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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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나는 곧장 여동빈을 불러냈다. 그리고 그에게 요도 무라마사를 제물로 바치며 말했다.
“이 요도(妖刀)를 댓가로 검선께서 가진 헌원검의 정보를 원합니다.”
[ 음… 요도… 그닥 내키지는 않으나 충분한 가치가 있는 걸 인정한다.]
여동빈은 내키지 않는 듯 했으나 요도 무라마사를 제물로 받아들인 듯 했다. 아무래도 원래라면 요도를 받아들이지 않았겠지만 내가 연자라서 봐준 듯 했다. 요도 무라마사를 수득한 여동빈이 말했다.
[ 내가 천계에서 헌원검의 정보를 얻은 것은 후예(后?)님의 하인에게서였다.]나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후예라면… 투선 예를 말씀하시는 게 맞습니까?”
[ 그렇다.]
예!
그 자는 신화의 대영웅임과 동시에 지금까지 나를 2번이나 적궁백시로 쏘아서 죽인 적이 있는 투선이었다. 난데없이 헌원검을 찾는데 예가 왜 나온다는 말인가? 내가 당황하자 여동빈이 말을 이었다.
당연히 나도 도가지식을 전승하면서 후예의 전설에 대해서 조사했다. 나를 죽인 후예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여축은 제준의 자식인 십양(十陽)이 떠올라 인간세상을 혼란스럽게 할때 그에 맞서싸운 무당이었다.
[ 여축은 후예의 궁전에서 그의 수발을 들며 살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녀와 친해질 일이 생겼었지. 그리고 그 때 여축은 헌원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하였고, 특히 자신의 주인인 후예는 헌원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말했다.] “정말입니까?!”[ 여축 또한 지금은 투선의 하인이지만 본디 지상세계에서 최고의 무당이었다. 그녀 또한 낮은 위계가 아니다. 허튼소리를 할 자가 아니지.] “그럼 후예에게 헌원검에 대해서 물어보셨습니까?”
내 질문에 여동빈은 고개를 저었다.
[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후예께서는 나보다 까마득한 선배이시며 대영웅이시니 그에 필적할 만한 존재는 이랑진군님이나 남북두, 제천대성 정도이다. 또한 헌원검에 대해 조사하는 행위가 의심을 살까봐 더 이상은 캐고다닐 수가 없었다.] “으음.”[ 내가 알고 있는 건 이 정도다.] “그 여축이라는 자를 공양의식으로 불러낼 수 있을까요?”
[ 여축도 지선(地仙)이니 가능한 일이지만, 그녀는 후예께 귀속되어 있다. 먼저 후예의 허락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잘 알겠습니다.”
나는 여동빈을 돌려보냈다.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제갈사가 말했다.
“재밌군. 후예가 헌원검에 대해 알고 있으니 놈을 추궁해야겠어.”
“후예한테 제물을 바쳐야 할까?”
“글쎄!”
제갈사는 흥미롭다는 듯 손깍지를 끼며 말했다.
“섣불리 행동하기 전에 좀 재밌는 점이 있다. 왜 후예가 그 정보를 알고 있을까 하는 것이지.”
“……? 뭔 소리야?”
“헌원검은 황제가 인류에게 남긴 후의이자 비보(秘寶)다. 그런데 다른 자도 아니고 한때 삼황오제 제곡의 아들인 십양을 쏘아서 죽여버린 후예가 그 엄청난 헌원검의 비밀을 알고 있다? 좀 뜬금없다고 생각하지 않냐.”
“……”
그건 그렇다.
헌원검의 비밀같은 건 삼황오제나 그 직속 사도나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투선 중 예가 알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옆에 있던 천우진이 말했다.
“난 헌원검의 정보 자체가 가짜일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섣불리 예와 접촉하는 건 위험한 짓이야.”
“어떻게 하지?”
“계획한대로 움직여야지.”
파앗!
나는 여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천신경의 술법을 발동해서 영혼을 탐색했다.
