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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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십이율주의 말은 상당한 장악력을 갖고 있었는지, 그 순간 냉각되어 있는 공기에 묘한 기류가 섞였다. 그것은 현재 모여있는 3대세력의 수장들이 이 수준에서 타협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황궁측은 법문의 정보를 주면서 백련교가 법문을 모으도록 협력하고, 백련교는 그 댓가로 진출을 10년간 멈추며, 십이율은 요동과 산동, 다두왕국을 고려의 소유로 만드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망량은 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내게 순어구로 이야기를 걸어 왔다.
[ 백웅. 이대로 협상이 타결되면 좋지 않소. 내가 한 번 흔들겠소.] [ 진심이오? 위험할 텐데…] [ 날 믿어 주시오.]망량이 독단적으로 나설 수도 있을텐데 일부러 내게 의사를 전달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망량이 내 판단력과 운에 결정을 맡기겠다는 뜻으로 보였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망량에게 말해줬다.
[ 좋소! 부탁하오.]망량은 고개를 끄덕인 후 천천히 앞으로 나와서 포권했다.
“모인 분들께서는 잠시 반천맹의 의견을 들어 주십시오.”
망량에게로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망량이 중앙에 서서 말했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황궁에서 법문의 정보를 확실히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지 입니다. 그것만 확신할 수 있다면 모든 게 만사형통이지요. 하지만 이 자리에서 즉시 상호신뢰를 얻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 그렇다.]“그렇다면 ‘징검다리’를 통해서 유예기간을 두는 게 어떻겠습니까?”
망량의 말에 십이율주가 흥미로운 듯 말했다.
“황궁측에서 법문에 대한 정보를 백련교에 사전제공하라 그 말인가?”
“훌륭한 안목이시군요.”
알아들은 건 십이율주 뿐만이 아닌 듯 했다. 주작 제갈유룡은 물론이고 백련교주도 ‘유예기간’이라는 단어 하나에 어떤 제안을 하는지 알아차린 듯 했다. 그러자 주작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내가 이야기를 꺼내려 했는데 먼저 말해주니 고맙군. 확실히 그 방법대로, 우리 측에서는 법문에 대해 솔깃할만한 사전정보를 제공할 의향이 있소.”
[ 이 자리에서 말하라.]“그럴 순 없지. 완전한 휴전은 아니더라도 상응하는 확답을 받아야 내놓을 수 있소. 우리가 바보인줄 아시오?”
[ 흐음.]주작과 백련교주 사이에 은근한 기싸움이 오가고 있을 때 십이율주가 귀찮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반천맹주 그대가 굳이 지금 징검다리 얘기를 꺼낸 이유는 그거잖아? 사전정보 제공의 징검다리 역할을 너희 반천맹에서 맡겠다는 거잖아.”
망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씀대로입니다. 저희 반천맹이 법문의 정보를 전달하고 신뢰성 있는 공증을 맡겠습니다.”
“공증이라. 그 말은 만일에 한쪽이 변심하거나 기만할 경우에는…”
“이 삼자회담에 참여한 다른 세력에 즉시 그 사실을 통보하겠습니다.”
“흐음.”
십이율주가 재밌다는 듯 콧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망량의 좌측에 있던 검마가 한걸음 앞서나와서 포권하며 말했다.
“고명하신 삼대세력의 수장께 이 무영문주 검마가 중원의 마도팔문을 대표하여 한 말씀 올려도 되겠소이까?”
그는 오늘의 자리에 사파의 의견을 올리러 망량과 함께 나온 것이다. 장내에 있던 자들은 검마의 출현에 흥미로워했다.
“호오, 검마라.”
[ 누군가 했더니 마도팔마의 수장이 함께 왔었군. 그러면 그 쪽은…]백련교주가 검마를 알아보자 우측에 있던 키작은 사내가 걸어나와서 포권했다.
“무당(武當)의 명룡자(冥龍子)라 하오. 중원 구파일방을 대표하여 나왔소.”
[ 명룡자라.]백련교주는 갑자기 자신의 오른편에 서 있던 독고준을 돌아보았다.
[ 준아. 네가 예전에 그와 한 수를 나누지 않았더냐?]그러자 수신류의 호법사자 독고준은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조아리며 그 말에 육합전성으로 대답했다.
[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 구면을 만나서 반갑겠구나. 그와 인사를 하도록 하라.]그 말에 독고준은 명룡자 앞으로 가서 포권을 했다.
