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드림 에이전시 (2)
선수들과의 대화를 마치자마자 나는 곧바로 에이전시 설립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임예지는 약속대로 나와 함께하겠다는 선수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덕분에 선수들은 문제없이 YJ 에이전시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
이제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에이전시 선수들의 지원을 위한 숙소와 훈련장 그리고 회사 사무실을 구하는 것이었다.
시내 한복판에 사무실을 두는 것도 고민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내가 해 왔던 것처럼 숙소와 훈련장 그리고 사무 공간을 한 군데로 해서 선수들과 소통하는 편이 훨씬 좋은 매니지먼트를 해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주혁이 먼저 둘러보면서 어느 정도 리스트를 추려 준 덕분에, 몇 가지 선택지 중에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고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숙소가 쾌적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훈련 장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느냐였다.
최고의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으니까.
물론 당장 확보할 수 있는 예산에 맞아야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나와 이주혁은 공인중개사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에요.”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아…….”
첫인상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 실내도 확인해 보긴 해야지.
“훈련장도 필요하다고 하셨죠? 공간이 부족한 편은 아니라서, 원하시는 공간으로 쓰시기에 충분할 거예요.”
공인중개사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건물의 장점을 소개했다.
하지만 건물이 오래되어 보이는 것 말고도, 훈련장으로 사용하기에는 공간이 그렇게 여유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대표님 보시기에는 어떠세요?”
“음…….”
이주혁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굳이 장점을 찾자면 찾을 수야 있겠지만, 이제까지 생활했던 곳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선수들이 머무르면서 휴식을 취하고 훈련도 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지금 숙소 정도의 수준은 되었으면 했는데.
이주혁은 내 표정만 보고도 생각을 읽은 듯했다.
“조금 아쉽긴 하죠?”
“만족스럽지는 않네요, 솔직히.”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매물이기는 해요.”
“그렇군요…….”
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말에 공간을 다시 한 번 둘러봤다.
아직은 큰돈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비용을 넉넉하게 사용하기는 어려우니, 그런 점에서 좋기는 했는데…….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함께하는 선수들에게 이 정도 시설을 제공하기에는 미안함이 너무 컸다.
“다른 곳도 볼 수 있을까요?”
“그럼요, 이동하시죠.”
고개를 끄덕인 공인중개사가 차에 타라는 손짓을 보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도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얼마나 더 가야 하나요?”
“거리가 좀 있어서요. 앞으로 30분 정도면 도착할 거 같네요.”
“꽤 머네요?”
“첫 번째 본 곳에서 이동해서 멀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평상시에는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나는 공인중개사의 말을 들으며 스마트폰의 지도 앱으로 거리를 살폈다.
공인중개사의 말과는 다르게 상당히 먼 곳이었다.
우리는 1시간이 지나서야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아까보다 상태는 좋을 거예요. 부지도 훨씬 넓고요.”
공인중개사의 소개에 따라 우리는 그곳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제가 둘러봤을 때도 여기가 휠씬 쾌적하기는 하더라고요.”
이주혁의 말처럼 첫 번째 장소에 비하면 이곳이 한결 만족스러웠다.
조금의 인테리어 공사만 한다면 훈련장도 여유 있게 사용할 수 있을 만했다.
방의 개수도 많아서 여러 선수들이 머물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다 좋긴 한데…….”
“거리가 너무 멀죠?”
이주혁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답했다.
“맞아요. 선수들이 이동하기가 부담될 것 같기는 하네요.”
아무리 여건이 좋다고 해도 선수들이 이동하는 데 체력을 많이 소모하게 된다면 본말전도였다.
“여기는 월세가 어떻게 돼요?”
“말씀하신 예산 한도에 딱 들어오는 정도예요.”
이 정도 시설에다가 예산까지 맞다면 나쁜 선택이 아니기는 한데…….
내가 고민하는 사이 공인중개사가 급히 한마디를 던졌다.
“아직 한 군데 더 남아 있는데, 우선 거기까지 보고 결정하시죠, 그럼?”
“아, 하나가 더 있었죠? 가 보시죠.”
우리는 다시 차에 올라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시 한참을 달려 마지막이 될 장소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부터 돌아다니느라 피로감이 느껴지려는 타이밍이었는데.
“오, 우와!”
나는 마지막 장소를 보자마자 탄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앞에 서서 입을 떡 벌린 채 한참을 지켜보게 됐다.
지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지 깔끔한 건물에, 부지도 넉넉해서 훈련장 공간을 확보하기에도 좋았다.
실내 곳곳을 둘러봐도 그동안 잘 관리되어 왔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실내 훈련장을 만들기도 충분해 보이고, 밖에서 훈련하는 것도 가능해 보이네요.”
“지금 생활하고 있는 곳보다도 괜찮은 것 같은데요.”
“주혁 씨가 봐도 그래요?”
“네, 정말 좋았어요.”
