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444)
00444 암천향(暗天鄕) =========================================================================
나는 검마에게 칠대절학을 전수해준 후 홀로 제갈사를 찾아갔다. 구체적인 계획의 방향을 잡았으니 제갈사에게 내 직감에 의한 계책이 어떤지를 상담하기 위해서였다.
“오, 왔냐.”
제갈사는 장령곡에서 내게서 받은 두꺼비가죽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드는 중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힐끔 쳐다보았는데 생각보다는 처참하거나 잔혹하지 않았다. 가죽을 찢고 태워서 최대한 얇고 작게 만드는 작업으로 보였고 공방에 여러가지 철기구가 널려 있었다.
“뭐 하는 거냐?”
“이 가죽은 아주 쓸모있을 거다. 이걸 방어구에 덧대면 검기도 튕겨낼 수 있는 보갑(寶甲)이 완성될거고, 녹여서 상급 마도구의 재료로 쓸 수도 있지. 아주 즐겁게 작업하던 중이었다.”
“그렇군…”
덜컹!
제갈사가 발판같은 걸 꾹 누르자 칼날이 떨어지며 한번에 두꺼비 가죽이 여섯조각 났다. 자동기계같은 걸 만들어서 빠르게 작업하던 모양이다.
“순조로워. 쓸만한 보갑이나 마도구가 완성되면 말해주지. 그런데 무슨 일이냐?”
“사실은 생각해둔 게 있어서.”
나는 제갈사에게 검마, 천우진과 상담한 결과 ‘원래 역사’를 살피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제갈사가 금세 바보취급할까봐 긴장했지만 제갈사는 의외로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을 거듭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더니 말했다.
“과~연. 그 ‘제갈사’가 왜 네녀석한테 기대를 걸었는지는 알겠군. 전생자의 직감이란 거 의외로 예리한걸…”
“괜찮은 계책이냐?”
“뭐 그렇다 해 두지. 내가 생각한 합격답안은 좀 달랐다만.”
“그게 뭔데?”
제갈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간단해. 지금이라도 남은 보물을 다 바치면서 천계에 재공양의식을 치르고, 사불상을 받아서 화요의 도원에 들어가는 거지.”
“뭐? 사불상은 일방통행인데다 하루가 있어야 차원돌파능력을 재사용 가능한데…”
“도원에 들어가서 화요를 건드리지 않고 가만히 하루를 서 있으면 되잖아. 그리고나서 화요를 획득하자마자 능력이 되돌아온 사불상을 써서 튀면 되고.”
“……”
음, 그런 방법이…
제갈사가 킬킬 웃더니 말을 이었다.
“입이 근질근질해서 그때 바로 말해줄까 싶었는데 관뒀다. 왜냐하면 이 방법은 헛점이 있어서 그냥 네 생각부터 알고 싶었기 때문이지.”
“음…”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화요의 도원에 서서 화요를 만지지 않고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수호자 공공이 반응할 가능성 말이냐?”
“정답. 공공이 인정한 자만이 도원에 들어갈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자가 침입할 경우에 자동소환될 가능성도 높지. 그동안 전생자 노릇을 헛한 건 아니었군.”
“그렇게 되면 나는 정말로 사지에 걸어들어가는 거야.”
“흐흐.”
제갈사의 불길한 웃음을 보자 나는 알아차렸다.
‘ 저 녀석은 나를 내심 시험하고 있었어.’
망량은 아마 진심으로 내 안목을 믿었을테지만 제갈사는 달랐다. 어쨌든간에 자신의 주군으로 인정하긴 했지만 능력을 시험하길 원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제갈사가 생각했던 답과 다른 답을 갖고 옴으로써 약간은 인정받은 듯 했다.
제갈사가 말했다.
“백웅. ‘원래 역사’를 알면 뭐가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모든 게 달라지겠지. 내가 움직여야 할 이유, 쓰러뜨려야 할 적, 이뤄야할 것 모두가 한번에 보이지 않을까?”