[ 노도장을 간만에 뵙소.]“이쪽이야말로… 헌데 나를 노도(老道)라 칭하기엔 그대도 적당히 늙지 않았소?”
심사가 꼬인 명룡자가 인사를 받으며 비꼬자 독고준은 그저 말없이 웃는 듯 했다.
[ 후후.]둘의 인사가 끝나자 검마가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나와 명룡자는 중원의 정사파(正邪派)를 대표하여 이 자리에 나왔소. 또한 앞으로 우리의 행보는 반천맹과 함께 할 것을 선언하는 바이오. 또한 이 자리에서 이뤄지는 모든 약속과 선언을 빠짐없이 지켜보며 중립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소이다. 여기에는 중원의 마도팔문과 구파일방이 모두 조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오.”
검마의 말에 백련교주가 턱에 손을 갖다대며 말했다.
[ 이상하군. 그대들은 왜 반천맹주와 함께 하는거지? 그가 그 정도의 그릇인가?]“그렇소. 반천맹주에게는 천하의 평화를 조율하기에 충분한 역량이 있다 생각하기에 그의 뜻을 따라 이 자리에 나왔소.”
[ 호오…]백련교주는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우물우물
“이 고기 꿀맛인데.”
그리고 십이율주는 턱을 괸 채 닭다리를 개탈의 입 안에 집어넣고 있었다. 볼때마다 어떻게 탈을 쓰고 밥을 먹는지 궁금했지만 어쨌든 잘 먹는 듯 했다.
주작이 입을 열었다.
“아주 노골적이군.”
망량의 시선이 주작을 향하자, 그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대들 반천맹이 감히 역천(逆天)의 뜻을 품고 황궁에 거역하는 건 알고있던 바. 이 자리에서 정사파를 끌어들여 공증역에 나서려는 건 본격적으로 황권을 거스르겠다는 건가? 지금의 철없는 행동이 향후 무림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도 모르는 피래미였던가?”
타악
주작의 직문(直問)에 망량은 가볍게 종이부채를 접으며 대꾸했다.
“그 질문 고스란히 돌려드리지. 우리가 가만히 있는다 해서 황궁이 무림을 봐줄 어떠한 이유도 없잖소? 이미 황궁에서 백련교에 반대하라는 지침을 정천맹과 마도문파에 전달했거늘 향후 황궁의 간섭이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게 멍청이 아니오? 되려 더 심해지겠지! 이쪽은 황궁에게서 무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것 뿐이오.”
“말은 잘 하는군.”
“결판은 둘이서 내시오. 우리는 그 때까지의 일시적인 평화만이라도 지키겠소. 이것이 반천맹과 중원무림의 뜻이오.”
“……”
그러자 닭다리를 맛있게 먹고 있던 십이율주가 말했다.
“나는 반천맹에 조율의 업(業)을 주는데 찬성이야.”
좌중의 시선이 십이율주에게 쏠렸다. 그는 다리를 한조각 더 집은 후 말을 이었다.
“사실 나는 우리 십이율이 중재역을 맡게 하려고 이 회담에 참여했지. 하지만 보아하니 너희 황궁이든 백련교든간에 우리를 아주 불신하는 것처럼 보이는군. 그러면 이쪽도 굳이 귀찮은 중재역을 할 생각은 없으니, 의욕적인 반천맹한테 맡기는게 최선같은데? 나는 반천맹의 뜻을 크게 지지한다.”
십이율주의 말에 백련교주는 상당히 큰 영향을 받은 듯 움찔했다. 아무래도 지금의 말이 그의 마음을 결정하게 하는 쐐기였는지, 이윽고 백련교주도 서서히 고개를 들며 말했다.
[ 좋다. 반천맹에게 중재역을 맡기겠다. 그리고 향후 황궁과 우리의 휴전이 이뤄지는 동안은 반천맹과 중원무림의 정사파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을 나 독고운천의 이름으로 약속하지.]“성급하군!”
주작이 인상을 찌푸렸다.
“백련교주여. 아직 우리의 얘기도 듣지 않았잖은가?”
[ 훗… 어차피 그대들과 우리는 잠재적인 대적(大敵). 어떤 이야기를 해도 신뢰따윈 있을 수 없지. 나는 반천맹주를 통해 계약의 신뢰를 담보하고자 할 뿐이다.]“달갑지 않군.”
