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8
14화
일례로 바트화 하락에 용쓰고 있는 헤지 펀드 연합이 선물 시장에 비중이 작은 이유는 그것이 다.
그들도 승리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 에 그렇다.
승리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수십, 수 백 배의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선물 시 장에서 비중을 높이는 게 당연한 일이
다.
선물 시장은 어디까지나 현물 시장 의 위험을 분산시켜 주는 데 의미가 있다.
바트화 전쟁에서 헤지 펀드 연합의 주 무대는 결국에 현물 시장이었고, 선물 시장은 위험 분산과 수많은 전략 중 하나로 이용되는 수준에 그쳐 있었 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자들이 라고?
천만의 말씀.
헤지 펀드들이 운용하는 자금 규모 가 수십억 달러를 초과하기 때문이며, 그 자금 또한 그들의 돈이 아니라 소
수 부자들의 위험한 돈이기 때문이다. 50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50배의 위험 부담을 진다는 것.
2억 달러나 되는 자금을 그렇게 운용 하는 펀드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 펀드가 있다면 사기꾼 집단이 다. 펀드 관계자 모두를 몬스터의 아 가리 속으로 던져 버려도 할 말이 없 으리라.
그런데 우리가 그 짓을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내일의 시세는 신이 아니고서야 알 수가 없다.
내일을 신처럼 확신하고서,50배 위 험이 걸린 100억 달러 거래를 진행하 는 전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더욱이 그 예측이 정확히 맞아떨어 진 적도!
우리의 엄청난 이득이 문제라면 문 제였다. 자칫 외환 선물 시장 자체가 동결되는 역사적 대 사건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
작은 바트화 시장의 한계성 때문이 다.
一 N : 조나단?
선물 시장은 제로섬 게임.
따는 자가 있다면 잃는 자가 있다.
역으로 말하자면 상대가 거래를 받 아 줘야만, 수익도 손해도 일어나는 것이다.
조나단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지금 조나단은 본인이 열 명이라도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어제도 그는 100억 달러 규모의 포 지션을 독점하기 위해 한숨 잘 수 없 었을 테지만, 오늘은 그것들을 청산하 기 위해 화장실조차도 갈 수 없어졌을
것이다.
그 무렵 마비되었던 외환 정보 사이 트가 재가동을 시작했다.
‘‘으 <?,,
싱가포르 외환 환율이 올라가고 있 었다. 틱 단위의 그래프가 벌써부터 가파르다.
역사와는 다른 상황.
반등 없이 주구장창 떨어져야만 하 지만,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종국 에는 추세가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었 다.
현물 시장과 선물 시장이 반대로 가 고 있다.
29 바트.
29.5 바트
30 바트.
바트화가 빠르게 상승한다!
우리는 반대로 바트화가 떨어질수록 수익을 얻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一 J : 대량 청산으로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었음. 대응 중.
채팅창에 다급한 문장 하나가 올라 왔다.
– N : 죄송합니다. 말 걸지 않겠습니다.
집중해 주십시오.
채팅창이 조용해진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포지션을 갑자기 정 리한다는 의미는 이렇게 볼 수 있다.
‘바트화가 하락될 거라고 예상되지 않는다. 즉,상승세로 전환될 것이다.’
우리의 대량 청산이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게 사실이 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태국이 변동 환율제를 도입했다 함 은 바트화 방어를 포기했음을 선언하 는 것이고.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
지만 바트화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에 목숨을 걸 수도 있는 일이다.
이는 금융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라면,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지 않 은가.
하물며 우리의 거래자들은 세계의 엘리트 외환 딜러들이자 유명한 투기 꾼들이 었다. 그들은 눈앞에서 놓친 돈 때문에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역시.
내 예상대로 추세가 전환되기 시작 했다. 바트화가 다시 떨어진다.
한때 33달러 선까지 치솟았던 바트 화가 30달러 선까지 내려갔다.
다만 속도가 미 쳤다.