이주혁은 나의 물음에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이곳의 위치를 정확하게 검색했다.
두 번째 장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입지였다.
“입지도 훌륭하네요. 선수들이 오고 가는 데 수월하겠어요.”
“그렇죠. 조금만 나가면 바로 도심이라 인프라도 좋고요.”
여러모로 오늘 본 세 군데 중에서는 가장 좋아 보였다.
“그럼…… 여기는 월세가 어떻게 되죠?”
마지막 남은 난관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게 문제이긴 한데요.”
이주혁의 어두워지는 표정만 봐도 대충 답을 예상할 수 있었다.
“많이 넘어가나요?”
“네……. 생각했던 예산의 두 배는 들어갈 것 같아요.”
“두 배요?”
나는 이곳을 처음 봤을 때보다도 입이 더 벌어졌다.
“대신에 시설 관리가 잘돼 있어서, 리모델링을 전혀 안 하고 들어와도 되는 상황이기는 해서요. 그 부분에서 추가로 돈이 안 들어간다는 거는 다행이긴 해요.”
“그렇기는 하네요…….”
하지만 리모델링은 한 번 드는 돈이고, 월세는 매달 드는 돈 아닌가.
가장 마음에 든다는 건 확실한데,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매물 보는 건 이 정도로 하고 생각 좀 해 보죠.”
돈을 얼마나 더 끌어올 수 있을지를 먼저 계산할 필요가 있었다.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 * *
회사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대단한 선수들을 에이전시로 영입할 수 있었다는 건 그 자체로 큰 행운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건 아니었다.
이제 막 회사를 세웠기 때문에 앞으로 1년 정도는 수입 없이 적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했다.
그리고 그건 내가 개인적으로 받은 대출로 충당해 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고비를 만나게 됐다.
나와 이주혁은 하루 종일 돌아다닌 피로를 풀 여유도 없이 회의를 시작했다.
“주혁 씨, 오늘 보고 온 곳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어디예요?”
“그야 아무래도 마지막이긴 하죠.”
“그렇죠?”
말하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근데 비용 부분에서 너무 부담스럽다면 첫 번째나 두 번째 중에 선택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
“아무래도 두 번째는 거리가 멀어서 너무 불편하니까, 차라리 첫 번째 공간을 잘 꾸며 보는 게 어떨까 싶기는 한데요. 연식이 오래되기는 했어도 다른 건 충분히 괜찮아 보였으니까요.”
최고는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라는 건 틀림없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네?”
이주혁이 의아한지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 둘 다 마지막 선택지가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렇죠.”
“어떻게 하면 마지막 선택지를 선택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죠.”
“아, 네!”
나는 이주혁을 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지금 당장 대출받을 수 있는 정도로는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기는 해요……. 혹시 돈을 구해올 수 있을 만한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아직 회사로서 업력이라고 할 것도 없었고, 매출이 많은 탄탄한 회사라는 증명도 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은행에서 해주는 대출의 한도는 턱없이 낮았다.
“그럼 투자를 받아 보는 건 어때요?”
“투자요?”
“한국에도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많아졌다고 들었거든요. 스포츠 관련 기업에 투자하려는 회사들도 꽤 있을 것 같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주혁의 말에 집중했다.
“게다가 대표님께서도 업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상황이고, 우리 선수들도 팬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잖아요.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고요. 이 정도 에이전시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들은 찾아보면 충분히 있을 것 같은데요.”
“투자도 들어보기는 했는데, 우리가 접근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요?”
나도 생각했던 방법 중 하나이긴 한데…… 그쪽 분야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제가 비슷한 프레젠테이션을 한번 해 본 적이 있어서요. 준비하시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정말요?”
직접 해 본 경험이 있다니.
이주혁이 야구 쪽에 지식이 많으니 도움이 될 거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런 쪽으로까지 도움을 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어떤 거부터 준비하면 될까요?”
“일단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랑 방향을 설정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우리가 걸어가려고 하는 방향을 투자자들에게 정확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니까요.”
“핵심 가치, 방향…….”
나는 듣자마자 떠오르는 것들을 주저 없이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앞으로 몇 년 동안 어떤 일들을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그걸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는 회사라는 것까지 보여주면서 마무리하면 아마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거예요.”
“이것도 준비해야 할 게 많네요.”
“제가 예전에 대표님이 하셨던 인터뷰 읽어본 적 있거든요. 그때 하셨던 이야기에서 이미 답이 많이 나와 있던데요.”
“아, 그때 그 인터뷰요?”
그게 여기서도 활용될 줄이야.
“그때 말씀하셨던 가치와 방향이 바뀌진 않았잖아요?”
“그렇긴 하죠.”
에이전시를 직접 만들게 된 이상, 내가 처음 에이전트가 되었을 때의 초심을 실현하는 게 목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지금 바로 시작해 보죠.”
나는 이주혁의 도움을 받아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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