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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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나는 전투가 끝난 후 죽은 아수라의 잔해를 살펴봤다. 그의 살갗이나 몸뚱이 전반은 생명체의 것처럼 보였지만, 잘 살펴보니 강도가 결코 인간의 수준이 아니었다. 잠시 강기를 대 보았지만 의념지기의 결정체이자 강대한 절삭력을 갖고있는 검강으로도 쉽게 잘리지 않았으며, 검뢰를 일으켜서야 겨우 벨 수 있었다.
사체가 이 정도의 강도를 갖고있다면 생전에 기를 모아서 방어력을 높였다면 도저히 답이 없다. 인간고수가 아수라와 격돌했다면 절대지경의 무예 이외에는 그에게 타격을 줄 수 없을 것이다. 순수한 육체능력만으로도 인간따위는 아득하게 뛰어넘은 게 팔부신중이란 존재였다.
‘ 어쩌면?’
나는 아수라의 시체에서 혼을 뽑아보려고 이혼대법을 한 번 사용해보기로 했다. 아수라의 백을 뽑아내어서 혼을 끌어당기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크아아앗!!
갑자기 그의 혼에서 사나운 기가 일어나더니 발광하며 이혼대법의 흡력을 끊어내 버렸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힘을 유지하려 했지만 역시 팔부신중이라서인지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는 혼째로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이런!”
나는 급히 천신경의 술수를 써서 한번 불러와 보려 했지만 또다시 당혹감을 느꼈다.
‘ 시, 시전 자체가 안 돼?’
아수라의 혼을 끌어오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다. 지상계와 달리 암천향에서는 천신경의 술수가 아예 발동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아수라의 혼이 어디론가 날아가는 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껍데기뿐인 시체에 더 이상 볼 일은 없다. 내가 멍하니 있자 신공표가 말했다.
[ 인간의 영혼을 불러내는 술수라. 그건 광성자의 술법인가?] “……”아마도 천신경의 술법을 보고 한 말일 것이다.
나는 신공표의 영체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가 입을 굳게 닫고 있자 신공표가 말을 이었다.
[ 광성자만이 짜넣을 수 있는 흐름이 보였다. 신대(神代)의 술법이라도 내겐 충분히 파악하고도 남지.]
그러고보니 신공표는 그 어떤 술법이든 보자마자 알 수 있다는 혼돈의 재능이 있다고 했다. 내가 내심 혀를 내두르고 있을 때 신공표가 말했다.
[ 네놈이 아까 전생자라고 한 게 무슨 뜻이지?] “뜬금없는 질문공세군.”[ 대답해라.]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한 번 죽었다 살아난 적이 있어. 부활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다시 살아난 후로는 그때의 경험을 이용해서 신에게 대항하려고 하는 중이지. 하는 김에 동료들도 모으고.”
[ 호오, 부활이라…]
“혼을 되찾는 이혼대법을 터득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또 부활할 수 있을지는 잘 몰라. 그래서 늘 각오하고 있어.”
나는 내심 두근거렸다. 저 놈을 속여넘길 수 있을 것인가?
방금 전 아수라와 대치했을 때는 도저히 이길수 없다고 생각해서 죽는 김에 하고싶은 말을 헀었지만, 신공표가 놈보다 강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상황에서 신공표가 내 전생능력을 제대로 알고 뺏으려 들면 정말로 큰일이 된다.
그래서 나는 전생자라고 했던 걸 ‘한 번’ 죽었다 살아난 적이 있다는 부활의 의미로 바꿔치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말해두면 설마 수십 번이나 죽었다 살아났다고는 생각지 못할 것이다.
신공표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 아무튼 좋다. 그 얘기는 자세히 듣기로 하고 일단은 은신할 장소를 찾아라.]털썩
나는 신공표의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몸에서 힘이 풀려서 쓰러졌다. 신공표가 날 공격한 게 아니라, 방금 전에 화룡진인이 강림해서 싸웠던 짧은 순간에 소모했던 체력과 기력이 너무 막대해서 탈진한 것이다. 그렇다 해도 약 십수회차 때였다면 끝까지 싸우지도 못하고 말라죽었을텐데 이 정도면 양호했다.
“크흑… 젠장. 일단 운기조식을…”
[ 그럴 여유 없다. 여기저기에서 [옛 지배자]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다가오고 있다.]
“… 얼마나?”
[ 적어도 5체 이상.]
“빌어먹을!!”
역시 암천향이라서인가? 마치 길에 채이듯이 [옛 지배자]라 하는 사신들이 흘러넘치는 모양이었다. 이 곳은 동쪽 끝의 한 지방에 불과할 텐데도 방금 전의 격돌이 다섯 놈이나 끌어모은 것이다.