또 다시 31 달러 선까지 치솟더니, 30달러 선으로 내려오기까지 채 5분 도 걸리지 않았다.
세계의 투기꾼들이 여기에 다 운집 해 있구나 싶었다. 얼마나 많은 자금 들이 주머 니를 옮기고 다니는지 가늠 할 수 없을 지경이다.
– J : 80% 청산 완료. 20%는 만기 일까 지 가져갈 것을 권고함.
타자 치지 말고 집중하랬더니…….
그런데 조나단이 끝까지 그럴 수밖
에 없는 이유를 모르는 바가 아니 다.
절대적인 하락이 점쳐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포지션을 완전히 청산한다 는 것은, 스스로가 머저리라고 인정해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 N : 뜻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합의했던 대로 이행하십시오.
우리가 벌고 있는 돈? 그건 다 그들 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들이다.
투기 집단에게도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야만 역 사가 크게 어긋나지 않고, 전장이 옮
겨질 수 있다.
– J : 30 달러 지지선 형성. 위험 부담 줄어듦.
– N : 아니요. 조나단. 전쟁은 끝났습니 다. 이제 남은 건 하이에나들의 잔치죠. 즉 시 모든 포지션 청산하고, 주말에 한국으 로 오세요. 전장이 곧 옮겨집 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조나단이 주말 까지 기다리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 었다.
그는 5월의 둘째 주처럼 수익을 확정
짓자마자 이튿날 바로 날아왔다. 나 또한 수업이 끝나자마자 김포 공항으 로 직행했다.
“태국의 바트화 폭락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어제 2일 중앙은행의 변동 환율제 이행 발표 때문으로,달러 당 30.40 바트에 거 래 되 었습니 다. 바트화 폭 락을 계기로 동남아시아 전체에 위기 감……
공항 안에 설치된 텔레비전 안에서 어제의 대 사건이 다뤄지고 있었다.
역사는 엄청나게 바뀌 었다.
본래는 16% 떨어진 달러 당 28.40
바트였던 것이,무려 2바트나 차이 나 게 된 것이다.
금융 세계에서 환율과 금리의 0.1% 차이는 하늘과 땅 사이의 간격보다도 크다.
태국에는 다시 진입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추가 되었다.
“썬……
조나단이 5월 둘째 주보다도 더한 모 습으로 나타났다.
진짜 목숨을 건 전투들을 수없이 헤 치고 나온 것만 같이 보였다. 실제로 그는 10년은 더 늙은 것 같은 인상이 었다.
같이 던전을 공략했을 당시에 그는, 독기만 남은 늙은 야수였다.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오로지 첼린저 박스를 열 수 있는 포인트를 향해 달 려가기만 했었다. 그래서 큰 이득을 얻었을 때에도 당장의 기쁨에 취하기 보다는,내 일을 준비하는 사내 였다.
저렇게 완전히 지쳐 버린 모습은 처 음이었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기 시 작했다. 그러다 내가 먼저 움직였다. 우리가 처음 미팅을 가졌던 레스토
랑은 그때에도 여전히 인기가 없었다. 그의 구둣발 소리가 뚜벅 뚜벅 묵직했 다.
우리가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하는 이유는 명백했다. 우리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을 형용할 단어가 없었다.
조나단은 맞은편에 앉았다.
그의 양팔이 너무도 확실하게 떨리 고 있어서, 계속 그쪽으로 시선이 갔 다.
그런데 비단, 조나단뿐만이 아니었 다.
내가 들고 있는 컵 안의 물도 요동치 고 있었다. 나는 물을 쑤셔 넣듯이 삼
켜 버렸다. 그러고 나서 컵을 내려놓 았다.
컵이 낸 탁,하는 소리가 일종의 신 호로 작용했다. 조나단이 서류를 올려 놓기 시작했다.
지난 거래 내역들과, 최종 수익금이 찍힌 계좌 상황이었다. 거래 내역들만 을 모아 놓아도 한 권의 두꺼운 책이 완성될 정도.
