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드림 에이전시 (4)
“정말 네가 회사를 만들었다고?”
정인규가 얼마나 놀랐는지 눈을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떴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
“이야. 대박인데.”
“그럼 와주는 거 맞지?”
정인규에게 에이전시로 와서 선수 훈련을 담당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도 돕기는 하겠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훈련에만 집중할 수는 없을 테니까.
“당연히 가야지. 그런데…….”
“……?”
“당장은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내일부터 바로 와달라는 말은 아니야, 정리할 시간은 충분히 줄게.”
“아니, 그 말이 아니고. 내가 갑자기 떠나버리면 우리 학교 애들이 난처해지잖냐. 고교 야구도 한참 시즌 진행 중인 상황인데, 갑자기 다른 데서 코치를 데려온다는 것도 쉽지 않을 테고.”
“아…… 그렇긴 하네.”
“그래서 지금은 중요한 일들 정도만 도와주는 걸로 하고, 완전히 합류하는 건 연말쯤 하면 좋겠는데. 가능하겠냐?”
“그런 거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이해해 줘서 고맙다.”
이제 소속 선수들의 훈련을 담당해 줄 코치까지 영입하게 됐다.
“근데 진짜 이 선수들이 다 합류하기로 한 거야?”
정인규는 내가 보여준 자료를 다시 넘겨보며 믿기 어렵다는 듯이 물었다.
“그럼 진짜지. 내가 너한테 거짓말하겠냐.”
“너 진짜 성공했구나. 달라 보이네.”
“성공은 무슨. 이제부터 시작인데.”
“그나저나 내가 이런 선수들한테 조언해 줄 수 있을 게 있을지 모르겠다. 고등학생 후배들한테면 몰라도, 여기 있는 선수들은 이미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들이잖아. 커리어만 봐도 나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데.”
정인규는 밀려오는 부담감이 버거운지 깊은숨을 내쉬었다.
“너는 우리나라 최고의 코치잖아. 네가 성장시킨 선수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내가 최고의 코치라……. 완전히 없는 얘기는 아니긴 한데.”
“프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라고 다를 것 없어. 결국 훈련하고 연습해야 하는 건 똑같아.”
“그렇게 말해주니까 조금 자신감이 생기네.”
이제야 정인규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내일 선수들 다 모아서 파티할 건데, 너도 올래?”
“내가 그런 자리에 가도 되는 거야?”
“당연하지, 너도 이제 우리 회사 식구잖냐.”
“진짜? 그럼 당연히 가야지.”
정인규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 * *
나는 아침부터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회사의 시작을 함께 기념하며 소속 선수들끼리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새로운 숙소이자 훈련장을 소개해 주기 위함도 있었다.
나와 이주혁은 물론이고 정인규까지도 미리 와서 행사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마당에서는 케이터링 업체가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이주혁, 정인규와 함께 숙소이자 훈련장이 될 건물로 들어갔다.
드림 에이전시의 새로운 공간에는 선수들이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을 완벽하게 갖추었다.
지하 훈련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기본적인 타격, 피칭 훈련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야외에서는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을 만들어 두었다.
필요한 운동 기구들도 조만간 설치할 계획이었다.
날씨와 선수 개인의 필요에 맞게 훈련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와, 여기 시설 정말 좋다.”
정인규는 실내를 둘러보더니 탄성을 내뱉었다.
“우리 준비 많이 했다. 앞으로 열심히 해야 해.”
“시즌 끝나면 나도 여기 와서 지내도 되냐?”
“그래야지, 다른 데서 집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회사 지원이 빵빵한데?”
“숙소, 식사, 공과금 전부 무료. 다른 거 걱정 말고 일만 열심히 해.”
“이야. 이 회사 다닐 만하네.”
정인규가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지르더니 이주혁과도 하이파이브를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지자 선수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선수는 오석훈과 박성주였다.
오석훈과 박성주는 캐리어를 밀며 걸어왔다.
두 선수는 이번에도 숙소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우와! YJ 에이전시 숙소보다 더 좋은 거 같은데?”
“그때보다 더 넓은 거 같아.”
오석훈과 박성주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형, 여기 진짜 좋아요.”
“불편한 거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 둘게.”
나는 밝게 웃으며 오석훈과 악수를 나눴다.
“와,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잘생겼다.”
옆에 있던 정인규가 오석훈을 보더니 입을 벌리고는 다물지 못했다.
“아 참, 아직 서로 모르지? 이쪽은 정인규라고 지금 고등학교에서 투수 코치로 활동 중인데, 이제부터 우리 에이전시에서 훈련을 담당해 줄 거야. 그리고 이쪽은 버팔로즈에서 활약 중인 오석훈, 박성주 선수고.”
내가 가운데에 서서 양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소개를 해줬다.
“아하, 안녕하세요 오석훈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정인규예요.”
“저는 박성주라고 하는데요. 코치님 잘 부탁드립니다.”
박성주는 악수를 하자마자 정인규의 뒤로 가서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나는 안마를 받고 있는 정인규를 향해 한마디를 던졌다.
“정 코치님, 우리 선수들 훈련 혹독하게 시키기로 하신 거 잊지 않으셨죠?”
“대표님! 제가 열심히 아부하고 있는데 그런 말씀 하시면 어떻게 해요.”