신공표의 말을 운기행공을 할만한 반 각의 시간도 없는 듯 하다. 나는 이를 악물고는 재빨리 남아있는 최소한의 내공을 이용해서 죽을 힘을 다해 멸혼보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지형을 벗어나서 언덕 위로 올라가려 하자 신공표가 경고했다.
[ 그 쪽에는 괴물이 있다. 다른 곳으로 가라.] “다른 곳이라고 하면.”신공표가 바라보는 쪽에는 만장단애가 있었다. 거대한 바람이 밀어닥치며 중간에 수정같은 바위가 부유하고 있는 장소로써, 밑에 떨어지면 뼈도 못 추릴 것 같은 장소였다. 나는 황당해서 말했다.
“내공도 없는데 저런 곳으로 가라고?”
[ 멍청한 놈. 내공이 없으면 머리를 써야할 것 아니냐.]
쿠구구구…
나는 신공표의 조언대로 절벽에 여의봉을 박고나서 여의봉을 늘려서 매달리듯 허공을 전진하기 시작했다. 나는 여의봉에 매달린 동안에 호흡을 조절하며 필사적으로 내공과 체력을 회복하려 했고, 잠시 후 절벽의 맞은 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절벽은 절벽사이의 거리가 무려 일 리나 되어서 역시 험난한 지형이었다.
나는 절벽 맞은편에 도착하고도 쉴 새 없이 신공표의 말대로 몸을 숨기면서 계속 움직여야 했다. 눈 앞이 깜깜해질 정도로 체력을 소모하며 땀투성이가 되면서 겨우 안전해보이는 버섯동굴에 도착했을 때는 한 시진이 지나 있었다.
“헉… 헉…”
[ 이제 놈들도 포기한 것 같군.]
“놈들은 포기했는데… 여기도 영 안전해보이지 않잖아.”
초록빛 늪지가 동굴 내면에 펼쳐져 있으며 안쪽에서 알 수 없는 비명소리같은게 울리고 있으며 기괴하기 짝이 없는 형상의 거대버섯이 가득한 동굴. 이런 걸 은신처라고 말하는 인간은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
[ 그 말 대로다. 이 곳의 포자는 대단한 독성을 지니고 있군. 보통 인간이라면 버섯포자를 들이마시면 내부장기에 버섯이 돋아나면서 일 각 내에 버섯의 숙주가 되어서 기둥이 되고 말 것이다.]그렇게 대꾸한 신공표가 신기한 듯 나를 쳐다보았다.
[ 그런데 넌 왜 멀쩡한지.]불행 중 다행으로, 내 몸이 만독불침을 성취한 덕분에 기생형 포자조차도 내 몸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모양이었다. 독으로 인한 약화와 기생을 원천차단하기 때문이다. 조금이지만 내공을 회복한 것도 도움이 된 듯 했다. 나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 불만이냐. 멀쩡해서 미안하군.”
[ 체력을 빨리 회복해라. 저 안쪽에 버섯을 키우는 고위이족이 사는 것 같으니까 놈이 눈치채기 전에.]
“고위이족? 그놈은 또 뭐야.”
[ 보아하니 사법에 능통한 마도사같군. 대라신선에 버금가는 능력이 있을 것 같다.]
“……”
이런 구석진 동굴에 숨어사는 고위이족조차 대라신선급이란 말인가?
나는 이를 악물고는 필사적으로 내공을 회복했다. 약 반 시진이 지나자 이제야 좀 살 것 같았지만 그 때는 신공표가 고위이족이 다가온다고 경고했으므로 할 수 없이 밖으로 나가야 했다. 신공표의 도움을 받으면 놈을 이길 수는 있겠지만 왠지 신공표도 이 곳의 마물과 충돌하기 싫어하는 기색이었다.
나는 지상으로 나와서 말했다.
“신공표. 측천무후의 궁궐을 찾아낼 방법은 없을까?”
[ 그걸 왜 내게 묻느냐?]
“전국옥새를 잃어버린 이상 내가 자력으로 찾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
[ 무능을 자랑하지 마라.]
“……”
내게 싸늘하게 쏘아붙인 신공표가 말을 이었다.
[ 이 곳은 극한의 마(魔)에 물든 세계. 어설프게 들쑤시고 다니거나 인간계처럼 정보를 모아서 뭔가를 찾아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네놈은 목에 칼박고 죽는게 제일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방법이 있지.] “어떤 방법인데?”[ 그 방법을 가르쳐 주기 전에 나와 계약을 해 줘야겠다.] “계약?”
신공표가 불길해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토요 팔괘도를 찾아내면 내게 넘겨라. 그걸 계약으로 선언한다면 네놈이 궁을 찾게 해 주마.] “……!!”역시나!
‘ 이 녀석 토요 팔괘도를 노리고 있었군!’
