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eful bullpen life RAW novel - Chapter 56
※ 56화. 나가라고 해주십쇼
따악―!
1회 말 수비가 시작되자마자 초구가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성현이처럼 멋진 배트플립을 보여준 뒤 열심히 뛰어 홈을 밟은 뒤 명규와 하이파이브.
다음으로 타석에 들어선 명규 또한 초구부터 배트를 휘둘러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백 투 백.
홈런 두 개로 2점을 앞서던 것이 똑같이 홈런 두 개로 상쇄되었다.
뭐지. 타격전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다음 3, 4, 5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한 뒤 박동일이 내려왔다. 홈런 두 방과 삼진 세 개. 양 팀 선발 투수의 1회 성적은 순서만 바뀌었다뿐이지 똑같은 거나 다름없었다.
이후의 양상 또한 똑같았다. 양 팀 선발 모두 이후 2이닝을 세 타자씩으로 막으며 3이닝 동안 홈런 두 방으로 인한 2실점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뭐 오늘 날인가.
동부 리그에선 성현이와 박해진, 서부 리그에선 우석이와 명규. 돋보이는 건 딱 이 네 명이었다. 나머지 타자들은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다소 잠잠하게, 그리고 앞쪽 타순에서 몰아서 빵빵 터지는 정도.
터진다뿐이지 점수가 나온다는 뜻은 아니었다. 두 선발 투수가 내려간 후 이어진 각 팀 불펜 투수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타고투저 시즌이 맞나, 싶을 정도.
그렇게 맞이한 7회 초.
“한울아.”
“아, 예, 감독님.”
“8회에 나갈 수 있겠냐.”
명진이랑 수다 떨다가 감독님이 직접 오셔서 여쭤보셨다. 전광판을 흘끔 보니 4 대 3으로 지고 있다.
이내 명진이와 눈이 마주쳤다. 성현이는 넥스트 서클에 나가 있어 자리에 없었다.
나가지 마요.
명진이는 눈빛으로 그리 말하고 있었다. 아까 오면서 차 안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기억하는 것 같다.
“어…….”
대답을 살짝 끌며 이번엔 그라운드 쪽을 살폈다.
와아―!!
타격 깡패 강!! 성!! 현!!
1번 타자가 아웃을 당했는지 성현이가 타석으로 향하고 있었다.
“힘들면 굳이 안 올라가도 되고. 그래서 나가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나갈 수 있냐 물어보는 거야.”
이벤트성의 의미가 다분한 올스타전은 타자면 모를까, 투수 입장에선 전혀 좋을 게 없다.
더구나 최근 등판이 잦았다고 하면 옳다구나, 하고 휴식을 취하는 게 정답일 수도 있다.
게다가 최근 여론이라고 해야 할지 이미지라고 해야 할지, 그쪽도 내 편이다.
굳이 올스타전까지 등판하지 않아도 욕을 할 사람은 없다. 올스타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한들 출전이 강제되는 사항은 아니니까.
“그… 감독님.”
“그래.”
죄송합니다, 쉬겠습니다.
간단하게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따악―!!
갔다! 또 갔다아악!!
“…….”
또 초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성현이를 보았다.
“나갈 수 있냐 여쭤보지 마시고, 나가라고 말씀해 주십쇼.”
입은 뇌랑 다르게 딴소리를 했다.
“그래. 부탁한다.”
툭툭―
감독님께서 어깨를 툭툭 쳐주시곤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셨다.
“형, 쉬지 그냥.”
“쉬고는 싶은데…….”
“성현이가 지랄할까 봐 그래요?”
“아니.”
어느새 그라운드를 돌고 덕아웃으로 들어온 성현이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글러브를 집어 들었다.
“그냥. 그래도 모처럼 왔는데 그냥 가면 섭섭할까 봐.”
“누가요?”
“저 사람들.”
“…….”
턱으로 관중석을 가리켰다. 명진이는 썩 이해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어깨를 으쓱이고 불펜으로 향했다.
