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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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방법?”
“그 방법이란 바로 사대무류의 고서(古書)를 얻는 것이오.”
사대무류의 고서?
“거기서부터는 내가 설명하지.”
이청운은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자네처럼 뇌신류의 달인이 종종 자신의 역량을 훨씬 뛰어넘은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일은 종종 있었네. 하지만 사대무류 역사의 초기에는 그걸 그저 무공폭주 정도로만 치부했었네. 그 현상을 제대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뇌신지혼을 연구하기 몇 대 전 부터였다네.”
“수백년 전이군요.”
“종사인 나는 그 연구자료를 다 넘겨받아서 뇌신지혼을 개량발전시키고 있었네만… 내가 전승을 전해듣기로는 그 폭주현상은 아마도 백련교의 초창기 때부터 있었던 모양이야.”
이청운이 진중하게 말을 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뇌신류의 무공을 만들어 낸 최초의 종사(宗師)는 그 현상이 왜 일어나는건지, 그리고 뇌신류를 포함한 사대무류의 무공이 궁극적으로 향하게 될 방향이 무엇인지 짐작하고 있었다는 걸세.”
“뇌신류 최초의 종사… 그게 누구입니까?”
“확실치 않아.”
나는 이청운의 대답에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네?”
“그게 누구인지 확실치 않다는 소리네.”
“천년역사 뇌신류의 무공을 만들어낸 자가 누군지 확실하지 않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왜냐하면 백련교 초대교주 달마(達磨) 이후로 백여 년 정도는 사대무류 역사의 공백기가 존재하기 때문일세. 이건 사대무류의 종사만이 전해받는 비밀일세. 지금까지는 자네 무공에 딱히 도움되는 것도 아니라서 말 안했네만…”
공백기?
난생 처음 듣는 소리라서 내가 정신을 집중하자 이청운이 말을 이었다.
“백련교의 초조(初祖) 달마는 강대한 불법(佛法)의 힘을 다스리는 괴승(怪僧)이었다 전해지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추종자들을 모아서 은밀히 백련교를 만들었는데, 그 초창기의 백 년 정도는 완전히 공백일세.”
“왜입니까? 달마의 제자라던가 사대무류의 시조가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 부분의 역사만 마치 의도적으로 사라진 것처럼 실전되었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건 되려 사대무류가 확실히 정립된 이후의 역사 뿐일세.”
“……”
“허나 ‘누군가’가 사대무류를 만들었기 때문에 존재하고 있는 거겠지.”
“달마 본인이 만들어낸 게 아닐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만, 전승에 따르면 달마는 무공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하네. 자네가 지금껏 수집한 정보대로라면 그는 순수한 마도사(魔道師)이자 승려였겠지. 그래서 백련교에서 무공과 술법은 완전히 뿌리부터 다르다고 여겨지네.”
“흐음.”
그렇다면 사대무류를 창조한 자들은 백련교주 달마의 제자가 아니란 말인가?
“아무튼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래서 우리는 잃어버린 백련교 사대무류의 역사를 담은 고서를 얻어야만 하네. 그 기록을 알아야 뇌신류의 무공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뇌신지력(雷神之力)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일세.”
“그 고서가 어디있는지 아십니까?”
“자네가 이미 가본 곳이지.”
이청운이 눈을 빛냈다.
“수신류(水神流)의 마을일세.”
“그 인공요새!”
“그 곳은 백련교 제사장의 혈맥이 사는 곳이며, 제사장은 대대로 백련교의 모든 역사와 지식을 전승하는 자들이다. 그렇기에 백련교의 모든 역사서는 그 마을에 존재할 게 분명하다.”
나는 그 말을 듣던 중 뭔가가 퍼뜩 떠올랐다. 그리고 말했다.
“… 백련교주는 백련교의 잃어버린 역사를 알고있을 가능성이 높겠군요.”
“바로 알아듣는군. 그간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하던데 두뇌회전이 빨라진 듯 싶네.”
약간 감탄하던 이청운이 말을 이었다.
“백련교주는 원래 무인(武人)이 아니었어. 천성적인 술법사의 혈맥을 타고난 자가, 수십 년 동안 수신류의 마을에 처박혀서 책만 읽었지. 그는 백련교에 숨겨진 어둠의 비밀과 역사를 모두 통달하고 있는 존재가 분명하네.”
“설마 백련교주가 뇌신류의 최종오의를 노리는 이유도…”
“그는 사대무류의 잃어버린 역사와, 사대무류의 최종오의가 도달하게 될 경지를 이미 알고 있는 것일세. 아마 사대무류 최초의 종사가 남긴 비록(秘錄)을 이미 읽지 않았을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대무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하는 거지.”