그제서야 조나단의 손톱이 다 나가 있는 게 보였다. 무던히도 버튼을 눌 러 댔을 집게손가락 손톱 쪽은 특히 더했다.
“청…… 산 과정에서 예…… 예상 수
익금이 줄어들었어.”
조나단의 목소리도 떨리면서 나왔 다.
그가 정신을 다잡듯이 이를 악물었 다. 그러고는 진정 되기까지를 기다리 는 것 같았다.
그의 입에서 청산금이 확정되기까 지,나도 입 안이 다 떨리고 있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심장은 당연히 피부를 뚫고 나올 것 만 같이 미쳐 있었다.
“최종 청산금은…… 500억 달러
어느 정도 예상했음에도 조나단의 입에서 그 금액이 확정되어 버리는 순 간이 오자, 숨이 턱 막혀 버렸다.
잭팟이 터졌다.
머 릿속에서만 굴러갔던 숫자들이 현 실이 되어 나타났다.
상자에서 초대박이 터졌을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희열이라면 어제 충분히 만끽했다.
그런데 지금의 떨림은 무엇인가. 현 재 내 몸을 지배하고 있는 이 감정은 그 순간과 흡사했다.
보스 몬스터를 홀로 마주했던 순간, 그때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온몸
만 떨려 댔었다. 그래. 그때와 같지 UJ:—.
무릇 각성자라면 자신의 감정과 상 태를 관조할 수 있어야 한다.
공포인지 희열인지 분간하지 못해 서,살 수 있는 순간에 죽고 죽을 수 있는 순간에도 죽지 않을 수 있는 게 던전 안의 인생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 감정은 무엇인가.
희 열 인가 공포인가.
왜 내 몸은 떨리고 있는 것인가.
따지고 보면 500억 달러보다는 잠재 력 S급 특성 하나가 더욱 가치가 있지 않은가? 그때는 이렇게까지 떨리지
않았는데?
그래. 그것이었다.
조나단은 결코 알 길이 없겠지만, 500억 달러는 시작에 불과했다.
나는 앞으로 있을 수많은 기회들 중 에 겨우 두 번을 사용했을 뿐이었다.
내일을 안다는 건 이렇게나 엄청난 일이었다. 내일의 시세를 맞히는 건, 신의 영역이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모든 박스들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첼린저 박스.
그 박스에 나올 수 있는 것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것이 시간 역행의 기회
다.
신의 영 역을 다루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 떨림은…….
이보다 더 높을 수 없는,최고의 희 열이 었다.
지금에서야 시간을 역행해 왔다는 게 실감이 되었다.
“괜찮아?”
조나단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 였다.
“500억 달러라면.”
조나단은 이해한다는 듯이 중얼거 렸 다.
“조나단. 우리 정신 바짝 차리고, 일 부터 합시다. 아시아 금융 위기는 이 제 시작입니다.”
“아……:,
“컨디션 관리해 놓으세요. 말레이시 아와 인도네시아에는 진입하지 않을 겁니다.”
이후 계획을 언급하자, 조나단도 그 만의 환상에서 깨어난 눈으로 나를 쳐 다보았다.
그는 우리가 그 두 시장에 왜 진입하 지 않는지 묻지 않았다.
나에 대해 완전한 확신이 생긴 것일 수도 있고.
또 두 나라의 외환 시장이 우리가 개 입할 정도로 크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 았을 것이다. 우리는 그만큼이나 커 버렸다.
“조만간 홍콩에 진입할 겁니다.”
나는 조나단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가 홍콩 외환 시장이 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나단의 두 눈에 지 금까지와는 다른 흥분이 번질거 렸다.
“그리고 몇 가지 부탁드릴 일이 있습 니다.”
“무엇이든.”
조나단은 그의 심장을 보고 싶다면, 당장 꺼내 줄 것처럼 대답했다.
“일단은 한국에 사야 할 땅이 하나 있습니다.”
