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51
25 화
하나 남은 녀석이 기어 오기 시작했 다.
수십 개의 다리와 딱딱한 마디들을 쉴 새 움직이면서,녀석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였을 것이다.
제 일족의 시체 위를 기어 오는 도중 에 녀석의 다리 또한 핏물로 질척해졌 다. 다리들이 움직일 때마다 핏방울이
사방으로 튀어 댔다.
녀석은 기필코 나를 올라타서,그 큰 턱을 어디든 쑤셔 넣겠다는 기세였다. 나는 주저앉은 채 쌓여 있는 시체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마비 증상 때문이었다. 그래서 녀석 은 도망치지도 않고 절호의 기회라 여 겼던 것 같다.
[ 화염의 반지를 사용 하였습니다. ]반지에서 튀어나온 불덩이가 녀석을 향해 날아갔다.
그 속도는 녀석이 몸을 마는 속도보
다 느렸다. 녀석의 껍질에 부딪친 불 덩이가 깨진 유리잔처럼 불똥으로 산 산 조각 났다.
화르륵.
녀석은 별 피해 없다는 듯이 다시 마 디를 폈다.
그렇게 나를 향해 다시 움직이는 녀 석이었으나,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멈 춰 버리는 것이었다. 줄곧 나를 향해 있던 더듬이는 어둠을 헤매듯이 줏대 없이 흐느적거 렸다.
애송이가 혼란 스킬을 썼구나.
“내가정리할게.”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우연희는 녀석들의 시체를 밟고 서 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내 옆으로 가볍게 뛰어내렸 다. 그러고는 바로 시체들을 밟으며 녀석에게 쇄도했다.
시체 껍질 위는 번져 있는 핏물 때문 에 상당히 미끄럽지만 중심 한번 잃지 않았다.
우연희가 가깝게 접근하고 나서야 녀석이 황급히 기지개를 폈다. 그러나 한 박자 늦은 때였다. 우연희가 끊어 낸 더듬이가 시체 틈 사이로 떨어져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거리부터 벌리고 봤다.
꾸물꾸물.
시체들 틈 사이에서 기어 나오는 더 듬이는 두 개가 아니 었다.
십 수 개의 더듬이가 뱀처럼 나타났 다. 아직 목숨이 끊기지 않은 녀석들 의 더듬이였다.
그것들은 몸체에서 떨어져도 스스로 살아서 움직인다.
할 수 있는 공격이라고는 대상을 기 어타 목을 조르는 것밖에 없다. 그래 도 크기가 길어서 수가 모이면 위협이 될 수 있었다.
우연희는 침착하게 혹은 영민하게 단검을 박아 댔다. 더듬이를 다 처리
한 이후에는 허우적거리는 녀석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내가 중체 그라프를 처치했을 때 그 랬듯이,그녀도 녀석의 등 뒤로 돌아 갔다.
목에 단검을 쑤셔 박아서 긁으며 빼 냈다.
그렇게 수차례.
녀석의 대가리가 땅으로 떨어졌다.
우연희는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목숨이 붙어 있는 것들이 시체들 사 이에 파묻혀 있기 때문이었고,그것들 의 숨통을 전부 끊어 놓은 후에야 돌 아오는 우연희 였다.
[ 우연희가 육체 치료를 시전 하였습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힘겹게 일어났 다.
목과 사지에 수백 킬로그램의 족쇄 를 달아 놓은 듯한 기분이 었다.
고개를 제대로 들 수 없었다.
한편 아직까지 터지지 않은 역경자 는 내게 엄살 피우지 말라고 뇌까리는 듯했다.
“이동할게.”
우연희가 나를 부축하며 말했다.
이번 전투에서 예순을 넘게 해치웠
다. 우연희가 전투에 개입했던 정도는 미약해서, 사실상 나 혼자 휩쓴 것이 었다.
역경자 없이.
삼일간의 지옥 끝.
나도 우연희와 똑같은 말을 하게 되 었다.
“이제야 살 것같군.”
비몽사몽 흐릿한 정신 속을 헤떴던 며칠이 었다.
그동안 머물러 있었던 영역은 악몽
과 현실의 경계였다.
그라프 일족의 A급 던전에서 목격했 던 놈이 환각으로도 나타났으니까. 자 그마치 군주의 명칭을 달고 있는 놈이 었다.
창백하게 얽은 얼굴에 이글거리는 눈.
깊게 파여 있는 눈두덩 이 안에 두 개 의 태양을 담고 있는 놈이 었다.