“……”
모든 게 이어진다.
백련교주가 압도적인 힘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이광과 진소청 등의 뇌신류 잔당을 사냥하지 않고 얌전히 놔둔 것, 그리고 무생노모의 법문을 찾아나서고 있는 것, 그가 난데없이 사대무류의 패권을 노리게 된 이유…
나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서 말했다.
“결국 결론은 백련교주와 교섭하는 수밖에 없군요.”
“그것도 지금까지처럼 필요에 의해 이용하는 관계 정도로는 안 되네.”
“알고 있습니다.”
“그는 아주 음흉하면서 지혜로운 인물일세. 수박겉핥기식으로 그를 파헤쳐봐야 이용이나 당하기 십상이겠지.”
옆에 있던 진소청이 말을 받았다.
“백련교주에게서 비밀을 완전히 알아내려면 그를 완전히 마음에서부터 굴복시켜야만 할 것이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세계의 어둠에 절망하고 있는 인물을 개심(改心)시켜야 하오.”
“마음에서부터…”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만 해내야만 하오.”
‘그’ 백련교주를 마음에서부터 굴복시킨다고?
아군으로 만들든 부하로 만들든 굉장히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부정적인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백련교주는 이 무림을 뚜껑 정도로만 여기고 스스로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인물이오. 또한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백만 명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소. 그를 상대로 무슨 말을 한들 먹히겠소?”
“진심은 통할 것이오.”
그렇게 대꾸한 진소청이 훗하고 웃었다.
“… 그리고 백웅 당신이라면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쉬울수도 있소.”
“……?”
“정보공유는 여기까지 합시다. 이제부터는 백련교주와 교섭할 방법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건 우리 무인들 보다는 책사들의 몫이니.”
“알겠소.”
나는 진소청과 몇번 더 대련을 해본 다음 그 자리를 물러났다. 그리고 제갈사에게 찾아가서 흑요석으로 대화한 내용을 보여주니, 그는 팔짱을 끼더니 말했다.
“그래서? 백련교주를 상대로 열 합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실력이냐 지금?”
“윽…”
“확실히 말해.”
나는 우물쭈물하다가 머릿속으로 견적을 낸 후 대답했다.
“전생초기라면 가능할지도…”
“그렇군. 그럼 절대지경의 초입에 이르게 되면 일백 합 정도는 버텨진다는 소리겠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절대지경에 이르지 못했는데 그 경지를 논할 수는 없어.”
“재미없게시리. 작전 짜기가 힘들잖아.”
뭔가 투덜거리던 제갈사가 말했다.
“그 일은 나와 현이가 작전을 짜 볼테니 너는 이청운과 함께 뇌신류 잔당들이나 모아와라.”
“알았어.”
나는 이청운과 함께 적월의 본거지인 적룡문(赤龍門)으로 향했다. 적룡문에는 예전에 가 본 적이 있었으므로 나는 금세 비등을 써서 도착할 수 있었고, 이청운은 도착하자마자 다짜고짜 안으로 쳐들어갔다.
쿠콰쾅
쿠쾅
콰콰쾅
“으아아악.”
“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려퍼지며 적룡문도들이 여기저기로 튕겨져 날아갔다. 마치 한 줄기의 광풍(狂風)이 지나가듯 수십 수백명의 무인들이 널부러지는데는 채 반 각도 걸리지 않았다. 내가 뒤따라가서 안쪽으로 가 보자, 거기에는 이청운과 마주선 벽력삼존(霹靂三尊) 적월(赤月)의 모습이 보였다.
적월은 이청운의 모습을 보자 공포에 질려서 이를 딱딱 떨었다.
“으, 으으, 귀, 귀신? 서, 설마 종사일, 리가… 오십 년이나… 지났는데…”
이청운이 빙긋 웃었다.
“간만이구나. 헌데 여기 적룡문의 문도들은 뇌신류의 무공을 익혔는데, 문파의 세(勢)를 이런 외진 곳에서 확장하고 있는 것이냐?”
“말도 안 돼!! 종사가… 살아있을 리가 없어!!”
적월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 순간 이청운이 지풍(指風)을 뇌신지혼에 담아 쏘아내자 그는 벽에 날아가서 부딪혔다.
콰과광
“크허억…”
적월은 일격에 무력화되었다. 전의는 물론이고 실력조차 이청운에게 일초지적도 되지 않는 것이다. 이청운은 한심하다는 듯 적월에게 말했다.
“적룡문인지 뭔지는 오늘부로 해산이다. 너는 내 밑에서 오늘부터 뇌신류 재건을 위해 일하거라.”