“배당을 하자는 말이야?”
“아닙니다. 제가 지분의 51%를 쥐고 있다고 해도, 수익금을 한국의 미성년 자에게 배당하기까지는 애로 사항이 많을 겁니다.”
“하자면 할 수 하지.”
“동시에 자금 추적이 들어 올 겁니 다. 조나단. 지금쯤이면 눈치채셨겠지
만 저는 세상의 관심을 싫어합니다. 제 모국 안에서라면 더더욱 말이죠.” 조나단은 뭐라 말하려다가 입을 다 물었다.
“우리가 벌이고 있는 일, 제 부모님 께서도 모르십니다. 저는 지금 조나단 을 만나고 있는 게 아니라,동급생과 농구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말 씀드리면 이해되십니까?”
“정말이지 썬, 너는…… 하지만 맞는 말이야. 네 나라뿐만이 아니란 말이 지. 그런데 유명세는 앞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될 거야. 아니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그건.”
“조나단 인베스트먼트. 그게 우리 회 사의 이름입니다. 대표 이사도 조나단 으로 등재되어 있죠.”
조나단은 내 뜻을 이해한 것 같았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생각에 잠겼 다.
그가 결정을 내리는 동안 주문했던 음식이 나왔다. 감정을 어느 정도 추 스튼 덕분에 스테이크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내가 그래도 될까?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었 어. 네가 디렉팅을 맡고 나는 트레이 딩을 했지. 하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의 트레이딩, 그건 주니어급들도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단 말이야. 요는 디 렉팅이 전부였다는 거다.”
미래의 조나단과 지금의 조나단은 분명 히 다른 사람이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
그에게는 월가의 엘리트들에게서 보 기 힘든 양심이 있었다. 독기로만 가 득했던 세월 안에서도,그는 양심만큼 은 잃지 않았었다.
그것이 우리가 동료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이면서, 그를 다시 찾은 이유였 다.
“조나단 인베스트먼트의 명성은 전
부 조나단이 가지세요. 조나단의 이름 을 쓰고,지분을 조금 더 가져온 데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 다.,,
조나단은 머뭇거 렸다.
그러나 월가의 사람으로서 유명세를 마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타급 연예인 한마디에도 한 회사 의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깃들 어 있다.
하물며 금융계의 지축(地軸) 정도라 할 수 있는 사람의 말이라면?
돈을 버는 이는 하수고 명성을 얻는 이는 고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
니다.
“이 나라의 땅 말입니다.”
“……정말 괜찮은 거야?”
“그 얘긴 끝났습니다. 어쨌든,지금 으로썬 우리 회사의 이름으로 이 나라 의 토지를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 다. 외국인들,외국 법인들의 부동산 취득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죠.”
“지금으로썬?”
“이 나라에 외환 위기가 오면 부동산 시장도 개방될 수밖에 없습니다.” 달러를 모아야 하니까.
조나단이 나를 빤히 바라보기 시작 했다.
그는 스테이크에 손 한번 대지 않고 있었다. 식기 전에 배를 채우라는 말 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
“썬. 네 나라에도 외환 위기가 올 거 라는 가정을 이젠 의심하지 않아. 다 만 네 의도를 분명히 해 줬으면 좋겠 다. 단 두 번뿐이었지만 두 분야에서 대성공을 이뤘지. 주가지수 선물과 외 환 선물. 그런데 이젠 부동산이라고?” “조나단. 부동산은 일부예요. 앞으로 우리는 돈을 벌 수 있는 거라면 어떤 시장이든 다 참여할 겁니다.”
조나단의 두 눈에 파문이 일 었다. 커다란 그의 동공에 담담한 내 모습
이 잡혀 있었다.
거기에는 여기서 더 어떻게, 얼마나 더 많이?
50◦억 달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 인가?
그런 놀라움이 경악으로 번지고 있 었다. 어쩌면 이 순간 그에게 나는,만 족이라고는 조금도 모르는 악마처럼 보였을지도 몰랐다.
