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드림 에이전시 (3)
에이전시를 세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야 했다.
합류하기로 한 선수들과 한 명 한 명씩 계약서를 새롭게 작성했고, 이주혁과도 정식으로 계약을 마쳤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벤처캐피털 관계자와 만나는 날이었다.
스포츠 스타트업 회사에 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투자 회사였다.
일찍 도착해서 이주혁과 함께 근처 카페에 잠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마지막까지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했다.
“이 정도면 괜찮겠죠?”
나는 만들어온 자료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여기서 더 이상 보완할 건 없을 것 같아요.”
이주혁이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또 하나 배우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고서 쓰는 것도 낯설었는데.”
타이핑이 익숙해진 것도 불과 얼마 안 된 일이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을 돌이켜보니 YJ 스포츠에이전시 면접을 준비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게 벌써 거의 1년 전이었다.
앉아 있는 장소만 다를 뿐 새로운 준비를 앞두고 있다는 건 같았다.
혼자였던 그날과는 달리 지금은 나와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말이다.
띠리리링-
테이블에 놓인 스마트폰이 이제 이동해야 할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주혁 씨, 우리 이제 이동할까요?”
“네.”
이주혁이 테이블에 펼쳐 두었던 서류를 가방에 차곡차곡 담았다.
나는 남아 있던 커피를 한 번에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투자 회사에 도착해 직원이 안내해 준 회의실로 들어가자 나를 밝은 미소로 맞아주는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강현우 대표님, 어서 오십시오.”
“처음 뵙겠습니다. 강현우라고 합니다.”
나는 자연스럽게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덕분에 관계자 세 명의 정보창을 미리 확인하고 미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강현우가 설립할 회사에 깊은 관심이 있다.
-짧은 시간에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강현우가 회사 경영자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있다.
일단 우리 회사의 가능성을 높게 봐준다니 일단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나에 대한 의문을 가진 사람의 생각이 더 눈에 들어왔다.
내가 경험이 모자란 건 사실이니, 경영자로서 자질을 갖추었는지 의심하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편하게 앉으시죠.”
나와 이주혁이 자리에 앉자마자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됐다.
“보내주신 사전 자료는 충분히 검토했습니다. 꼼꼼하게 잘 작성해 주셨더라고요. 오늘은 몇 가지 궁금한 부분 위주로 여쭤 보려고 합니다.”
우리 회사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 하려고 하는 일들을 담은 자료를 미리 보내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하시죠.”
“자료에 나와 있는 선수들하고는 계약이 완전히 체결된 건가요? 혹시 나중에라도 계약에 문제가 생겨서 이 선수들이 합류할 수 없게 되기라도 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 같은데요?”
어떤 선수가 회사에 소속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그 회사의 가치가 결정될 테니까.
왼쪽에 앉아 있던 관계자가 서류를 확인하며 물었다.
“네, 선수들과는 문제없이 계약이 끝났습니다.”
“원래는 YJ 스포츠에이전시 소속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법적인 문제는 없는 거겠죠?”
“YJ 스포츠에이전시와 협의를 거쳐서 진행한 부분입니다. 문제 될 일은 없습니다.”
“정말인가요?”
“그럼요. 저도 얼굴이 알려져 있는데, 바로 들통날 단순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렇기야 한데…… YJ 에이전시 같은 국내 최고의 에이전시에서 이런 선수들과 갑자기 계약을 해지한다는 게 쉽게 납득이 안 돼서요.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이기도 하고. 혹시 이 선수들한테 알려지지 않은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관계자는 아직도 확실하게 의심이 지워지지 않았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아니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제 모든 것을 걸고 보장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얘기를 해 주면 곧바로 의심을 지워줄 수야 있겠지만, 내부에서 있었던 일은 공개하지 않기로 임예지와 약속을 했으니까.
“문제가 없다고 하시니 다행입니다. 시작을 이런 선수들과 함께하실 수 있다면 정말 기대가 되네요.”
질문을 던진 관계자는 이제야 만족스러운 답을 얻은 건지 입꼬리를 올렸다.
곧바로 맨 오른쪽에 있던 관계자가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다면 올해 안에 다른 선수들도 영입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에이전시에 소속 선수들이 많을수록 그만큼 선수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대표님께서는 선수 출신이셨으니 다른 프로 선수들과 네트워크는 탄탄하게 갖추고 계시겠죠?”
관계자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선수 생활하면서 알고 지냈던 선수들도 여럿 있고요. YJ 에이전시에서 에이전트로 활동하면서 이제는 친분을 쌓은 구단 관계자들도 꽤 있습니다.”
