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94)
0094 ———————————————-
암천향(暗天鄕)
십이율주라고 자신을 밝힌 괴인(怪人)을 따라서 신단 마을 내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십이율주가 말했다.
“안개가 많이 끼어있어서 미안해. 진(陣)이 펼쳐져 있어서.”
그 말대로 마을 곳곳은 절벽 사이를 거미줄같은 다리가 잇고있는 식이었고, 마을 한가운데에는 마치 산에 닿을 듯한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사람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아서 약간은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다.
십이율주가 내게 자연스럽게 하대를 했지만 나는 뭐라고 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고려의 왕 조차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내가 존댓말을 쓰는 건 거의 당연한 일이었다. 실제로 나이도 십이율주 쪽이 위일 것이다.
간혹 지나치는 자들은 십이율주에게 인사를 했다. 그들은 인형탈이 아니라 정상적인 옷을 입고 있었으나, 간혹 가면을 쓰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돈 갚으시죠.”
“없어.”
“배 째라 이겁니까?”
“헤헷.”
그들의 정겨운 인사가 끝나자 어떤 여인이 깔깔댔다.
“꺄하하! 오늘 옷이 멋있으시네요.”
“하하, 고마워.”
아마 정말로 멋있어서 한 말은 아닐 것이다.
내가 물끄러미 그의 강아지 인형탈을 보고 있자, 그는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인형탈의 얼굴을 내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아 맞다. 저 커다란 나무 이름이 궁금하지?”
“그다지 궁금하진 않습니다만 정말 크군요.”
나는 십이율주에 대한 환상이 깨져서인지 약간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아닌게 아니라 마을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나무의 크기는 무려 수백 장은 될 법 했고 너비도 엄청났기 때문이다. 하늘을 뚫는 크기였으며, 마을이 나무뿌리 근처에 지어졌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하. 저건 신단수(神檀樹)라고 해. 아홉 개의 세계에 도달한다는 전설이 있지. 보다시피 왠만한 산만큼 커.”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상하네요.”
“뭐가?”
“여기까지 산을 넘어오면서 저런 나무는 멀리서도 보지 못했습니다. 왜 이 신단 마을에 들어오고 나서야 보이는 겁니까?”
“결계 때문이지. 보통 사람 눈에는 신단수가 보이지 않아. 신단에 들어오도록 허락된 자만이 신단수를 볼 수 있지.”
“왜 그렇게 하는 거죠?”
십이율주가 신단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나무가 없으면 정말 큰일 나거든. 그래서 목숨걸고 지킬수밖에.”
“어떤 큰일이 일어납니까?”
“인간이 인간으로 있을 수가 없게 되지. 정말 무서운 일이 생길거야.”
“……?”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는 십이율주였다. 그는 나를 돌아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너는 해신(海神)의 일족과 부딪힌 적이 있어서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해신…!! 바다의 그 해적들 말입니까?”
“십이율주쯤 되면, 가만히 있어도 이런저런 정보가 들어오지. 네가 처음 고려로 들어올 때 해신을 숭배하는 해적들과 싸웠다는 건 이미 알고 있어.”
나는 그제서야 그의 말 뜻을 알아듣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단수는 해신에게서 고려 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신수(神樹)군요.”
“뭐 그것뿐만은 아니지만. 그리고 또 궁금한 거 없어?”
십이율주는 독특한 사람이었다. 내 비무첩지를 받은 사람 답지 않게, 나와 [싸운다]라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도리어 내가 질문을 해서 정보를 알아내 주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나는 수상쩍은 기분이 들었으나 일단은 계속 물어보았다.
“그 해적들의 모습은 인간이라기 보다는 어인(漁人)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된 거죠?”
“해신을 숭배한 자들은 결국 인간의 형태를 잃게 되고 그런 모습으로 변모하게 된다. 단 해적두목들은 선천적인 게 아니라 후천적이라는 차이일 뿐이야. 마(魔)와 피를 섞은 혈족이 그 일대를 지배하고 있겠지.”
“그 해신이란 놈을 토벌하면 안되는 겁니까? 딱 봐도 사악한 마물 같은데.”
“마물… 마물이라. 하하하. 그렇게 쉽게 평가할만한 존재가 아니라서 문제야.”
절벽 사이를 잇는 구름다리를 느긋하게 걷던 십이율주가 말했다.
“안타깝지만 우리 단의 일족의 힘으로는 해신과 흉신(凶神)의 영향력에서 이 땅을 지키는 게 고작이야. 그 이상을 하려면 적어도 천제(天帝)의 힘이 필요하겠지.”
