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621)
621====================
암천향(暗天鄕)
나는 그들의 제안을 듣던 중 퍼뜩 생각이 나는 게 있었다.
‘ 그래. 어차피 서방에도 한번쯤은 가야하지 않던가?’
아마 용을 봉인한 자는 엄청난 실력의 마법사일 것이며 서방에서 내게 큰 조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봉인을 중단하면 자신이 지닌 좋은 보물을 준다고 약속한 이상 더 망설일 필요는 없다. 용의 봉인을 내 임의로 깰 수 있는 게 확인된 이상, 이번에는 일단 서방의 마법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게 나을 것이다.
스으으으 –
나는 천천히 봉인을 깨는 걸 멈췄고, 그와 동시에 용의 몸을 깨고 있던 얼음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봉인은 스스로 회복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내가 반쯤 깼는데도 되살아나는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벨로프가 탄성을 질렀다.
“저런!”
그의 눈에는 내가 힘이 부족해서 봉인을 마저 깰 수 없었던 걸로 보일 것이다. 내가 봉인해제를 멈추자 내 머릿속에 자칭 ‘서방의 마법사’의 말이 들려왔다.
[ 고맙다. 봉인은 깨져서는 안된다. 앞으로도…]나는 머릿속으로 강하게 생각했다.
[ 그런 건 모르겠고 당신은 내게 보물을 줄 수 있겠소?] [ 보물을 원하는가?] [ 그렇소.] [ 그대 브리타니아의 콘월으로 오라! 나 왕의 마법사로서 그대를 맞이하여 보물을 주리라.]스스스스
일순간 마법사의 환영이 내 눈 앞에 떠오르더니 지팡이를 든 채 한 방향을 가리켰고, 다음 순간 사라졌다. 그 환영은 내 눈에만 보인 게 아니었는지 벨로프나 다른 기사들도 웅성거리는 기색이었다.
동시에 용의 사나운 목소리도 내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 크크크… 아주 약삭빠르시군… 허나 그 멀린을 상대로 꾀를 겨루어 과연 네가 이득을 취할 수 있을까… 동방의 기인이여.] [ 멀린? 그 마법사의 이름인가?] [ 크하하하… 어차피 나는 성좌가 제자리를 찾을 때가 가까워지면 봉인에서 풀려난다. 그 때가 되면 명계까지 가서 네 영혼을 잘근잘근 씹어주마.]용이 심술이 났는지 포악한 말투로 나를 협박했지만 나는 되려 피식 웃었다.
[ 그래? 아무리 명계에서 찾아봐도 내 영혼은 없을거다.] [ 뭣…]쩌저적
얼음이 굳는 소리가 선명했다. 점차 봉인이 강해지자 용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휴.”
나는 이번 사건이 대충 마무리되었음을 느끼고 한숨을 쉬었고, 이윽고 벨로프에게 전후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벨로프는 기사들을 물린 채 내 이야기를 신중하게 듣고 있다가 탄식성을 흘렸다.
“오오! 그 말대로라면 용을 봉인한 것은 전설적인 고대의 현자인 멀린이군… 세상에!”
“당신도 그 멀린인가 하는 놈을 알고 있소?”
“그는 실존인물이라기보다는 전설속의 영웅이오. 설마 진짜 존재하는 자였다니.”
“당신과 비교하면 어떻소? 당신도 동방정교회 총주교좌라서 상당한 술법을 쓸 수 있잖소.”
내가 질문하자 벨로프는 아연한 표정을 짓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나 따위는 비교할 수도 없소. 그는 전설의 영웅이자 현자이며 드루이드의 고대장로, 또한 서방 모든 마법사의 우상이오.”
그 정도란 말인가?
확실히 그 정도의 대마법사라면 내가 원할 정도의 강력한 유물을 줄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내심 옳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벨로프의 말이 이어졌다.
“아무튼 당신 말대로 저 루마니아의 용은 본디 엄청난 악룡이었던 모양이군. 당신의 현명한 선택에 찬사를 보내오.”
“미안하군. 이반 4세에 대항할 비밀무기가 사라졌으니…”
“아니오. 이반 4세를 쓰러뜨린다 한들 악룡이 부활하여 서방을 헤집으면 그건 무의미한 일.”
벨로프가 한숨을 쉬었다.
“백웅이여. 한가지 부탁을 할 수 있겠소?”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이반 4세에 대항해서 싸워달라는 거라면 거절하겠소.”