‘ 일천 년 전 공손세가 가주 공손벽의 영혼… 공손벽의 영혼은 내 부름을 들어라!!’
보통은 그냥 영혼의 크기와 색깔을 보고 대충 선택하는 편이었으나, 천신경의 술법은 원하는 영혼을 술자가 찾을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 내가 공손벽의 영혼을 찾고 싶다고 강하게 염원하자 찌리릿 하고 강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 역시 오래된 영혼일수록 찾기 힘든 건가?’
근래에 죽은 영혼일수록 쉽게 반응하고 예전에 죽은 영혼은 어디 숨어있었는지 슬그머니 기어나오는 일도 있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지만 공손벽의 경우는 의식을 닫아놓고 망령처럼 떠돌던 중인 듯 했다.
스스스!!
공손벽의 영혼이 불려나왔지만 그는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 넋빠진 표정으로 허공만 쳐다보고 있었다.
[ 아… 아…]아주 오래 전에 죽은 데다가 천신경으로 불러줄 거라는 희망을 잃은 상태라서 이성이 나간 듯 싶었다. 확실히 말해서 망령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상태였고 강력한 영혼 특유의 느낌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외양을 보자 여동빈의 과거회상에서 보았던 공손세가의 가주, 공손벽임은 틀림없어 보였다.
나는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천우진을 데려왔기에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자 천우진이 귀찮다는 듯 말했다.
“영의 정신을 부(否)에서 끌어올리려면 인위적으로 영력이나 강한 힘을 주입하는 수밖에 없다. 회복술법도 따로 있긴 하지만 굉장히 귀찮으니까 그게 낫지. 부계(腐界)에 침전된 정신을 되살리기엔 순수한 힘의 주입이 최상이야.”
“응?”
“자, 해 봐.”
“……?”
“……”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고 한참동안 정적이 흘렀다.
한참동안 내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자 천우진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지끈지끈 누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으윽 바보같은 놈아. 음신지력을 넣어주란 말이다.”
천우진이 짜증을 내자 나는 투덜거렸다.
“그냥 바로 말하면 어디가 덧나나…”
그러자 도리어 천우진이 발광하며 역정을 냈다.
“빌어먹을. 도학 공부를 그 정도 했으면 바로 알아들으라고. 니가 초짜냐? 애냐? 지금까지 똥구멍으로 공부했냐 등신아! 보통 너 정도 도학과 술법을 공부했으면 어디 도관의 관주쯤은 할 건데.”
“……”
나는 곧 죽어도 천우진한테는 술법을 배우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면서 공손벽의 영혼에 음신지력을 불어넣었다. 저 성질 드러운 새끼 말고 누구한테서 술법을 배우면 좋을까? 갑자기 망량을 보고 싶어졌다.
우우웅
이윽고 공손벽의 영혼이 파르르 떨리더니 제정신을 찾기 시작했다. 망령처럼 주위에 달라붙어 있던 더러운 요기(妖氣)가 밀려서 떨어지고 그의 영혼이 완전히 인간으로 돌아왔다. 공손벽은 정신을 차리더니 내게 말했다.
[ 고… 고맙소. 당신이 나를 불렀소? 당신 말대로 하면 구원받을 수 있지?]그는 당황한 듯 횡설수설하면서도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는 인식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손벽에게 말했다.
“공손벽. 당신은 생전에 신투지존이라는 자와 헌원검의 정보를 거래하기로 하지 않았소?”
[ 흠… 그랬었지. 그런 일이 있었소.]
“나는 당신이 알고 있는 헌원검의 정보를 원하오. 아는대로 다 말하시오.”
[ ……]
공손벽은 조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 저… 그럼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응?”[ 내가 죽고 난 다음에 공손세가는 어찌 되었소? 혹시 알고 있다면…] “천 년 전에 멸문했소. 그 후예도 자취를 감추었지. 그래서 도저히 공손세가의 후손을 찾을 길이 없는지라 당신의 영혼을 부른 거요.”