“당신은 단의 일족입니까?”
“그래 맞아. 십이율주임과 동시에 신단수를 지키고 있어.”
끼익 끼익
구름다리에서 불안한 소리가 났지만 나도 무난하게 건널 수 있었다. 원래 인간이 살 수 없었던 천애의 협곡에 억지로 마을을 지었기에 생긴 일이었다. 십이율주는 왠 조그마한 오두막에 들어가더니 말했다.
“뭐해? 들어와.”
“여기는 대련장이라기엔…”
“그냥 들어와 봐.”
“알았습니다.”
상대는 동방무림의 지존이자 최고의 권위를 지닌 존재였다. 듣기로는 정씨 일족과 이씨 일족에서도 십이율주를 매우 조심스럽게 대우하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이 정권을 잡게 된 배후에 있는 게 십이율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신발을 벗고 오두막 안에 들어가자, 그 안은 뜻밖에도 매우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바깥보다 안이 넓다!
“…….!!”
나는 깜짝 놀랐다. 외부에서 본 오두막은 방이 서 칸이나 될까 싶었는데 이 공간은 무려 수천 평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치 궁전처럼 거대하고 화려했다.
‘ 이, 이건 분명히 고급 술법으로 만들어 낸 공간이군.’
내가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자 십이율주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우선 비무를 하기에 앞서서 그동안 십이율 문주들과 싸웠던 감상부터 좀 듣고 싶군.”
“감상을 듣고 싶다고요?”
십이율주가 녹차를 잔에 따랐다.
“동영땅 역대최강의 검술명인인 이천일류(二天一流)의 궁본무장(宮本武?)도 십이율에 비무신청을 하지 못했어. 사울아비 문주나 조의선인 문주는 정말 무서운 양반들이거든. 그래서 그 작자는 현재 동영최강으로 만족하는 중이야.”
그건 알고 있다.
나는 사울아비 문주나 조의선인 문주의 역량이 이광에 못지 않다고 생각했다. 올려다봐도 수준을 짐작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사울아비 문주와의 비무는 그냥 미친듯이 후드려맞다가 50초만에 끝났고, 조의선인에게도 비슷하게 당했다. 이해불가능한 강함을 지닌 고수들이었다.
그가 피식 웃었다.
“그런데 아무리 정씨 가문에 의해 신변이 보장된다고 해도 십이율 문주 전원에게 비무를 신청하다니… 너같은 담량을 지닌 자는 십이율 역사상 처음 본다.”
“……”
“뭐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말해 봐. 일단 좀 앉고.”
“으음…”
나는 엉거주춤 의자에 마주 앉았다. 역시 저 인형탈은 전혀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그를 남자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목소리와 체형이 전형적인 20대 사내의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는 감상을 말했다.
“고려 땅에는 매우 고수가 많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호오,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라니?”
“드넓은 중원 땅에서 절정고수 하나도 찾기 힘든 정도인데 초절정고수가 무려 십여 명 이상 드글거리고 있다니… 십이율에서는 설마 서로의 가르침을 공유하고 있습니까?”
내 감상은 지금까지 느꼈던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보통 절정고수라 하면 대문파의 장로나 되는 실력이었고, 날고기는 자들은 대개 일류급이었다. 그래서 중원에서 절정고수를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구파일방의 장문인에 못지 않은, 혹은 그를 초월하는 실력자들이 십이율의 문주였으니 아연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 말에 십이율주가 키득거렸다.
“응 그래. 우리 단의 일족이 앞장서서 십이율의 무공을 지도해 주고, 고수양성에 큰 도움을 주고 있지. 절정고수나 초절정고수의 숫자가 많은 건 이상한 일이 아니야. 우리가 일개문파에서 얻을 수 없는 수준의 심득(心得)을 은연중에 전하고 있으니까.”
나는 퍼뜩 드는 생각이 들어서 외쳤다.
“설마 당신은 중원을 침공할 생각을…!!”
“엉? 그런 걸 왜 하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린 십이율주가 고개를 저으며 찻잔을 자기 인형탈의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너는 무협소설을 너무 많이 봤군.”
“음… 안 본 건 아닙니다만… 그렇게 많은 고수들을 양성하는 건 꿍꿍이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십이율주가 손에 깍지를 꼈다.
“꿍꿍이라. 그럼 하나 묻지. 무림방파는 어째서 고수를 양성하는거냐?”
“그거야 문파의 세를 넓히고 자신들의 무예를 떨치기 위해서죠.”
