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드림 에이전시 (5)
흥겨웠던 파티가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에이전시의 업무가 시작됐다.
나는 정인규와 이주혁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앞으로 우리가 에이전시를 어떻게 운영해 가는게 좋을지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해요.”
직원의 입장에서 회의에 참석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부담감이 느껴졌다.
“얼마 전에 말씀해 준 방향으로 진행하는 거죠?”
정인규도 정식 회의라는 걸 감안했는지 어투가 평소와는 달랐다.
“당연히 그래야죠. 절박하고 간절한 선수들의 목표를 이루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준다, 그 목표는 절대 바뀌지 않을 거니까요.”
“그럼 어떻게 하면 많은 선수들한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 봐야겠는데요?”
이주혁은 메모가 빼곡히 적혀 있는 노트를 넘겨보며 말했다.
“지금 우리 여건에서 할 수 있을 만한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당장은 코치도 부족하고, 공간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정인규가 가장 먼저 말문을 열었다.
“학생들을 지도해 주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시간의 한계였거든요. 어쩔 수 없이 선수들은 혼자서 훈련할 때가 많은데, 그때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더라고요.”
정인규의 말을 들은 이주혁이 아이디어를 던졌다.
“훈련법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SNS에 올려두면 누구나 보면서 참고할 수 있잖아요.”
“좋은 방법이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주혁이 말한 내용을 적었다.
“우리 선수들이 인기도 많으니까 조회 수도 많이 나오겠네. 나 같아도 보고 싶겠다.”
정인규는 자기가 더 설레는 것 같았다.
“선수들의 일상을 담은 콘텐츠도 좋을 것 같아요. 팬들하고 더 가까워질 수 있고, 우리 에이전시 홍보도 될 테고.”
여러모로 지금 상황에서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였다.
“그걸 하려면 영상을 만들어 줄 팀이 필요하겠네요?”
“아무래도 촬영이랑 편집을 해 줄 전문적인 팀이 있으면 훨씬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준비해 보죠. 주혁 씨가 맡아서 진행해 주세요. 적절한 영상팀이 찾아지면 바로 계약해서 진행해 봐요.”
“네, 알겠습니다.”
내 말을 들은 이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런 일을 이렇게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건가요?”
정인규는 지금 같은 상황이 낯선지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그럼요, 좋은 아이디어는 바로 진행해야죠.”
“오, 확실히 학교에서 진행하는 거랑은 많이 다르네요.”
“정 코치님도 필요한 건 얼마든지 말해 주세요. 좋은 아이디어에는 얼마든지 지원할 생각이니까요.”
“알겠습니다. 자주 말씀드려야겠네요.”
정인규는 싱글벙글 웃으며 답했다.
“근데 대표님…….”
이주혁이 조심스럽게 말 문을 열었다.
“네, 말씀하세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주제넘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어서요.”
이주혁의 목소리 톤이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어떤 점이요?”
“우리 에이전시가 추구하는 방향이 좋고 바람직하다는 거는 사실인데요. 냉정하게 말해서 돈을 벌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과연 이렇게 해서 회사가 운영이 될 수 있을까요?”
얼마 전에 투자 회사와의 미팅을 마친 이후에 나도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물론 해결책을 찾아보려 부단히 애쓰기도 했다.
“스포츠 에이전시라고 꼭 소속 선수들한테서만 돈을 벌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에이전시가 어디서 돈을 벌 수 있죠?”
이주혁은 내가 한 말이 쉽게 이해가 안 되는 기색이었다.
“프로 구단도 있고, 야구에 관심 있는 기업들도 많이 있잖아요.”
“아……?”
여전히 이주혁은 알 듯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는 구단과 기업이 있다면, 모두에게 좋은 방법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을 테니까요.”
당장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실행해 갈 계획이었다.
* * *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 고민해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에이전시의 존재를 알릴 필요가 있었다.
내가 새롭게 에이전시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회사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 소개하는 게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 내가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은 이수민이었다.
이수민의 회사가 파급력 있는 매체이기도 했고, 이수민이라면 내 부탁을 거절하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녀는 역시 조금의 고민도 없이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스튜디오로 들어가자 이수민을 만날 수 있었다.
“현우 씨, 이렇게 만나니까 느낌이 또 다르네요.”
“수민 씨도 회사 내에서 입지가 확실히 달라진 거 같은데요?”
이수민이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냥 빈말이 아닌 것이, 카페에서 인터뷰를 했던 지난번하고는 다르게 이번에는 유명한 스튜디오를 빌려서 진행하게 됐다.
오늘 이곳에서 사진 촬영은 물론이고, 영상으로 촬영해서 업로드도 할 예정이었다.