“잘 부탁드립니다아.”
“옙, 잘 부탁드려요.”
처음 보는 불펜 포수가 대기하고 있었다. 작년의 불펜 포수랑은 다르게 경력이 좀 있는지 여유 있게 인사를 하곤 홈 플레이트 뒤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며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10년째 이어져 온 루틴 중 하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디가 아플 때, 혹은 어딘가를 다칠 때 스트레칭이 부족했다.
그 기억은 PTSD처럼 남아 스트레칭을 강제하게 되었다.
뻥!
“아이, 나이스볼!”
비록 내 몸이 유연해 그럴 가능성이 적다고는 하지만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두려움은 이길 수가 없었다.
“아이!”
뻥!
“굿, 굿! 아이 조아조아아!”
포수들은 저런 화이팅까지 연습하는 걸까.
던지는 사람 기분 참 좋게 만드는 재주들이 있다. 기분이 업되면 자연스럽게 몸의 움직임이 좋아진다.
정확하게 어깨의 가동 범위가 어쩌고, 팔꿈치의 랙탱글이 어쩌고 하는 부류가 아니라,
뻥!
“이야, 좋아! 이거 못 쳐! 구뽈구뽈!!”
멘탈에 장갑 하나는 덧씌우는 느낌.
“한울이, 올라가자.”
“옙.”
투수 코치는 동부 리그 감독님들 중 유일한 투수 출신이자 한성 위너스의 감독님이신 김선곤 감독님이 맡으셨다.
불펜의 녹색 문을 열고 등장하여 내 등장 대기를 알려오셨다.
네 단짜리 계단을 오르는 동안 김선곤 감독님께선 문을 등으로 막고 계셨다. 덕분에 편하게 불펜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고개가 버릇처럼 전광판으로 향했다.
이닝 중간 응원전을 위해 치어리더들이 열심히 춤추며 팬들의 사기를 북돋던 화면이 암전되고 검은 화면 위에 빨간색, 그리고 하얀 테두리가 바탕이 된 숫자 4가 쿵! 하고 크게 등장했다.
– Your love is a wildcard, Folding is the hard part―
동시에 내 등장곡, 와일드카드가 구장 내에 울려 퍼졌다. 숫자가 사라진 자리에 내 얼굴, 그리고 봐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오글거리게 찍은 투구 폼이 재생된다.
– I don’t know if you’ll hold me, Or leave me here feelin’ lonely―
와아아악!!
와아―!
왔다아!!
다른 선수들과 비슷한, 아니면 다른 선수들보다 더 큰 함성과 환호가 시작됐을 무렵엔 전광판 영상이 모두 끝나고 김한울 4라는 글자와 내 프로필 사진이 보였다.
욜럽 이저 왈! 칻! 캔 렛 디스 고 투 빠!! 아돈노이펴 홀미!
버석―
“아.”
뽕에 취해 계속 걷다 보니 어느샌가 마운드에 도착해 있었다. 플레이트 뒤에 얹어져 있는 로진백을 밟고 나서야 눈치챘다.
어지간히 뽕에 차 있나 보다.
실수로 밟은 로진백은 스파이크 날에 찍혀 터져 있었다. 애초에 가루도 얼마 안 남아 있던 모양이기에 덕아웃에 로진백을 들어 보였다.
이내 볼보이가 덕아웃에서 로진백을 받아 뛰어왔다.
“감사감사.”
비닐에서 바로 로진을 꺼낸 뒤 비닐은 볼보이에게 맡겼다.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손으로 퉁퉁 튕기며 로진을 바르기 시작했다.
아, 이 맛에 로진 바르지.
하얀색 가루가 풀풀 풍긴다. 조금 과하게 묻었다 싶어 입으로 후! 하고 부니 하얀 가루가 더 크게 날린다. 맘에 든다.
“혀엉.”
“뭐야. 너냐?”
“너냐라니.”
“이야, 김석주 감독님 제 식구 감싸기. 좀 실망인데.”
