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13
15화
달러는 그렇게 유통된다.
연방 준비은행에서 찍어서 미 정부 에 빌려주고,대신 그에 해당하는 채 권을 가져온다.
그럼 채권을 세계의 은행들에게 다 시 되파는 것이다.
사상 최대의 황금 산업이다.
들이는 비용이라고는 인건비를 비롯
한 운용비와 지폐를 만드는 데 쓰이는 종이와 잉크 값이 전부니까.
그러니까 이 빳빳한 달러는 우리가 찍어 내고 있는 것이다.
「벼랑 끝에 선 세계 (World on the edge)」
「궁지에 몰린 자본주의 (Capitalism at bay) j
이제는 그러한 기사 제목이 뜨지 않 는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빠르게 진정 세를 되찾았다.
안정세는 우리 그룹들에서 폭락한 기업 주식과 부동산들을 사들이며 종 전의 가격대만큼 끌어올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어느 한 국가가 아닌,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여러모로 기뻤다.
독재 정권과 기타 그 나라의 문제 때 문에 구입할 수 없었던 토지를,국제 자연기금이 라는 이름하에 거 둬들이 면 서 던전을 추가로 확보하는 중인 데다 가.
우리 그룹이 서브프라임 사태를 주 도적으로 해결한 일은 그토록 바랐던
청신호로 여겨도 좋았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더욱 커져 버린 금융 제국에 대한 것이 아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터져 버린 전 세 계의 경제를 종횡무진해 왔던 우리 그 룹의 엘리트 직원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훈련되었고,앞으로도 종횡 무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다.
상공에 게이트가 열리는 날에도 그 럴 것이다.
세계 경제가 서브프라임 이상의 충 격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질 때,우리 그룹의 직원들은 세계를 다시 한 번 구원할 것이다.
물론 그 전에 확고히 해 둬야 할 일 이 있다.
전일 클럽의 안건 중 하나가 그것에 대한 것이다.
우연희와 나는 흥콩에서 서울로 들 어왔다.
오늘은 5월 1일.
금년도에 처음 열리는 전일 클럽 회 의까지 4일 남은 시점이었다.
“드디어?”
“그래. 드디어.”
우연희는 당연히 기뻐하는 얼굴이었 다. 모처럼 만의 휴식이니까.
공항에서 잡은 택시 기사도 즐거워
했다. 그에게도 모처럼 만의 장거리 손님이니까.
작년의 약속대로 라스베가스는 아니 지만,새만금의 전일 리조트도 빠지는 구석이 없는 휴양지 였다.
전통적인 아시아의 휴양지들뿐만 아 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도 제일 큰 규 모다.
기사가 그걸 언급했다.
“세계 최대라는 거 아시죠? 한 번씩 전일 그룹 가지고 말들이 많은데,전 일 그룹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그런 걸 만들어 낼 수 있었겠어요. 안 그래 요?”
“그렇죠.”
우연희가 즐겁게 대답했다.
“부럽습니다. 손님들. 이참에 저도 눈으로나마 구경하겠네요.”
“기사님은 안 가 보셨나 봐요? 개장 한 지 꽤 됐다고 하던데요.”
“사는 게 어디 마음 같나요. 그래도 지금처럼 손님들 같이 즐겁게 가시는 분들을 모실 때면 저도 함께 즐거워지 니. 이런 맛이라도 있어야죠.”
“저희들도 친절한 기사님을 만나서 더 즐거워지고 있는 걸요. 감사해요.”
“아이고,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우연희는 내가 아닌,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오랜만이 었다.
고속도로를 타는 내내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었다.
기사의 가족사,우리나라 사회 정치, 그리고 직전의 공략지였던 홍콩에 대 한 것들이 주를 이뤘다.
기사가 홍콩의 관광지와 먹을거리에 대해 물을 때면,우연희는 진짜 거기 에 들르고 먹어 본 사람처럼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기사가 본인의 부인과 만났던 이야 기를 풀어 나간 후에는 우리가 어떻게 만났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그가 보기에 우리는 커플이 었다.
어느 돈 많은 집 자제들의.
그러니까 해외 관광을 마치자마자 또 국내 리조트로 향하고 있는 것이 다.
“저희가 어떻게 만났냐고요? 선생이 고학생이었죠.”
우연희가 날 보며 장난스럽게 웃었 다. 기사는 백미러로 나와 눈을 마주 쳤다.
“아. 과외 선생님이셨구나. 아니면 교생 선생님?”
내게 묻는 거였다. 그러자 우연희는 깔깔거리면서 내 어깨를 쳐 댔다.
퍽퍽!
기사는 그렇게 눈치 없는 사람이 아 니었다.
나는 그다지 대화를 즐기지 않았고, 그는 우연희에게 말을 걸며 다른 화제 로 넘어갔다.
“눈좀 붙이고 있을게.”
내가 말했다.