[ 크으윽… 화룡진인… 저주할 것이다!!]
공손벽은 화룡진인에게 난데없이 분노를 터뜨렸지만 나는 그저 심드렁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 어쩌라는 거야?’
여동빈의 과거회상을 보았기 때문에 공손벽이 죽을만 해서 죽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룡진인이 공손벽을 죽인데는 티끌만큼의 비겁함도 없었다. 내가 싸늘하게 그를 쳐다보자 공손벽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 헌원검은 우리 공손세가에 대대로 이어져 오는 가보(家寶)였소. 하지만 세가 내부에 비장되어 있는 건 정교한 복제품이었고 진본은 그 이전에 실종되었소.] “실종되었다고?”[ 명문화되어 남아있던 공손세가 시조의 기록은 서주(西周)시대 무왕(武王) 때였소. 무왕(武王)때 상(商)의 마지막 왕인 제신(帝辛)이 무왕에게 패배해서 스스로 불에 뛰어들어 자살했는데, 그 때 공손세가도 참화에 휘말리면서 헌원검 진본이 실종되었소. 그때 이후로 우리 세가에서는 복제를 만들어서 대대로 전하고 있었던 것이오.] “……”
생전이라면 결코 말하지 않을 가문의 비밀이겠지만 공손벽은 이미 죽은 자인데다가 사후세계의 행방이 걸려있어서 술술 말하는 듯 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당신네 가문은 고대 서주시대 때부터 있었다는 말인데… 도대체 역사가 얼마나 되는 거요?”
[ 그 이전부터 존재했소. 우리 가문의 시조는 황제 공손헌원이라 알고 있소.]
나는 공손벽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웃기는 소리. 당신네가 삼황오제의 후손이라면 당연히 엄청난 영력과 권능을 휘둘러야 할 터인데 당신은 그저 인간 망령에 불과하잖소.”
[ 누가 뭐랬소? 나도 삼황오제같은걸 진짜로 믿지는 않소. 그냥 그만큼 오래됐다는 거지.]
“그래서 당신은 존재하지도 않은 헌원검의 정보를 가지고 신투지존을 속여먹으려 했던 것이군.”
[ … 신투지존은 그 당시 강호제일신투였으며 최고의 도둑이었으니 이용해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소. 출신불명이지만 그의 무공 또한 굉장히 높았고. 그래서 백련교와 신투지존과 손을 잡아서 패왕의 검법까지 얻어서 강호를 제패하려는 생각이었는데…]
공손벽이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저렇게 큰 야망을 지니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여산에서 화룡진인이 빙의한 십대 소년 여동빈에게 당해서 죽을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공손검법의 소유자가 뇌신류 호법사자까지 데려왔는데 질 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 더 물어볼 게 있을까?’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일단 공손벽이 헌원검의 행방을 모른다는 건 사실같았고 더 이상 알아낼만한 게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후예나 그 하인이라는 무당 여축을 소환해서 물어보는 쪽으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질문거리가 번뜩 생각나서 그에게 질문했다.
“공손벽. 혹시 말인데… 당신네 가문에만 전해져 오는 신체적 특징이나 특이한 점이 있소?”
[ 음…? 무슨 말이오.]
“원한다면 당신네 공손 가문의 후예를 내가 찾아줄 수도 있소. 당신의 후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나중에 알려주지. 그들에게 결코 해를 입히지 않겠소.”
[ 오오… 정말인가!!]
공손벽은 크게 놀란 듯 했다. 그러더니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 우리 가문의 특징이라면… 음… 하얀색을 좀 많이 좋아하오.] “그렇구려. 그리고?”[ 대대로 여아(女兒)들이 매우 아름다워 천하절색이었소. 강호제일의 미녀는 늘 우리 가문에서 배출되었지.] “그다지 무림세가로서 자랑은 아닌 것 같소만…”
[ … 아이들의 무공재능도 나름대로 뛰어나오.] “……”
[ ……]
나는 침묵했다.
‘ 결국 딱히 큰 특징은 없다는 소리잖아!’