“……”
정곡을 찔렸는지 벨로프가 주춤거렸다. 나는 싸늘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건 강대한 성유물일진대 봉인해제를 하지 않는 이상 당신이 내게 성유물을 줄 이유는 없겠지.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당신 일에 관여할 이유가 없소.”
“으음… 그렇긴 하지만…”
“나는 콘월으로 가서 멀린을 만나겠소. 당신네 일도 잘 되기를 바라오.”
내가 고개를 홱 돌리자 벨로프가 망설이다가 뭔가를 결심했는지 말했다.
“백웅! 그렇다면 가는 길에 편지를 하나 전해주지 않겠소?”
“편지?”
벨로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리에 잠시 들러서 한 명에게 편지를 전해주기만 하면 감사하겠소. 어차피 그 땅으로 가신다면…”
“파리라면 대영제국 맞은편에 있는 나라의 도시인가.”
서역에 갔을 때 술법을 써서 서양인의 영혼을 강령해본 적이 있었기에 대충의 지리적 지식은 알고 있다.
“그렇소. 그 곳에 가서 카트린느 드 메디치 태후께 이 서찰을 드린다면 감사하겠소. 그 분은 우리를 지원해주시고 있기에 이번 사태에 도움을 얻고싶소.”
스윽
벨로프는 내게 서찰을 내밀었다.
“……”
파리라느니 카트린느 드 메디치라느니 하는 서양말은 잘 모르겠지만 이 자는 지금 내게 편지배달을 시키려는 것 같았다. 내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이런 걸 내게 왜 주느냐는 표정을 짓자, 벨로프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물론 맨입으로는 부탁하지 않겠소. 성유물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동방정교회에 비장(秘藏)된 성창(聖槍)을 드리겠소.”
“성창이라고 하면 무기요?”
“그렇소.”
“흠….”
창이라.
내가 주력으로 다루는 무기는 검이라서 사실 창이 별로 필요하지는 않다. 게다가 성유물에도 미치지 못하는 창을 어디다 쓸 것인가? 하지만 내 동료 중에서 진소청을 이번에 키우려고 하는데다가 무인에게 좋은 무기가 생기면 더 강해지는 걸 알기에 망설여졌다.
‘ 까짓꺼 뭐 편지배달 쯤이야 해 주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벨로프의 말을 승낙했다.
이윽고 벨로프는 어디론가 가서 커다란 은빛 창을 꺼내왔다. 그 창은 확실히 영험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데다가 무사라면 한번 보면 반할 정도로 뛰어난 기상을 품고 있었다. 창술사가 아닌 나조차도 감탄할 정도라면 천하의 명창(名槍)인 건 틀림없다. 나도 모르게 입이 벌려지자 벨로프가 씨익 웃었다.
“이 정도면 배달값은 충분할 것이오.”
“흐음… 이 창의 이름은 뭐요?”
“우리도 잘 모르오.”
“응?”
“유래를 잘 모르겠지만 신령스런 창이라서 보관하고 있었소.”
“……”
이 놈들도 대충대충 사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름없는 명창을 손에 넣어서 목갑에 넣고는 벨로프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럼 이만.”
파앗!
나는 일단 대영제국 근처에 있는 땅으로 이동했다. 예전에 나는 육로로 아라사제국을 넘어서 서대륙을 한번 가로지르며 대영제국까지 바다를 뛰어서 건넌 적이 있었기에, 좌표가 이미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대영제국 내부로 들어가는 건 비등을 쓰면 쉬운 일이지만 마도사들에게 감지되어서 일이 귀찮게 될 우려가 있었기에, 편지배달도 할 겸 일단 대영제국 맞은편에 있는 나라에 도착한 것이다.
나는 천신경의 술법을 발동해서 근처의 영혼을 강령한 채, 파리라고 하는 도시로 뛰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리 인근에 도착해서 외성을 내려다보는 언덕에 서서 강령한 영혼에게 질문했다.
“이봐. 혹시 카트린느 드 메디치가 누군지 알고 있나?”
내 질문에 천신경으로 강신한 영혼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 나 마에스트로, 피에트로 몬테는 무인(武人)이다! 내가 죽은 지 시간이 꽤 흘렀으니 알 수가 없다. 나를 싸우려고 부른 게 아니었던가?]“아니. 파리가 어딨는지 알고있다고 해서 부른건데…”
“서양검술도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은 당신 검술이나 구경할 때가 아니야.”