“조… 종사님. 제발… 이 세력은 제가 수십 년간 목숨걸고 키워온 곳입니다…”
“내가 알 바 아니지.”
“하지만…”
퍼버벅
이청운이 달려들어서 적월의 뺨을 열 대나 갈겼다. 적월은 이빨이 날아가고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무릎을 꿇었고 정신이 번쩍 든 표정이 되었다.
“으억.”
이청운은 주먹에 묻은 적월의 이빨을 털어내며 말했다.
“오십 년간 노망이 늘었구나. 네놈 주제에 왜 이렇게 종사한테 개기느냐?”
“윽… 그래도…”
뻐억
“큽.”
이청운이 적월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한숨을 쉬었다.
“좀 닥쳐라.”
“… 네…”
억울함 때문에 굵은 눈물을 줄줄 흘리던 적월은 간신히 일어서서 곧 세력정리를 선언하고 적룡문을 해산시켰다. 그리고 적월을 목갑에 집어넣은 후에는 녹월의 묵월단이 있는 곳으로 가서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다만 녹월의 경우는 적월과 반응이 달랐다. 그는 오십 년간 실종되었던 이청운을 보자 크게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안색을 회복하며 말했다.
“종사를 뵈옵니다.”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오만함을 유지했던 벽력삼존의 일인, 녹월은 대번에 무릎을 꿇었다. 아까 개기다가 얻어맞았던 적월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청운은 눈에 이채를 띄며 말했다.
“오십 년만에 나타났는데 나를 진짜라고 믿는가?”
“저를 시험하실 필요 없습니다. 종사께서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호오… 어떤 근거로?”
“……”
잠시 침묵하던 녹월이 말했다.
“원하신다면 저희 귀혼일파의 모든 잔여세력을 데리고 종사를 따르겠습니다.”
“묵월단이 전부가 아니었군.”
“네. 저희 귀혼일파는 오십 년 전 그 날 술법을 사용해서 세력을 온존했습니다.”
그러자 이청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오너라.”
“네…”
그리고 녹월을 내가 목갑에 집어넣으려고 다가간 순간이었다.
파아앗!
갑자기 섬광이 일어나더니 사방의 풍경이 뒤바뀌었다. 그리고 녹월의 신형이 마치 안개처럼 변해서 이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난데없이 상황이 바뀐 상태에서 녹월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메아리처럼 울려퍼졌다.
[ 설령 그대가 진짜 이청운 종사라 할지라도 따르는 건 어불성설! 우리 귀혼일파는 이대로 독립하겠소.]스스스
안개가 사라지려 했다. 이청운은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환술(幻術)이군. 그러고보니 너는 술법도 웬만큼 익혔었지.”
[ 태연한 척 해봤자요. 내 실력으로는 당신에게 한 칼도 먹일 수 없지만 당신은 나를 잡을 수 없을 것이오. 하하하!]“정말 그럴까?”
[ 뭣?]이청운이 말했다.
“녹월.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순순히 항복하면 팔 하나로 봐 주겠다.”
[ 푸하하! 할 수 있으면 해 보시지.]“그러냐.”
파아앗!
갑자기 이청운이 뇌신지혼을 일으키더니 뇌혼(雷魂)을 응축해서 전신에 덧씌웠다. 그러자 그의 몸 전체가 마치 일렁이는 빛덩어리처럼 변하더니 육안으로 볼 정도로 밝아졌다. 마치 태양을 직접 보는 듯한 광량(光量)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뇌신지혼(雷神之魂)
인다라망(因陀羅網)
천지사방에 번개의 그물이 쫙 펼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그물이 펴진 것은 눈 깜짝할 순간으로, 그 짧은 순간에 수십 장을 뒤덮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안개로 변해서 도망가려던 녹월은 인다라망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격렬하게 타들어갔다.
파지지지직!!
“으아아아아악.”
녹월은 비명을 지르더니 감전당해서 기절했다. 이청운이 힘조절을 했는지 죽거나 다치지는 않았으나 게거품을 물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무력화된 듯 했다.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가 물었다.
“방금 쓰신 기술은…?”
“뇌신지혼의 응용일세. 극한의 뇌전으로 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지.”
“원래 쓰실 수 있었습니까?”
“물론 아니지. 자네의 흑요석을 전해받고 상당한 수련을 거친 끝에 만들어낸 응용기일세.”
“……”
그 순간 나는 벽력삼존에게 연민이 들었다. 그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기 때문이다.
“이걸로 벽력삼존을 다 구했군. 이제 이 놈들을 굴려서 자네를 확실히 뇌신류의 정수로 이끌어 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