많이 죽어서 이젠 아무려면 어떠냐 싶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인간은 언젠가 죽는 건데 하고싶은거만 하고 살아도 모자란 게 아닌가? 내 사고방식은 죽음이 윤회(輪回)하는 동안에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사라진 틈에 백환봉으로 빠르게 갔다.
“안녕, 천년설삼.”
동굴에 피어 있는 천년설삼에게 씨익 웃으며 인사를 한 후, 재차 천년설삼을 먹었다.
쿠우우웅…
“우웃…”
나는 예전에 쉽게 흡수할 때와는 달리, 이상한 장벽같은게 몸 속에 쌓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한참동안 단전을 내리누르더니, 이내 압착(壓着)되었다. 동시에 그때까지 뚫리지 않았던 세맥 중 절반이 한번에 관통되어 버렸다.
나는 전신에 치솟아오르는 힘이 지금까지보다 5할은 더 강력해진 것을 실감했다. 운기조식이 끝나고 힘을 모두 갈무리하자, 이제야말로 내 공력을 천하제일로 자부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년설삼을 먹을 때마다 힘이 배로 쌓이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간에 그 모든 기운이 내 기경팔맥에 녹아들어서 무한에 가까운 내공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일단의 준비가 끝나자 손을 팡 치면서 중얼거렸다.
“좋아, 이제 뱀을 잡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