갑자기 눈이 떠졌다. 즉각 반응해서 그럴 일은 없었지만,일반 승객이었다 면 조수석 뒷면에 그대로 얼굴을 처박 았을 반동이었다.
“괜찮으세요?”
기사가 물었다.
“저흰 괜찮아요. 기사님은 괜찮으세 요?”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기사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실려 있었다.
우연희가 운전석 창 너머를 턱짓하 며 말했다.
“저것들이 계속 시비 걸고 있어.”
우연희의 목소리에도 불쾌한 짜증이 깃들었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다.
충돌은 면했으나,직전의 반동이나 앞 차량의 꽁무니가 바로 코앞인 걸 보면 정말 아슬아슬했던 것 같다.
앞 차량은 독일제였다. 삼각별이 달 린 제조사 엠블럼이 부착되어 있다.
저 제조사는 제시카의 텔레스타 인 베스트먼트에서 최대 지분을…….
“계속?”
“갑자기 끼어들더니 의도적으로 속 도를 낮췄어. 한두 번이 아니야. 기사 님께서는 계속 피하시려고 하는데,이 번에는 또 급브레이크를 밟잖아. 박았 으면 어쩔 뻔했어.”
“거의 다 왔는데,죄송합니다. 저쪽 에서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겠지요?” 화를 삭이는 기사의 목소리가 부들 부들 떨렸다.
기사가 갓길을 가리켰다.
그때에도 뒤 차량들이 경적을 울려 대고 있었다. 갓길로 빠지기 위해선 앞 차에서 조금 나가 줘야 공간이 생 긴다.
기사도 있는 힘껏 경적을 울릴 순 있 었지만,우리를 의식해서 짧게 건드리 는 수준에서 그쳤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앞 차량 운 전석 문이 열렸다.
운전자는 어린 녀석이었다.
많이 봐 줘도 20대 초반을 넘 지 못하 는 철부지다.
광광.
녀석이 주먹 바닥으로 택시 운전석 창을 두드렸다.
기사가 창문을 내리며 먼저 말했다.
“뭐든 다 사과드릴 테니,빠져나가게 자리 좀 만들어 주세요.”
“사과한다는 사람이 그래?”
“예?”
“사과한다는 사람이 그러냐고. 운전 그렇게 거지 같이 할래?”
“제가 뭘 어쨌다고 그럽니까. 젊은 분께서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어쨌든 제가 다 죄송하니까 그만둡시다. 먼저 가세요.”
“그만두긴 뭘 그만둬. 당신 같으면
운전을 거지 같이 하는데 좋은 소리가 나오겠냐고.”
그런 적 없어.
우연희는 그런 눈빛을 한 뒤 문을 열 고 나갔다. 나도 따라 나갔다.
이차선 도로에서 일차선이 갑자기 멈춰 버렸다.
뒤의 차량들이 경적을 울려 대던 것 도,녀석이 성깔을 부리자 알아서 피 하기 시작했다.
리조트에 가까이 와 본 건 이번이 처 음이었다.
장벽은 내가 요구했던 대로 견고하 게 만들어져 있었다. 마치 지평선처
럼, 한쪽 끝에서 한쪽 끝까지 길게 뻗 어 있으며 흉물스럽지도 않았다.
페인트를 제대로 골랐는지 거슬리지 않는 푸른 빛깔이다.
“해도 너무한 것 아냐? 아버지뻘 되 시는 분께 반말 계속 할래? 문제가 뭐 든지 간에,기사님께서 사과하고 있잖 아. 가라고.”
“아. 별 같잖은 게 까부네.”
“가.”
“사람들 있으니까 눈에 뵈는 게 없 지?”
“가라고. 큰일 나기 전에.
“큰일 뭐. 뭐. 뭐……
녀석의 목소리가 확연하게 줄었다. 우연희를 내려다보는 눈빛도 어딘가 불안정해졌다.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녀석을 노 려보고 있는 우연희의 얼굴이 보였다. 내 동료라지만,무서운 낯빛임에는 틀 림 없었다.
“어린애 그만 놔줘라. 여기서 이러는 것도 민폐다.”
뒤따라 내린 기사에게도 다시 타라 고 눈빛을 보냈다. 그렇게 사건이 정 리되는듯싶었다.
이번엔 녀석의 차량 조수석에서 내 린 계집이 또 문제였다.
“사,사람 치겠다? 우,우리 오빠가 누군지나 알고 그래?”
우연희의 눈빛을 받고도 하고 싶은 말을 끝마친 것만큼은 칭찬할 만하다.
“누군데?”
녀석은 계집에게 대답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계집이 한 박자 더 빨랐다.
“태일 그룹 외손자거든?”
“태일 그룹이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 겠는데,할아버지 되시는 분께서 이러 라고 일으키신 기업은 아닐 거야. 그 렇지 않아?”
