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드림 에이전시 (1)
이주혁에 이어 오석훈과 박성주에게도 내 계획을 이야기했다.
내가 이야기를 채 마치기도 전에,
“당연히 선배 가는 곳으로 따라가야죠!”
박성주는 물론이고 오석훈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혹시라도 이들이 내 제안을 듣고 주저했다면 내가 에이전시를 세울 자격이 되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했다.
“그럼 이제부터 당장 시작하는 거예요?”
오석훈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그래야겠지. 지금 에이전시에서도 우리를 여유 있게 기다려 주지는 않을 테니까.”
당장 나가라고 독촉할 리는 없겠지만 하루라도 빠르게 독립해야지.
언제 가져왔는지 이주혁이 펜을 들고 메모장에 적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표님, 어떤 거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대표님이라는 아직은 낯선 단어가 귀에 박히듯이 들려왔다.
“일단 제일 급한 건 숙소와 훈련장을 구하는 일일 것 같아요.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겠네요.”
이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기록했다.
“숙소에 훈련장까지 구하려면 형 돈 많이 써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오석훈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필요한 건 내가 다 해결할 테니까,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고 훈련에만 집중해.”
이제는 명색이 에이전시 대표인데 소속 선수들을 걱정시킬 수는 없지.
“그럼 제가 먼저 돌아다녀 볼까요?”
“주혁 씨가 다녀줄 수 있겠어요?”
“대표님은 당분간 바쁘실 것 같으니까, 당연히 제가 해야죠.”
“고마워요. 다른 선수들 직접 만나서 합류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봐야 해서요. 그게 끝나면 저랑 같이 다녀요.”
“네, 알겠습니다.”
이주혁과의 이야기가 끝나는 듯하자 박성주가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
“그럼 우리 회사에 누구누구 들어오는 거예요?”
“나랑 인연이 있던 선수들한테는 다 물어보려고. 본인이 원하면 합류하는 거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고.”
“에이, 어떤 선수가 선배한테 안 가고 싶어 하겠어요? 선배 같은 선배가 어디 있다고. 다 오고 싶다고 할 거예요.”
박성주가 한껏 신이 나서 답했다.
“갑자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어요. 예전에 형네 회사로 데려가 달라는 말을 할 때만 해도 거의 농담에 가까웠는데. 안 그러냐?”
오석훈이 신기하다는 듯 박성주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그러게, 진짜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박성주의 입가에서는 여전히 장난스러운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 이제 회사 이름도 새로 정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회사 이름?”
그러고 보니 회사 이름도 필요하겠구나.
“이름으로 생각해 둔 거 있으세요?”
“글쎄…….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고민하는 나를 향해 박성주가 입을 열었다.
“YJ가 임예지 대표님 이니셜이었으니까, 우리도 현우 선배 이니셜로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HW 에이전시.”
“내 이름보다는 우리 에이전시가 앞으로 추구해 가려고 하는 방향을 담았으면 좋겠는데.”
“어떤 방향이요?”
“선수들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는 에이전시라는 의미를 담고 싶어.”
“꿈을 이뤄주는 에이전시라면…….”
이주혁과 오석훈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사이에 박성주가 가장 먼저 아이디어를 던졌다.
“꿈이면 쉽죠. 드림 에이전시!”
“드림…… 에이전시? 너무 단순한 접근 아니야?”
“직관적인 게 좋잖아요. 듣자마자 의미가 바로 떠오르기도 하고요.”
“그런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해서 고개를 돌려봤다.
“좋은데요? 드림 에이전시. 쉽기도 하고 이해도 되고요.”
다들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오케이. 그럼 우리 회사는 드림 에이전시로 하자.”
“좋아요. 드림 에이전시!”
모두가 손뼉을 치며 화답해 줬다.
“그럼 이제부터는 대표님이라고 불러야겠다.”
“대표님이 뭐야. 그냥 평소처럼 불러.”
“에이 그래도 이제는 회사 대표님이잖아요. 언제까지 그렇게 부를 수는 없죠.”
박성주가 허리를 숙이더니 갑자기 내 손을 붙잡았다.
“대표님,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나도 열심히 해 볼 테니까. 우리 잘해 보자.”
처음 가 보는 길인데도, 나를 믿어주는 동료들이 있어서인지 자신감이 느껴졌다.
* * *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부터 새로운 회사의 업무는 바쁘게 돌아갔다.
이주혁은 숙소와 훈련장을 먼저 둘러보기 위해 떠났고, 나는 함께했던 선수들을 하나하나 만나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멀리 있는 선수부터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나준호가 펠리컨즈 원정 경기를 치르기 위해 와 있었다.
몇 시간 뒤, 나는 펠리컨즈 홈 경기장에서 나준호와 마주 보고 앉을 수 있었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나준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나로서는 고민할 만한 일이 아니긴 한데.”
“아무래도 그렇겠죠……?”
나준호 같은 스타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신생 에이전시에 소속되는 게 부담스럽기는 하겠지.
“걱정되는 게 하나 있어서.”
“어떤 점이요?”
“나는 이미 FA 계약을 마친 상황이라서 에이전시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은데?”
“네?”
나준호가 한 말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몇 초의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합류하는 게 오히려 부담스러운 상황을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
지금 오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거 맞지?