“뭐래.”
말이 그렇다뿐이지 신헌철, 이 녀석 또한 좋은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녀석이다.
리그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상수 타이거즈에서 주전 포수에 6번 치고 있으면 말 다 했지.
나보다 한 살 아래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같이 배터리를 맞춰온 녀석이다. 알아온 거로 따지면 규진이 형보다 먼저 알아온 녀석.
“오랜만이네.”
“한 15년 만이지.”
“떨리네. 올스타전에서 형 공 받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까는 거냐?”
“아, 들켰네.”
“꺼져, 얼른.”
“뭐 던질 거야?”
“던져보고. 좋은 거만 던지자.”
“사인은 중학교 때 걸로 간다. 기억하지?”
“기억 나겠…….”
아.
“…지.”
“오케.”
헌철이가 홈으로 뛰어갔다. 그동안 잠시 나는 짬에 주위를 둘러봤다.
이내 한 곳, 우리 팀 덕아웃 살짝 옆의 위쪽에서 시선이 멈췄다.
한울 씨이!
민영 씨는 그렇게 소리치는 것처럼 보였다. 옆에 아버님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계셨다.
그쪽을 향해 손을 한 번 들어주자 헌철이가 홈 플레이트 뒤에 앉는 타이밍이 되었다.
띠링―!
[추억 보정]– 과거의 추억이 담긴 투구로 1이닝 무실점하세요. (0/1)
– 보상 ― 체인지업 +2
추억이라…….
나와 헌철이가 함께했던 양안 초등학교, 양안 중학교는 정말 무적이었다.
나는 점수를 한 점도 내주지 않는데 헌철이는 4번 타순에서 뻥뻥 날려대니 질래야 질 수가 없었다.
그때의 추억이라고 하면 압도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흣, 하고 웃음이 나왔다. 혹시나, 싶은지 연습 투구였지만 내 쪽에서가 아닌 헌철이 쪽에서 사인이 나왔다.
새끼손가락.
뻥!
바깥쪽 직구.
검지랑 중지.
빵!
바깥쪽 커브.
검지랑 새끼손가락.
투닥!
바운드되는 스플리터.
중지, 약지, 그리고 새끼손가락.
짝!
떨어지는 체인지업.
엄지만.
뻥!
싱커.
이후 헌철이가 검지와 엄지를 펼쳐 슬라이더 사인을 냈다. 스읍, 하다가 일단은 던졌다.
던져본 지 꽤 됐지만 더 안 좋아지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더 좋아지지도 않은, 그냥 예전 상태 그대로.
“아이, 좋다!”
연습 투구가 끝났다. 9번 타자 조홍규는 아까 교체된 뒤 동성에서 중견수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김석호가 타석에 들어왔다.
외롭게 혼자 서있는 새끼손가락에 고개를 끄덕이자 우타석 쪽에 붙어 앉은 뒤 미트를 댔다.
재밌네.
“스투우―라잌!”
올, 여전한데.
헌철이의 표정은 그리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럼 이것도 돼? 하는 표정과 함께 검지와 중지가 보였다.
“스투우―라잌, 투우!”
쌉가능이지.
그럼 이건?
새끼손가락이 제자리에서 빙빙 몇 바퀴를 돌았다.
“하이볼―!”
헛스윙이나 셋업 피치를 위한 하이패스트볼. 원하는 대로 던져주기는 했지만 타자의 반응만 이끌어 내고 배트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좀 치는데. 이것도 좀 해봐.
엄지와 검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들이 펼쳐졌다. 어찌 보면 클래식한 볼 배합이라고도 할 수 있긴 한데,
틱―
“아웃!”
진부한 게 좋은 거지.
바깥쪽 체인지업에 빗맞은 공이 유격수 쪽으로 굴러갔고 쉽게 1아웃을 잡을 수 있었다.
이내 1루수가 유격수 쪽으로 다시 던져 라운딩이 시작됐고 마지막으로 공을 잡은 건 다시 1루수였다. 얼굴을 보니 박해진은 아니고 KP의 안병국이었다.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다시 플레이트에 서자…….
