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78
9 화
“목숨 값치고……
“적지. 고작 네 충성 하나만 받는 거 니까. 네가 누리고 싶은 것,또 누려야 할 것들은 건드리지 않으마.”
“애초에 이럴 목적이었군요. 제가 접 근한 게 아니라,당신이 접근했던 거 였습니다.”
“마음대로 생각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중요한 건,넌 내 눈에 띄었 다는 거다.”
“궁금하군요.”
“바깥에 나가서 말인가?”
“제가 누구인지,제 본가가 어떤 곳 인지 잘 아실 겁니다. 제안 하나 드리 죠. 여기가 야생보다 더 위험한 지옥 같은 곳임은 인정합니다. 그리고 당신 이 생사(生死)를 주관할 수 있다는 것 도말입니다.”
조슈아는 당혹한 기색을 빠르게 지 우며 말을 이어 나갔다.
“당신을 제대로 고용하겠습니다. 베 를린 텔레콤의 지분 반절을 드리죠.
우리는 여기에서 뿐만 아니라,바깥에 서도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앞에서는 고용하겠다 하고, 뒤에서 는 파트너라고? 말했지.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파트너로 정정합니다. 아시겠 지만 우리들의 능력은 특별합니다. 더 욱이 당신의 능력은 직접 봤으니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당신의 집 안 또한 제법 돈을 만지고 있다는 거 압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솔직 히 이야기해 보죠.”
조슈아는 제 얼굴을 쓸어내 렸다. 녀석은 손에 묻었던 피로 그 얼굴이
더 더러워졌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 다.
“나는 오늘이 역사적인 분기점이라 고 생각합니다. 여기는,그래요. 신대 륙을 개방한 중세의 모험가들에게도 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신대륙에 들어왔습니다. 희생은 어쩔 수 없겠지만 희생 다음에는……
“말이 길군.”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 것도,더 큰 힘을 가지기 위해서 아닙니까. 나와 우리 본가가 당신을 그렇게 지원해 줄 수 있습니다. 힘에 도취되지 마시고, 현실을 봐 주시길 바라는 겁니다. 바
깔에 나간 이후를 말이죠.”
녀석은 굉장히 애쓰고 있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바깥 이야기 하는 거냐?”
“생존을 전제로 하는 겁니다. 당신이 라면,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 군요.”
“내게 뭘 어떻게 해줄수 있지?”
모처럼 만에 녀석의 두 눈에서 이채 가 번뜩였다.
“베를린 텔레콤의 파트너 지분. 그리 고 깨끗한 현금으로 1억 불. 또한 당 신 부모의 사업을 독일 국가사업으로 이어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직접 경영
하고 싶다면 회사 하나를 분리시켜서 안겨 드리죠. 물론 베를린 텔레콤의 파트너 지분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겁 니다. 그쪽 지분은 본가보다 제 개인 적인 사업이라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 본가 쪽 이야기로 넘어가야겠 군.”
“그렇죠. 본가의 어른들은 제가 설득 해서,당신을 클럽에 초청하겠습니다. 아마 당신은 들어 보지 못했을 겁니 다. 빌더버그 클럽이라고.”
빌더버그 클럽.
엉뚱한 그 이름이 녀석의 입에서 튀 어나왔다.
녀석은 빌더버그 클럽의 위세와 그 비밀적인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에게 쏠려 있는 이목을 피해,멀리 빠져나왔다.
비로소 녀석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
“매년 세계를 이끌어 가는 전략 회의 를 갖는 비밀 클럽입니다. 지금까지는 금융,경제,정치인들로만 이루어져 있지만,그 외 분야로는 당신과 제가 처음이 되겠죠.”
“되겠죠?”
“맞습니다. 본가의 어르신 한 분께서 만 클럽 회원으로 계십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서 생존하고,우리 집단
이 더 강력해진 이후를 그려 보십시 오. 그 클럽의 회원으로 들어가는 게 비단 꿈만은 아닐 겁니다.”
내가 입을 열려 하자 녀석이 황급히 가로챘다.
“계속 들어 주십시오. 허황된 이야기 로 들린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빌더 버그 클럽은 실존하는 진짜 비밀 집단 입니다. 거기에 들어가기만 한다 면…… 당신이 미국계 아시안 2세라 할지라도 차기 미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나는 녀석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 다.
각성자는 나이를 거의 먹지 않는다.
본 시대에서도 저 얼굴과 크게 다르 지 않았다.
사고 영역만큼은 애송이 단계에 머 물러 있었다.
“그런 힘을 얻고자,이 게임을 계속 해 온 게 아닙니까? 저와 같이 갑시 다.”
“그런 생각으로 조직을 꾸린 거냐?”
“우리 솔직해집시다.”
“멍청하긴. 지금 우리는 사회에 드러 나서는 안 돼.”
“지금까지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 니다. 하지만 당신이 보여 줬던 모습
은…… 어쩌면 그 이상으로 더 강해질 수도 있겠죠. 그 이후를 보고 있는 겁 니다. 당신과 나 그리고 본가가 힘을 합치면,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녀석의 눈동자가 깊어졌다. 그 눈 안 에서 어른거리기 시작한 건 대단한 야 욕이었다.
“그래서 해 줄 수 있는 지원은 거기 까지다? 1억 불. 베를린 텔레콤 파트 너 지분, 말로만 하는 네 본가의 강력 한지원.”
“본가는 제가 어쩔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제 선에서는 최고를 제안하
고 있습니다. 돈을 더 바라신다면 제 개인 재산도 처분해서 드리죠.”
“그래서야.”
“예?”
“바로 그런 점들 때문에,너는 내 손 아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거다.”
“무슨……
“계속 돈으로만 계산해 봐.”
“바깥에 나간다면 말입니다. 거기는 자본 사회입니다. 바깥세상에서 우리 는 아직 별종(別補)이란 거,모릅니 까? 당신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바깥에서는 제가 당신보다 더 자유로 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 제안
을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
“조슈아.”
“말씀하십시오.”
“그만 지껄이고 내가 했던 말을 가슴 에 새겨놓기나 해.”
“제가 당신 사람이 됐다는 거 말입니 까? 바깥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 습니다. 항변하는 게 아니라,현실이 그렇습니다. 또 지금 모두는 당신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바깥은 법과 사회의 룰이 존재하는 세상입 니다. 상 당한 괴리가 있죠. 그 모순에 빠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두고 보면 알겠지. 네가 믿고 있는 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그럼 거절입니까?”
“멍청한 자식. 비지니스에서는 그렇 게 딱 잘라 물으면 안 되는 거다. 사회 에서는 안 그래 왔을 텐데. 어지간히 도 정신없는 모양이군.”
녀석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룹의 생존이 네게 달렸다. 사회에 서 체득한 걸 날려 먹지 마.”