그러자 피에트로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 으오오! 어쨌든 난 구해주는 거겠지! 딴말하지 말도록!]나는 그의 외침에 궁금해서 질문했다.
“구해준다고? 전부터 궁금했는데 그게 무슨 뜻이야? 그리고 내가 천신경의 술법으로 영혼을 부르면 군말없이 응하는 이유는 또 뭐고?”
[ … 으음. 그대는 술자인데 모르는 건가?]“모르니까 물어보지.”
내 질문에 피에트로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 생전에 뛰어난 역량을 갖췄던 자들은 그 영혼이 바로 명계로 향하지 않고 지상에 머물러있을 유예기간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유예기간동안 선택을 하게 된다.]“선택이라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어리둥절해서 피에트로의 환영을 쳐다보자 그가 말을 이었다.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명계로 갈지 과업을 수행할지 선택했다는 건가?”
내 반문에 피에트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 후자는 확률이 낮지만, 그대와 같은 자가 우리를 소환해서 부려먹고 나면 종말에 파멸할 운명을 피할 수 있다고 그 천사가 설명해 주었다. 파멸의 때가 언제인지는 몰라도 난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 그런데… 막상 선택하고 보니까 좀 후회스럽더군.]“왜 후회스러웠는데?”
피에트로가 한탄하듯 말했다.
[ 나 말고도 후자의 선택을 한 위인들의 영혼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 중 대부분이 수십 년은 기본이고 수백 년씩 눌러앉은 상태로 한없이 그대같은 자를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다. 나도 이대로 망령이 되어 소멸하는건지 걱정하고 있을 때 그대가 나를 소환해 준 거지.]“……!!”
[ 뭐 고맙게 생각한다. 다른 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파멸을 피했으니.]뭔가 좀 이상한데?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 음… 그래도 이걸로 천신경으로 불려온 위인들이 군말없이 내 명령을 따르는 이유는 잘 알겠군.’
내게 있어서는 그저 천신경의 술법으로 생긴 10회의 기회 중 한 번을 쓰는 것 뿐이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사후세계의 행방을 결정짓는 중대한 소환이었던 것이다. 생전에 아무리 자존심이 높았다 한들 군말없이 내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다. 나는 피에트로에게 다시 질문했다.
“물론 자기가 지은 죄가 많으면 명계에 가서 심판받는 게 두려울수도 있지만… 대체 ‘파멸의 운명’이란 게 뭐길래 당신처럼 지상에 남는 선택을 하게 되는 거지?”
[ ……]피에트로는 침묵하다가 잠시 영체를 떨며 말했다.
[ 으으… 다시 생각해도 두렵군. 내게 그 제안을 했던 천사같은 존재는 내게 종말에 다가올 운명을 잠시 보여주었다.]“보여줬다고?”
그는 음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 별들이 혼돈 속에서 끓어올랐다. 요동치는 별빛 사이로 형언할 수 없는 끔찍한 옛 것들이 강림하면서 바다와 땅을 뒤집었다. 한때 생기가 넘치던 언덕은 혼돈의 양식장이 되었고 인간은 가축만도 못한 상태로 울부짖었다. 그걸 본 자는 나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뭣!!”
나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 설마?’
그 말대로라면 피에트로의 사후에 나타난 ‘천사’는 [옛 지배자]가 강림하는 ‘그 날’의 풍경을 영혼들에게 보여주었다는 소리다! 성좌가 제자리를 찾는 그 악몽의 순간! 그렇다면 ‘천사’의 정체는 대체 뭐란 말인가? 나는 급히 물었다.
“그 천사는 어떤 놈이었지? 뭐길래 그런 제안을 했던 거냐?”
[ 나는 생전에 칼만 쓰던 무인이자 마에스트로라서 그런 건 몰랐다. 하지만 그 존재가 인간 이상의 뭔가라는 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지. 나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영혼이 많았으나 그 존재의 제안을 군말없이 받아들이는 걸 보자 신뢰할 수 있었다.]“으음.”
피에트로의 실력은 내가 어림잡기로 초절정고수의 초입에서 중급수준이었다. 서양에서는 한 나라에서 최고수준의 고수를 소드마스터, 혹은 마에스트로라고 칭했는데 생전에 그 정도의 검술고수였던 것이다. 자칭 생전에는 대륙 남쪽에서 최강의 검술가였다는데 그렇게 자부할 정도는 되었다.
