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eful bullpen life RAW novel - Chapter 118
※ 118화. 휴식
금의환향.
비록 금의환향(錦衣還鄕)은 아닐지라도, 금의환향(金衣還鄕)에는 성공했다.
비단옷 입고 고향에 돌아왔다는 게 아니라, 금 가지고 돌아왔다는 소리지.
귀국해서 기자들 앞에 서서 해맑게 웃으며 대한민국 대표팀은 따봉을 보였다. 여러 인터뷰들을 한 번 거친 뒤 집에 돌아와서 일단 푹 잤다.
긴장이 탁, 풀려버린 채 침대에 누워버리니 그대로 기절.
정신적으로 꽤나 피곤했던 건지, 꽤 긴 시간이 지나고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해봤다.
일본쪽에서는 감독을 해임하네 어쩌네 하면서, 그리고 대한민국을 향해 도발했던 두 선수를 죽이네 살리네 하면서 난리가 난 것 같다.
내 알 바야.
거긴 이제 관심없고, 그것보다는 프리미어12 대회 2연패에 대한 기사를 주욱 읽어내렸다.
크으…해맑게 따봉을 들고 있는 저 등번호 4가 나라니. 시간상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기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다.
이렇게, 정말로 2019시즌에 대한 모든 것이 끝났다. 남은 것은 푹 쉬면서 몸 컨디션을 만들고, 스캠을 지난 뒤 정규시즌에 돌입하는 것.
“어으, 일어나야지.”
핸드폰을 내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 길게 잤는지 시간은 벌써 오후를 훌쩍 넘겨있었다.
침대에서 탈출해서 스트레칭 좀 하면서 잠 깨고, 튜빙 좀 땡겨준 뒤 로테이트 커프도 돌려주고.
기초 운동을 마치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시간상으로는 저녁이지만 오늘의 첫 끼를 채워야겠다, 싶어 냉장고를 뒤적거리고 있을 때,
띵―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이 본인의 존재감을 발산했다.
[잘 쉬고 계세요?] [토끼가 ‘화이팅’ 패널을 들고 흔드는 이모티콘]“흐흐.”
나사 조금 빠진 웃음 소릴 내고선 토독토독 핸드폰 자판을 두드렸다.
[그럼요 잘 쉬고 있죠] [민영 씨는요?] [슬슬 퇴근하실 시간이죠?]띵―
오늘 안 바쁘신가.
핸드폰을 다시 내려두자마자 바로 알림음이 울렸다.
[네! 안 그래도 퇴근 준비하고 있어요!] [토끼가 ‘집에 가자!’ 패널을 들고 흔드는 이모티콘]집에 가자…라는 저 네 글자가 이토록 진심으로 보일 수가 있나.
오늘도 고생했다, 집에 조심히 들어가라, 뭐 그렇게 다시 답변을 보내는 족족 메시지 옆의 숫자 1이 사라졌다.
[한울 씨 식사는요?] [밥은 잘 챙겨드시고 쉬시는 거죠?] [토끼가 ‘밥 먹자’ 패널을 들고 흔드는 이모티콘]대충 집에 있는 거 아무거나 잘 주워먹을 예정이다…라는 말을 최대한 고급지게 포장하여 보냈다.
근데 우리 민영 씨는 뭐 진실을 꿰뚫는 눈이라고 가지신 건지…….
[그러면 안 돼요!] [제가 가서 해드릴까요?] [토끼가 ‘밥 먹자’ 패널을 들고 흔드는 이모티콘]뜬금없이 폭탄 하나가 떨어졌다.
“…….”
텅- 하는 소리와 함께 냉장고의 문이 닫혔다. 이어 우당탕- 하는 효과음이 집 안에 울려퍼졌다.
쓰레기를 버리고, 빳빳하게 마른 빨래를 걷어내고,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고.
“후우….”
띵―
[따로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대략 10분만에 간단한 정비를 마치니 다시 연락이 왔다.
먹고 싶은 거라…….
솔직히 민영 씨가 해주는 거라면 정말 아무거나 먹어도 좋겠지만, 요리를 해주는 입장에선 그보다 최악의 답변을 없을테니,
[그…] [김치찌개요…]깊게 생각한 후 메뉴를 선정했다.
[네!] [오늘 퇴근 좀 빠르네요 ㅎㅎ] [아 맞다] [한울 씨 집 주소가 어떻게 되나요?]최대한 시간을 벌기 위해 빠른 속도로 타이핑을 완료했다.