“그래서 당신의 입장은 뭡니까?”
“내게 묻지 말고 스스로 생각해. 나 는 기본 자식만 가르쳐 주지.”
“그러니까 왜……
“너는 아직 애송이라, 내 손길이 필 요하거든.”
“당신 끝까지 !”
녀석은 바깥에 나가면 더 절실히 깨 닫게 될 것이다.
녀석과 나의 차이를.
“그만 닥치고 내가 가르쳐 주는 것들 이나 어떻게 써먹을지 궁리해.”
“일단은 알겠습니다…… 감사합니 다. 리.”
“‘공격대’의 개념부터 설명해 주지.”
오인으로 꽉 채운 파티가 다섯 개 모 이면 한 개의 공격대를 형성할 수 있 다.
멋대로 만들어 낸 개념이 아니라,시 스템상에 존재하는 개념이다.
다섯 개 파티장이 합의를 거쳐서 공 격대장을 선출하고 나면 비로소 공격 대 버프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공격대장의 지위는 파티장의 지위보다 상당하다.
파티장은 파티원을 추방할 수 있는 권한밖에 없다.
하지만 공격대장은 추방 권한 외에 도,전리품을 획득하는 방법을 설정할
수 있다.
예컨대 파티에서는 전리품 획득 방 식이 최초와 차순위의 합의로 못 박아 져 있는 반면에.
공격대에서는 획득 방식이 한 개가 더 추가된다.
주사위 굴리기.
물론 본 시대에서는 크게 의미가 있 는 방법이 아니었다.
주사위 굴리기든,최초와 차순위의 합의든.
그것이 끝난 이후에 벌어진 생사투 가 진짜 주인을 가리는 승부였었다.
마침 남아 있는 각성자 수는 정확히 25 인이었다.
용병들만 외톨이가 되었다.
그들은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주저앉 아 있었다. 지금껏 조슈아가 곁에 두 었던 용병대장도 용병 무리 속에서 라 이터 불빛에 의존하고 있었다.
용병들이 그러는 동안 각성자들은 조슈아의 지시에 따라 다섯 명씩 뭉치 기 시작했다.
지시는 간단했다.
스킬이나 인장 따위는 신경 쓰지 말 고,일단은 다섯 명씩 파티를 형성하 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다시 재편성할 테니.
그런데도 각성자들은 내게로 몰렸 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들이 애절했 다.
해석되지 않는 독일어들로 떠들어 대는데, 그걸 정리한 건 이번에도 갈 색코였다. 갈색코는 조슈아에게 붙지 않고 제일 먼저 내게 달려왔다.
그런 갈색코를 바라보는 조슈아의 눈빛이란…….
“제가 했습니다. 정리. 조용히. 선택. 부탁드립니다.”
갈색코가 말했다.
한편 사선.
아니,미하엘은 조슈아에게 붙었다.
어차피 지금 편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조슈아가 다시 재편성할 거라고 지 금도 이야기하고 있는데도,모두에게 는 그런 게 들리지 않는 모양이 었다.
내게 모여든 사람들을 하나씩 가리 켰다. 그렇게 네 명을 골랐다.
갈색코는 내 선택을 받자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만큼은 던전의 공포를 잊어 버린듯했다.
내 쪽의 파티는 결정되었다. 파티장 는 물론 나였고,다섯 명의 파티장이
모여 결성한 공격대에서도 내가 공대 장이었다.
[ 축하합니다. 각성자 최초로 공격대를 결성하였습니다.] [ 최초 결성 보상으로 골드 박스를 획득 하였습니다. ] [ 근력을 3 획득하였으나 취소 되었습니 다.]플래티넘 박스 이상의 박스를 기대 했지만, 결국 광으로 터 졌다.
그 다음으로 공격대 버프가 들어왔 다.
[ 축복 ‘강인함’을 획득하였습니다. ] [ 강인함 (축복)효과: 속박과 같은 부정 효과에 대한 저 항력이 소폭 상승 합니다. 스킬 개안의 등 급이 한 등급 상승 합니다.
등급: F] [ 경고: 공격대 이탈 시,축복이 제거 됩 니다.]
“공격대는 이렇게 조직하는 거다. 이 젠 네 녀석도 할 수 있겠지.”
“놀…… 람군요.”
조슈아는 개안 등급의 상승으로,한 층 더 넓어진 시야에 즐거워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랬
다. 그것도 잠시 내가 공격대를 해산 해 버리자,다시 좁아져 버린 시야 때 문에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그걸 조슈아가 진정시킨 뒤에 다시 돌아왔다.
“팀을 재편성하겠습니다. 그러면 리 는?”
“내게는 미하엘과 갈색코 그리고 가 장 쓸모없어 보이는 둘을 붙여. 파티 장은 미하엘.”
“알겠습니다.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 요?”
“뭔데.”
“제 옆에 서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조슈아는 프로필 파일을 한 손에 들 고 남은 한 손에는 펜을 들었다.
그때부터 조슈아는 차례대로 각성자 들을 불러,파일상의 정보를 대조하기 시작했다.
거짓으로 보고한 녀석들이 꽤 있었 다.
애초에 이 집단에는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지만,조슈아는 나를 제 옆에 세우는 것만으로도 효과 를 봤다.
제 인장과 아이템 능력을 끝까지 속 이는 녀석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조슈아는 다시 수정된 프로
필 파일을 가지고 용병대장을 쳐다보 았다.
그뿐이었다.
조슈아는 용병대장을 가까이 불러들 이지 않았다. 조슈아가 용병대장 대신 미하엘을 가까이 불렀을 때에,용병대 장과 용병들은 철저히 외부인이 되고 만 것이다.
조슈아는 모두가 메고 있는 배낭부 터 용병들에게 넘겼다.
용병들의 계급이 짐꾼으로 추락했 다.
파티 재편성이 끝날 무렵.
조슈아에게 한 마디 던졌다.
“다음번 공대장은 차 순위 결성 보상 으로 골드 박스를 획득할 것이다.”
“그런 게 있습니까?”
“네가 먹어도 좋지만,네 녀석보다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 되는 자가 있다면,그에게 넘겨도 좋 겠지. 진정 생존을 염두에 두고 있다 면.”
용병들의 낌새가 심상치 않았다. 조슈아의 지시에 의해서였다.
조슈아의 지시는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받아들이는 용병들로 서는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제 어둠을 헤치며 나온 용병대장이 조슈아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기 시작 했다.
높아진 언성의 내용이야 뻔했다. 어째서 무기를 회수하는 것이냐고! 쓸모없어진 화기는 그대로 두지만 용병들의 군용 단검들은 일제히 회 수 명령이 떨어졌다.
“나쁜 자들. 무기. 우리가 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갈색코가 말했다.
“야!”