내 대답을 듣자 그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걸렸다.
“추가로 영입을 고려하고 있는 선수는 누가 있나요?”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눠 본 건 아니지만, 회사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는 곧바로 추가 영입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정보창에서 나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줬던 사람들은 역시나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던 가운데 앉은 관계자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계획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해서 과연 돈을 충분히 벌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지워지지가 않네요. 혹시 수익 창출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정보창에서 보여주는 대로 상당히 공격적인 질문이었다.
“방금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에이전시는 이미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올해 고지훈 선수가 FA를 앞두고 있기도 하고요. 오석훈과 박성주 선수도 FA 요건을 갖추는 데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두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잠재력을 펼쳐가고 있어서 많은 연봉을 받고 있죠. 이 선수들의 연봉에서 받게 될 에이전시 수수료와 FA 계약 수수료만으로도 회사 운영에 필요한 수익은 무리 없이 거둘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좋은 수익원이 될 거라는 건 사실이겠지만, 지금 에이전시에서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이나 비주전급 선수들을 위해 하겠다고 한 활동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요. 그 정도 돈으로 이 모든 걸 할 수 있을까요?”
가운데 관계자의 눈빛에서는 의심이 가득 느껴졌다.
“당장 돈을 많이 버는 것도 물론 필요합니다만, 저희 회사가 추구하려는 가치를 이뤄가는 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어떻게 해서라도 할 수 있게 만들어야죠.”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내용을 읽어 보니 국내 프로야구에 공헌하겠다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걸 회사의 핵심 사업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회사는 수익을 얻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데, 이런 일들이 너무 많아지면 회사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요?”
“제가 에이전시를 설립하고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바로 그 활동들을 위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걸 하지 않는다면 제가 회사를 운영할 이유도 없죠.”
나의 단호한 한마디에, 방금까지 미소를 보이던 다른 관계자들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는 수익률을 따져 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표가 수익 극대화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면 투자를 받기가 어려울 텐데요.”
투자회사 관계자의 입장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당장은 수익률이 높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사람들에게 받게 되는 지지와 긍정적인 이미지가 결과적으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께 그런 회사에 가장 먼저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린 거고요.”
이번 대답도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은 듯했다.
“그럼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어떤 방법이죠?”
나에게 호의적이었던 관계자가 다시 대화를 이어가자 나는 시선을 마주치며 호응했다.
“당장은 회사의 매출과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다른 활동들은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뒤에 하시는 거죠.”
언뜻 들으면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눈 한 번 딱 감고 동의해서 투자를 받는다면 편하게 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머릿속 고민과 달리 내 입에서는 단호한 목소리가 나왔다.
“지금 안 되는 게 시간이 지난다고 달라질까요? 잠시 미뤄둔다고 상황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하기 어려운 건 나중에도 어려울 테니까요.”
“회사 운영이 처음이라 그런 낭만을 갖고 계신 것 같은데, 지금 계획대로 회사를 운영하는 건 현실성이 없을 겁니다.”
가운데 관계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때 떠오르는 한마디가 있었다.
“최고의 에이전트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들이 예상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차원이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걸 이뤄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하고요. 저는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 * *
투자 회사와의 미팅을 마치고 한참을 고민해 봐도 나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내가 처음 에이전트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이유와, 앞으로 어떤 에이전트가 되고자 하는지는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바로 야구에 간절하고 절박한 선수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이제 와서 그 가치를 포기한다면 새로운 에이전시 회사를 세우는 의미가 없었다.
만약 투자 회사의 제안대로 할 거였다면, 차라리 스카이 코퍼레이션의 제안을 수락하는 게 훨씬 편한 방법이었겠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지원을 받으려면 피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했다.
그럼 필요한 돈은 어디서 구해 와야 할까…….
결국 나는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나는 또 한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내 프레젠테이션을 들은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끝까지 할 자신은 있고?”
“물론이죠.”
나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답했다.
“……그럼 도와줄 테니까 열심히 해 봐.”
아버지의 대답을 듣자마자 나는 어머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엄마도 괜찮죠……?”
“아들이 해 보고 싶다는데 어쩌겠어. 도와줘야지.”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 손을 붙잡았다.
“제가 꼭 잘 해낼게요.”
“이제 우리 노후는 다 너한테 달렸다.”
아버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어떻게 해서든 꼭 갚을게요. 물론 이자까지 확실하게 더해서요.”
다음 날, 내 계좌로 돈이 들어왔다.
그렇게 부모님의 지원금과 은행 대출을 합쳐서 선수들의 숙소이자 훈련장, 그리고 우리 회사의 사무 공간이 될 장소를 마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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