“바보야. 그런 건 2차적인 목표에 불과하지. 본질적으로는 무(武)의 전승(傳承)을 하기 위해서 고수를 길러내는 것이다.”
그렇게 말한 십이율주가 말했다.
“난 중원무림과 전쟁이나 대립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아. 그런 걸 생각하기에는 우리 단의 일족이 숙적(宿敵)으로 삼은 존재들이 너무 강력하기 짝이 없지. 만일에 변란이 터졌을 때 최대한 수습하기 위해서 강력한 무인과 술법사를 양성하고 있을 뿐이다.”
“숙적이 누군데요?”
십이율주가 찻잔을 내려놓더니 말했다.
“… 지금 백련교가 중원무림의 4할을 먹어치웠다고 하더군. 3년 내에 백련교가 중원을 제패하는 건 이미 확정된 일이야. 백웅 너도 들어본 적 있지?”
“네. 여기 오기 전에 북해문주가 말해 줬습니다.”
십이율 북해문. 요동에서 훨씬 북쪽 땅의 동토(冬土)에 본거지를 둔 자들이었다. 중원무림에서는 북해빙궁이라고 불리는 세력이었다.
장소의 특징 때문인지 그들 중에는 색목인(色目人)의 혈족도 섞여 있었으며, 그래서인지 북해문주는 황금빛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를 지니고 있는 서역인의 외모였다. 나는 북해문주에게 100초만에 처참하게 패배했고, 간신히 부상을 피해서 일어나는 내게 북해문주가 중원의 근황을 말해줬던 걸로 기억한다.
“그 백련교조차 단의 일족이 적으로 삼는 자들에 비하면 송사리 수준이라고 한다면…?”
“…….!!”
나는 깜짝 놀랐다. 백련교의 강대함은 무시무시한 수준인데 어찌 저런 비교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백련교의 힘을 모를 리가 없는 십이율주가 하는 소리라서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반응을 본 십이율주가 손을 저었다.
“뭐 그냥 그렇단 얘기야. 정말로 그 숙적들이 현세(現世)에 강림할 리는 없겠지. 우리는 그저 그들의 영향력을 신단수의 힘을 빌려서 차단하고, 그 사신(邪神)을 모시는 교단(敎團)이나 사악한 존재들을 척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힘에 겨운 상황이지만.”
“믿기 어려운 일이군요.”
“하하… 그냥 그런 게 있다는 거야. 진짜 무서운 건 적이 있다는 걸 알아도 손도 발도 못써보는 상황이겠지만.”
사실 나는 십이율주가 이야기하는 ‘숙적’이 어떤 존재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망량이 이야기해 줬던, [옛 지배자]!
인간이나 영장류의 득세와 상관없이 아주 머나먼 고대적부터 존재해 왔던 신화급의 존재들. 그리고 인간을 마치 벌레처럼 알고 있다는 강대한 사신(邪神)들을 일컫는 것이다. 단의 일족은 칠요(七曜) 해인(海印)의 힘과 신단수(神檀樹)의 힘으로 고려와 요동땅을 옛 지배자의 힘에서 보호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 이 정도 방어라면 내가 따로 해인을 가지지 않아도 무방한 거 아닐까?’
중요한 것은 금의위가 칠요를 가지는 걸 막는 것이다. 하지만 금의위가 설마 신단수에 둘러친 결계를 뚫고 들어와, 십이율 문주 최강이라고 불리는 십이율주와 단의 일족들을 상대해서 이길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백련교 호법사자들이 다같이 몰려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리라.
내가 생각을 하고 있자 십이율주가 말했다.
“내가 백웅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주절주절대는 이유가 궁금하겠지.”
“네.”
덤으로 그 인형탈을 왜 뒤집어쓴 건지도 궁금합니다.
라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십이율주는 귀여운 강아지 머리를 흔들더니 말했다.
“너는 서왕모의 축복을 몸에 두르고 있지. 어째서 그 축복을 얻을 수 있었을까? 서왕모는 아주 높은 도교의 신이라서 쉽사리 장생불사의 축복을 내리지 않아.”
“……”
“나는 보고를 받고 생각하던 중, 네가 아주 거대한 공덕(功德)을 쌓았다는 결론에 이르렀어. 그리고 망량선사에게 연락해서 확인해본 결과, 네가 칠요(七曜) 막야(莫耶)를 공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
“망량선사와 알고 계시는 사이입니까?”
“나는 고려와 요동땅을 맡고, 그는 중원을 맡고 있다. 서로 돕는 건 필수 아닌가?”
“음.”
나는 뜻밖의 정보에 장탄성을 터뜨렸다.