조나단이 겁을 먹고 달아나기 전에 그를 붙잡아 둬야했다.
“압니다. 제가 조금 욕심이 많고 영 민하기까지 하다는 거요.”
그러면서 웃어 보이기까지 했지만
조나단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조나단은 심 각해졌다.
나는 그가 스스로 입을 열 때까지 기 다렸다.
그래서 무거운 침묵이 길어지고 있 었다. 레스토랑의 클래식 음악도 몇 곡이나 흘러갔다.
“썬. 너와 나,별일 없겠지?”
“왜요. 제가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 습니까? 저는 그냥 욕심이 많은 겁니 다. 어떡합니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 가 눈앞에 어른거리는데,그걸 쥐지 않으면 더욱 이상한 일이겠죠.”
“그래도 넌……
“열세 살이죠. 하지만 정말 제가 그 렇게 보입니까? 서류상의 나이일 뿐 입니다. 제 나이를 잊으세요. 저를 동 등한 동료로 여겨 주지 않으면 우리 같이 일 못 합니다.”
“내 말은 그게 아니야. 너는…… 너 는 특별하다는 거다.”
“말했다시피 저도 압니다. 그러나 그 게 저를 무서워할 이유가 되진 않습니 다.”
그 말이 조나단의 정곡을 찔렀던 모 양이다.
조나단은 있는 굳어 버린 얼굴로 머 리를 힘껏 쓸어 넘겼다.
“네가 무서울 수 있다는 건, 인정 해?”
“그럼요. 4만 달러를 500억 달러로 만들었지 않습니까. 두 달 동안 두 번 의 계산으로. 자본 사회에서 그보다 무서운 일이 있습니까?”
“행운이 아니었단 걸 왜 모르겠어. 그러니까 앞으론 넌, 더하겠지. 네가 얼마나 긁어모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 다.”
조나단의 충격은 예상된 일이었다. 그는 계속 눌러 왔었다.
“사설은 여기까지 하죠. 조나단. 저 와 계속 같이하시겠습니까? 가상의
동양계 천재 소년 대신 동등한 동료로 요. 그러시겠다면 제발,식사부터 하 세요. 지금 조나단, 꽤나 예민해져 있 습니다.”
스테이크를 썰고 찍 었다.
조나단의 앞에 빈 그릇이 쌓여 갔다. 그가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때쯤, 표 정이 정말로 풀어졌다.
역시 사람은 배부터 채우고 볼 일이 다. 던전에 들어갈 때 준비하는 보급 품도 대부분이 식량으로 채워지지 않
는가.
“제 지분을 담보로 회사를 분리 시켜 주세요. 조나단도 참여하고 싶다면, 원하시는 만큼의 지분을 투입시켜도 좋습니다.”
“지금 당장?”
“서서히 준비해 가자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런데 분리라 면 정확히 어떻게 얼마나?”
“구조가 복잡할수록 좋습니다. 원 주 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을 만큼요. 그 런 일을 해 주는 사람들 있지 않습니 까?,,
“있지.”
“그들조차도 자신들이 무엇을 다루 고 있는지 모를 정도가 되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여러 업체를 거치셔야 할겁니다.”
“페이퍼 컴퍼니. 유령 회사 수백 개 를 밑에 깔자는 거로군. 확실히 내 영 역은 아니야.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재료는 공개해 주기로 했잖 아.,,
“500억 달러도 충분히 주목을 끄는 자금입니다만, 500억이 아니라 500조 달러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조나단은 내가 미쳤다고 손가락질하 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결단을 마친
시점에서, 돈을 숫자로만 보기로 했는 지도 몰랐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농담조로 말했다.
하지만 조난단은 농담으로 듣지 않 고 이렇게 반문했다.
물론 나도 농담으로 한 말은 아니었 다.
“그런 걸 우리가 통제할 수 있을까? 썬,네가 천재라는 건 인정해. 하지만 우리는 둘뿐이지.”