[아 그럼 6시쯤에 도착할 것 같아요!] [토끼가 ‘밥 먹자’ 패널을 들고 흔드는 이모티콘]정확하게 만남에 대한 시간이 고정되자 빠르게 시계를 살폈다.
“…5시 30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30분. 이 30분 안에 이 집을 다 뒤집어 놓으셔야 한다.
“흐음….”
미니멀한 투룸은 애초에 그리 어지럽혀진 공간은 아니었다.
내 방엔 침대랑 책상이랑 서랍이랑 옷장.
거실엔 필수적인 가전만.
작은 방엔 장식장이랑 간단한 운동기구들 정도.
하지만 타인이 내 집에 온다는 소식은 깔끔한 내 집도 세상 지저분하게 보이게 하는 마법과 같았다.
더구나, 방문할 사람이 그냥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민영 씨라면 더더욱.
띵- 동―
“한울 씨!”
오매.
최근 30분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로 현관문으로 향했다. 부들부들거리는 손가락을 제어하며 손잡이를 잡았다.
“오,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아, 빛이 난다.
하얀색의 맑은 블라우스.
카키색의 펜슬 스커트.
앞을 다소곳하게 가리는 핑크색의 파우치.
어두운 복도에서도 사람 한 명만큼은 밝게 보였다.
“아, 주세요.”
“괜찮아요. 그렇게 무거운 것도 아닌데요.”
꽤 커다란 봉투 안에 가득 담긴 식재료들이 눈길을 끌었다.
“일단은…음….”
식탁에 봉투를 툭 올려둔 민영 씨는 제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붙인 채 집안을 둘러봤다.
그녀의 눈빛이 1도씩 틀어질 때마다 내 심장도 1도씩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배고프시죠?”
“네에.”
“금방 해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 밥은 혹시 있어요?”
“아.”
이런 멍청이.
가장 기본적인 식재료조차 준비하지 못 한 자책하자 민영 씨는 예쁘게 웃으며 나를 안심시켰다.
“괜찮아요, 쌀은 있죠?”
“아, 네. 여기요.”
좋았으.
오는 길에 같이 사오기라도 한 건지, 내 집에선 구경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앞치마가 뿅! 하고 나타났다.
장비를 착용하며 자체적인 버프를 입은 여자친구는 봉투에서 하나씩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돼지고기. 또 다른 돼지고기. 이런저런 조미료. 감자. 야채.
저것만 봐선 뭘 할지 예상이 가지 않기에, 또 내가 도와준답시고 나대봐야 마이너스가 될 것 같기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착착착착―
먼저 쌀을 씻어서 밥솥에 안쳐두고.
손질한 돼지고기를 물에 담가놓고.
감자와 야채들을 다듬고.
“와….”
익숙하게 식재료들을 가꾸는 모습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감탄을 뱉는 것 밖에 없었다.
가열되어 벌겋게 달아오른 두 개의 냄비를 등진 민영 씨가 환하게 웃었다.
“이제 기다리면 돼요.”
“저건…뭐예요?”
“아, 이거요? 갈비찜이예요.”
…세상에.
“아…혹시 갈비찜 안 좋아하세요?”
“아뇨. 없어서 못 먹죠.”
“다행이네요!”
짝!
“자아, 그러면!”
박수를 한 번 치며 주의를 모은 민영 씨는 이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네, 네….”
“한울 씨 집 한 번 구경하죠!”
“…….”
결국 오는구나.
“예…그….”
일단은 작은방부터.
닫혀있던 문 하나를 열자 공백이 많은 방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는 무슨 방이예요?”
“작은방이예요. 창고 겸 운동 겸 뭐 장식 겸사겸사 쓰고 있어요.”
“와…와! 이거!”
민영 씨는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장식대로 도도도 달려갔다. 손가락으로 트로피들을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이거 알아요! 작년이랑 재작년 트로피!”
“네…여러모로 운이 좋았죠.”
“운이 아니죠. 한울 씨가 엄청 잘해서 받은 건데요.”
그 후 작은방을 둘러봤지만 딱히 대단할 건 없었다.
정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해 그럴듯하게 포장만 해둔 짐덩이.
1kg짜리 아령 두 개와 보라색 요가매트 하나.
튜빙 밴드 걸이 목적이 더 강한 옷걸이.
“그리고…여기가 한울 씨가 자는 방이라는 거네요?”
“그…네.”