[ 더 나은 제안으로 우리를 납득시킬 수 있다면 지금 말하라.]“……”
주작은 흐름이 마음에 안 드는 듯 했으나, 삼대세력 중에서 2대세력이 동의한 이상 황궁이 반대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 반대하면 그때야말로 전면전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주작이 입을 열었다.
“좋다. 그렇게 하지.”
나는 회담을 지켜보고 있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 해냈어!’
이대로 이야기가 천천히 진행되었다면 분명히 반천맹이나 중원무림의 뜻은 무시된 채 황궁과 백련교 간에만 협약이 오갔을 것이다. 그리고 회담이 끝난 후 반천맹은 십이율이나 백련교에게 무시당해서 황궁과 고독한 싸움을 해야했으리라. 백련교의 부담이 사라진 황궁은 마음껏 세를 불릴 수 있기에 엄청나게 강대한 적이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망량은 적절한 순간에 끼어들어서 반천맹에게 ‘중대한 역할’을 불어넣었다. 이로써 반천맹은 계약의 증인이며 전달자가 되었으므로 3대세력 중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백련교가 반천맹을 보호해줄 가능성까지 생긴 셈이었다.
실로 굉장한 성과!
이윽고 그들이 세세한 이야기를 나누고, 보름 내에 황궁측에서 반천맹에 법문의 정보를 전달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사실 이 자리에서 즉시 정보를 교환해도 되겠지만 일종의 형식적인 작업이었다. 황궁이 정보를 왜곡해서 수작질을 벌이려 한다거나 백련교에서 섣불리 나서는 걸 막기 위한 것이다.
백련교주가 이야기가 얼추 끝나가자 망량에게 독대한 자리에서 말했다.
망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문(古文)을 통해 일부는 알고 있습니다.”
[ 무생노모의 법문은 그 비참한 운명을 바꾸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 정보를 본교가 독점하지 않고 그대들에게도 공유하는 걸 허(許)한 것은 수단방법을 가릴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대들의 손을 빌려서라도 반드시 찾아야 할 물건이기 때문이지.]백련교주가 주먹을 불끈 쥐며 강조했다.
[ 이는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사(大事), 우리 모두의 일인 것이다.]“허면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 무엇인가?]“법문을 모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그리고 법문 하나하나에도 힘이 존재하고 있습니까?”
그 말에 백련교주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나 또한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 자세한 건 다음에 그대와 논할 수 있겠지. 허나 세상에 흩어진 법문을 찾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인지라 내 생에 다 할 수 있을지를 알 수 없군…]한탄하듯 중얼거린 백련교주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호법사자들과 함께 걸어가던 중 십이율주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십이율주는 어째서인지 백련교주가 돌아가려던 길을 정면으로 막고 있었으며, 이죽거리며 말했다.
“할 말이 있는데.”
[ 무엇인가?]“여기선 좀 그러니까 따로 자리를 마련하지. 오겠나?”
[ 알겠다.]쉬이익!
갑자기 백련교주 일행과 십이율주의 모습이 사라졌다. 공간전이술 같은걸 사용해서 이동한 듯 했다. 장내에서 주요인물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망량 또한 이청운과 함께 돌아가려 했는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반천맹주.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시는가?”
“제갈부.”
내황각주 제갈부가 일단의 무리들과 함께 어느새 망량 앞에 나타나 있었다. 주변에 있는 자들은 정갈한 문관의 복장을 하고 있었으나 망량은 그들을 보자 인상을 찌푸렸다.
“내황각의 천문관들이군.”
“한눈에 알아채다니 놀랍군. 이들이 모두 술법사라는 걸 알고 있나?”
“……”
충분히 알고 있다. 내황각의 천문관들은 평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나 하나하나가 대천문관의 가르침을 받은 실력파 술법사들인 것이다. 그들 하나하나가 상위급 술사이니 큰 위협이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낙양에 며칠 머물다 가시게. 좀 오래 있을수도 있지만.”
“회담이 끝나자마자 뒤통수를 치는 건가? 이 일이 백련교나 십이율에 알려지면…”
그러자 제갈부가 새하얗게 웃었다.
“하하하… 우리들이 그럴 틈을 줄 것 같나? 앞으로 반천맹주 그대는 금의위의 지하실에서 살게 될 것이고, 우리와 같은 배를 타게 될 것일세. 그대를 이용해서 백련교를 낚아먹는 것도 쏠쏠한 재미겠지.”