우연희는 계집을 무시하고 녀석에게
만 뇌까렸다. 그런 다음 나와 눈을 마 주치며 먼저 차 속으로 들어갔다. 기 사도 탔고 나도 탔다.
녀석과 계집은 우리 차량을 노려보 다가 차를 몰고 떠났다.
“태일 그룹이라고 알아?”
우연희가 물었다.
어깨를 으쓱했다. 내 기억에 없는 것 을 보면 비중 있는 그룹이 아니다.
“죄송합니다. 휴게소에서 고속도로 로 진입할 때,먼저 보내 주지 않았던 게 기분 나빴나 봅니다. 제가 두 손님 분 기분 망쳐 버렸죠?”
“저희는 신경 쓰지 마세요. 기사님이
제일 화나셨을 텐데. 하여튼 가정 교 육 안 된 것들이 문제에요.”
우연희가 대답했다.
리조트 풀장에서 녀석과 계집을 다 시 마주쳤다.
사람은 그렇다. 순간의 감정대로 행 동했다가 지나고 보면 후회한다.
녀석에게는 잠깐 우연희에게 압도당 해서 꽁무니를 됐던 것이 줄곧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눈알을 부라리 면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얼마만의 휴식인데……
우연희가 중얼거렸다. 녀석이 몬스 터 였다면,그 목은 진즉 날아갔다.
나는 일어서려는 우연희에게 고개를 저었다. 녀석이 다가오게 내버려 뒀 다.
녀석의 조잡스런 시선은 내 전신을 훑었다.
육체적인 면으로는 도무지 어쩔 방 법이 보이지 않는지,녀석의 투지는 그쪽 방면에서 사라져 버렸다. 대신 헛바닥에 담겼다.
“문신 잘 박았네. 쌍으로. 됐고. 어쩔 래? 내가 나가야 하냐? 생각 잘 해
이런 유치한 상황,계속 달고 있어야 해? 내가 끝내 놓을게.
우연희는 그렇게 질린 얼굴로 눈살 을 찌푸렸다.
어차피 삼 일 후면 리조트에서 나가 고 싶지 않아도 나가야 할 녀석이지 만,그 기간 동안 이 철부지가 눈앞에 서 걸리적거리는 일이 때때로 있을 것 같았다.
여기는 VIP 전용 풀장이다. 다른 VIP 부대시설들에서도 녀석과 마주치 겠지.
나는 녀석이 지껄이는 걸 무시하고, 지나가던 리조트 직원을 불렀다.
그리고 직원에게 당신이 데려올 수 있는 최고 직위의 사람을 데려오라고 했다.
“불러서 뭘 어쩌겠다고. 사태 파악 안…… 억!”
녀석이 복부를 쥐어 잡고 쓰러졌다.
녀석이 일으키고 있는 소란에 적잖 은 시선이 우리에게 쏠려 있지만,그 래도 녀석은 혼자 복통이 난 것에 불 과했다.
우연희만 복통의 원인을 알고,안 됐 다는 듯이 혀를 찰 뿐이다.
리조트 측 관리자를 기다리면서 제 이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안녕하세요. 오딘.〉
이제는 한국어 발음이 현지인에 가 까워 졌다.
내가 전 자본의 주인인 걸 알게 된 날부터,제이미는 나를 더 어려워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먼저 들어와있다.〉
< 리조트에 계신 거예요?〉
〈그래.〉
< 말씀해 주셨다면 제가 미리 가서 기다 리고 있었을 텐데요. 바로 출발할게요.〉
순간 핸드폰 너머가 조용해졌다. 제 이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우려하는 일은 아니 었다.
프랑스에 들어가 있는 자금으로 새 로운 화폐 전쟁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그녀에게 우리나라 정부를 보 다 강하게 압박하라고 주문하는 것도 아니다.
〈죄송해요. 즉각 시정하겠습니다.〉
〈예? 어, 어린 녀석이요?〉
< 태일 그룹이라고 하는데 아나? 난 처 음 듣는 이름이 더군.〉
약간의 잡음과 함께 ‘태일 그룹이 어 디입니까? 어서요!’라는 목소리가 멀
리 튀었다.
그 다음에 대답이 나왔다.
< 태일 식품이라고,리조트의 식자재에 서 몇 종목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고 합니다. 대현 그룹이 시공사로 참 여한 당시 대현 그룹 회장이 잘 봐 달라며 데리고 들어왔다 하네요.〉
〈그래?〉
녀석은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뭔가 를 간절히 호소하듯 떠듬떠듬 입술을
떼지만 목소리를 차마 내뱉진 못하고 있다.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대략적 이나마 감을 잡은 얼굴이 었다.
그래. 이 얼굴이다.
구(舊) 빌더버그 클럽 회원들.
조만간 그들이 전일 클럽의 회원 자 격으로 내 앞에 모였을 때.
그때 만들어 댈 얼굴들이 바로 저 얼 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