두근두근.
민영 씨는 얼굴로 심장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었고, 나는 자체적으로 심장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고야…….
속으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내가 실질적으로 생활하는 방의 문을 열었다.
새삼 걱정했던 바와 다르게 꽤나 깔끔해 보이는 게 30분 동안 빨빨빨 뛰어다닌 게 헛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헤에….”
살금살금,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민영 씨가 내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발걸음에 맞춰 나도 민영 씨를 따라갔다.
“흠. 생각했던 것보다 깔끔한데요?”
“아이고, 다행이네요.”
“다행이라는 건….”
민영 씨의 입이 ‘W’ 모양으로 변신했다.
“저 오기 전에 청소 어어엄처어엉 열심히 하셨나보네요.”
“…네.”
이실직고가 마음에 들었는지 민영 씨가 꺄르륵 웃었다. 그리곤 침대로 다가가서 한 번 움찔거리다가 나를 쳐다봤다.
“…잠깐 앉아도 돼요?”
“네네. 되죠.”
허가를 받은 여자친구는 남자친구의 침대 위에 엉덩이를 퉁- 하고 걸쳤다.
“신기하네요, 진짜.”
“신기해요?”
옅은 미소를 짓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연인 사이,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나도 엉덩이를 걸쳤다.
“네. 부모님 때문에 사리분별 시작할 때부터 야구를 알았어요. 좋아했고. 그러다가 김한울이라는 선수를 봤고….”
어딘가 아련하게 느껴지는 눈빛이 시야의 가장자리에 걸렸다.
“사람 일 참 모르죠. 회사 후배가 좋아하는 그 야구선수랑 친구였고, 그렇게 또 만나게 되고 또….”
두 사람 사이에 놓여졌던 내 손등 위로 그녀의 손바닥이 닿았다.
“이렇게 남자친구까지 되고.”
조용한 목소리는 내 고개를 그쪽으로 향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지금 민영 씨를 바라보는 내 표정이 멍청하게 보이면 어떡할까, 못생기게 보이면 어떡할까, 그런 걱정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헤헤.”
눈 앞까지 다가왔던 그녀의 얼굴이 조금씩 멀어져갔다.
내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딱 하나, 딱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와! 한울 씨 얼굴 엄청 빨개요!”
“그….”
“아하핫, 귀여워어!”
나를 놀리는 연상의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복수를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던 때에,
치이익―
맛있는 밥이 완성되었습니다!
“아, 밥 먹죠!”
밥이 딱 완성됐다.
아씨. 타이밍 거지 같네.
나보다 먼저 내 방을 나서버린 민영 씨의 뒤를 졸졸 쫓아갈 수 밖에 없었다.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눈치껏 식기들을 준비했다.
밥그릇 두 개, 국그릇 두 개, 숟가락과 젓가락도 두 세트.
“드세요!”
푸근하게 미소짓는 그녀의 허락을 받고 먼저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잘 먹을게요.”
“네!”
한 입 크기로 적당하게 조각된 돼지갈비찜 하나를 입에 넣었다.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과 짭짤한 양념,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번엔 숟가락을 들고 김치찌개를 크게 떠서 먹었다. 아삭한 김치와 얼큰한 국물까지, 찌개도 완벽했다.
“…와.”
“어때요?”
“마, 맛있어요.”
“아, 다행이다….”
작게 큰 숨을 내쉬는 걸 보니 속으로는 내심 긴장을 했던 모양이다.
“민영 씨도 드셔야죠.”
“아, 네.”
하나하나 맛을 음미하면서 먹다보니 조금 늦게 민영 씨가 밥을 먹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왜 그러세요?”
단 둘이서 밥을 먹어본 적이야 꽤 있지만, 그 장소가 다른 곳도 아닌 우리 집이라는 게 참 신기했다.
“저도 뭔가 신기해서요.”
혼자 산 지 몇 년 째인지도 까먹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집에서 나 이외의 사람과 같이 밥을 먹었던 게 몇 번이나 되던가.
“앞으로 자주 와야겠네요.”
“그…래주시면 저야 엄청 고맙긴 한데….”
“그러면 한울 씨 집도 항상 깨끗하게 유지될 것 같구요.”
아픈 말씀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신다.
한 그릇, 두 그릇, 반 그릇.
총 두 공기 반만큼의 밥을 먹고 나서야 식사가 끝났다. 설거지까지 하려는 모습에 내가 기겁하며 말렸다.