미하엘은 엉성한 갈색코의 영어 회 화 실력이나 내 엉덩이에 코를 박는 모습에 인내심이 한계까지 이르렀는 지,갈색코에게 언성을 높였다. 한쪽에서는 조슈아가 용병대장과
싸우고,우리 파티에서는 미하엘과 갈색코가 싸운다.
비단 여기만이 아니라 다른 파티에 서도 각자의 사정들 때문에 다툼이 일고 있었다.
나는 방관자였다.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조슈아가 레 볼루치온의 길드장으로 각성하는 데 있었다.
그리고 본 역사보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생존해서 나가는 것까지.
거기에 하나 더 첨부하자면 사선, 미하엘의 성장이 궁금했다.
여기는 세계 최고의 무력 집단이
탄생하는 곳이면서도,전투 재능만 큼은 최고였던 사선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갈색코 새끼한테 뭐라고 좀 해 봐. 네 말이라면 죽고 못 살 것처럼 굴잖아.”
미하엘이 신경질을 냈다.
그것도 잠시,그는 자신이 지나쳤 다고 생각했는지 헛기침을 뱉었다.
“크홈.”
“미하엘. 네가 파티장이다.”
공격대장은 조슈아였다.
그는 결국 골드 박스 보상을 자신 이 가지는 걸로 선택했다.
나는 거기에 개입하지도 다른 말을 던지지도 않았다. 골드 박스에서 뜬 능력치에 대한 조언만 들려줬을 뿐 이었다.
예컨대 감각 확장 현상 같은.
“나뽑니다. 멍청합니다. 미하엘. 당 신이. 파티장입니다.”
미하엘을 밀어붙인 갈색코의 얼굴 이 시야에 확 들어찼다.
시작은 거기가 아니었다.
다른 파티에서 치고받고 싸우기 시 작하는데,조슈아는 화가 잔뜩 난 용병대장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 찼다.
하나 둘 늘어갔다.
어둠 속에서 뒤엉켜 버린 사람들. 그리고 거기에서 터져 나오는 격앙 된 목소리.
“으아아악!”
용병들 중 누구는 미치기 일보직전 처럼 소리를 질렀다.
소리의 주인은 난데없이 일어났다. 그는 미친 둣이 달려 나가다가 갑자 기 나타나 버린 벽과 충돌했다.
퍽!
얼굴이 아작 났다.
그가 제 얼굴을 감싸고 신음을 홀 리지만,거기까지 그를 찾아가는 다
른 동료는 존재하지 않았다.
“쉬이……
용병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감쌌 다. 용병이 흠칫 몸을 떨었다.
“쉬이……
그가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지금껏 참고 있던 울음이 그 순간 에 터져 나왔다.
얼굴 한 면에 칼로 그어진 흉터가 선명한 걸로 봐서는 일반적인 삶을 살아온 자가 아니었다.
뒷골목을 배회하는 삶을 살아왔거 나 혹은 진짜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자였다.
그런 그가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 고 울기 시작했다.
그러게 민간인 주제에 던전에는 왜 들어와 가지고는…….
“리! 리一!”
나를 부르는 소리가 컸다.
미 하엘이 었다.
나는 용병을 부축해서 제 동료들 무리 속으로 다시 데려가 앉혔다.
잠깐 사이에 상황은 조금 더 격하 게 변해 있었다.
이선과 말다툼을 하고 있던 용병대 장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바닥에 쓰 러져 있었고,흥분한 각성자들이 그
를 계속 밟아 대고 있었다.
용병들은 그 쪽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지 못했다.
구타당하는 소리 또한 어딘가에서 큰 싸움이 일어났겠거니 하는 괴로 운 얼굴들로 듣고만 있었다.
가장 힘든 쪽은 민간인인 용병들이 다.
“그만!”
조슈아가 크게 외쳤다.
그 소리에 반응한 쪽은 용병대장을 구타하고 있던 무리뿐이었다.
그 외 싸움이 일어난 각성자 파티 쪽은 여전히 엉켜 있다.
그때 조슈아의 눈빛을 받은 미하엘 이 움직였다.
미하엘은 갈색코에게 한 방 먹인 다음,다른 파티에서 일어난 싸움들 을 말리고 다녔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반이었다.
시험의 장은 차원이 다르게 심각했 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각성자들을 서로 죽이게 만드는 퀘스트가 존재 하지 않는다.
내가 믿고 있는 건 그것이었다.
겨우 혼란이 진정됐을 때,조슈아 가 새로 만든 룰을 발표했다.
집행부는 각 파티장들.
혼란을 야기하거나 그룹에 해를 끼 친다고 여겨지는 자는 표결에 부쳐 진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레볼루치온의 고유 시스템이 도입됐다는 거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한 사람의 명 령권자에게서 모든 게 통제되는 시 스템을 갖추는 게 일반적이라 생각 하겠지만.
조슈아는 지금 당장은 어렵다는 걸
인정한 것 같았다.
한데 이 시스템은 본 시대까지 이 어진다.
조슈아는 문제를 일으키는 자를 처 벌할 권한을 민주주의로 돌렸다.
그것뿐이라면,레볼루치온의 고유 시스템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본 시대에서 레볼루치온은 등급에 따라 투표권에 차등을 뒀다.
런던의 더 시티처럼 말이다.
“공격대장인 회장님은 4표. 파티장 은 2표. 파티원들은 1 표씩…… 이라 는군. 룰 위반자를 처벌할 때뿐만 아니라 그 외 중요한 사안도 표결에
부칠 거라 하신다.”
미하엘은 나를 대하는 게 많이 달 라졌다.
고작 우졸 일곱 마리를 해치운 것 때문에.
하지만 우졸 일곱 마리를 해치우면 서 보여 준 내 신위는 말 그대로 ‘고작’에 불과했다.
“불만이 있다면 지금 말하는 게 좋 아. 나중에…… 다른 소리 나오지 않게. 그리고 나도 네가 더 많은 표 를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하엘은 내 투표권이 1표라는 게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 같았다.
“열. 아니. 아니. 백. 당신,가져야 합니다. 백. 제가 하겠습니다. 말. 조슈아에게.”
갈색코는 미하엘에게 맞아 놓고도 변함이 없었다. 미하엘이 그런 갈색 코를 향해 이를 갈았다. 그러고는 마저 덧붙였다.
“참고로 용병들은 투표권이 없다는 군. 처치 곤란이야. 어쩌다 저런 신 세로 전락한 건지. 넌 용병들을 어 떻게 처리했으면 좋겠어?”
조슈아가 각 파티장들을 모아 놓고 논의를 시작할 사항이 바로 그 문제 일 것이다.
미하엘도 논의에 참석해야 했다.
“알아서 해. 나는 투표권만 행사하 지.”
