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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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가장 먼저 공격의 물꼬를 튼 것은 바로 이청운이었다. 그는 뇌신지혼을 발동시켜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다니며 뇌격(雷擊)을 가했다.
콰과과광
나는 그의 공격 하나하나가 용비천보다 훨씬 질높고 강력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단순 화력으로 보더라도 훨씬 높았는데, 왜냐하면 기와 의념을 통제하는 수준이 차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엄청난 이청운의 공격들은 고작해야 월요의 수호자의 일각을 부술 뿐 치명타를 주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광선은 무수히 떨어지고 강화도는 섬의 형태를 잃어버릴 지경이 되었다. 옆에서 함께 대피해 있던 서산대사가 탄식했다.
“아아, 어찌 저런 무시무시한 마물이…”
“스승님.”
유정은 서산대사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다가 내게 말했다.
“힘 닿는대로 도와드리겠소.”
푸콰콱
[ 크오오오…]그러던 중 거대눈알에 이청운의 뇌창이 적중하자 괴물은 눈을 감으며 비명을 질렀고, 사방에서 쏟아지던 회색 광선은 잠시 멈추게 되었다.
파앗
이청운이 일시적으로 물러나며 말했다.
“이제 진입 가능하겠지.”
“저놈의 눈알은 그 뇌창을 맞고도 안 터지는군요.”
나는 질려서 중얼거렸다. 방금 전 이청운이 뇌신지혼의 형태에서 쏘아낸 뇌창은 천재지변급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눈알이 터지기는 커녕 따끔하다는 듯 충혈되는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말 뜻밖에 강력한 내구도였다.
“방어막이 있네.”
“방어막… 말입니까?”
나는 달기의 방어막을 연상하고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청운이 말을 이었다.
“물론 달기가 펼쳤던 것처럼 강력한 건 아니네. 하지만 이쪽의 공격을 반감시키고 놈의 재생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는 모양이야.”
“성가시군요.”
“자네가 예전에 마주쳤던 형태에는 저런 게 없었어. 음양의 전환 때문에 더 강력해진 게 틀림없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갑니다.”
뇌명!!
나는 전신의 힘을 끌어올리며 뇌명을 시전했다. 그와 동시에 뒤편에 서 있던 천우진, 전우치, 망량 등이 준비하고 있던 무인들에게 술수를 시전했다.
“오도일이관지!!”
파밧
그와 동시에 우리의 몸이 땅바닥 뿌리쪽에서 순간이동해서 월요의 수호자의 상단 줄기에 도달했다. 나는 몸 주변에 푸른 막이 덧씌워진 걸 발견하고 생각했다.
‘ 정신오염을 막아주는 술법이군.’
이 거대한 마(魔)의 주변에서 싸우다 보면 정신이 혼돈에 오염되고 침식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무인들이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정신저항력을 높여주는 술수를 걸어준 것이다. 이청운이 눈알광선을 멈춰준 동안에 내부로 진입해야 한다.
‘ 천우진 저 녀석…’
나는 천우진을 힐끔 바라보았다. 저 놈은 예전같지 않게 우울해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흉신의 힘을 정면으로 느낀 여파같았다. 투지와 자신감이 사그라들었으니 당분간 직접전투에는 나서지 못할 것이다. 강대한 마물과 싸울 때 자칫 잘못하다가 천우진이 어이없게 사망해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호는 상황을 보다가 우리를 뒤에서 지원해주는 중간보조 역할으로 뒤따라올 것이다. 미호가 아직까지는 자신에게 주어진 강대한 힘을 통제하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가자.”
우리는 최상단 줄기를 검강으로 베어가며 앞으로 전진했는데, 가다보니 사람 몸뚱이만한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숲이 나왔다.
출렁
촤르륵
기분나쁜 점액질을 토해내며 거기에서 혼돈의 마물이 떨어지듯 태어났다. 마물들은 태어나자마자 우리를 인식하며 비명을 질렀다.
[ 크에에엑!!]콰과광
채채챙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검마, 극호, 진소청 등은 사방에서 몰려드는 괴물들을 베기 시작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청운은 천령단을 이용해서 한꺼번에 괴물들을 휩쓸어버리고는 좀더 위쪽을 향해 달려나갔다.