[ 생각해보니, 그 존재는 사악한 영기를 전혀 내뿜지 않았어. 그래서 믿었던 것 같다.]나는 피에트로의 말을 듣자마자 단정지을 수 있었다.
‘ 아무래도 천신경의 술법은 뭔가 구린 점이 있다. 사후세계조차도…’
천신경의 술법을 만들어낸 것은 서양인이 아니라 바로 대라신선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존재 중 하나인 광성자(廣成子)이다. 황제에게까지 조언과 도움을 주었던 그 광성자는 서왕모와 같은 연배로 쳤으며 실제로도 천계의 최고원로였다. 다만 천계에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은거하고 있었다.
그런 고대의 대라신선이 만든 게 천신경의 술법인데, 그게 서양에서 뛰어난 위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다니? 그것도 천사(天使)라고 불리는 수상쩍은 존재가 사후세계의 행방과 종말의 운명까지 그들에게 알려주다니?
도대체 광성자는 어떤 존재이길래 그런 게 가능한 것인가?
나는 고개를 흔들고는 중얼거렸다.
“… 지금 생각해봤자 알 수가 없지.”
나는 빠르게 파리의 내성 쪽으로 이동해서 피에트로를 소환해제하고 대신에 천신경의 술법으로 내부사정을 잘 알만한 영혼을 불렀다. 잠시 후 내게 불려온 영혼이 말했다.
[ 카트린느 드 메디치? 그 아이는 내 며느리다.]“당신은?”
[ 그대같은 기인이 내 이름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그 아이가 머무는 처소로 안내하겠다.]아무래도 지금 불린 존재는 한때 이 나라의 왕이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의 안내에 따라 태후전으로 향했고, 태후가 쉬는 장소를 찾아서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꺄아아악!!”
그러자 태후를 보좌하던 시녀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태후는 그리 놀라지 않고 담담한 표정이었고, 나는 영혼의 힘을 빌어 이 나라의 언어로 더듬더듬 말했다.
“벨로,프의,부탁으로, 왔, 소.”
태후가 손을 들자 시녀들이 말없이 물러났고, 그녀는 또한 말없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녀에게 서찰을 전해주었고 그녀가 말했다.
“이상한 일이군. 동방정교회가 용의 힘을 빌어 황제를 토벌하는 일이 잘못된 건가?”
아무래도 태후와 동방정교회는 밀약을 맺은 모양이었고 그녀가 배후에서 정교회를 지원해주는 모양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태후 입장에서는 아라사 제국에 영향력을 미치고싶어하는 걸까? 하지만 내가 서방의 그런 정치관계를 자세히 알 필요는 없었기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받은,일은,배달,뿐이니,이만,가겠,소.”
“……”
파앗
나는 말이 끝나자마자 비등을 써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예전에 토마스 모어를 만났던 교회로 이동해서 그와 접촉했다.
토마스 모어는 내게 전후사정을 모두 듣고는 유창한 명제국 말로 말했다.
“콘월이라 함은 캄란 근처에 있는 곳이군요. 게다가 멀린을 만나는 거라면 호수에 오라는 게 분명합니다.”
“호수?”
내가 반문하자 그가 말했다.
“멀린 님은 서방의 수호자 바로 다음 가는 위계의 장로(長老)이십니다. 그 분 또한 [옛 지배자]에 맞서고 있으시며 마법사들을 이끌고 계시지요.”
어쨌든 내 입장에서는 아군이란 말인가?
“내게 그 위치를 알려 주시오.”
“지도를 드리겠습니다.”
나는 지도를 받아들고 빠르게 산과 강을 넘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중에 대영제국의 병사나 인기척이 보이면 모조리 피해서 숨어다녔다. 마도사들이 나를 감지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나는 이윽고 토마스 모어가 준 지도에 따라서 콘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콘월 내부에서 캄란이라는 장소 근처에 도착하자 멀린이 멀리에서 내게 목소리를 보냈다.
[ 그대는 대단한 자로군… 설마 이 짧은 시간에 여기까지 찾아올 줄은.] [ 어딨소?] [ 호수로 오게.]나는 멀린의 말에 따라 호수로 갔다. 그리고 호수의 기슭에 도착하는 순간 멀린의 환영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 만나서 반갑네. 동방의 기인 백웅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