그 눈을 보는 누군들 공포에 떨지 않 을 수 없었다.
대(大) 공포의 존재를 환각으로나마 마주했기 때문일까.
F급 보스전을 향했던 긴장감이 다소
사그라들었다.
설사 어머니계가 보스로 주둔하고 있다 해도 해 볼 만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실제로 능력치가 이따위라도 나 혼 자서 E급 헌터 여러 명 몫을 해내고 있었다.
정비를 마치고 이동을 시작했다.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진입한 지 몇 시간이 지나도 습격이 없었다.
여기에 존재하던 졸병 녀석들을 모 두 처치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던전 박스들이 놓여진 부근에 이르 렸을 때.
추정이 확신으로 변했다.
던전 박스 네 개가 나란히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으로 나눠지진 않 았어도 보물 방이라고 부르기에 손색 이 없는 구역이었다.
우연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 었던 것 같다. 내가 멈춰 서자 내뱉은 그녀의 목소리는 부쩍 긴장된 목소리 였다.
“곧 보스전이겠지?”
굴 폭이 서서히 좁혀져 왔었다. 중체 그라프가 있었던 굴 허리처럼,이 길 또한 끝에는 보스 몬스터가 있는 커다 란 공간이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탈주의 인장을 쓰지 않았 어. 우리.”
돌아가고 싶어서 꺼낸 이야기는 아 닌 것 같았다. 화성 던전에 비해 비약 적으로 성장한 우리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듯 보였다.
그녀는 긴장하고 있지만 동시에 성 취감도 만끽하고 있었다.
“여기서 정비하자.”
내가 말했다.
아직 우연희는 정비 구역이 왜 꼭 여 기인지 몰랐다. 던전 박스들이 그녀의 가시거리에도 들어오는 곳까지 이동 하고 나서야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첫 번째 박스의 저주로 하루를 소비. 두 번째 박스의 저주로 또 하루를 소 비.
연달아 이틀이 지났다.
셋째 날.
“충전 됐어.”
우연희가 시작을 알려 왔다. 공포증 치료를 다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가시거리 한계 지점에서 나 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또 저주가 튀어 나온다 ^—.
[ 데비의 칼이 9 상승 하였습니다. ] [ 데비의 칼: F(9)]“괜찮아. 다음 박스 간다.”
“화이 팅!”
[ 체력이 10 상승 하였습니다. ] [ 체력: F (50)]이 놈의 던전 박스는 이렇게나 제멋 대로다. 필요한 종목에 높은 수치를 내놓은 걸로 애교를 떨고 있으나 잊어 선 안 된다. 이틀 연속 저주만 내놓았 던 녀석이다.
우연희에게 괜찮다는 수신호를 보내
며 최종 점검에 나섰다.
“상태 창.”
[ 이름: 나선후체력: F (50) 근력: E ⑷
민첩 : E (0) 감각: F (63)
누적 포인트 : 222
특성 (7) 스킬 (5) 인장(3) 아이템⑶ ] [ 특성 一 역경자: E (0) 괴력자: F (5) 탐 험자: F (0) 차단자: F (0) 질풍자: F (0) 타고난 자: F(0) 수집자: F(0)] [ 스킬 _ 오딘의 분노: F (16) 데비의 칼: F (0) 가이아의 의지: F (0) 지진파: F (12) 개안: F (0) ] [ 인장 _ 탈주(F) 해방(F) 강화(F) ] [ 아이템 – 지배의 반지 (B) 속박의 메 달 (E) 활력의 귀걸이(E) 화염의 반지 (E) 광대의 단검 (E) 눈 먼 자 들의 반지 (F) 예민한 자들의 반지 (F) 보호 장갑 (F) ]
굴이 좁은 통로로 변했다.
대여섯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가득 찰 정도로 좁은 양 끝에는 석상들이 줄지어 있었다.
바로 보스의 거대 공간이 나올 거라 는 예상과는 달리 긴 통로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희는 고개를 치켜들어도 석상의 머리 부분을 볼 수 없었다. 석상 들 하 나하나가 중체 그라프 크기 였기 때문 이다. 외형 또한 중체 그라프 그대로.
빌어먹을.
어떤 식의 보스전일지 감이 잡혔다.
본 시대에서는 잘 뚫어 놓고도 보스 전에서 막히기 일쑤였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수십 마리의 중체 그라프가 일시에 덮쳐 온다면 감 히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뭔가 해 보기도 전에 깔려 죽을 일이 다.