박성주가 나를 보며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아무리 그래도 국내 최고의 프로 선수들인데 일부러 혹독하게 굴리면 안 되죠.”
“그렇죠? 역시 우리 코치님이 잘 아신다니까.”
정인규의 한마디에 박성주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냥 지금 우리 학교 선수들이 하는 정도만 해도 충분하겠죠.”
“우리 선수들이면…… 설마 고등학생들이요?”
박성주가 더듬거리며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그럼요. 그래도 명색이 프로 선수들인데 고등학생들보다 훈련을 적게 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역시 내가 코치님 보는 눈이 틀리지는 않았다니까.”
이번에는 내가 밝게 웃으며 정인규의 어깨를 주물러줬다.
“아니…… 그래도.”
“오늘만큼은 훈련 없을 거니까 푹 쉬면서 즐겨. 들어가서 짐 정리도 해두고.”
나는 침통해하는 오석훈과 박성주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두 선수는 캐리어를 밀며 터덜터덜 숙소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선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장수영과 소영준이 도착했고, 곧이어 나준호도 들어왔다.
“와……. 150억 타자네.”
정인규는 이번에도 입을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프로면 다 프로지, 무슨 돈으로 보냐.”
“그렇긴 한데, 150억은 차원이 다르잖아.”
딱히 반박하기 어렵긴 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선수가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정인규가 깜짝 놀라 나에게 다가왔다.
“야, 최정환이 너 머리 맞혔던 투수 아니냐?”
“어, 맞아.”
“저 선수는 어떻게 합류하게 된 거야?”
“내가 영입했지.”
“네가 직접?”
“그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인규가 흥미로운지 눈을 반짝였다.
“재밌는 조합이네.”
최정환에게 관심을 가지는 선수는 또 한 명 있었다.
“어, 너 정환이구나.”
박성주가 최정환을 보더니 기다렸던 손님을 만난 것처럼 다가갔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최정환이 박성주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너 정말 만나 보고 싶었어.”
“정말요?”
“네 공 진짜 좋더라. 내 배트가 밀려서 진짜 깜짝 놀랐잖아. 내가 힘으로 못 이기겠다는 생각이 든 투수는 정말 몇 명 안 되거든.”
두 선수가 맞붙었던 경기에서 박성주가 최정환의 공을 받아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감사합니다.”
최정환이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쪽으로 와. 우리 친하게 지내자.”
박성주는 최정환을 자기가 앉은 옆자리로 데려갔다.
고지훈은 입원 치료 중이라 아쉽게 참석하지 못했다.
그렇게 소속 선수들이 모두 도착했다.
나는 손뼉을 치며 앞으로 나갔다.
“여러분 잠시만 저를 주목해 주세요.”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우리 에이전시가 새롭게 출발하는 자리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에이전시라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여러분들께 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지원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현우 잘생겼다!”
소영준의 한마디에 잠시 웃음꽃이 피었다.
“혹시 필요하신 거나 고민거리가 있으시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방법을 찾아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우리 대표님 최고예요.”
이번에는 박성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식사도 맛있게 준비했으니까요. 마음껏 드시고 오늘만큼은 다른 선수들하고 대화도 나누시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네!”
마당에서는 본격적으로 스테이크가 구워지는 냄새가 가득 퍼지기 시작했다.
이주혁과 정인규도 자리에 앉아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한참 식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쿵쿵쿵쿵. 빠빠빠빰빰.
갑자기 클럽에서 들릴 만한 음악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오오!”
탄성과 함께 사람들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나도 발걸음을 옮겨 무슨 일인지 살폈다.
“후우, 예!”
누군가가 중앙에서 팔다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격렬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는 바로 소영준이었다.
“오, 오오!”
음악에 몸을 맡겼다는 말 이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이 모습을 보던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몸을 흔들고 있었다.
순식간에 클럽에 온 듯한 느낌을 만들어내다니.
이것도 대단한 능력이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나도 저절로 몸이 들썩거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즐거워하는 선수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바로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현우야,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고개를 돌려보니 나준호가 어느새 내 옆에 와 있었다.
“네, 그럼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준호와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숙소 거실에 마련된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았다.
“무슨 일 있으세요?”
“다른 게 아니라 혹시 내가 도와줄 만한 게 있을까 해서 말이야.”
“도와주실 거라니요?”
“에이전시를 이제 설립한 상황이니까 여러모로 필요한 것도 많을 것 같아서.”
선수가 에이전시에 도움을 주겠다고?
“마음은 감사하긴 한데, 에이전시에서 지원을 해 드려야죠. 어떻게 선수한테 도움을 받겠어요.”
나준호는 전혀 개의치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이어갔다.
“아까 둘러보니까 아직 훈련장에 운동 기구들이 안 들어와 있던데, 그걸 내가 사줘도 될까?”
“운동 기구를요……?”
훈련장에 최고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꽤 많은 돈이 필요했다. 운동 기구도 그중 하나고.
곧바로 거절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고민이 길어지고 있었다.
“내가 꼭 해주고 싶어서 그래.”
“선배 마음만 받을게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이니까요.”
“원정 경기 왔을 때 자주 와서 쓰면 되니까 괜찮아. 내가 지원할게. 이제 나 돈 많아.”
나준호는 조금도 생각을 굽힐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잠시 빌리는 걸로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감사하게 받고, 나중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나준호는 미소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어깨를 두드려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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