“리,네가 나서 줘야 돼. 너도 느 끼고 있잖아. 다들 네 입만 쳐다본 다는 거. 이래서는 회장님께 어떤 권위도 실리지 않아.”
“아직도 회장님 소리냐? 저 애송이 룰?”
미하엘에게만큼은 조슈아를 애송이 라고 지칭했다. 그가 조슈아의 그늘 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 다.
그런데 이미 그런 것 같았다.
“네가 거부하고 있잖아. 누군가는 리더로 존재해야 한다. 투표든 뭐든 어떤 지랄이든지 간에.”
“가 봐. 다들 널 기다리고 있다.”
“같이 가지 않겠어? 우리에게는 네 조언이 절실해.”
“애송이에게 이미 다 들려주었다. 이젠 녀석의 문제야.”
“하나만 묻지. 너, 탈주의 인장을 가지고 있겠지?”
“당연히.”
“박스에서 밖에 못 얻나?”
“인장이 새겨진 피부를 잘라서 삼 키면 되지.”
미하엘이 황급히 갈색코의 반응을 확인했다.
갈색코는 우리의 대화를 가장 가까 이서 듣고 있지만,그의 영어 실력 은 우리 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수 준이 아니었다.
“……농담하지 마. 그게 진짜라고 해도. 또 누구에게 들려줬지?”
“없어.”
“다신 그런 말 꺼내지 마. 부탁이 다.”
미하엘은 공격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회의가 끝났다.
용병들의 운명이 걸린 첫 번째 안 건은 바로 이것이었다.
용병들을 계속 데리고 가야 하는 지,혹은 입구 방에 그대로 남겨 둬 야 하는지.
표결에 부쳐졌다.
공격대장 1인 4표, 파티장 4인 각 2표씩,나머지 20인 각 1표씩.
총 32표.
과반수는 16표.
16표 이상을 획득한 선택지대로 집행되는 거다.
예상되는 용병들의 저항은 철저하 게 무시되었다.
그들의 수가 각성자들보다 많긴 하 지만,그들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것쯤은 모두가 잘 알고 있 는 사실이었다.
바깥에서는 도모하지 못해도 여기 안에서만큼은 그렇다.
눈이 먼 것이나 다름없는 민간인들 이니까.
투표가 시작되려 했을 때였다.
흘러가는 분위기 그리고 이따금씩 들리는 말들로,용병들이 들고일어 났다.
분개한 목소리로 순간에 시끄러워 졌다.
조슈아는 각 파티장들에게 손짓으 로만 지시를 내렸다. 다시 돌아온 미하엘은 나와 갈색코 그리고 다른 두 명을 데리고 조슈아를 따라갔다.
용병들은 우리를 따라올 수 없었 다.
소리에만 의존한 채 어둠을 헤매야 했는데,그러한 모습은 좀비와 다를 바 없었다.
한구석에서 빠르게 표결된 결과는 찬성 21표,반대 10표,기권 1표.
맞다.
기권은 나다.
용병들은 데리고 가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선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다음 안건이 바로 거기에 대한 것 이었다.
「용병들을 전략 물자로 이용할 것인 가. J
필요에 따라서 그들을 인간 방패나 유인책으로 쓰겠냐는 것이다.
반대 18표, 찬성 13표,기권 1표.
「구속할 것인가.」
찬성 25표,반대 6표,기권 1표.
「식량 지급을 동등하게 할 것인가.」
반대 20표,찬성 11표,기권 1표.
끌고는 가겠지만 이용하지 않고, 구속을 하되,그러면서 식량 지급을 동등하게 하지 않겠다는 거다.
모순.
이율배반적인 결과.
하지만 어떡하나.
이게 우리네 인간의 복잡한 정신세 계인 것을.
내가 없었더라도 일은 이런 식으로
진행됐을 것이다.
레볼루치온의 고유 시스템이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으며,민간인 용병들의 운명 또한 각성자들의 표 결에 의해 좌우됐을 거다.
조슈아의 지시가 떨어졌다.
각 파티가 사냥할 대상은 이제 몬 스터가 아니라 용병들이었다.
“……세상 잔인하군. 씨벌.”
미하엘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다들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둠 속 에서 방황하고 있는 용병들을 향해, 다섯 명씩 무리를 이룬 각성자들이 달려든다.
그때부터 였다.
너희들 미쳤어?
해보자는 거냐?
뭐,그런 느낌의 용병들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아•아_아•악•”
물론 패닉에 치달은 누군가의 비명 소리도 함께 말이다.
새롭게 편성된 파티들의 화합과 전 체 공격대의 진영이 훨씬 나아졌어 도,사상자는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최소한으로 개입했다.
조슈아의 것이 곧 내 것이었고,그 렇게 레볼루치온에서 파생될 다른 집단들도 내 휘하나 다름없는 게 되 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 쳐 줘야지,매번 고기를 잡아다 그 것들의 입에 밀어 넣어 줄 수는 없 지 않은가.
첫날의 결과는 거기까지였다.
표결이 다시 부쳐졌다.
「용병들을 전략 물자로 이용할 것인 가. J
찬성 6표,반대 6표, 기권 20生
이런 경우도 가정되어 있었다. 결 정은 재투표가 아닌,수장인 공격대 장의 직권에 달렸다.
그런데도 모두의 시선은 조슈아가 아닌 내게 쏠렸다.
포승줄에 결박되어 있는 용병들도 웅성거리는 소리를 쫓아 불안한 시 선들을 옮겨 댔다.
조슈아는 내게 다가왔다. 녀석이 내 앞에서 침을 꿀꺽 삼켜 넘겼다.
녀석은 나를 사람들과 떨어진 쪽으 로 유도했다.
녀석의 입에서 나올 말이야 무척 뻔했다.
내가 선수를 쳤다.
“네가 투표한 쪽으로 해.”
“기 권이었습니다.”
속으로 웃었다.
찬성 6표 중 4표가 녀석의 것이었 다.
“저들을 전략 물자로 사용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군. 혼란만 가중시 킬 거다.”
인간성을 버리는 대가는 참혹하다. 그것은 시험의 장에서 얼마든지 배 울 수 있다.
벌써부터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다.
마지막으로 녀석의 귀에 대고 속삭 였다.
“계속 이따위로 굴면. 네 녀석은 원치 않더라도 네 그룹이 내게 넘어 올 거다. 아니,내가 한마디만 해도 지금 바로 그렇게 되겠지.”
녀석은 조용했다.
“네 녀석도 그렇겠지만 나도 원치 않는 바다. 이 그룹은 네 것이어야 만 해.”
레볼루치온은 조슈아의 것. 조슈아 는 내 것.
이것보다 간단한 건 없다.
“당신…… 정 그럴 목적이면 빠져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나가길 바란다면 지금 당장 에라도 나가 주지. 그러길 바라나?” 녀석은 대답이 없었다.