“흐음… 그건 좀 너무 긍정적인 생각인데.”
“뭐?”
“백우선으로 미래를 관측할 수 있다는 건 사실이지만 결코 만능이 아니야. 백우선이 가변성있는 미래를 관측가능했다면 주작 제갈유룡은 지금쯤 천하를 제패하고 신의 경지에 올랐을 거다.”
제갈사의 말은 확실히 옳았다. 내가 제갈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그가 가죽 하나를 집어서 분쇄기에 던져넣더니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그 미래시 능력은 천하에서 가장 무쓸모한 능력이다. 왜냐하면 그 미래시로 본 미래는 진실이지만, 그 미래를 바꾸려고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시도한 순간… 이미 그 미래는 바뀌어버린다. 미래를 바꾸려는 자에게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능력이야.”
“그렇군.”
“그래서 나는 과거에 백우선을 뺏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냥 포기하고 황궁에서 나왔었지. 그 능력은 파촉국을 지키고자 했던 제갈무후의 망집에 가까웠으니까 내게는 쓰레기같았다.”
잠시 침묵하던 제갈사가 팔짱을 꼈다.
“하지만 뭐, 네녀석에게는 의미있는 능력이겠군… 왜냐하면 네녀석의 전생능력때문에 미래시가 아주 좋은 역할을 해 줄 테니.”
그렇다.
백우선으로 보는 미래가 가변성 있는 미래라서 쓸모가 없다 하더라도 내게는 아니다. 왜냐하면 내 목적은 백우선으로 미래를 바꾸는 게 아니라 ‘원래 역사’가 뭔지만 알아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매번 전생을 하면서 변수를 만들며 계속해서 다른 삶을 살고있기 때문에 가변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고, 아무런 변화없이 미래가 지속될 경우 어떤 미래가 나타나는지만 알면 됐다.
나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제갈사. 제갈부라는 녀석은 어떤 녀석이냐?”
그러자 제갈사가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가 그 놈을 싫어하는 건 알아. 나도 싫어해서 매번 양심의 가책없이 죽이고 있지. 그런데 막상 그놈과 제대로 이야기해본 건 한 번밖에 없어서 어떤 놈인지 확실하게 모르겠단 말이야.”
“흐음…”
“자기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우 냉철하다는 점은 알겠는데 뭔가 놈만의 특징같은 게 있을까?”
“… 그런 걸 왜 궁금해하지?”
“이해가 안 돼서 그래. 앞으로 제대로 알아야하기도 하고.”
“무슨 말 하는지 알겠군. 하긴 보통인간의 시선으로 볼 때는 그놈도 좀 특이하지.”
고개를 주억거리던 제갈사가 말했다.
“놈은 자기를 과신하고 있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기 위한 야망에 가득 차있다. 이족에 대한 지식도 꽤 있겠지만 자신이 다 조종할 수 있다 생각하지.”
“그런가?”
“제 애비인 제갈유룡도 최고가 되기 위한 발판 중 하나에 지나지 않겠지. 제갈세가 출신은 다들 한 머리 하니까 신기한 일도 아냐. 단지 너무 전형적인 천재라서 재미도 없고 재수도 없을 뿐… 크.”
제갈사는 더 얘기하기 싫은지 노골적으로 짜증나는 티를 냈다. 나는 제갈부와 얘기할만한 재료를 충분히 알게 된 셈이었으므로 손을 저었다.
“알았어. 그럼 놈에게서 백우선을 얻어내지.”
“귀찮게 선지자한테 갈 거 없이 그냥 여기로 불러라. 여기가 내 기지니까 더 쉬워질거다.”
“그래.”
나는 무명제사서를 목갑에서 꺼냈다. 이렇게 하면 무명제사서의 위치를 탐지하고 있던 제갈부가 대번에 반응해서 여기까지 오게 될 것이다.
잠시 기다리자 공간이 열리더니 제갈부가 다짜고짜 말도 없이 낙혼별부를 펼쳤다.