저런 하찮은 정보로 천 년 전에 멸문당한 세가의 후예를 찾아내는 게 이상할 것이다! 흰 색을 좋아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여자가 아름답다는 게 무슨 특징인가! 나는 얼굴이 구겨진 채 말했다.
“… 그냥 당신 다음으로 공손세가를 이끌었을만한 자의 이름을 말해주시오. 그 자의 영혼을 불러내서 알아볼 테니까.”
[ 내게는 두 아들과 딸 하나가 있었소. 장남은 공손중, 차남은 공손석, 그리고 막내딸은 공손혜란. 그들 중 한 명이 가주가 되었을 것이오.]
“알았소. 그만 가 보시오.”
스스스
나는 공손벽에게서 많은 정보를 알아낸 것 같았지만 결국 딱히 소득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진이 빠진 채 천우진에게 말했다.
“제길. 빨리 헌원검의 행방을 알아내려면 여축이나 예를 부를 수밖에 없겠는걸…”
“말했다시피 나는 반대다. 위험해.”
“지금 예와 접촉하는게 왜 위험하단 거냐? 그냥 공양제물을 바치고 정보만 얻으면 되잖아.”
“바보야. 그게 위험하다는 거야. 헌원검이 만일에 실존하고 들은대로의 보물이라면 아무도 모르고 예와 그 권속만이 알고 있다는 게 수상하지 않냐?”
“……”
“신화시대의 비사(秘事)가 틀림없이 얽혀 있을 거다. 게다가 후예는 네가 지난 생에 죽을 때 월궁항아 때문에 서왕모의 편에서 끝까지 싸웠다는 걸 잊지 마. 후예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네가 의심스럽다는 사실을 서왕모에게 일러바칠거다.”
천우진의 말이 맞다.
‘ 일단은 계속 공손세가 쪽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는 건가…’
나는 별 수 없이 공손세가가 과거에 존재했던 장소인 낙양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낙양에서 공손벽에게 들은대로 공손중, 공손석, 공손혜란의 영혼을 찾았다.
‘ 없네?’
침착하게 천 년 전의 영혼까지 다 뒤져봤지만 낙양에 공손세가의 2남1녀의 영혼은 없었다. 아무래도 멸문당하기 전에 낙양에서 대피했고, 다른 장소에서 궤멸당하거나 궤주한 듯 싶었다.
다른 장소까지 다 뒤져볼 수도 있지만 어디로 도망쳤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백날 낙양 근처만 찾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식으로 찾는다면 최소한 십 년은 계속 천신경의 술수만 쓰면서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도중에 진행이 막히자 제갈사를 찾아갔다. 그러자 제갈사가 말했다.
“그래? 그럼 일단 관둬.”
“응?”
“더 탐색할 방법은 따로 있으니까.”
“어떤 방법인데.”
“어차피 이번 생에는 암천향의 도전을 좀 미루면서 진소청을 백련교에 잠입시키려고 했잖냐.”
제갈사가 씩 웃었다.
“한씨세가의 옥룡신군이 백련교에 합류한 건 천 년 전의 일이야. 때마침 공손벽과 같은 시대 사람이지. 그렇다면 백련교에는 틀림없이 그 때의 기록이 남아있을 거고, 더욱이 현 한씨세가의 가주인 한백령은 어느정도 전모를 알고 있을 거다. 왜냐하면 공손세가의 뒤를 이어서 무림제일세가로 급부상했던 게 한씨세가니까.”
“… 그렇군!”
“진소청이 교주의 제자가 된다면 한백령과 접촉해서 자연스럽게 그걸 알아낼 수 있을거다. 서두를 필요가 없지.”
진소청을 백련교주의 제자로 넣으려는 계획!
그걸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성과도 따라오는 것이다.
내가 내심 감탄하고 있을 때 제갈사가 말했다.
“할 일이 없으면 당분간 네가 진소청을 가르쳐. 지도대련만 해도 서로 크게 도움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