출렁
또다시 마물의 열매가 맺힌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귀찮다는 걸 알아차렸다.
‘ 땅의 힘을 흡수해서 무한히 마물을 생산하는 건가?’
나무인 만큼 이 강화도의 지력을 다 흡수하면 더욱 커질 것이고, 커진 다음에는 뿌리를 바다까지 넓히면서 성장할 것이다. 종래에는 고려나 중원 본토에 도달할 정도로 강력한 마물이 될지도 몰랐다. 지금 처치할 수 있을 때 반드시 처치해야만 한다.
이청운이 갑자기 뇌신지혼의 형태로 변하면서 외쳤다.
[ 큰 줄기를 절단해 보겠네!!]고고고고…
이청운이 허공에서 뇌력을 집중하더니 거대한 뇌창(雷槍)을 만들어냈다. 뇌창의 크기는 무려 오 장이나 되었지만 역시 이 거대한 나무를 베기에는 모자라 보였다. 자연지기를 힘껏 끌어오던 이청운이 오의를 발동했다.
광폭뢰(光爆雷)
쿠콰쾅
폭음과 함께 나무줄기 전체가 휘청였다. 이청운이 한순간에 내뿜은 뇌창의 참격이 놀랍게도 줄기의 3할까지 베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절반 이상 베지 못해서인지 나무줄기는 아직까지도 중심을 잡으며 멀쩡한 기색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극호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빌어먹을. 종사의 방금 공격이면 성벽째 날려버릴 정도인데… 이 미친 마물은 뭐가 이렇게 커?!”
“신화시대의 괴물이니까.”
극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 달기라는 괴물도 그렇고… 세상이 망하려 한다는게 실감가는군.”
퍼벅
우리 일행은 이곳에 태어난 ‘열매’들을 얼추 다 베어내고는 앞으로 향했다. 망량의 말대로라면 이 거대한 마물의 핵(核)이 어디엔가 있을 것이고, 그 단서는 줄기의 최상층에 있을 거라는 말이었다. 월요의 수호자의 약점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곳만 집중공격해서 기를 꺾을 수 있었다.
“……”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싸울 만 했지만 나는 왠지 마음속에 불안감이 스쳐지나가는 걸 느꼈다.
‘ 여동빈이 한번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어…’
거마(巨魔), 그것도 음양의 파괴로 엄청난 힘을 손에 얻은 월요의 수호자를 앞두고 있는데도 여동빈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원래라면 세상에 재앙을 가져다 줄 괴물을 앞두고 있으니 대신 싸워주겠다고 한 마디 할 법도 한데 말이다. 하지만 여동빈이 내 단말을 무시하고 천계로 아예 떠나버린 것 같진 않았다.
즉 – 여동빈은 현재 자신의 의지로 나를 위해 싸우기를 거부하고 있다.
왜일까?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짐작가는 건 있지만 나는 여동빈의 그 말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확실한 건 여동빈은 ‘혼돈’과 ‘태허’의 융합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그 길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나를 꺼려하는 것이다.
나는 경공으로 줄기를 타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 쳇. 여동빈의 도움을 아쉬워할 때가 아니야.’
어차피 내가 향후 싸워야 할 적수들은 죄다 신급이다. 여동빈의 도움 없이 아무것도 못한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그의 도움없이 싸워나갈 역량과 용기를 키우는 게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인 것이다.
이윽고 우리는 최상층으로 보이는 고즈넉한 줄기더미 위에 올라섰다. 어찌나 마물이 큰지 구름의 층을 두 번이나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망량의 말대로 여기에 암흑의 소용돌이가 꿈틀거리며 기괴한 마물들이 나타나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마물 중에서 마치 혈관덩어리를 둘둘 말린 듯한 기괴한 거인이 우리에게 괴어(怪語)로 말하는 게 들렸다.
[ … 그대들… 왜… 우리를… 방해… 수천 년의… 봉인… 곧… 달의 왕이… 강림… 우리의 근원과 합일하는 걸… 방해마라… 이제 겨우… 삼황오제의 제약이 풀리는데…]드문드문 들리긴 했지만 왜인지 내게는 그 뜻이 얼추 해석이 되었다.
“괴물!”
