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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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파앙
그렇게 선언한 백련교주가 합장을 하는 순간 거대한 만다라가 사방을 감싸고 시간이 멈추는 듯한 착각이 일어났다. 내 인식세계가 급격히 느려지며 몸이 차갑게 굳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 이건…’
현겁(賢劫)
백련교주는 대뜸 처음부터 강력하게 선수를 가져가려고 작정한 듯 현겁을 시전했다. 이 기술은 상대를 강제로 극미한 시간의 영역으로 몰아넣는 것으로써 시공간을 지배하는 공능이 있었다. 한 번 걸리면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파해하는 게 불가능했다.
심지어 격하의 상대일 경우 현겁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1초만에 끝장나버릴 가능성이 있었다. 현겁에 걸려서 인식세계가 느려진 상태에서 교주한테 스치는 일격만 맞아도 사망인 것이다. 아무리 고수라도 부지불식간에 현겁에 걸린 상태에서는 반사적으로 호신강기를 두를 수가 없다.
‘ 하지만.’
나는 그 찰나에 도리어 눈을 빛내었다. 왜냐하면 나는 예전 생에서 장삼봉과 함께 백련교주의 현겁에 대항하기 위해 수련을 한 적이 있었으며, 그 때 장삼봉이 말했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 일례로 그 동영의 절대지경 고수. 그 자의 특기는 쾌검이었고 극쾌와 검력에 있어서는 백련교주를 뛰어넘었소. 그런 자를 상대로 현겁을 펼쳤다가 만일 실패하면 도리어 백련교주가 일 초만에 목이 잘릴 것이오. 그 자는 현겁이 펼치는 공간의 장악력을 극살지경의 심검으로 토막칠 수가 있잖소? 다만 백련교주는 유리한 경우에만 골라서 현겁을 펼칠 수 있으니, 그걸 약점이라고 할 순 없소…]그리고 장삼봉은 내게 그 대항책도 말해줬었다. 무사시같은 극살지경에 오르지 못하는 둔재인 나만의 대항책이었다.
[ 바로… 태극권이오!]그래서 수련했다.
그 날부터 사 년 동안 열심히 태극권을 수련했다.
매일마다 태극권의 형을 하루에 1000번씩 펼쳤다.
그 결과 얻은 것은 바로 –
우우웅
절대지경에 이르렀기에 현겁의 영향력은 의념천주로 잠시 뿌리칠 수 있다. 또한 그 여유를 틈타서 내 양팔이 뻗어지며 무쌍패(無雙覇)가 펼쳐졌다. 무쌍패 또한 현겁과 마찬가지로 시전자의 반사신경과는 상관없이 찰나의 영역에서 반응하게끔 되어 있었으며, 이론상 무쌍패 앞에서 현겁의 우위는 없다시피 했다. 나는 무쌍패를 시전하며 현겁이 지배하는 영역이 [공격]으로 인식되면서 음(陰)에 흡수되는 기이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스르륵
음이 가변하며 양력(陽力)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힘이 내 안에서 공전(空轉)했고, 의미없는 회전이 멈출즈음 나는 무위전변(無爲轉變)의 이치에 따라 현겁의 영향력이 내 주변에서 사라지는 걸 알 수 있었다.
투웅!
[ ……!!]내가 무쌍패의 시전으로 현겁의 영역을 튕겨내자 백련교주는 합장한 채로 움찔했다. 실제로 그에게 반동이 가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현겁이 일순간에 무효화된 것에 약간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교주가 다소 당혹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 그 기술은 대체.] ” 무쌍패!!”나는 고요히 대꾸했다.
” 무림정파 사상 최고의 고수인 장삼봉 진인이 무신(武神)에게 내놓은 하나의 답이오.”
[ ……]
” 물론 나는 현겁 정도가 당신의 답은 아닐거라 생각하오.”
내가 도발하듯 말하자 교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다. 그대는 정녕 만만치 않겠구나.]쿠구구구
교주가 원영신의 내공을 본격적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현겁으로 먼저 봉쇄하려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기에 제대로 힘싸움을 하겠다는 의미로 보였다. 나는 백련교주의 무면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서서히 선검을 끌어올렸다. 선검이 원영신을 벨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우웅
‘ ……?’
뭐지?
나는 순간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소환해낸 선검이 칠흑의 빛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냥 몸이 바뀐 부작용으로 선검이 검게 변했던 게 아니었단 말인가?!’
내가 뜻밖의 상황에 약간 당황하고 있을 때, 교주가 그 찰나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해 들어왔다.
꾸구구궁!!
둔중한 파괴음과 함께 내가 서 있던 곳이 그대로 탄화되듯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교주의 막대한 장력이 그저 한 번 내리쳤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 땅바닥은 구멍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파여들어가 있었다. 내가 크게 피하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범위의 바깥으로 피하자 교주가 연이어서 장력을 발출했다.