“물러나 있어.”
석상이 시작되는 바깥 영역으로 우 연희를 돌려보냈다.
오딘의 분노까지 실어서 석상의 밑 동을 때렸다.
쾅!
그러나 꿈쩍도 하지 않는다.
보기에만 석상이지 실제 이뤄진 물 질이 별세계의 것일 수도 있고 보스 몬스터의 힘이 실려 있을 수도 있었 다.
주먹만 화끈거렸다. 석상의 강도(剛 度)가 엄청나다.
하지만 이 석상들만 사전에 치울 수 있다면 오히 려 호재 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여기의 보스 몬스터는 이 것들에 의존하는 녀석이 분명할 테니 까.
즉,그라프를 통제하는 녀석.
지금까지는 일족의 어머니계가 보스 몬스터일 거라고 추정해 왔으나 아버 지계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것들 본신의 힘은 그리 위협적이 지 않다. 적어도 지금의 내게는 말이 다.
우연희는 석상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강력하게 강타했고,또 큰 소리가 났음에도 생 채기 하나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어떤 상상까지 치달았는지 소름 돋은 얼굴로 변해 있었다.
그 얼굴에 대고 말했다.
“역경자를 터트려 봐야겠어.”
[ 활력의 귀걸이를 사용 하였습니다. ] [ 체력 등급이 변동되었습니다.변동: F —E]
우연희의 얼굴이 확 굳었다.
나는 그녀가 움켜쥐고 있는 단검을 턱짓해 가리 켰다.
자해로는 역경자가 터지지 않는다. 외부의 공격으로 전투 불능 상태에 돌
입해야만 하는 것이,어쩌면 약점이 될 수도 있겠다.
정말 해?
우연희가 그런 심각한 눈빛으로만 물어 왔다.
옛날 사무실의 세면실에서처럼 복부 한 지점을 가리 켰다.
그날처럼 우연희의 단검은 떨리지 않았다. 느릿하지만 확실하게 내가 가 리킨 지점을 찔렀다.
“읍!,,
일반적 인 느낌과 달랐다.
단검 효과가 배가 되어서 더 깊숙이 쑤셔 들어온 듯한 통증이 었다.
배를 움켜쥐며 주저앉았다. 피가 더 더러워질 게 없었던 셔츠를 벌겋게 물 들이기 시작했다. 셔츠 아래에서도 이 미 다량의 피가 흘러나온다.
과다 출혈로 전투 불능에 빠지기까 지 기다렸다. 이윽고 오한이 진해질 무렵.
기다리던 메시지가 흐릿해진 시야를 뚫고 나왔다.
[역경자가발동하였습니다.] [부상이 중폭 회복됩니다.] [ 일시적으로 고통을 잊습니다. ] [ 역경자 지속 시간: 0시 10분 ]메시지가 빠르게 솟구쳐 댔다.
네 종목의 능력치와 역경자 외 여섯 개의 특성 그리고 다섯 개의 스킬 전 부가 한 등급씩 상승했음을 알리는 메 시지 였다.
그때 의도치 않았던 데비의 칼에 대 한 비밀이 풀렸다.
[ 데비의 칼 (스킬)효과: 날카로운 기운을 쏘아 보냅니다. 시바의 칼로 변환이 가능합니 다.
등급: E(0)
재사용 시간: 5분 ]
무엇을 뜻하는지 왜 모를까.
단순한 문장일 뿐이다.
그런데 지금껏 ‘변환’ 이란 단어는 시스템에서 볼 수 없던 단어 였다.
가뜩이나 변환 가능한 스킬이 ‘시바 의 칼’이라니!
불현듯 일전에 치렀던 전투가 떠올 랐다.
당시에 폭발했던 시체 잔해들이 남 겨져 있었는데 바로 이 스킬 때문이었 던 것이다.
또한 본 시대에서 데비의 칼의 본 주 인이었던 일선이 칠악(七惡)을 바라 봤을 시선을 생각하니 도무지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일선이 속으로 칠악을 얼마나 비웃 었겠냐는 말이다.
칠악의 코드명이 시바였다.
파괴마 시바.
맞다.
칠악의 주력 스킬이 시바의 칼이였 다.
“하!,,
데비의 칼은 등급이 상승될 때마다 변환할 수 있는 개수가 늘어날 것이 다.