“당장 해치우자.”
물론 다른 인간 동료들은 못 알아듣는지 놈의 외침을 그저 괴물의 포효로만 듣는 모양이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놈에게 대꾸했다.
“달의 왕이 누구냐? 그게 강림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러자 혈관거인은 내 말을 알아들은 듯 움찔거리더니 대꾸했다.
[ 육체와… 정신이… 융합… 그리고… 태초의 완전한 존재로의… 회귀… 결코… 방해받을 수 없는… 우리의 과업…]“육체와 정신이 융합…?”
[ 그대… 아주 격 높은 존재여… 부디 물러가 달라… 우리는 왕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무래도 저 놈들은 우리가 나타나서 이 거대괴목을 공격하는 걸 예상도 못한 기색이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음양의 균형이 파괴된 틈에 삼황오제의 금제를 벗어나서 태초의 강력한 [옛 지배자]급 존재로 되돌아갈 생각으로 보였다. 옆에서 나와 놈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극호가 황당한 듯 말했다.
“백웅. 너 저놈의 말이 들리는거냐?”
“대충은.”
“어떻게 할거냐?”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검을 꽉 붙잡으며 말했다.
“다 죽여야 한다!”
육체와 정신의 융합이라고 말하는 건, 아마도 여기에 있는 이 괴목(怪木) 쪽이 육체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정신’이 없는 빈 몸뚱이와 싸우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만일에 ‘정신’ 쪽이 날아와서 이 강대한 육체와 융합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수십 배는 강해질지도 모른다!
‘ 처음에는 월요만 얻고 도망칠까도 생각했는데 역시 잡아야 해!’
가만히 놔두면 또 다른 재앙으로 화할 게 뻔하다!
이 괴물들은 반드시 이 자리에서 다 잡아죽여야 한다.
스파팟
나는 신체능력을 극도로 끌어올려서 파고들며 혈관거인의 목을 베어갔다. 혈관거인은 꾸불텅거리는 촉수를 내뻗으면서 내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다음 순간 나는 촉수까지 통째로 베어버리며 놈의 몸을 8등분 내어버렸다.
[ 크아아악…]핏줄기가 허공에서 터져나가면서 요란하게 피분수를 일으켰다. 끔찍한 광경이었지만 나는 삼보절기로 핏줄기 하나하나를 피하면서 옆에서 서서히 모습을 일으키는 괴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압!”
“이야앗.”
카카캉
슈칵
현란하게 검강과 검기, 어검술이 날아다니면서 정상에 있는 봉사종족들을 베어버리기 시작했다. 괴물 중 하나가 울부짖으며 외쳤다.
[ 인간… 인간 따위가 감히 우리 상위종족에게!!]촤악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
이내 극호가 신경질을 내며 목을 베어버리는 광경을 보자 왠지 촌극 같았다. 이 나무에서 휴면하고 있던 괴물들은 분명히 스스로를 인간보다 상위종족이라고 자부하고 있었을 테지만, 잘 단련된 무공을 익힌 전사들 앞에서는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것이다.
학살이 끝나자 진소청이 말했다.
“아무래도 정수리에서부터 이 괴물을 공격하는게 유효하지 않을까 싶소.”
“정수리에서?”
진소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자들이 필사적으로 지키려 한 이 곳이 바로 괴물의 급소이자 정수리. 종사님의 뇌신지혼에 우리의 의념절기를 한꺼번에 쏟아내면 반쪽낼 수 있을 것이오.”
“좋소. 그럼…”
내가 크게 사자후를 질러서 바깥쪽에서 괴목을 공격하고 있던 이청운을 부르려고 할 때였다.
우우우우…
“크윽.”
난데없이 몸이 무거워지며 우리 모두가 땅바닥에 달라붙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만일 단련된 무공을 익히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지금 즉시 쥐포가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압력! 이런 술수는 술법이나 마법인 게 틀림없었기에 내가 주변을 둘러보자, 갑자기 허공에서 차원문이 열렸다.
위잉
[ 카하하하… 감히 네놈들 따위가!]나는 허공에 좌선한 채 둥둥 떠 있는 괴물의 형체를 보자 즉시 알아챌 수 있었다.
“묘청!!”