수신류(水神流)
절기(絶技)
수룡파라인(水龍爬羅印)
교주의 손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종래에는 그의 수영(手影)조차 눈에 비치지 않고 그저 빛이 번뜩이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전후좌우 피할 곳이 없는 상태로 무려 오백 장(五百掌)이 한번에 날아들어오는 걸 알 수 있었다.
” ……!!”
뭐 이런 무식한 절기가…
정면으로 막아야 하나? 무쌍패라면 가능할 테지만…
‘ 아냐! 무쌍패는 남발할 수 없어!’
테스카틀리포카와 싸웠을 때 같은 기적이 또다시 일어날 거라고 볼 수는 없다. 연속으로 성공할 수 있는 건 많아봤자 서너 번이었고 사실상 한 번만 펼친다 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궁극의 집중력과 심기체합일을 필요로 하는 무쌍패는 상대방의 필살의 수를 봉인하는 역할로만 써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 대신에 칠흑의 선검을 들어서 비스듬하게 기울였다. 그리고 사방에서 덮쳐오는 장력의 숫자와 기세를 일일이 확인하고는 의념천주를 세웠다.
검뢰(劍雷)
구십구합리귀(九十九合理歸)
팔방뇌참(八方雷斬)!
쩌정!!
내 선검이 분영(分影)을 일으키더니 천지사방에 가루같은 검기를 흩뿌렸다. 그리고 새하얀 가루처럼 흩날리던 것들은 잠시 후 하나하나가 광선같은 검뢰로 변화했고 시야를 물들이듯 수천 번이나 수룡파라인을 베어내 버렸다.
츠앗
팔방뇌참이 수룡파라인을 베는 순간 교주의 손바닥에 짧은 참상이 새겨졌다. 교주의 무면탈이 잠시 꿈틀거렸고, 그는 한쪽 손으로 선정인(禪定印)을 맺어 가슴팍에 갖다대었다.
‘ 왜 인을 맺는 거지?’
주술을 쓰려고 하는 건가?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교주가 선정인을 맺은 순간 허공에 만다라가 크게 맺히는 걸 알수 있었다. 나는 생뚱맞은 방향에서 생겨난 만다라를 뒤늦게 알아채고는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그 순간 거대한 화룡(火龍)이 나를 덮쳐왔다.
화신류(火神流)
절기(絶技)
용왕참(龍王斬)
콰르르륵
화룡의 이빨이 나를 씹어삼키듯 물었다. 의념으로 생겨난 환상이었으나 내가 쉽사리 뿌리치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염기(炎氣)가 내가 서 있는 장소 자체를 태워버리고 있었다.
‘ 이 기술은…!!’
용왕의 칼날이라고 불리는 용왕참. 그것은 화신류 종사 한백령이 종종 쓰던 검기였으며 동시에 사대무류 중에서도 공격력으로 으뜸이라도 평가받는 가공할 무공이었다. 물론 지금의 나라면 한백령 본인이 펼친 용왕참도 거뜬히 받아낼 수 있었으나, 원영신을 소유한 교주가 펼치는 건 이야기가 달랐다.
화르르르륵!!
푸콱
나는 화염의 칼날이 천공으로 날아가게끔 흘려보냈지만 왼쪽 어깨가 살짝 덴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방어를 성공시킨 나는 교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 수신류인 당신이 사대무류의 필살기를 쓸 수 있다는 걸 내 앞에서 감출 생각도 없나 보군.”
[ 어차피 그대도 현겁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대가 어디까지 본교의 정보를 캐내고 온건지는 알 수 없으나, 그대 정도의 절대고수에게 내 사소한 역량을 감춰봤자 무의미한 일.]
” ……”
사대무류의 절기를 쓸 수 있는 건 사소한 역량이 아닌 것 같은데…
[ 자아, 탐색전은 끝이다. 그대가 아직 감추고 있는 힘을 보일 지이다!]쿠구구궁
그와 동시에 백련교주의 등 뒤에 후광이 솟아오르며 수천 개의 만다라가 떠올랐다. 나는 드디어 그가 심천무량(心天無量)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으음!’
심천무량!
사실상 저건 현 무림에서 절세무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뇌신류의 종사인 이청운 또한 뇌신지혼을 지니고 있었으나 끝내 심천무량을 넘지 못하고 교주에게 패배해 버렸으며, 이후로도 교주는 심천무량을 쓴 전투에서 인간을 상대로 진 적이 없었다. 여동빈조차도 그의 빈틈을 파고드는 데 곤욕을 치렀던 이유가 심천무량이 공방일체를 자랑했기 때문이었다.