“죽어라 이 놈들!!”
쩌정!
순식간에 수만 개나 되는 백색의 부적이 공간을 빽빽하게 에워쌌다. 하지만 제갈부가 낙혼별부의 공격을 발동하기 직전의 순간에 내 옆에 있던 제갈사가 손가락을 들어 외쳤다.
“터져라 고!”
퍼벙
“으아아악…”
시전자가 치명상을 입자 낙혼별부의 부적들은 힘을 잃고 떨어져 내렸으며 제갈부 또한 입가에서 피를 분수처럼 게워내며 땅에 쓰러졌다. 도저히 살아날 수 없을 정도의 치명상을 입게 된 것이다. 제갈사는 귀찮다는 듯 말했다.
“백웅. 난 지금 매우 짜증난다.”
“왜?”
그는 고요한 눈으로 벌레처럼 바닥을 기고 있는 제갈부를 보더니 말했다.
“나는 제갈부 놈에게 음양천고를 박은 때부터 지금 이 순간의 쾌감을 줄곧 상상해 왔다. 그런데 흑요석을 통해서 이미 네 기억 속의 그 장면을 몇 번이고 봐 버렸지. 그래서 나는 생각한 것처럼 기쁘지가 않아.”
“……”
“넌 정말 인생 재미없겠구만.”
투덜거리던 제갈사가 고개를 까닥였다.
“어쩔거냐? 살려서 얘기를 들을거냐 아니면 죽일 거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달려들었다.
“일단은 살릴 거다!”
죽여서 천신경의 술법으로 이야기를 듣는게 편하겠지만 이번에는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살아있는 제갈부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것 같았다. 이게 또 전생자의 직감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감각은 제갈부를 이번에 살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래봬도 화타직전의문의 의술을 십수년간 연마해서 정식의원의 자격을 얻은 바 있었다. 나는 기식이 엄엄한 제갈부의 상처를 봉하면서 빠르게 출혈을 막았고, 동시에 성련을 꺼내서 상처 부위에 올려두었다.
우웅
그러자 기가 충만한 영약답게 상처부위가 빠르게 낫는 걸 보였다. 백련교주에게서 성련의 용도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처럼 응급처치에도 쓰인다고 들은 것이다. 성련이 있으면 따로 수혈을 할 필요도 없었다. 원래 내 의술만으로는 살릴 수가 없을 정도의 부상이지만 성련의 도움을 많이 받는 기분이었다.
나는 임시처치를 한 후 빠르게 안으로 옮겨서 최선을 다해서 살려내기 위한 의술을 시전했다.
파바밧
빠르게 침을 놓아서 경맥을 안정시키고 출혈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안정상태가 되자 재차 환부와 내장을 살피며 찢어진 곳을 봉합했다. 일련의 과정은 배웠던 의술대로 하니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았다.
의술을 잡은지는 꽤 된 것 같지만 막상 시작하자 예전에 배웠던 게 다 기억났다. 나는 침착하게 침구와 외과의술도구를 사용해서 제갈부를 살려냈다. 두 시진동안 붙어서 영약을 동원해서 수술에 들어가자 어떻게든 숨은 붙여놓은 듯 했다.
제갈부를 일단 살리는데 성공하자 제갈사가 킬킬 웃었다.
“푸하하하… 네놈은 나보다 더 사악한거 같구나.”
“뭐?”
“죽였다 살렸다 또 죽일거고… 제대로 농락하는데? 마음에 드는군.”
“……”
뭐라 할 말이 없어서 머리를 긁적였다. 결국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한데다가 어떻게든 빨리 미래시 건을 처리하고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야 했으므로 이렇게 되었다.
원래라면 보통인간은 이 상태에서 적어도 한두 달은 절대안정을 취해야 하겠지만 그럴 시간은 없다. 나는 그의 몸에 기를 불어넣으며 더 빨리 회복시켰고, 다음 날이 되어서 제갈부는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린 제갈부가 황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자 나는 말했다.