설마 망량선사와 십이율주가 서로 연락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였다니! 하긴 사신에게 대항하는 수호자들이라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십이율주가 나직이 말했다.
“네가 고려로 온 이유도 짐작이 된다. 아마 칠요 해인을 찾기 위해서겠지?”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 할 필요도 없었다. 십이율주의 힘이면 나를 죽이는 건 여반장이나 다름없이 간단했다.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칠요를 찾으려는 이유가 뭐지?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축복을 받은 전설의 유물을 얻으면 불로불사(不老不死)할 수 있다는 전설 때문에?”
“그렇지 않습니다. 칠요를 노리는 사악한 자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칠요를 지키려고 행적을 파악하려는 겁니다.”
“……”
십이율주는 유심히 나를 바라보는 듯 했다. 역시 인형탈이라서 얼굴도 안 보였고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떠벌떠벌대던 태도와 달리, 그가 하는 말은 모조리 정곡에 핵심만 짚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내 모든 걸 파악해버린 것이니 과연 동방무림의 지존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참 침묵하던 십이율주가 말했다.
“나도 알고 있다. 발해제국에서 토요(土曜) 팔괘도(八掛圖)를 훔쳐간 자들이 중원황실을 움직이고 있다는 건.”
그는 역시 동방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파악하고 있는 듯 했다. 나와 망량이 최대의 적으로 삼고 대적하고 있는 상대, 복마전(伏魔殿). 망량은 현재 중원에서 반천맹을 결성해서 복마전과 목숨을 건 싸움을 하는 중이었다.
나는 문득 울컥해서 말했다.
“그러면 어째서 그 자들을 제어하지 않는 겁니까? 그 자들은 마물(魔物)을 소환하거나 인신공양 의식을 언제든 벌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들을 막지 않으면 큰 일이 벌어질 겁니다.”
“그걸 내가 몰라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야.”
그가 팔짱을 꼈다.
“중원은 망량선사의 권역이지. 망량선사의 힘은 대라신선을 초월할 정도로 강한데 그가 왜 그 세력을 가만히 놔두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
“그건.”
그건 나도 전생을 하면서 줄곧 의문으로 느꼈던 점이었다. 제자인 천우진만 해도 토나오게 강력한 환신이라는 경지에 올라있는데, 그 스승이라는 망량선사는 어째서 복마전을 가만 놔두고 있는 것인가? 십이율주가 말했다.
“망량선사가 낙양 근처에 터를 잡고 은거하고 있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야. 낙양에 사상최악의 마(魔)가 도사리고 있기에, 그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그 존재를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사상최악의… 마?”
“나도 잘은 모른다. 하지만 본디 도교의 수호자로써 중원 전체를 순찰하며 악신을 눌러야 할 망량선사가 한 곳에 가만히 있는 것은 그 존재를 봉인하는 일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어. 망량선사가 조금이라도 그 장소를 벗어난다면 거대한 악마(惡魔)가 풀려나서 날뛸 거라고 하더군.”
“……”
“그건 아마 사신의 교단을 배후에서 이끄는 존재일 가능성이 높겠지. 나도 해신을 견제하는 것만도 바쁘기 때문에 망량선사를 도와줄 여력이 없어.”
꿀꺽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망량선사의 위치는 도교의 옥황상제나 대라신선에게서 지상세계를 수호하도록 임명받은 존재였다. 망량에게서 듣기로는, 중원 땅의 그 어떤 신선도 망량선사에게 함부로 거스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망량선사의 힘으로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다는 낙양의 마(魔)! 그것은 도대체 어떤 강력함을 지니고 있단 말인가?
거기까지 말한 십이율주가 말했다.
“하나 묻지. 너는 앞으로도 칠요를 계속 모을 생각이 있느냐?”
“물론입니다. 나는 반드시 모든 칠요의 소재를 알아낼 겁니다.”
“좋은 패기야. 마침 비무도 해야 했지.”
고개를 주억거리던 십이율주가 중얼거렸다.
“그럼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떨까?”
스으
십이율주의 신형이 유령처럼 흘렀다. 그리고는 어느 새 중앙에 마련된 비무대의 위에 올라가 있었다. 나는 십이율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감지하지도 못했는데, 그의 신법은 이형환위를 초월해 있는 듯 했다.
촤르륵!
그가 한쪽 손에 구절편(九節鞭)을 떨쳐들더니 말했다.
“백웅. 이 은하구절편(銀河九節鞭)을 상대로 삼 초(三招)를 받아낼 수 있다면 월요(月曜)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