‘ 장삼봉 진인은 내게 심천무량을 넘을 방법까지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물론 무쌍패를 다 성공시키면 아무리 심천무량이 상대라 해도 절대로 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교주의 심천무량에 별다른 제약이 없는 반면에 무쌍패는 심기체의 합일이라는 큰 제약이 걸려 있었다. 나는 심천무량을 검뢰로 벨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위험성이 컸다.
만일… 내 의념천주를 끌어넣은 검뢰의 공격력이 심천무량의 방어력을 넘지 못한다면?
그 순간 나는 공격을 실패한 대가로 1초만에 탄화되고 말 것이다.
침착하게 가자.
난 아직 심천무량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다.
만일 생각 외의 다른 공능까지 있다면 큰일난다.
나는 섣불리 공격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교주와 거리를 둔 채 그가 먼저 공격해올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스스스
만다라가 일어난 상태로 백련교주가 팔짱을 끼고 나와 그저 마주보고만 있었다. 저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내공이 소모될텐데 역시 무한의 내공다웠다. 그렇게 침묵상태로 나와 교주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을 때 교주의 손가락이 서서히 움직이는 게 보였다.
스윽
나는 그의 손가락이 선정인에서 풀려서 다른 수인을 맺는 걸 깨달았다.
‘ 여원인(與願印)!’
그와 동시에 내 발밑에서 뜬금없이 빛이 새어나왔다. 마치 피하라고 알려주는 듯 느린 속도였으나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금 교주의 한 수가 몇 수 앞을 바라본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피하는 것부터가 교주의 노림수였을지도 모른다!
쿠웅
나는 그대로 의념을 담아서 선검을 위에서 아래로 찍어눌러 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심장을 노리고 다섯 개의 광선이 날아오자 삼보절기로 그 자리에서 회피했다. 삼보절기로 세 걸음을 점해서 피하는 순간, 또 다시 벽과 같은 거대한 장력이 날아오자 그제서야 멸혼보를 이용해서 크게 뒤로 피했다.
쿠콰쾅!!
찰나의 과정은 매우 복잡해 보였으나 아주 짧은 시간에 일어났다. 나는 뒤로 튕겨나가는 순간에 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 그렇군! 수인이야!’
교주의 손동작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다!
원리는 잘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손동작을 변화시켜서 수인을 맺으면 그 순간 원영신을 이용해서 다른 무공을 시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다만 그렇다면 그건 무공이라고 볼 수 있을지가 문제였지만 아무튼 지금은 교주를 공략할 단서가 생겼다는 게 중요했다.
이 싸움은 앞으로 내 전생과정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는 수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자세를 다잡은 후 다시 한 번 거리를 벌렸다. 한 번만 봐서는 교주의 수인에 어떤 경우의 수가 숨어있는지 알 수 없으니 싸움을 길게 늘이면서 그 법칙을 찾아내는 게 내게 유리했다.
스윽
또 다시 교주의 수인이 변화한다. 나는 이번 수인은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없어서 내심 헷갈리는 기분이 들었다.
‘ 어… 저건 뭐지…’
선정인이나 여원인은 지권인처럼 꽤 많이 알려진 수인이기 때문에 불가공부를 했던 나는 금세 알아볼 수 있었지만 이번 수인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내가 그 형태를 기억하려고 애쓰는 사이에 교주는 또 다시 뜬금없는 곳에서 만다라를 소환해서 나를 기습했다.
쿠콰쾅
콰콰쾅!!
나는 삼보절기와 멸혼보를 써서 일단 회피를 하는 데 집중했다. 무쌍패로 방어를 할 수도 있었지만 소모도가 크기 때문에 버티는 데에는 신법을 활용하는 게 제격이었다. 내가 회피에 집중하자 교주조차도 쉽게 잡을 수 없는지 어느 순간 공격이 지지부진하게 변하는 게 느껴졌다.
약 일백 초가 지났을까? 그러다가 문득 교주가 다시금 선정인을 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왔다!’
저건 아까 그 공격이겠지?!
어떤 게 올지 알고 있다면 반격하는 건 간단해!
내가 선정인의 유형에 맞춰서 뛰쳐나가려 할 때였다.
두쿵
갑자기 양옆에서 벽처럼 밀어내는 강기가 뜬금없이 등장했다!
” 앗!”
콰앙
나는 전혀 예상치못한 공격이 오자 삼보절기로 회피할 여유도 마련하지 못한 채 급히 선검에 기운을 담아서 힘으로 쳐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 공격은 아까 선정인을 맺었을 때와는 전혀 상관없는 거라는 걸 알아챘다.
‘ 으윽… 그렇구나!’
수인은 딱히 의미가 없는 거였어. 그냥 교주가 나를 심리전으로 밀어넣으려고 수인에 의미가 있는 것처럼 일부러 보여줬을 뿐인가!