또 너냐.
우석이가 등장했다. 아, 그러네. 그럼 다음은 명규인가? 하고 전광판을 보니 맞다. 명규 타석에서 대타가 나오지 않는 이상 명규도 만날 예정.
다시 홈을 보니 우석이랑 헌철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 나이 많이 먹긴 했네.
헌철이가 사인을 내고, 내가 던지고. 명규가 잡아서 1루로 던지거나 우석이가 잡아 홈에 쏘거나.
벌써 15년 전. 내 나이 딱 절반 시절.
“흐헤, 아하핫.”
나는 쏙 빼놓고 지들끼리 벌써 얘기가 끝났는지, 우석이는 미친놈처럼 웃는 내게 손가락을 까딱이며 도발했다.
이에 나도 공을 잡고 있는 오른손의 검지로 녀석을 가리키며 응수했다.
문득 작년처럼 직구 사인 내고 똑같이 할까, 싶긴 했는데 지금 체력으로는 무리일 것 같다. 퀘스트 내용도 내용이고.
또 새끼손가락. 우석이 얘, 의외로 바깥쪽 낮은 직구에 약하단 말이지.
틱―
“파울!”
심판에게서 공을 받아들고 다시 마운드로 걸어가며 전광판을 확인했다.
아무리 그래도 140km는 나와줘야 할 구속이 135km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약하게 던지고 있는 이유도 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
아까 나한테 사인 기억하냐고 물어봤지, 새꺄.
나는 실실거리는 표정으로 검지손가락을 내 어깨에 갖다 붙였다. 이럴 줄은 몰랐는지 얼빵한 표정으로 우석이의 바깥쪽에 앉아 미트를 댔다.
이, 이거 맞아, 형?
다른 포지션도 아니고 포수가 음성 지원이 되는 것 같은 표정으로 그러고 있으니 괜히 괴롭히고 싶어졌다.
여기서 바깥쪽 싱커 말고 몸쪽에 스플리터를 던지면 점마는 어떻게 반응할까.
틱―
근데 그걸 또 실행할 자신은 없어서 낸 사인대로 던져 파울을 하나 더 얻어냈다.
자, 다음은 뭐로 할래?
헌철이는 슬쩍 우석이를 보다가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개연성이 부족해 보여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아까처럼 새끼손가락이 빙빙 돌았다. 괜찮네.
이걸로 우석이 정도 되는 녀석한테 헛스윙이나 뜬공 유도는 바라지도 않는다. 셋업 피치에 대한 기회 비용으로 삼자.
“보올―”
애초에 볼이 될 걸 예상하고 던졌기에 그에 대한 대미지는 없었지만 기대보다 높게 날아간 건 대미지가 있어 보였다.
애초에 똥볼이라 이런 셋업이 100% 먹히는 것도 아닌데. 음, 그럼…….
일단 사인을 기다렸다. 검지와 새끼손가락이 보이자 고개를 저었다.
이후 손가락 하나가 추가되어 세 개가 펴졌다. 고개를 끄덕인 뒤 미트를 쳐다봤다.
바깥쪽 낮은 직구, 에서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듯 그곳보다 조금 더 낮은 곳에 미트를 대고 있었다.
직구를 잡았던 그립에서 슬금슬금 약지가 비집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떨어져라!
바깥쪽 낮은 직구. 첫 비행은 그와 비슷하게 날아가야 하는 공이 몰렸다. 대놓고 쳐주세요~ 하는 것처럼 스트라이크 존 정 가운데로 향하기 시작했다.
왔구나!
실투를 만난 타자는 반갑게 배트를 내밀었다. 그러나 이내 단순한 손님이 아닌, 직구를 위장한 자객임을 깨닫고 배트를 멈췄다.
그것이 타자의 실책이었다.
뻥!
“스투우―라잌, 아웃!”