자존심이 뭉개질 대로 뭉개진 얼굴 에 수치심까지 더해졌다.
“그런 눈빛 조금 더 숨겨야 할 거 야. 내게도 네 그룹 사람들에게도.”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참 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참지 마. 못하겠다면 웃든지. 여유 롭게. 모두의 리더답게.”
“크……广
“봐주는 건 여기까지다. 그런 눈빛 을 다시 보이면,다음 표결 안건은 네 목숨이 될 거야. 알아들었으면 미소 지어. 애송이.”
나는 녀석의 손을 붙잡았다.
녀석은 뿌리치려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그러고 다시 돌아간 자리에서,모 두에게 보란 듯이 녀석의 손을 들어 보였다.
“미하엘! 통역해. 나는 공격대장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그때 조슈아도 한 마디 내뱉었다.
미하엘이 그걸 통역했다.
“기권 없는,기명(記名) 투표로 진 행하고자 하신다. 지금 표결에 부치 셨다.”
이 녀석 봐라?
조슈아의 안건이 아슬아슬하게 통과 되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기권 없는 기명 투표였다.
조슈아가 그렇게 진행했던 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은 인간성과 윤 리 그리고 개인의 이기적인 욕구가 저 울질된 결과다.
그러한 선택에는 항상 책임이 뒤따 라야 하는 법.
기권도 선택의 종류 중 하나겠지만, 앞서 기 권표가 쏟아졌던 바는 결국 책 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조슈아는 그걸 차단했다.
어려운 문제 앞에서 시선 돌리지 말 고,선택한 뒤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그것이 개인의 양심이든 뭐든지 간에.
거기까지가 첫 번째 목적.
그리고 두 번째 목적은 엄연히 나를 겨냥하는 것이었다.
방관자로서 기권표만 행사하고 있는
게 분명한 나를 말이 다.
내 선택을 강요해서,나를 방관자에 서 그룹의 참여자로 가담시키려는 속 셈이었다.
조슈아는 그룹의 힘이 본인보다도 내게 쏠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 명 투표로 인해,내 선택이 그룹원들 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또한 모를 리가 없다.
그런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나를 어 둠 속에서 끌어내고 싶어 했다.
애송이 녀석.
그래도 어쨌거나 이선(그萬)이란 말 이지?
표결 결과가 나온 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조슈아와 눈이 마주쳤다.
“부작용이 있을 테지만, 현재로선 이 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는 거다. 애송아.”
내 반응이 본인의 생각과 너무 달랐 기 때문일 것이다.
녀석의 콧잔등이 살짝 찌푸려졌다.
군 시절이 생각나는 규율이 강요됐 다.
식사,수면 등 모든 행동은 파티원들 과 함께해야 한다.
그것이 조슈아가 설정한 그룹의 첫 번째 강령이었다.
“우리 차례야.”
미하엘이 말했다.
포승줄에 묶여 있는 용병들을 각 파 티들이 돌아가며 지키고 있었다.
우리는 용병들 쪽으로 이동했다.
“나와 이야기 좀 하지.”
용병대장이 내게 말을 걸었다. 구타 직후 입술이 무엇인지 몰라볼 정도로 망가졌던 얼굴은,힐러들 덕분에 상당 히 나아 있었다.
“이제야 영어를 쓰는군. 그런데 너무 늦었어.”
“일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아네. 민주주의를 흉내 내고 있어도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거 니와,그쪽에 게는 언제든지 그걸 번복할 수 있는 힘이 있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덕분에 최악은 면한 것 같으니. 빌 어먹을……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너】. 우리들 전부를 대표해서.”
용병대장은 목소리를 최대한 줄였 다.
“그쪽이 막아 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괴물밥 신세나 다를 바 없어졌…… 젠 장.”
말을 하면 할수록 감정이 격해지는 지,용병대장의 얼굴이 금세 시뻘게졌 다. 통증도 밀려왔던 모양이다.
그가 얼굴을 구기며 계속 말했다.
“그런데 우리를 계속 이렇게 묶어 둘 건가? 이런 방식은 하등 도움 되는 게 없네. 우리가 전투력을 상실했다는 걸,씨발 왜 모르겠나. 그래도 전투 외 의 일까지 못하는 밥버러지는 아니란 말이야.”
“몬스터보다 더 위험한 게 뭔지 아 나?”
“내 녀석들은 내가 통제할 수 있네. 하지만 계속 우리를 이렇게 대하다 보 면,나도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올 거 네.”
“그래서 묶어 두기로 결정 난 거다. 그리고 내게 하소연해도 소용없어. 그 룹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알 면서 그래?”
“그쪽은 언제든 번복시킬 수 있지 않 은가.”
“넌 아무것도 보지 못했잖아.”
“씨발,시야가 막혔다고 귓구멍까지 막힌 것 같아? 그쪽이 제일 강하다면 서. 후우. 그 쪽이 지휘권을 가지게.
우리가 그쪽을 전적으로 돕겠네. 정녕 돈이나 만지작거렸던 젊은 녀석에게 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맡길 텐가?”
그때 미하엘이 고개를 저어 보였다.
“미하엘!”
용병대장은 미하엘에게 독일어로 쏘 아붙였다.
미하엘도 같은 언어로 맞받아치면 서,용병들 전체로 높은 언성이 확산 되기 시작했다.
조슈아가 제 파티원들을 대동해 왔 다.
노랑머리,멀대,뚱뚱이,작은 눈. 그 렇게 넷.
“느슨한 포박은 없는지 다시 확인해 야 할 것 같군요. 도와주시 겠습니까?”
“그러지.”
용병대장은 조슈아의 목소리가 들리 는 쪽을 향해 고개를 치 켜들었다.
그러고는 지독하게 분개한 목소리를 터트리는데,조슈아는 눈 하나 깜짝하 지 않았다.
녀석이 용병대장의 포승줄을 더 강 하게 졸라떴다.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 사람들에게 서 시작될 겁니다.”
“여기서 나간 후를 생각해야지? 용 병이라고 해도,이 많은 수가 한 번에
실종되어 버리면 감당하기 쉽지 않을 거다.”
“처음부터 데리고 오는 것이 아니었 는데…… 당신은 아무것도 설명해 주 지 않았죠.”
“그것만큼 쪽팔린 말도 없지 않나? 네 그룹이고 네 책임이다. 바깥에 나 간 후의 일까지 전부.”
“그래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자들 의 입을 틀어막으려면 얼마나 많은 돈 을 쑤셔 넣어 줘야 하는지. 과연 돈으 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그런 위 험을 감수할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인 지.”
용병대장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 다.
그제야 용병대장은 거짓말처 럼 입을 다물었다.
그가 얌전히 우리의 대화에 귀를 기 울였다.