파밧
망량이 품 속에서 비등을 꺼내자 이청운과 검마, 명룡자가 동시에 망량의 몸에 손을 뻗었다. 이미 비등을 이용한 탈출법에 대해서는 다 논의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량은 비등을 발동시키지 못하고 안색이 굳었다.
“결계군.”
“후후. 예상대로 이동용 보패나 마도구가 있었던 모양이군. 허나 이 자리에선 도망칠 수 없네.”
쿠오오오
크르르릉
사방 여기저기에서 용인과 마인이 걸어나왔다. 놈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신체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초절정고수 수준에서야 감당할 수 있는 전투병기였다. 그런 게 수백 마리 씩이나 있었으니 가히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 위험해.’
아무리 이청운의 뇌신지혼이라고 해도 세 사람을 보호하면서 이 자리를 탈출할 수 있을까? 저 놈들이 포위섬멸진을 짜고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붓는다면 위험하다.
“흐흐흐.”
하지만 그 때 천리안으로 낙양의 상황을 같이 관전하고 있던 제갈사가 씨익 웃었다. 마치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장난기 가득한 미소였다.
이윽고 장내에 진언이 터져나왔다.
“울어라 고!”
우드드득
“…. 크아아아아악!!”
단말마와 함께 제갈부가 새우처럼 몸을 뒤틀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내장이 망가졌는지 제갈부는 피를 쿨럭거리며 토해냈다.
“가, 각주님!!”
천문관들이 당황했다.
그리고 그의 음양천고를 반응시킨 건 제갈사가 아니라 바로 망량이었다. 망량은 손가락을 앞으로 내민 채 제갈부를 가리키고 음양천고를 움직이는 진언을 발동시킨 것이다.
망량은 한숨을 쉬었다.
“내 손으로 혈육을 죽이는 느낌이 크게 달갑진 않군…”
“크억… 너… 어떻게…”
망량이 싸늘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명령해라, 고.”
“으그극! 으극! 끄에으으으아악….”
한동안 상체가 피투성이가 되어서 눈을 까뒤집던 제갈부가 정신없이 외쳤다.
“퇴! 각! 하! 라! 퇴! 각!”
우르르
갑자기 제갈부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가 통제하고 있던 용인과 마인들이 전장에서 이탈해 버렸다. 그리고 제갈부는 그 피맺힌 명령을 내리자마자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혼절하고 말았다.
망량은 싸늘한 눈으로 그를 보더니 진언을 외쳤다.
“터져라 고.”
퍼버벙
폭발과 함께 제갈부는 즉사하고 말았다. 원래라면 제갈부를 납치해와서 고문하겠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제갈부의 효용가치를 모르는 척 강경하게 나가야 주작의 경계수위가 줄어들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혈육이라 하나 마(魔)에 종사해서 엇나간 걸 봐줄 순 없소. 형님을 개심시키지 못한 내가 한심스럽기까지 하구려.”
일격에 제갈부를 살해한 망량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히익.”
“이럴수가…”
천문관들은 다들 당황했지만 그 순간 기회를 노리고 있던 검마, 명룡자, 이청운이 동시에 달려들어서 그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검강과 검기가 난무하고 이청운의 뇌신지혼이 처참하게 적들을 찢어 버렸다.
“크아아악.”
“살려줘…”
화르륵
일련의 학살이 끝난 후 망량은 제갈부의 몸뚱이에 화염부의 술법을 날려서 급격히 태워버렸다. 왜냐하면 불로 태워야 음양천고의 잔해를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잠시 후 제갈부가 숯덩이가 되자 그는 어딘가를 향해서 외쳤다.
“주작! 이번 한 번은 경고로 넘어가지. 하지만 한번만 더 농짓거리를 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대들을 모두 파멸시키고 말 것이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으나 상황은 확실했다.
완벽한 승리!
아군은 빠르게 장군루 일대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전황을 지켜보며 혀를 내두르며 제갈사에게 말했다.
“정말 저 상황을 예상했다는 거냐?”
“그래.”
제갈사가 킬킬거렸다.
“그러니까 이혼대법을 이용해서 음양천고의 통제권을 현이한테 준 거지.”
그랬다.
제갈사는 황궁이 회담이 끝나자마자 습격할 거라고 예상하고는 이혼전겁을 통해서 망량과 오감을 공유하고, 나아가서는 자신이 음양천고를 다룰 권리까지 망량에게 준 것이다. 그리고 망량은 제갈사 대신에 제갈부를 일격에 제압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