투두두둥
내가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교주가 허공에서 만다라로 포격을 가했다. 수천 개의 빛의 기둥이 쉴새없이 쏟아지자 나는 멸혼보로 피하려 했지만 방금 전 생긴 헛점 때문에 피할 시간이 용이치 않았다.
이 한 순간의 위기.
그건 교주가 치밀하게 싸움의 초반부터 머리를 굴린 결과였고 나는 보기좋게 낚인 것이다.
나는 이대로라면 외통수가 연속되어서 죽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
아니 그건 아니지!
설마 백련교주가 이런 잔꾀를 부릴줄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그건 이제 생각해봐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고수와 싸우다보면 이런 위기는 언제나 생겨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난관에 부딪혔을 때 그 난관을 어떻게 이겨내냐는 거겠지!
‘ 방어는 됐어. 공격하자!’
이젠 되든 안 되든 심천무량을 뚫을 수밖에 없다. 나는 그 순간 무쌍패로 이 위기를 넘기려는 생각을 집어치우고 의념천주를 내 선검에 모아서 집중시켰다. 그리고 눈을 반개한 상태에서 의념을 뇌기(雷氣)로 통째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본래 검뢰의 원리는 뇌신류의 무인이 평생에 걸쳐 모은 뇌기를 의념으로 더욱 강화시켜서 모든 것을 베는 뇌검(雷劍)을 만드는 것이었다. 검뢰가 평소에도 워낙 강한 공격력을 지니고 있어서 의식하지 못했지만, 초절정에서 절대지경으로 오른 지금 검뢰의 힘은 더더욱 강해져있을 게 분명했다.
나만의 의념천주로 세계의 법칙을 왜곡한다.
이 검은 보통 칼이 아니다.
그 순간 – 나는 검을 휘둘렀다.
절대검뢰(絶對劍雷)
무량단(無量斷)!
한 줄기의 뇌검이 시간의 정적 속에서 시원스럽게 날아서 만다라를 뚫었다. 한두 번은 가볍게 만다라를 꿰뚫었으나 심천무량의 장벽이 쌓이자 점차 힘을 잃어갔다. 그러나 날아간 선검의 날이 점차 순수한 뇌전으로 변화하더니 이윽고 천지를 베는 광뢰(狂雷)로 변했다.
번개가 만다라를 송두리째 집어삼키는 듯 했다.
[ 크윽….!!]쿠콰쾅!!
백련교주의 몸이 크게 튕겨서 날아갔다. 나는 그가 날아가는 걸 보고는 쿨럭하고 피를 토했다. 몸에서 기력이 빠져나가서 한쪽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 커헉!!”
이… 이런 제길. 마지막에 백련교주가 현겁을 동시에 펼치면서 만다라를 첩첩이 쌓았어. 그래서 마지막 다섯 겹을 못 베었는데… 아직은 부족한 건가?! 게다가 막바지에 교주한테 반격도 한 방 맞아서 호신강기가 깨져서 내상이…
내가 빠르게 현재 상황을 판단하며 비틀거리고 있자 교주가 허공에서 회전하며 공중에 부양했다. 교주는 다시 우웅 하며 만다라를 소환했지만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물끄러미 나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왜 저러지? 공격하지 않는 건가?
교주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 놀랍구나… 그대는 자기만의 기술 하나를 절대지경까지 연마한 게 아니었는가… 영락없이 무쌍패가 그대의 절대지경이라 생각했거늘… 설마… 뇌신류의 검뢰를 의념천주로 구현할줄은.] ” ……”[ … 아직도 성장중이라. 크흐흐… 도저히 현실적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군. 재능있는 이라면 도리어 더욱 불가능한 일일진대. 어떤 지옥같은 업(業)을 쌓은 것인지…]
그렇게 중얼거리던 교주가 말했다.
[ 백웅이여. 그대는 나와 천일지투(千日之鬪)를 할 생각이 있는가?]나는 그의 말에 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 없소.”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그럴 이유가 없다. 안 그래도 할 일이 흘러넘치게 많은데, 전생 시작부터 그렇게 무식하게 땀을 빼고싶지는 않았다.
[ 그런가?] ” 처음부터 말했잖소. 싸우려 온 건 아니었다고.”[ 그런 거 치곤 아주 열심히 싸우더군…] ” 당신이 죽이려 드는데 열심히 안 싸울 수 있는 자는 서왕모 뿐일 것이오. 제길.”
내가 투덜거리자 교주가 무면탈 너머로 빙긋 웃는 듯 했다.
[ 그럼 오늘은 비긴 걸로 해 두지…] ” 좋소.”슈욱
교주의 만다라가 서서히 사라졌고 나 또한 선검을 소환해제했다.
” 휴우.”
예상은 했지만 정말 힘든 일이구만…
이마의 땀을 닦는 그 순간 나는 실감할 수가 있었다.
내가 천하무림에서 세 손가락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