“현우 씨, 편하게 앉으세요.”
“급하게 말씀드려서 힘드셨을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현우 씨 부탁이라면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와야죠. 그리고 이번에도 특종이던데요.”
이수민은 나를 보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나와 이수민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카메라 세팅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스태프 중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와 마이크 착용까지 해주자 모든 준비가 마무리됐다.
처음으로 해 보는 영상 인터뷰였다.
라이브 방송도 아닌데 손에 땀이 맺혔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스태프의 박수를 신호로 촬영이 시작됐다.
“오늘은 반가운 분을 만나 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저와 인터뷰했던 분이기도 한데요. 새로운 소식도 가져오셨다고 합니다. 이제는 에이전시 대표님이죠, 드림 에이전시의 강현우 대표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강현우라고 합니다.”
내가 카메라를 향해 인사하자 스태프들이 손뼉을 치며 호응해 줬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러게요. 그동안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이수민과 마지막으로 마주친 건 나준호의 재계약 기자회견 때였으니.
벌써 몇 달이나 지났다.
“시간이 지난 만큼 전해드릴 소식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요. 가장 먼저,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있었죠? 이번에 에이전시를 새롭게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된 건가요?”
“저한테도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는데요. 우연히 좋은 기회를 얻게 돼서, 제가 처음 에이전트를 할 때 마음먹었던 일들을 제대로 해 보려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대표님께서 처음 마음먹었던 일들이 어떤 건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기존 에이전시는 스타플레이어나 곧 스타플레이어가 될 만한 선수들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인기 있는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해서 더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게 만드는, 물론 그곳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긴 하죠.”
나는 한 템포 쉬고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절대 다수의 선수들은 철저하게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에 입단한 백업 선수들은 물론이고, 지명을 받지 못했음에도 프로 입단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 그리고 수많은 중고등학교 선수들까지. 그런 선수들은 경제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나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이수민이 나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사설 교육 기관을 찾아서 자신에게 맞는 훈련을 받을 수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선수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게 필요한 게 뭔지도 모른 채로 그냥 훈련만 열심히 하다가 실패하고 좌절하다 결국엔 꿈을 포기하게 되죠. 자기 재능을 한 번도 꽃피워 보지 못하고요. 저희는 그런 상황에 있는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에이전시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드림 에이전시라는 이름처럼 정말 야구 선수들의 꿈을 사랑하는 에이전시군요.”
이수민이 미소를 지으며 호응했다.
“누구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된 계기는 뭔가요?”
“제가 그런 선수 중 하나였거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프로에서 부상을 당해서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꼭 1등을 해야만 행복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경기장에서 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에이전트의 길을 선택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었다.
“물론 그렇죠.”
“1등이 되지 못하더라도 누구보다 행복하게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싶습니다. 야구는 정말 재밌는 스포츠니까요.”
“그럼 선수들이 어떤 방법으로 드림 에이전시를 찾아가면 될까요?”
“하루라도 빨리 많은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요. 일단 유튜브와 SNS를 통해서 먼저 찾아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많은 선수들과 직접 만나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입니다.”
“오호, 어떤 일을 하실지 궁금한데요?”
이후로도 몇 가지 질문을 더 주고받으며 인터뷰가 이어졌다.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은 빠짐없이 전달한 것 같았다.
“강현우 씨, 오늘 인터뷰 감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마지막 인사말을 마지막으로 촬영이 마무리됐다.
“고생하셨습니다.”
스태프의 말을 듣고 나자 한껏 들어가 있던 힘이 쫙 빠지는 기분이었다.
“현우 씨, 고생하셨어요.”
이수민이 허리에 차고 있던 마이크를 빼내며 나에게 다가왔다.
“말을 잘했나 모르겠네요.”
“정말 잘하셨어요.”
이수민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휴, 다행이네요.”
“에이전시 대표 되신 거 축하드려요. 현우 씨라면 좋은 회사로 만드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나와 이수민이 대화를 나누는데 스태프 한 명이 다가왔다.
“강현우 님, 옆에서 사진 촬영하시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태프가 안내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곧바로 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뻣뻣하게 굳어 있던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제는 제법 여유가 있었다.
사진을 그 자리에서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것과 진짜 괜찮은 것의 차이도 이제 구분할 수 있었다.
걱정과는 다르게 만족스러운 사진들이 여러 장 있었다.
로봇에 가까웠던 흑역사 사진을 이제야 밀어낼 수 있겠구나.
인터뷰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영상이 업로드되자마자 우리 에이전시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채널을 개설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았는데도 1만 명을 넘은 구독자는 불과 며칠 뒤에 어느덧 10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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