힘들게 민영 씨를 자리에 앉히고 이야기를 나눴다.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웃고 있자니 꽤나 늦은 시간이 되었다.
“그, 슬슬 들어가보셔야 되는 거 아니예요?”
“에? 에…한울 씨는 제가 빨리 갔으면 좋겠어요?”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그, 저기….”
“농담이예요.”
“그…네…아버님이 걱정하실까봐….”
“딱히 걱정 안 하시던데요? 오히려 자고 올 수 있으면 자고 오라고 하시던데….”
아이고 아버님…….
“뭐…언젠간 그럴 때가 오겠죠.”
듣는 내가 더 아찔해지는 말을 던진 민영 씨는 음흉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갈까요?”
“네, 네에….”
뭐랄까, 기백에 압도 당했다고 해야하나.
얼른 정신을 차리고 내 방에 들어가서 차키와 지갑, 그리고 핸드폰을 챙겼다. 문 앞에서 신발을 신고 기다렸던 민영 씨는 내가 나오자 한 걸음 물러나주었다.
기다려준 그녀의 손을 다시 잡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
삑―
주차되어있던 차의 문을 열었다. 각자 갈라져서 차에 타야 하는 게 억울하기라고 했던 건가,
“헤헤헤….”
민영 씨는 차에 타자마자 내 오른손을 휙 잡아챘다. 그 모습이 어딘가 어이가 없기도 하고, 또 귀엽기도 해서 나도 실실 웃음이 나왔다.
“아…그러고보니까, 맞다. 민영 씨.”
“네?”
그렇게 조심스럽게 민영 씨의 집으로 향하다보니 중요한 이벤트 하나가 떠올랐다.
“일요일에 규진이형이 결혼하거든요. 해서 혹시…같이 가실래요?”
“일요일이요?”
“네.”
“아…잠시만요.”
유예를 신청한 민영 씨는 재빠르게 핸드폰을 꺼내 이것저것을 확인하더니,
“네! 괜찮을 것 같아요.”
다시금 해맑게 웃었다.
“…혹시나 그러는 건데, 이거 때문에 원래 있던 약속 깨고 뭐…그런 건 아니죠.”
“…….”
민영 씨는 사람이 참 알기 쉬워.
“무리하시는 건 아니죠?”
“괜찮아요. 정말로 큰 약속 아니예요. 오히려 저 빠지면 아버지랑 어머니랑 두 분이서만 계시는 거니까,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
세상에.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일을 캔슬시켜버렸단 소릴 들어버리자 부담감이라는 것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올해는 좀 자주 만날 수 있겠네요.”
“그렇죠?”
“음…연차 아껴놨는데 아예 쭉 써버릴까….”
무, 무서운 사람.
“그, 그렇게까지는 하지 마시고…진짜 필요할 때 쓰셔야죠.”
“흐음….”
어렵게 민영 씨를 달래고, 또 달래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민영 씨 집 앞에 도착하였다. 기어봉을 P에 잠시 올려두고 가만히 민영 씨가 내릴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럼…가볼게요. 일요일에 또 보겠네요.”
“그러게요. 며칠 안 남았어요.”
“헤헤, 그, 시간이랑 해가지구 문자로 남겨주세요.”
“아, 규진이형 식장 잡아둔 데가 민영 씨 집에서 얼마 안 멀어요. 준비만 하고 계시고 제가 민영 씨 여기서 태워서 갈게요.”
“네네.”
민영 씨와 헤어질 때의 인사를 나누며 이미 조수석쪽의 창문은 내려놨다. 내려서 문 닫고도 한 두 마디 정도의 대화는 나누니까.
딸칵―
그래서 일단 민영 씨가 차에서 내리는 동안 생기는 짬에 네비를 톡톡 터치해 우리집 주소를 입력했다.
생각보다 꽤나 시간이 걸리는 작업임에도 다시 문을 닫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뭔가, 싶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한울 씨.”
아니나 다를까, 민영 씨는 아직 내리지 않고 문만 열어둔 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네?”
“이거, 이거 한 번 보실래요?”
민영 씨는 제 왼손을 내밀며 이야기했다. 딱히 뭐 든 것도 없길래 혹시 어디 다치기라도 한 건가, 싶어 하얀 손을 내려보고 있자니,
쪽―
“헤헤, 가볼게요!”
텅-!
“…….”
잔망스러운 짓을 해놓고는 빠르게 자기네 집으로 도망가버렸다.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