위장하려고 했던 곳이 아닌 그냥 그 자체의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당연하게도 존을 통과했다.
루킹 삼진 당한 뒤 우석이는 명규에게 다가갔다. 아, 명규가 그대로 나오나 보네.
근데 빠릿빠릿하게 나올 것이지, 둘이 나를 쳐다보며 뭐라 속닥속닥거리는 게 맘에 안 든다.
쉐끼덜. 무슨 작당을 꾸미려고.
이야기를 마친 명규가 우석이가 섰던 자리에 섰다. 그러고 보니 세 명 연속 좌타자네.
좌타자 두 명을 연속으로 상대하며 거의 비슷한 볼 배합을 가져갔다.
삼연벙도 어쩌다지, 올스타전 나올 수준이면 감안은 하고 나오지 않을까.
초구에 다시 바깥쪽 싱커가 나왔지만 고개를 저었다. 두 번, 세 번 고개를 저어도 맘에 드는 사인이 나오지 않자 결국 내가 사인을 냈다.
조금 과감하게 가보고 싶었다. 검지와 중지를 펴고 글러브, 어깨, 글러브, 팔꿈치, 모자, 어깨를 터치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명규 쪽으로 붙어서 앉았다.
“로볼―”
쯧.
규학이가 캐칭했으면 잡아줬을 것 같기도 한데. 묘한 아쉬움을 느끼며 뒤돌아섰다.
이후 다시 바깥쪽 싱커 사인이 나왔다. 하나쯤은 괜찮겠지,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틱―
“파울―!”
맞네. 얘네 바깥쪽 보고 있다.
의심이 확신을 변하자 다음 액션은 빠릿빠릿했다. 결정구는 몸쪽이다. 하지만 결정구까지 가기 위해 공 하나가 더 필요하다.
뭘 던지지. 포수의 사인에 계속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아, 이럴 때 슬라이더 있음 편한데.
결국 바깥쪽으로 하나 뺀 직구와 체인지업을 지켜보며 3-1이 되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억지로 밀어 넣은 가운데 커브를 지켜보며 스트라이크 하나를 얼른 뺏어왔다.
됐다.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자 미소가 새어 나오려 했지만 참았다. 웃으며 들킬 것 같았다. 이를 악물고 웃음을 참으며 포수의 사인을 계속 걸러냈다.
계속 나오지 않아 결국 또 내가 사인을 냈다.
헌철아, 얼 좀 타지 마라. 너도 데뷔 10년 포수다.
사인이 교환되자 망설임 없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양손을 머리 뒤로 넘긴 채 심호흡을 했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이 올라와 반동으로 몸이 빠르게 앞으로 쏘아졌다.
펑!
“스투우―라잌, 아웃!”
명규는 꼼짝도 못 하고 몸쪽 직구를 지켜보며 맹구가 되었다. 마, 이게 볼 배합이다!
띠링―!
[추억 보정]– 과거의 추억이 담긴 투구로 1이닝 무실점하세요. (1/1)
– 보상 ― 체인지업 +2
제구 ― 최상
구위 ― 중
체력 ― 중
포심 ― 59
커브 ― 51
슬라 ― 35
스플 ― 41
체인 ― 46+2=48
싱커 ― 46
특성
해탈 ― 어떤 타구, 상황에도 그러려니 합니다.
불편 ― 상대하는 타자가 타석에서 투수를 보면 어딘가 불편하게 만듭니다.
편안 ― 본인을 보는 이들이 편안함을 느낍니다.
퀘스트가 성공했다는 판정, 그리고 스탯이 올라가는 기분 좋은 시스템 소리를 들으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옆으로 다가와 재잘재잘 떠드는 헌철이한테 마, 이게 볼 배합이다! 소리 한번 쳐준 뒤 뒤를 돌아 명규를 향해 표정으로 도발했다.
마! 이게 볼 배합이다, 안 카나!
녀석도 어이가 없는지 맹구 모드를 해제하고 피식 웃으며 자기 덕아웃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