“나가서 조직을 운용하려면 사람이 많이 필요할 거다. 각성자들만으로는 부족해. 누구보다 잘 알 텐데?”
“글쎄요. 이들은 저보다 당신을 따르 고 있는 것 같군요.”
나는 피식 웃어 버렸다.
“이자들은 용병이다. 애송아. 돈을 주는 자에게 충성을 바치지.”
“이미 제 돈을 먹여도 이렇습니다 만?”
“상황이 달라졌다. 지불하고 있는 돈 에서 열 배를 높여 봐. 영혼이라도 바 칠 거다. 나를 물어뜯으라고 하면 고 민도 하지 않고 달려들겠지. 누구 주 머니에서 나오는 돈인지 왜 모를까.”
“당신…… 그렇게나 자신 있습니까? 바깥에서는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말 하려는 게 아닙니다. 총기보다 더 무서운 게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녀석은 일전에 들었던 경고를 상기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말투는 그래도, 건방진 눈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녀석은 진심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서 하는 말이었다.
“또 돈 얘기군. 그렇게나 잘 안다니, 두말할 필요 없겠군. 나도 이자들을 이렇게 묶어 두는 게 도움이 될 거라 고 생각지 않는다.”
“처음인 거 아십니까? 당신께서 뜻 을 직접 밝히신 것이?”
“애송이,네 녀석이 원하는 바대로 지.”
“그럼 파티장이 되시죠. 안건을 올릴 수 있는 자격은 파티장뿐입니다.” 그럼에도 공격대장은 말하지 않는 다.
그때 미하엘이 말했다.
“제 직권으로 안건을 올리겠습니다. 사람들의 의견을 다시 들어 봅시다.”
“표결에 부치기 전에 한마디 하게 해 주시오.”
용병대장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용병대장이 변설한 바가 효과가 있 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래도 아직은 여기 사람들의 인간 성이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 다.
표결의 결과가 달라졌다.
용병대장은 본인이 그렇게나 주장했
던 대로 용병들을 진정시키기 시작했 다.
반나절동안 구속된 상태로 커졌을 용병들의 반발심 또한 조슈아가 돈으 로 찍어 눌렀다.
바깥에 나가서 계약을 바꾸고 지급 액을 훨씬 키우기로 한 것이다.
이윽고.
내게 접근할 기회만 엿보던 용병대 장이 기회를 찾았다.
“우리에게 해준 것,잊지 않겠네.”
그는 그 말만 짧게 남긴 후 빠르게 돌아갔다.
맞다.
그는 내가 베푼 은혜를 잊지 않을 것 이다.
그래서 조슈아의 명령에 의해 나를 쏘게 될 순간이 와도, 열 발 벌집 내 버릴 것을 깔끔하게.
심장 한 방을 노릴 것이다.
그것이 흔히 용병들이 말하는 보은 (報恩) 아니던가.
“뭐라 합니까?”
용병대장이 조심했어도,조슈아의 시선에 띄었던 모양이다.
“고맙다고 하더군.”
“재밌습니까?”
“뭐?”
“나를 쥐락펴락하는 거 말입니다. 그 걸 즐기고 있는 걸로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용병대장이 그렇게 말했어 도 제게는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애송이 녀석. 말했지. 사회에서 체 득한 걸 날려 먹지 말라고.”
“대체.”
“네 그룹의 힘이 내게 쏠려 버린 시 점에서,넌 누구보다 저들을 비호했어 야 했어. 네 녀석이 먼저 나서지 않아 도 당연히 무기를 회수하자는 말이 나 왔을 것이고,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이 용병대장을 설득하면 그만이었지.
저들의 운명을 결정지은 안건은 또 어 떻고? 내가 네 녀석이었다면 용병들 을 끌어안았을 거다. 나를 경계하려면 그 방법이 최선이었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다 보셨으면서 그런 소리를 하십니까. 가만히 놔뒀으 면,그래요. 폭동으로 번졌을 겁니다. 그룹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한 겁니 다. 내 개인적인 욕심보다 그룹의 공 익 (公益)을 우선……
“집어치워. 듣는 내가 다 민망해지는 군. 굴러온 돌에게 그룹을 빼앗겨 버 리질 않나. 네 녀석,이렇게밖에 못 하 는 녀석이었나?”
“아아. 알겠습니다. 날 조롱하기 위 해서 남아 있는 거로군요. 기꺼이 받 아들이죠. 살아나려면 당신이 필요한 건 인정하니.”
“멍청하긴. 지금도 늦지 않았다. 용 병들을 규합하고,그룹원들의 마음을 네게로 돌려. 내 무력에 굴하지 않을 충성심을 만들라고. 그때는 나를 겨냥 해 무언가를 도모해 볼 수 있을 것 같 지 않나?”
“크……
녀석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은 바가 있는지,나 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이런 수고를 하시는 겁니까? 날 조롱하려는 게 아니라면 왜?”
“똑같은 말을 여러 번 하기도 지겹 군.”
“말도 안 되는 그 말을,납득하라는 겁니까? 내가 당신의 사람이라고?”
“이미 그렇게 진행되고 있지. 애송 이.”
“당신 정말……
“해 볼 수 있는 데까지 해 봐. 나를 쓰러트려 보란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그룹을 하나로 뭉쳐야 하겠지. 용병들이 필요 없어 보이겠지만,저들 을 데리고 들어온 건 네 녀석이라는
사실도 명심하고.”
확신할 수 있었다.
기존의 역사대로였다면 용병들은 여 기서 전략 자원으로 활용됐을 것이다. 끝까지 남아 있던 용병이 있다 쳐도 살인멸구(殺人滅 IJ)로 끝났을 것이 다.
나는 조슈아의 어깨를 툭툭 쳐 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녀석은 수치심이 가득한 얼굴로 나 를 올려다보기 만 할 뿐이 었다.
용병들은 잡일을 도맡게 되었다. 몬스터 시체를 치우고.
식량을 데우고 배급하며.
그룹원들에게 편의가 될 일이라 생 각되는 일거리는 모두 그들의 몫이었 다.
물론 시야가 무척 좁아 어려움이 있 었지만,그것은 그들이 극복해야 할 일이었고 거기에 조금씩 익숙해져 갔 다.
또한 최악의 상황,그러니까 진영이 무너졌을 때에는 용병들이 백병전을 벌이도록 합의가 끝났다.
용병들과 그룹원들 사이에 위태위태 한 분위기가 흐르지만 일단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한편 내 말에 자극을 받은 조슈아는 제 휴식 시간을 온통,그룹원들과 용 병 모두를 찾아 돌아다니며 말을 섞는 데 쏟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음 방 공략을 앞둔,정비 시간이다.
“미하엘. 따라와라.”
“……또 무슨 문제 터졌어?”