“당신은 지금 완전히 제압당해 있다. 싸우려 들면 다칠 거다.”
제갈부는 침묵했다. 그 말대로 나는 현재 그의 내공을 완전히 봉혈법으로 제압했으며 사지를 묶어두었고, 제갈사가 거기에 추가로 마법으로 그의 술력을 봉했다. 지금의 제갈부는 일반인과 다를바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제갈부가 침착하게 말했다.
“내게 원하는게 뭐지?”
“이 보패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해 줘야겠어. 사용법, 원리 등 모든 것.”
나는 그의 눈앞에 대고 백우선을 흔들었다. 제갈부가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그걸 말해주면 풀어줄 건가?”
나는 씩 웃었다.
“아니. 하는 김에 네가 황궁에 합류하게 된 계기, 그리고 현재 황궁의 전력과 목표, 누가 주된 간부인가 그리고 황궁이 숨기고 싶은 비밀이 뭔가… 알고있는 거 전부 선물하는 셈치고 다 말해줘. 그러면 살려줄게.”
“크크…”
제갈부는 낮게 웃더니 내 옆에 서 있던 제갈사를 노려보았다.
“숙부. 당신의 짓이군. 당신이 저 반로환동의 고수를 꾀여서 나를 잡으려고 계획한 거였어.”
“하하. 그렇게 보이느냐.”
제갈사는 빙긋 웃더니 말했다.
“내가 이렇게 귀찮은 짓을 할 것 같으냐? 정말로?”
“……”
“음양천고가 심어진 걸 보고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중원지보라는 허명은 반납해라.”
제갈사가 일갈하자 제갈부는 뭔가 깨달은 듯 당황했다.
그리고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누구요? 대체 누구길래 제갈사와 협력해서 내게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아직 그걸 말할 단계는 아니지. 확실한 건 제갈부 당신이 내게 순순히 협조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 자리에서 개죽음을 당할거란 거야.”
“……!!”
“선택해. 내게 협조할지 그냥 죽을지. 이건 꽤 많이 봐주는 거야.”
내가 제갈부를 그냥 죽여놓고 천신경의 술법으로 정보를 캐낼수도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면 너무 극악한 짓이었다. 그래서 일단 자기 의지로 정보를 말할 기회 정도는 주는 것이다. 이것도 듣지 않는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고문이라던가 천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제갈사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비웃었지만 나는 나 자신의 모순을 알면서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갈부는 내 말투에서 진심을 느낀 모양인지 약간 두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다시 냉철하게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정말로 다 말하면 살려줄 것이오?”
“그래.”
“… 알았소.”
제갈부는 배신을 하더라도 자신이 살아남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나는 이윽고 제갈부에게서 제일먼저 백우선의 사용방법과 원리에 대해서 듣기 시작했다. 어차피 다른 것들은 대충 알고있는 것들이라서 백우선부터 알고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설명을 듣던 중 황당해서 말했다.
“뭐? 예상되는 미래에 빙의(憑依)하는 거라고?”
“그렇소.”
제갈부는 벽의 쇠사슬에 사지가 묶인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백우선의 미래시는 다른 미래시 능력과 달리 미래를 뇌 속을 스치는 예감으로 보여주지 않소. 백우선 자체가 거대한 미래의 흐름을 읽어내어서 가상현실을 만든 후, 소유자를 그 가상현실 속의 한 인물으로 빙의시키는 식으로 선체험시키지.”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빙의되는 인물을 선택할 수 있는건가?”
“가장 그 미래를 보여주기 적합한 인물을 백우선이 선택해서 가상현실에 만들어내오. 그 인물에 빙의된 상태로 미래를 직접 체험하게 되는 거요.”
“흐음…”
“물론 그 인물은 실제 역사에도 아주 높은 확률로 존재하겠지.”
제갈부는 정말 살고 싶은듯 필사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 인물이 되어 직접 체험하고 느낀 것이 자신이 알고싶은 미래와 모두 연관이 되오. 자연히 그렇게 흘러가도록 백우선이 배치해 주는 거요. 그래서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그냥 보고만 있으면 되오.”