어떤 스킬들일지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하나하나 신의 이름을 달고 나와 세 상을 주름잡았던 스킬들.
그러니 그 모든 스킬로 변환 가능한 데비의 칼은…….
얼마나 사기란 말인가!
(4권끝)
석상들을 제거해 놓지 않고서는 보 스전에서 이것들 전부와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이번 보스전은 그런 양상을 떨 것이다.
[ 역경자 지속 시간: 0시 9분 30초 ]빠찌직. 빠찌직 –
완숙한 단계가 아니라 팔 주위로도
푸른 불꽃이 튀어 대고 있으나,여기 까지가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파괴 력이 다.
주먹을 던지듯 뻗었다.
푸른 불꽃들을 흩뿌리며 공간을 쇄 도했다. 그렇게 석상에 부딪치는 순 간.
광!
주먹 끝에서 묵중한 타격이 밀려와 팔을 타고 흉부까지 전달됐다.
주먹이 부딪친 지점부터 균열이 일 었다. 석상 상부를 향해 빠르게 올라 가는 균열선 또한 뚜렷했다.
석상 파편들이 일제히 떨어져 나오
기 시작했다.
역시나 이 석상 안에도 중체 그라프 가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여기 통로 에는 녀석이 활개 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애초부터 여기 통로는 놈 같은 것들 이 기어 다니라고 만들어진 곳이 아니 기 때문이다. 강제로 깨어난 녀석은 통로 위로 무겁게 기울었다.
쾅!
대가리가 반대편 벽에 부딪치는 걸 시작으로,녀석은 많이도 움직여 댔 다.
아무리 꿈틀거려 본들 움직일 공간
이 제대로 만들어질 리는 없었다.
구겨진 몸이 펴질 때마다 머리를 통 로 안쪽에 꼬리를 입구 쪽에 두는 식 으로 자리를 잡아 갔다.
녀석에게 문제는 지나치게 큰 신장 외에 너비 또한 넓다는 데 있었다.
결국 녀석은 쭉 뻗어 늘어진 채로 통 로에 껴 버린 식이 되었다.
다리들도 벽과 바닥에 끼어서 위협 적인 움직임을 내지 못했다.
내가 제 등껍질 위로 올라탔어도.
당황한 더듬이만 허우적대는 게 전 부였다.
녀석의 대가리까지 뛰어가 주먹을
내리쳤다.
비록 껍질이 깨지지는 않았으나 충 격은 분명히 있었다.
녀석의 행동이 순간 몇었고,나는 녀 석의 목 마디 사이로 단검을 쑤셔 넣 었을 수 있었다.
[ 광대의 단검이 발동 하였습니다. ]어떤 부정 효과가 떴는지는 메시지 로 뜨지 않는다.
그러나 알 수 있었다. 단검이 빠져나 오며 만든 상처를 중심으로 얼어붙기 시작 하더니,대가리 전체가 빠르게
굳어 버렸으니까.
그것은 빙결이었다.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한기가 느 껴질 정도였다.
두 번째 주먹질!
[ 중체 그라프를 처치 하였습니다. ] [6 포인트를 분배 받았습니다. ]녀석의 대가리가 유리 깨지듯 산산 조각 났다. 얼어붙지 않았던 부분,대 가리 이하의 움직임 또한 멎어 버린 때였다.
[ 역경자 지속 시간: 〇시 9분 17초 ]중체 그라프 한 마리를 석상에서 꺼 내 해치우기까지 걸린 시간은 13초.
석상의 개수는 총 26개. 보스 몬스터 를 처치해야 할 시간도 계산에 넣어 둬야 했기에 시간이 아슬아슬해 보였 다.
똑같은 작업을 6번 반복했을 때.
시체들이 겹겹이 깔린 높이만 3미터 를 육박했다.
그때부터 새롭게 깨어난 녀석들은 통로 위로 자리를 잡지도 못했다.
하반부가 동족의 시체 사이에 껴서
는 구부정한 자세로 바둥대다가,대가 리 쪽부터 늘어트리기 일쑤였다.
그런 녀석들을 해치우는 일은 식은 죽 먹기와 다름없었다.
올라타서 더듬이를 뽑아내고 대가리 껍질을 까 내면 될 뿐이니까.
중체 그라프들의 시체는 말 그대로 산 처럼 쌓여 나갔다.
우연희는 차례대로 비탈진 시체들을 올라타며 따라오는 중이다.
어느 순간.
나는 석상의 밑동이 아니라,석상의 머 리 부분을 깨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녀석의 대가리도 박
살 났다.