“갈수록 바빠질 겁니다. 시스템을 갖 추고 제대로 된 사람들이 채워지기까 지. 시작은 회사 분리부터입니다. 조
나단의 말 따라,페이퍼 컴퍼니들로 몇 겹의 바닥을 깔고 말입니다.”
“사상 최대의 범죄가 모의되는 현장 이군.”
그가 희 미하게나마 웃었다.
이제야 조나단은 농담을 할 여유가 돌아온 모양이 었다.
“지금까지 혼자 힘드셨을 겁니다. 흥 콩에 진입할 때는 데스크를 갖추고 들 어갑시다. 다만 실력은 상관없습니다. 충성도와 신뢰만 보세요.”
“실력을 보지 않겠다고?”
“예.,,
“……그렇다면 마땅한 친구들이 있
어.”
“잘됐네요.”
“그 친구들을 데스크의 메인 팀으로 불러들이고 나머지도 구색을 맞춰 볼 게.”
“홍콩 진입에서 성과를 거두고 나면, 중견 투자 회사 두 개 정도를 인수 합 병하는 걸로 갑시다. 예를 들자면 조 나단이 재직했던 울프사 같은 곳 말이
죠
조나단은 아!,하고 즐거운 비명을 터트렸다.
급히 입을 다문 것을 보면 그도 모르 게 일어난 일이었다.
“8월까지 컨디션 관리하라고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사람부터 물색하셔야죠. 얼마를 쥐여 줘도 좋습니다. 전적으로 조나단에게 맡기겠습니다. 최고를 모 집하고,여의치 않으면 외부 업체와 협약을 맺으셔도 좋습니 다.”
“협약? 돈 앞에 장사 있을까.”
“제 말이 그겁니다. 두 배,세 배 부 르면서 데려오세요. 제프리 케이 같 으 ”
“년…… 모르는 게 없군.”
기업 사냥꾼 제프리 케이.
M&A 쪽에서 그의 입지는 대단했
다.
또한 동종 업계에서는 최고의 연봉 을 찍은 인사로도 유명했다.
“그가 우리 돈을 아껴 줄겁니다. 다 만 회사 내부까지 볼 수 있는 권한은 주지 마세요.”
“회사를 분리시킬 테니까 말이지?”
“그의 용도는 어디까지나 인수 합병 용입니다.”
“어쨌든 그 제프리를 내 밑에 넣으라 니, 꿈만 같은 이야기를 하잖아.”
정확히 말하자면 기업 사냥꾼 제프 리는,500억 달러의 유보액을 가지고 있는 투자 회사에 고용되었다고 생각
하겠지만.
“회사 분리 작업이 완료되면, 그 중 하나의 이름을 전일이라 짓고 이 나라 에 진입시키고 싶습니다. 그 외국계 법인으로 이 나라의 것들을 매입할 겁 니다.”
“그런데 전일은?”
“제 아버지 성함입니다.”
“부모님께는 밝힐 생각 있어? 두 분 도 아셔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래야겠지요. 두 분 부모님, 편히 모셔야죠. 그럴 수 있는 기회만
보고 있습니 다. 그리고 조나단.”
« ᄋ ,,
“일단은 일만 합시다. 돈에 취할 틈 없이. 그러다 보면 세상의 돈이 다 들 어와 있지 않겠습니까?”
입국할 때 그의 육신은 피곤에 찌들 고 정신도 더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 해져 있었지만.
출국 할 때만큼은 웃으면서 떠났다.
신뢰가 다져졌다.
던전이 봉인되어 있는 일대를 사고 던전을 공략을 하게 될 시기는, 외국 인에게도 부동산 시장이 개방되는 외 환 위기 이후로 잡혔다.
98년 5월에 외국인 토지법이 전면
개정된다. 그런데 그 시기가 조금 더 앞당겨질 것 같다.
내가 개입하는 이상 그렇게 될 수밖 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