“시간은 얼마나 걸리지?”
“이쪽의 시간으로는 찰나. 다만 그 안에서 느끼는 시간은 사람마다 편차가 있소.”
아주 특이한 보패였다. 그냥 예지능력처럼 머릿속에 장면이 스쳐지나갈 줄 알았는데 설마 본인이 직접 체험을 하게 되다니! 물론 실제가 아니라 가상으로 만들어진 공간 내의 일이므로 현실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제갈부 당신도 써 봤나?”
“당연히 써 봤소. 하지만 관측하고 나서 바꾸려고 드는 순간 모든게 달라지므로 무의미했소.”
“그렇겠지.”
나는 다음으로 현재 황궁의 전력과 목표, 누가 주된 간부인가 같은 기밀정보를 질문했다.
“… 우리 목표는 황제를 도와 그의 불로불사와 영원한 지배를 이뤄주는 것이오. 그리고 주된 간부는 나와 연금술사, 현무 동창제독, 백호 금의위 총령 등이 있소… 또한 대뢰옥이라 하여 황연 대장군을 비롯한 요인들을 감금중이며…”
“뭐 그렇겠군.”
그리고 대충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별로 다를바가 없었기에 한숨이 나왔다. 나는 그 동안 20여회의 전생을 하면서 황궁에 대해서 알만한 건 다 알아냈던 것이다.
‘ 황제를 꼭두각시로 여기며 신의 제사장이라던가 옛 지배자의 부하라는 건 하나도 말 안하는군.’
나는 제갈부가 봉선의식이라던가 주작 제갈유룡에 대해서 털어놓지 않는 걸 보자 속으로 비웃음이 나왔지만 굳이 캐묻지 않았다. 다 알고 있는 티를 내면 자포자기해서 털어놓을 놈이 아니었기에 실수를 유도하려고 일부러 모른체 한 것이다.
이윽고 대충 다 알아내자 나는 힐끔 제갈사를 쳐다봤다. 제갈사가 볼 때 이상한 점이 있는지를 암묵적으로 눈빛으로 물어본 것이다. 제갈사는 히죽 웃으며 손가락을 들어서 목을 긋는 시늉을 했고, 제갈부가 이를 악물었다.
“제길!”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제갈사. 제갈부를 살려둬.”
“이 놈을 살려서 어디 쓰게?”
“약속 했잖아.”
“알았다.”
혈도단 두목을 죽일 때와는 다르다. 제갈부는 왠지 지금 죽여서는 안된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제갈사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제갈부의 혈도를 짚어서 기절시켰다. 나는 일련의 작업이 끝나자 백우선을 가지고 근처의 탁 트인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백우선을 크게 쳐 들었다.
“백우선이여! 나 백웅, 그대의 주인으로서 원한다.”
나는 영력을 단전에 모으며 한동안 정해진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내가 [옛 지배자]를 막거나 사람들을 구하기위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을 경우의 오십 년 후 미래를 보고싶다!”
파아앗…
다음 순간, 나는 내 의식이 전혀 새로운 장소로 와 있는 걸 알아차렸다.
제갈사도 제갈부의 시체도 없었고 장령곡도 아니었다.
아마도 미래시가 보여주는 가상현실의 세계일 것이다.
‘ 여긴…’
나는 익숙한 공간이 펼쳐져 있자 놀랐다.
“청룡무관!”
그랬다.
여기는 내가 전생을 시작하고 최초로 입문한 관중의 청룡무관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 목소리와 더불어 내 몸을 살펴보고 더듬었는데, 방에 있던 거울을 보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내었다.
“어억…”
나는 말도 안 되는 빙의대상에 신음성을 흘렸다.
“마… 말도 안 돼…”
거울에 비치는 건 익숙한 모습이었다.
진소청!
지금의 준수한 청년모습에서 다소 나이를 먹었긴 했지만 확실하게 진소청의 모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