그때 였다.
발치 아래로 기척이 느껴졌던 그 때.
“기에에엑一”
통로 전체를 울리는 괴성이 나타났 다.
고막이 날카로운 꼬챙이에 꿰뚫린 것만 같은 통증이 일었다.
두 눈을 부릅떴을 때는 이미 시산(屍 LU) 아래로 구르고 있었다.
급하게 손을 뻗어 봤지만 걸리는 게 없었다.
상하가 쉼 없이 반전되고 있었다. 그 러는 와중에 멀리 보이는 그놈은,보 스 구역에서 근엄한 제왕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야 할 놈이었다.
놈은 중체 그라프처럼 거대하지도 않다.
우리네와 비슷한 신장에 두 다리로 걷듯이,전반적인 외형 또한 무척 흡 사하다.
어디까지나 멀리서 볼 때에야 그렇 지.
가까이에서는 저놈만큼 흉한 얼굴이 또 없을 것이다. 여섯 개의 눈동자가 박혀 있을 것이며 또 이빨들은 추악스
럽게 뾰족하기만 할 것이다.
처음 보는 자들은 그 흉측한 얼굴에 치를 떤다. 꿈에서도 보기 싫은 얼굴 이라고.
“우연희!”
[ 우연희가 육체 치료를 시전 하였습니다. ]그래도 균형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 다. 치료 효과가 복부의 자상 쪽으로 쏠린 듯했다.
한편 놈은 내 쪽으로 접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타난 저 끝에 우두커니 서서 괴성 만 질러 댈 뿐이다.
그러나 녀석의 부름에 응답할 자식 들은 하나도 남아 있는 게 없었다. 나타날 거면 진작 나타났어야지! 멍 청한자식.
“큭큭……
[ 데비의 칼이 시바의 칼로 변환 되었습 니다.] [ 시바의 칼을 시전 하였습니다. ]파괴의 기운이 담겨 있는 무형 칼날. 시바의 칼이 쏜살같이 튕겨져 나갔
다.
그런데.
어?
궤도가 틀렸다.
내가 균형을 제대로 잡고 일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에 영향을 받았는지, 시바의 칼이 궤도를 이탈한 것이다. 빠르게 기울다 마침내 놈의 머리 높 은곳을 지나쳐 버린다.
콰아아앙!
멀리서 굴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그것이 신호탄이 되었을까. 놈이 나를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마음이 짓뭉 개진 저 괴물은 온몸으로 원한을 분출
하고 있었다.
찰나에 섬뜩해질 만큼 괴기한 광경 이었다. 거리가 한 폭씩 좁아질 때마 다,녀석의 몸에서 긴 다리들이 자라 났다.
점성을 띄는 액체가 다리들 끝에서 분비됐다. 그것들은 하나로 뭉쳤다. 마치 사냥감을 포획하기 위해 던진 그 물 같이 날아들었다.
옆으로 몸을 구르자.
치이익.
뭔가가 부식되는 소리와 함께 타들 어 가는 냄새 또한 일었다.
그때 녀석은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여섯 개 눈깔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 다.
녀석은 나를 해치울 수 있다고 생각 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접근한 것인 데 그게 녀석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녀석의 몸에서 돋아나 있던 다리들 이 뒤로 크게 꺾였다가,일제히 나를 향해 찔러 들어왔다.
내 몸에 제 다리 숫자만큼의 구멍을 낼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내게 닿지 못하 고 나가 떨어 졌다. E 등급으로 향상된 스킬,지진파 때문이었다.
[지진파를 시전 하였습니다.]일대가 크게 울렸다. 천장에서 흙 부 스러기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때 나는 일어나는 데 성공했다. 비 록 세상이 아무렇게나 흔들려 대는 듯 하지만,놈을 향해 우직하게 걸어 나 가는 중이었다.
놈도 다급하게 일어나서 내게 달려 들었다.
[ 화염의 반지를 사용 하였습니다. ]놈이 불덩이를 막기 위해 제 다리들
로 얼굴을 감쌌을 때.
나 또한 불덩이와 함께 놈을 향해 몸 을 던졌다. 불덩이가 작은 불꽃들로 깨지며 사라지는 사이로 놈의 얼굴이 보였다.
죽음을 직감한 얼굴이 었다.
그랬다.
나는 벌써 놈의 이마에 단검을 박아 넣고는 발로 밀어 차고 있었다.