전설의 고대 통천교주답게 이 놈도 칠요의 힘과 진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토요를 자신이 손에 넣게 되면 천하를 쥘 정도의 강대한 힘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지금 내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신공표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이대로 내공을 다 회복해봤자 지나가던 [옛 지배자]에게 잡아먹히거나 노리개가 될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기껏 암천향에 온 목적인 칠요를 신공표에게 넘겨도 될까?
나는 한참 고민하다가 말했다.
“… 알았어. 토요를 얻으면 신공표 네게 주마. 대신 나도 하나 조건이 있어.”
[ 건방진 놈. 무슨 조건이냐?]
“네가 토요를 얻어서 뭘 하건 상관하지 않을테니까 내가 암천향에서 현실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해 줘. 그게 조건이다.”
[ 내가 그 조건을 들어줄 이유가 없는데?]
“그럼 나도 들어주지 않겠어.”
나는 잠시동안 신공표와 눈싸움을 했다.
쿠오오오
‘ 윽… 제기랄…’
너무 기운이 강력하다! 나는 신공표의 눈에 감도는 어마어마한 투기와 패기때문에 도저히 눈을 오랫동안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엄청난 절세미녀를 송두리째 잊어버릴 정도의 기세였고 오랫동안 여행하며 난다긴다하는 호걸을 많이 만나본 나라도 기가 죽을 정도였다.
바로 그 때 화룡진인이 내게 강림해서 힘을 보태주었다. 용왕 화룡진인의 기세가 나를 돕자 나는 겨우 신공표와 기세싸움을 할 수가 있었다.
한참동안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던 신공표가 말했다.
[ 좋다. 살아가서 암천향에서 탈출하고싶은 게 목표라면 그리 해 주지.] “고마워.”[ 그럼 내게 몸을 넘겨라.] “응?”
[ 여의봉에는 아직까지 내 영체를 주박하는 마지막 사슬이 남아 있다. 이게 있는 한 나는 온전한 힘을 다 발휘하지 못하니, 네놈이 육체를 내놓아서 매개체가 되어주어야 술법을 시전할 수 있다.] “어떤 술법을 쓰려는 거냐?”
[ 닥쳐. 일단 몸부터 내놔라!] “……”
신공표는 내게 구구절절 설명해주기가 너무 귀찮은 모양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신공표에게 몸을 내어주었다.
우우웅
신공표는 내게 강림하자마자 전방으로 두 손을 뻗으며 외쳤다.
[ 통천(通天)의 포효(咆哮)!!]쌍장에서 무한대로 나선형의 빛이 튀어나갔다. 그 빛은 일전에 본 것처럼 계속 확장되더니 이윽고 눈 앞에 보이는 모든 범위를 사로잡는 듯 했다. 신공표는 한동안 쌍장을 뻗은 채 가만히 있다가 중얼거렸다.
[ 토요는 저기 있는가.]파앗!
다음 순간 신공표는 내 몸을 움직여서 웬 거대한 궁전에 도달해 있었다.
쿠구구구…
어마어마하게 큰 궁전이다.
이 궁전은 무려 수백 층이나 되었으며 위쪽에서 내려다보면 영지가 수십 리는 되는 듯 했다. 그리고 영지에는 무수한 이족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게 보였는데 마치 인간의 도시인 것처럼 보였다.
이 궁전은 이족의 양식으로 지어진 게 아니라 명백히 고대 당나라의 건축양식이었기에 측천무후의 궁이라는 건 즉시 알 수 있었다. 나는 내면에서 보다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 뭐야? 어떻게 술법 한 번으로…] [ 통천교주 전용술법인 통천의 포효를 쓰면 달까지 감시할 수 있다. 암천향을 훑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다.] [ ……]너무 사기적이다. 일개 술법을 한번 시전하는 것만으로도 전세계를 탐색하는 게 가능하다니!
‘ 이러니까 신공표가 삼청이나 천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 있었던 건가?’
내가 온갖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신공표는 거침없이 발을 움직여서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러자 궁전의 기둥 그림자에서 슬며시 뱀처럼 생긴 인간들이 나타났고, 그들은 하나같이 삼지창을 들고 있었다. 뱀인간 중 하나가 내 쪽으로 삼지창을 뻗으며 말했다.
[ 너는 누구냐? 이 곳은 위대한 분의 안식처다.]그 말에 신공표는 그저 비직 웃을 뿐이었다. 그러더니 말했다.
[ 인간놈들이 암천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몸을 이족으로 바꿨는가? 인간의 영혼을 고스란히 보존한 걸 보면 꽤나 정을 준 모양이군.] [ 네놈은 누구냐!] [ 후후후…]신공표가 손가락을 앞으로 뻗었다.
나는 그녀가 일격에 뱀인간들을 몰살시키려 하는 걸 알아채고 내면에서 급히 말렸다.
나는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 이 궁궐에 있는 이족들은 모두 생전에 당나라 사람들이었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