승려의 옷을 걸치고 있는 해골!! 저 놈은 원래 서경의 동녕부 지하에 있는 강력한 결계 내부에 숨어살고 있는 마물이었다. 과거에 만난 적 있는 묘청의 모습이 보이자 나는 황당함을 느꼈지만 동시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저 놈은 동녕부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는 상태였는데 여기까지 차원문을 열 정도로 힘이 강해졌다는 말인가?’
게다가 지금 절세고수들을 내리누르고 있는 술법은 굉장히 강했다. 다들 내공을 모아서 저항하고 있을 뿐 제대로 움직여서 묘청을 공격할 엄두도 못낼 정도인 것이다. 나 또한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사지 한쪽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서 호흡을 고르고 있자 묘청이 해골을 달그락거리며 말했다.
[ 위대한 달의 지배자께서 곧 자신의 육신을 되찾는다. 방해하지 마라!]“……!!”
나는 순간적으로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놈의 말에서 한 가지 가능성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 뭐? 설마…’
쿠구구구
강화도의 먼 수평선에서 심상치 않은 어둠의 기운이 천천히 밀려오는 게 육안으로 보였다. 그 어둠의 기운은 언뜻 구름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농밀한 안개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저 안개가 머지않아서 이 괴목에 도착할 거라는 사실을 알아채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젠장. 이 정도는…”
천우진이 현재 흉신의 힘을 깨닫고 완전히 전투의지를 상실한 채 넋이 나가있는 지금, 묘청의 술법은 의념지기로 스스로 해제해야 한다. 그러나 묘청 또한 수백 년 묵은 악령인데다가 지배자의 가호를 받는 강력한 마물이라서 이 술법을 그리 쉽게 해제할 수는 없었다. 내가 의념을 모아서 일어서려고 할 때였다.
[ 카카카… 내 술법을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으…]투콱
한 줄기 청량한 파괴음이 울리더니, 묘청이 꺼억거리는 비명소리를 내었다.
[ 카아악… 말도 안돼…]진소청!
그는 어느 새 가장 먼저 압력을 풀고 순식간에 묘청의 핵을 파괴해서 격살한 상태였다. 어둠의 마물인 묘청이라지만 절대지경의 고수가 필살의 일격을 가하니 당해낼 수 없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술법의 압력이 금새 풀리면서 묘청의 몸뚱이가 먼지가 되어서 사라지는 게 보였다.
“……”
현재의 묘청은 일반 술법사가 감당하기 불가능할 정도의 강력한 마물이었는데 일격에 해치울 수 있다니.
게다가 더 전율스러운 건 방금 전 진소청의 한 수가 갑작스럽게 너무 빨라져서 나조차도 제대로 절기의 진행을 관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한가지 가정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침을 꿀꺽 삼켰다.
‘ 설마… 달기전을 끝낸 후 또다시 성장했단 말인가?’
고작 며칠 사이에 무위를 올리는 게 가능한가?
‘ 큿! 집중하자.’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묘청을 쓰러뜨렸지만 아직까지 이 괴목을 제거한 건 아니므로 뭔가 빨리 공격을 해야한다. 안 그러면 수평선 너머의 ‘정신’과 이 ‘육체’가 결합해서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후우!”
한숨을 쉰 진소청은 차분한 눈으로 수평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슬슬 모습을 드러내시는 게 어떻습니까?”
“응? 진소청. 무슨…”
“저와 종사는 당신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나오십시오.”
진소청의 말이 끝날 때였다.
후우웅!
한 줄기 광풍(狂風)이 밀어닥치며 큰 외침이 들려왔다.
“와, 너희 인간 맞냐? 내가 작정하고 숨었는데 그걸 눈치챘어?”
황당하다는 목소리.
파앗
동시에 어디에선가 신출귀몰하게 웬 원숭이같은 요괴인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손에 들려있는 기다란 봉과 이마의 금관, 그리고 발 밑에 있는 구름덩어리를 보자 할말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 저… 저 놈은…’
원숭이 요괴가 자신의 머리털을 벅벅 긁으면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인다. 그는 귀찮다는 기색으로 말했다.
“나원참… 나도 한물 갔나보군.”
천계 최강의 투선.
제천대성 손오공이 우리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