놈이 멀찌감치 날아가 쓰러졌다. 처 치 메시지는 아직 뜨지 않았다.
비틀거려 대지만 한 걸음씩. 놈의 앞 까지 걸어갔을 때에도 놈은 여전히 쓰 러진 상태에서 나를 올려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빠악!
놈의 얼굴을 걷어찼다. 힘을 조절한 덕분에 놈의 얼굴이 박살나진 않았다. 놈은 완전히 뻗어서 목숨만 달려 있는 상태였다.
다행이지 않은가. 이번에는 애송이 가 보상을 먹을 차례 니 까.
놈을 질질 끌고 우연희에게 다가갔 다.
우연희는 어떻게든 가시거리를 유지 하겠다는 각오 때문이었는지,시산 아 래에서 쓰러져 있었다.
그녀 앞에 놈을 던지며 말했다.
“끝내.”
우연희도 균형 감각이 망가졌긴 마 찬가지였다. 그러나 나보다 정도가 심 해 일어나지는도 못했다.
바닥을 기어서 놈의 머리맡까지 이 동한 우연희는 양손으로 단검을 거꾸 로 쥐었다.
물론 우연희는 한 번의 칼질로 놈의 목숨을 끊어 놓을 순 없었다.
놈의 피부는 꽤 단단했다. 때문에 그 녀는 놈의 얼굴을 난자하듯 쉼 없이 찢어발겨야 했다.
[ 퀘스트 ‘끝의 구역’의 완료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최초와 차순위자를 합의하에 결정하여 주십시오.]
이윽고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며 제 일 먼저 꺼낸 말은 다른 게 아니었다. 나 역시 시스템에게 한마디 뇌까려 주자 어김없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 퀘스트 ‘끝의 구역’을 완료 하였습니다. ] [ 1500 포인트를 획득 하였습니다. ] [ 최초 완료 보상으로 ‘골드 박스’를 획득 하였습니다.] [ 모든 퀘스트를 완료 하였습니다. ] [ 1500 포인트를 획득 하였습니 다. ] [ 최초 완료 보상으로 ‘골드 박스’를 획득 하였습니다. ]마침내 전리품 수확의 시간이 도래 했다!
[ 골드 박스가 개봉 됩 니 다. ] [ 감각이 37 상승 하였습니 다. ]감각의 등급 업까지 남은 수치가 37 이였기에 상승폭도 거기에서 멈췄다. 운발이 붙는다면 실버 박스에서도
올릴 수 있는 수치.
아쉽긴 하다.
하지만 능력치 종목 하나를 등급 업 시킨 것 자체는 만족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었다.
[ 감각 등급이 상승 하였습니다.변동 :F _ E] [ 업 적 ‘오감 발동’ 을 달성 하였습니 다. ] [ 업적 보상으로 특성 ‘날렵한 자’를 획득 하였습니다. ]
이로써 특성 8개를 다 채우며,관련 업적이 새롭게 떠올랐다.
[ 업적 ‘잠재력 폭발’을 달성 하였습니다. ] [ 최초 달성 보상으로 특성 ‘타고난 자’를 획득하였으나 취소되었습니 다. ] [이미 획득한 특성입니다.]두 번째 골드 박스가 차례였다.
체력.
체력 떠라아아!
[ 체력이 50 상승 하였습니다. ]아니,이걸?!
변동 :F ᅳ E] [ 업적 ‘피로를 모르는 그대’ 를 달성 하 였습니다.] [ 차 순위 달성 보상으로 특성 ‘재생자’를 획득하였습니다.] [ 보유할 수 있는 특성을 초과 하였습니다.] [ 재생자를 제거 하시겠습니까? ]
“제 거해.”
이게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보건 대,모든 능력치를 최초로 E 등급에 달성했을 때에도 최초 보상이 있을 것 이다.
메시지가 사라지는 자리 위로 새로 운 메시지가 떠야만 한다!
[ 축하합니다! 각성자 최초로 모든 능력 치가 E 등급에 진입 하였습니다. ] [ 최초 진입 보상으로 ‘마스터 박스’를 획 득하였습니다.]설마 했는데 또 마스터 박스 라니! 이 얼마나 엄청난 편애란 말인가. 시스템이 최초와 차순위에 보내는 편애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마스터 박스는 자그마치 472,500포 짜리다.
[ 마스터 박스가 개봉 됩 니 다.] [ 아이템 ‘금강역사의 수호 장갑’을 획득 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