“틈날 때마다 네 솜씨를 좀 다듬어 줘야겠다.”
“날 가르쳐 준다고?”
우리의 분위기를 읽은 것 같았다. 미 하엘보다 갈색코가 빨랐다.
갈색코가 식판 안의 수프를 서둘러
마시고는 재빨리 일어났다.
“나. 나. 가르쳐 주십시오. 열심히. 부탁드립니다.”
뭔데,뭔데?
그런 느낌의 독일어와 함께 파티원 두 명 또한 갈색코를 따라 했다.
조슈아에게 가장 쓸모없다고 생각되 는 사람을 붙여 달라고 했더니 여자 둘이 보내졌고.
글래머 와 안경 잡이 였다.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우졸 네 마리를 처치.
우졸 열세 마리가 동족의 시신을 뛰 어넘어 폭주(暴走)해온 시점에서. 끈질기게 버티고 있던 진영이 무너 지고야 말았다.
쿠아아악!
통나무 같은 팔다리를 휘두르며,거 대한 뿔로 진영을 밀고 들어왔다.
도와주십시오!
조슈아가 그런 간절한 눈빛으로 나 를 쳐다보았다.
“멍청한 자식. 언제까지 내게 의존할 테냐. 모두가 너를 보게 만들어! 네게 의존하게 만들란 말이다!”
조슈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는 악이 받친 눈으로 나를 노려보 더 니 전방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 오딘의 분노를 시전 하였습니다. ] [ 대상: 미하엘의 단검 ]“공대장을 보호해. 그리고 가르쳐 준
대로만 하는 거다. 가!”
미하엘도 뛰쳐나갔다.
그는 폭주한 기관차에 치이기 일보 직전인 조슈아를 밀쳐 버린 후.
우졸의 복부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우졸은 그 즉시 새까닿게 타오르며 뇌 력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졌다.
미하엘이 다른 우졸의 공격을 직감 했는지 빠르게 뒤로 구르는 도중,녀 석이 쥐고 있던 단검은 조슈아에게 인 계되었다.
“으아아악!”
조슈아가 내지른 소리는 비명도 기 합도 아니었다. 그건 광기(狂氣)였다.
“회장님!”
“공대장님!”
“조슈아님!”
녀석을 부르는 호칭은 아직 통합되 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모두가 녀석의 광기에 휩쓸리고 있 는 게 중요하다.
조슈아가 외쳤다.
“물러서지 마! 죽여어어어어엇!”
그 광경을 마지막으로 나는 높이 뛰 어올랐다.
방은 천장 또한 높다. 천장 끝에서 내려다본 아래는 치 열한 전쟁터였다. 떨어진 그대로 우졸 한 마리의 정수
리를 짓밟았다.
와직!
동시에 내 몸에서 뛰쳐나간 데비의 칼이 일대를 휩쓸었다.
한 번에 우졸 아홉 마리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때는 이미 조슈아의 광기에 동요한 근접 딜러들이,우졸들에게 득 달같이 달려들고 있던 때였다.
득달같이? 잘못 표현했다.
‘들개 떼 같이’였다.
그들이 우졸을 건드리자 내가 잘라 놓은 우졸의 대가리들이 비로소 목에 서 분리되어 나왔다.
그룹원들은 처음 우졸을 죽였을 때
의 조슈아처 럼,자신들이 무엇을 하는 지 제대로 분간하지 못했다.
스킬 재사용 시간 따윈 안중에도 없 었다. 이미 죽어 버린 것도 보이지 않 고,눈앞의 괴물을 죽여야만 살 수 있 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개중에는 기파(氣波)형식의 스킬이 몇 개 있었는데,그것들이 자아내는 다채로운 기운들이 요란했다.
한 번에 일었다가 한 번에 꺼졌다.
그 후에도 녀석들은 여전히 공황 상 태에 빠진 채 옴직였다.
소리를 지르거나 이를 악물면서 쓰 러진 우졸의 시체를 난자한다.
분리된 대가리의 눈알을 후벼 파는 녀석도 더러 있었다.
진영에서 이탈한 원거리 딜러들까지 합세했다. 모두가 우졸의 시신들을 유 린하기 시작했다.
그룹원들이 울부짖는 소리는 더 커 졌다.
“으아아아악!”
한편 노랑머리와 미하엘이 우졸 한 마리를 두고 분전 중이었다.
우졸은 노랑머리가 쥔 단검에서 뻗 치는 뇌력들이,닿기만 해도 제 살점 을 짓이겨 버릴 거라는 걸 직감한 듯 했다.
미하엘이 움츠러든 우졸의 뒤를 돌 아가며 글래머와 안경잡이를 소리쳐 불렀다.
그쪽 싸움은 1:4가 되었다.
나는 그쯤에서 나머지 두 마리를 마 무리 지었다. 그런 다음 미하엘 쪽에 합류했다.
우졸의 주먹이 글래머의 얼굴에 직 격하기 일보 직전. 나는 우졸의 등에 손을 쑤셔 박았다. 그렇게 움켜쥔 것 은 심장.
콰악!
우졸의 체내 안에서 그것의 심장이 터져 버리는 게 전해져 왔다.
거기까지는 애송이 녀석들 입장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졸이 쓰러져 버린 다음에야,글래 머가 비 명을 질 렀다.
“꺄아아악!”
글래머는 거대한 주먹에 직격되기 직전이라서 반사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은 채였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그 녀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그녀가 제 발밑에 쓰러져 있는 우졸과 나를 번갈 아 쳐다봤다.
경악과 안도가 복잡하게 얽힌,글래 머의 시선이 내 얼굴에 박혔다.
“끝났다. 클리어야.”
미하엘에게 말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그에게는 내 말이 닿지 않았다.
“뭐?”
“클리어라고.”
미하엘은 황급히 주위를 두리번거 렸 다.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는 그룹원 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여전히 컸기 때 문이었다.
부상을 입은 자들이 홀리는 신음 소 리가 완전히 묻힐 정도였다.
그제야 미하엘은 상황을 파악했다.
“멈춰! 멈춰!”
그가 소리를 지르며 우졸의 시신에 달라붙어 있는 그룹원들을 떼어 내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글래머에게 조슈아를 턱 짓해 가리켰다.
글래머가 조슈아를 향해 뛰어갔다. 조슈아가 입은 부상은 꽤 컸다. 타인 의 도움이 없이는 혼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태였다.
안경잡이도 보냈다. 조슈아는 두 여 자의 부축을 받아 일어났다.
“집주우우우응!”
조슈아가 외쳤다.
당연히 그 다음에 피를 토하며 얼굴
을 구겼다.
난장판도 그런 난장판이 따로 없었 다.
한편 그저 소리로만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는 용병들은,그래서 더 겁 에 질려 있었다.