“FA 계약 수수료는 이미 YJ 에이전시로 지급하게 돼 있어서 말이야. 나한테서는 연봉에서 지급되는 수수료 정도만 받을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운영하는 데 부담을 주는 거 아닌가 해서 말이야.”
“부담이라니요. 선배가 와 주시면 저야 영광이죠.”
“정말 괜찮은 거 맞지?”
“당연하죠.”
“정말 그렇다면 나야 고민할 게 없지. 합류할게.”
“선배님, 저와 함께하기로 한 결정하신 거,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 드리겠습니다.”
나준호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나와 악수를 했다.
그다음으로 만난 선수는 펠리컨즈 소영준이었다.
얼마 전에 나와 특훈을 한 이후로는 수비 실책 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타격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는지 타점도 월등하게 많아졌다.
“요즘도 훈련 열심히 하고 있지?”
“야, 경기를 봐라. 내가 실책이 얼마나 줄었는데. 호수비 영상도 한두 개가 아냐.”
“어제 실책이 하나 있긴 하던데.”
“그, 그거는…… 강습 타구가 너무 빨랐잖아. 기록원이 너무했어. 그게 어떻게 에러야, 안타라고 봐야지.”
많이 억울했는지 얼굴이 붉어지기까지 했다.
“나도 경기 다 봤어. 요새 잘하고 있더라.”
“나야 뭐…… 원래 그 정도는 하는 선수니까.”
소영준은 갑작스러운 내 칭찬에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을 빠트리지는 않았다.
“근데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온 거야?”
소영준이 고개를 갸웃하며 나에게 물었다.
“아,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나는 소영준에게도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전했다.
소영준은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된 거구나.”
“영준이 네 생각은 어떤지 듣고 싶어서.”
소영준은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다 좋은데 한 가지가 딱 걸리네.”
“한 가지가 뭔데?”
“얘기하면 들어줄 수 있겠어?”
소영준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의자에서 등을 떼며 말했다.
“필요한 거라면 뭐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제 내 실력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것 같기도 하니까…… 클럽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자주 가도 큰 문제 없지 않을까 해서.”
“에이 뭐야, 난 또 중요한 게 나오는 줄 알았네.”
“그거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소영준이 나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그거야…….”
“…….”
소영준은 침을 꿀꺽 삼키며 내 입에서 나올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경기력이 좋기만 하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정말?”
“대신 훈련 프로그램은 빠짐없이 완벽하게 소화해야 해.”
밝아졌던 소영준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래도 지금에서 하루쯤 더 쉬면서 하는 건 괜찮지 않나?”
“당연히 안 되지! 훈련할 거 다 하고 쉬는 건, 오케이. 근데 그게 아니라면 동의 못 하겠어.”
나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단호하게 답했다.
“에이, 그래도 딱 하루 더 쉰다는데. 그 정도는 괜찮지 않겠어?”
“절대 안 된다니까. 그런 조건이면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다.”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소영준이 급하게 나를 붙잡았다.
“잠깐잠깐. 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
소영준이 벌떡 일어나서 나를 막아섰다.
“정말이야?”
“나도 같이 데려가 줘.”
“영준아, 나 믿어줘서 고맙다.”
나는 오른손을 들어 악수를 건넸다.
“대신에 내가 앞으로도 야구 잘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소영준이 깊은숨을 내쉬고는 내 손을 맞잡았다.
“물론이지, 그건 걱정하지 마.”
훈련 프로그램이야 얼마든지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울프스에서 엔젤스로 이적한 장수영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연히 가야죠.”
장수영은 내가 이야기를 제대로 꺼내기도 전에 합류 의사를 밝혔다.
결정이 너무 빨라,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고 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YJ 에이전시 때보다 규모가 훨씬 작아서 불편한 게 있을지도 모르는데?”
“상관없어요. 선배가 계시는 곳이라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요.”
장수영의 답변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 * *
그리고 이제 고지훈을 만날 차례였다.
“선배, 고민은 다 끝내셨어요?”
“응, 와이프랑 이야기도 다 끝냈어.”
“어떻게 결정하시기로 했어요?”
“와이프가 한 번에 정리해 주더라고.”
“……?”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무조건 네 의견대로 가라고 하더라고.”
“정말요?”
“FA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욕심난다는 얘기를 하니까, 절대 안 된다고 화내던데.”
세상에 어떤 아내가 진통제로 한 시즌을 버티겠다는 남편을 만류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 저 믿고 와 주시는 거죠?”
“당연하지.”
고지훈이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더블즈 최정환이었다.
“정말 제가 들어갈 수 있는 거죠?”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가 될 선수가 함께해 준다면 내가 더 영광이지.”
내 말이 끝나자 최정환이 아무 말 없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떤 감정이 들었을지 조금은 예상할 수 있었다.
“선배,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도 최선을 다할게. 우리 잘해 보자.”
나는 겨우 눈물을 멈춘 최정환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렇게 오석훈, 박성주, 나준호, 고지훈, 소영준, 장수영 그리고 최정환까지 총 일곱 선수가 에이전시에 합류하게 됐다.
막 시작한 에이전시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화려한 라인업이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여정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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