조슈아는 용병들을 쳐다보던 시선을 내게 가져왔다. 고통이 상당하겠지만 녀석은 어떻게든 버티고 섰다. 그러고 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녀석 이 다시 크게 외쳤다.
“집주우우응!”
모든 이목이 녀석에게 쏠렸다.
그때부터 녀석이 온갖 지시들을 빠
르게 내리기 시작했다.
그룹원들은 던전에 들어온 이후로 가장 많은 우졸을 상대해 봤다.
그 결과 조슈아의 갈비뼈는 유리처 럼 산산조각 났다. 갈색코는 우졸의 뿔에 복부가 뚫려 버렸다. 멀대는 두 개골이 함몰돼 사경을 헤맨다.
가장 심각한 건,조슈아의 파티에 속 해 있던 뚱뚱보다.
녀석은 우졸들의 돌진을 맨몸으로 받았다.
탱커형 스킬인 암석화가 있었기에 아직 목숨이 달려 있던 것이지,민간 인들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일이었다.
그룹에 힐러는 두 명이었다.
조슈아가 자신에게 붙으려던 힐러들 을 멀대와 뚱뚱보에 게 보냈다.
민간인 의사도 딱 두 명이었는데,부 상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느라 분주했 다.
나는 갈색코에게 향했다.
이 녀석도 사경을 헤매긴 마찬가지.
힐러 수는 한정되어 있을 뿐더러 스 킬 재사용 시간도 마찬가지 였다.
“도와…… 주세요…… 아파요…… 많이…… 도와주세요…”
“살긴 글렀군.”
미하엘의 말이었다.
미하엘은 처음으로 갈색코에게 연민 의 눈빛을 띠었다.
직전의 전투는 중시로 예를 들자면, 패닉 셀(Panic Sell: 급격한 시장의 변 동성에 당황하여 일어난 대규모 매도 현상) 같은 것이었다.
그것을 겪어 보지 않은 자들은 아무 리 설명해 줘도,당시에 치달은 사람 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중요한 건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이
경험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직감,과 거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하 게 된다.
E 등급짜리 치유의 인장 값어치로는 충분한 지도란 것이다.
내 가슴에서 은색 빛무리가 터져 나 왔다.
그것이 갈색코의 전신을 감싸며,갈 색코도 빠르게 아물어 가는 제 복부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다 갈색코의 눈이 천천히 감겼 다.
미하엘이 황급히 나를 쳐다보았다.
“안 죽었어. 비로소 기절할 수 있게 된 거다.”
이선의 주력 스킬은 오시리스의 영 역이었다.
그것이 최고조로 발동되었을 때,가 히 군단이라고 할 만한 숫자의 그림자 들을 소환해 냈다.
그래서 이선 자체로도 일인군단(一 人軍 _) 이라 불렸지만.
이선의 진짜 힘은 레볼루치온에 있 었다.
이선이 레볼루치온을 등에 업었을 때 누구도 그의 패권에 도전하지 못했 다.
그래서 이선은 광오했고 무자비했 다.
하지만 때로는 적들에게조차 자비로 웠던 것이 진짜 이선이었다.
그는 적들을 제 휘하로 포용해 세력 을 확장시켰었다. 나는 거부했었지만.
“조슈아.”
조슈아가 눈을 치켜뜨며 말없이 나 를 올려다봤다.
바로 저거다.
저 눈빛!
줄곧 기다려 왔던 눈빛이 녀석의 두 눈 안에 품어 져 있었다.
진정한 이선의 것이다.
나는 너무나 기뻐서 온몸에 힘이 들 어갔다.
패닉을 경험해 보지 않은 자들은 패 닉을 모르듯,이는 육성가들만이 공감 할 수 있는 희열이었다.
중학교 교사에 불과했던 여린 우연 희가 몇 명분의 몫을 해내게 되었을 때 느꼈던 것과 똑같은 감정이 심장 깊숙한 곳부터 치밀어 올랐다.
몸이 떨렸다.
저 눈빛!
저 눈빛 하나를 띠게 만들기 위해!
녀석을 꾸준히 조롱하여 오기를 끌 어냈고,적을 자처하여 던전이 자아내 는 공포감을 내 쪽으로 돌려 오지 않 았던가!
물론 이런 지도 방식은 사회에서는 절대 적합하지 않다.
반감이 극에 치닫거나 절망에 빠져 버리니까.
하지만 레볼루치온의 주인이 될 운 명을 타고난 자라면 그렇게 리더의 잠 재력을 타고 났다면,반감 따위는 극 복하고 알을 깨고 나와야 했다.
그룹을 위해서.
녀석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졌다.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돌 아보았다.
광기 어렸던 한바탕의 전투가 끝난 후,부상자들의 신음 소리가 가득 찬 곳이었다.
나를 노려보던 녀석의 두 눈에서 힘 이 빠졌다. 녀석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리,당신
“오딘이라 불러.”
녀석의 이어질 말에 기대가 컸다.
“오딘…… 굉장한 이름이지만 당신 은 그렇게 불려도 마땅할 것 같군요. 그래서입니다. 그런 당신이니까,기필 코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겠습니 다.” 녀석이 계속 말했다.
“여기서 나간 후에 보여 드리죠. 제 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고 나면 당신도 현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되겠죠. 그러니 그때까지만 부탁드리 겠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사망자만 나
오지 않게 해 주십시오. 나머지는 제 가 어떻게든 해 보죠.”
녀석은 당당했다.
그 시점에서 녀석을 채찍질할 필요 가 없어졌다.
지도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이제 남은 건 리더로 거듭난 녀석을 거둬들이는 것뿐이다.
“미하엘!”
미하엘이 뛰어왔다.
“조슈아를 부축해.”
“괜찮습니다.”
“그래도 달리지는 못할 거다. 조슈아 부축하고 내 뒤를 놓치지 마라.”
“아! 지금은 다들……
“쉬도록 내버려 둬. 우리끼리만 간 다. 그 전에……
두 녀석을 대동하고 가는 이유는 다 른 게 아니 다.
조슈아만큼은 내 진짜 힘을 반드시 목격 해야만 한다.
[ 퀘스트 ‘바클란 퇴치’를 리셋 하시겠습 니까?] [ 란 퇴치 : 바클란 병사 처치 27/30 ] 시작에 앞서.공격대 형성 이전부터 누적되어 온
숫자들을 지웠다.
[ 퀘스트‘ 바클란 퇴치’를 리셋 하였습니 다.] [ 바클란 퇴치 : 바클란 병사 처치 0/30 ]“전리품 획득 방식을 ‘합의’로 바꿔.”
[ 공격대의 전리품 획득 방식이 ‘합의’로 변동되었습니다.]“조슈아. 다음부터는 네 방식대로 해. 그럼 잘 따라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