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본격적인 업무 시작 (2)
본격적인 에이전트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찾아야 할 곳이 있었다.
박정준 교수가 근무 중인 대학병원이었다.
이번에는 미리 박정준 교수의 일정을 확인하고 여유 있는 시간에 맞춰서 찾아왔다.
입구 데스크에 있던 직원은 이번에도 나를 보고는 밝은 미소로 안내해 줬다.
곧바로 박정준 교수를 만나러 들어갈 수 있었다.
“교수님, 저 왔습니다.”
“현우 씨, 어서 들어와요.”
시간에 쫓기는 것 같아 보이던 지난번 만남과는 다르게 오늘은 박정준의 말과 행동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그동안 별일 없으셨죠?”
“대학 병원 의사의 일상에 뭐 특별할 게 있나. 하루하루 거기서 거기죠.”
나는 박정준의 안내를 받으며 건너편 의자에 앉았다.
“그나저나 대충 이야기 들었어요. 며칠 사이에 현우 씨한테 많은 일이 있으셨던데?”
“그러게요. 어찌어찌하다 보니 일이 좀 복잡해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간단하게 전달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일들인 데다, 박정준 교수도 이미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는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임예지 대표가 찾아왔어.”
“임예지 대표가요?”
도대체 무슨 일로 온 거지?
“이번에 지훈이가 현우 씨네 회사로 옮기게 됐다는 말하면서, 앞으로도 이제까지 해 왔던 것처럼 잘 부탁한다고 하더라고.”
“아…… 정말요? 감사하네요.”
상당히 의외였다.
임예지 대표가 직접 찾아와서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갈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 못 했는데.
“지훈이가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돼서 정말 다행이야. 내 마음이 다 놓여.”
“고지훈 선수 경과는 어떤가요? 지금 상태는 괜찮은 편인가요?”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박정준은 진료 기록으로 보이는 서류를 꺼내 보며 답했다.
“그럼 3개월 정도 지나면 복귀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계속 이렇게만 진행된다면 말이지. 잘하면 그보다 조금은 줄어들 수도 있고.”
“정말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건강만 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복귀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으니까.
“지훈이가 회복 훈련에도 아주 적극적이라서 말이야. 입원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하루하루 경과가 달라지고 있어.”
박정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평소에도 뭐든지 열심히 하는 선수니까요.”
“하긴 성공한 선수들 보면 정말 하나같이 운동에 미쳐 있더라고. 몸 상태가 그렇게 엉망이 됐는데도 어떻게 해서든 버텨 내는 걸 보면. 다들 대단한 정신력이야.”
“저희 쪽에서 도와드릴 건 뭐가 있을까요?”
“지훈이가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게만 잡아 주면 충분할 것 같은데. 치료에 필요한 건 병원에서 전부 해결할 수 있으니까.”
의사로서 당연한 말을 한 건데도 왠지 모르게 든든함이 느껴졌다.
“저희 역할은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그래. 지훈이가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 봅시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데다 사명감까지 갖춘 의사가 내 눈앞에 있었다.
“그럼 앞으로도 저희 회사 선수들,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도와야죠.”
박정준 교수는 나를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보였다.
* * *
이제 입원병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가서 내가 찾는 호실로 다가갔다.
문 앞에 적힌 이름을 보니 내가 맞게 찾아왔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1인실이라 이름을 자세히 찾을 필요도 없었다.
똑. 똑. 똑.
나는 노크를 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러자 환자복을 입은 고지훈과 눈이 마주쳤다.
“어, 현우야.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에이전시 소속 선수가 입원을 했는데 당연히 와봐야죠.”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지훈에게 다가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고지훈 옆에 있던 한 여성분이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여기는 우리 와이프야. 이쪽은 새로운 우리 에이전시 대표님.”
고지훈이 와이프와 나를 번갈아 가리키며 소개했다.
“강현우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 뵙네요.”
“아저씨는 누구세요?”
옆에 있던 꼬마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얼굴만 봐도 고지훈의 딸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네가 수아구나?”
나는 몸을 낮춰 수아를 바라봤다.
“수아가 좋아하는 공룡 인형 선물해 준 분이야.”
고지훈이 수아에게 나를 소개했다.
“어, 정말요?”
수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삼촌한테 감사하다고 인사드려야지.”
“삼촌 감사합니다.”
수아는 작은 몸을 구부리며 나에게 인사했다.
“다음에도 삼촌이 수아 좋아하는 선물해 줄게.”
“히히.”
선물이라는 말에 기쁨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편하게 이야기 나누세요. 저는 잠깐 나가 있을게요.”
고지훈의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옆에 계서도 되는데…….”
“아니에요. 마침 나가려던 참이었거든요. 수아가 답답해해서.”
“그럼 빨리 얘기 나누고 비워드리겠습니다.”
고지훈의 아내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수아를 데리고 나갔다.
문이 닫히자 병실에는 나와 고지훈만 남게 되었다.
“선배, 몸은 좀 괜찮으세요?”
“몸이 힘들 게 있나. 입원한 뒤로는 며칠째 매일 치료받고 쉬는 게 전부인데.”
“이렇게 쉬신 건 처음이죠?”
“그러고 보니 처음인 거 같네. 시즌 끝나고도 운동을 이 정도로 오래 쉬어 본 적은 없으니까.”
고지훈이 기억을 되살리더니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래도 가족들하고 시간 보낼 수 있어서 좋으시죠?”
“좋기야 한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제 밖에서 잠깐 러닝이라도 뛰었으면 좋겠어.”
고지훈이 앉은 자리에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제 곧 괜찮아지실 거예요.”
“이번 시즌 끝나기 전에 다시 공 던질 수 있겠지?”
“그럼요. 몸만 완전히 괜찮아지시면 원 없이 던지게 해드려야죠.”
내 말에 고지훈이 웃음을 보였다.
“얼마 전에 에이전시 SNS에 올라온 거 봤어. 반응이 좋던데?”
“그러게요. 반응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스마트폰을 꺼내 다시 확인해 보니 어느덧 구독자가 15만 명까지 늘어나 있었다.
“우리 친구들이 워낙 외모도 멋있고 말주변도 좋아서 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선배도 빨리 회복해서 출연하셔야죠.”
“에이, 팬들이 내가 나오는 걸 기다리겠어? 석훈이 같은 선수들이나 좋아하겠지.”
“선배도 올스타 팬 투표 상위권이시던데요.”
고지훈도 선발 투수 부문에서 치열하게 선두권 경쟁을 하고 있었다.
“팬들이 좋게 봐줘서 기분 좋기는 한데. 이번에는 뛰지도 못하니까.”
고지훈의 표정에 금세 시무룩함이 내려앉았다.
“뭐가 걱정이세요. 내년에도 당연히 뽑히실 텐데요.”
“……그럴 수 있겠지?”
“그럼요, 당연하죠.”
고지훈은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기대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 * *
에이전시 직원일 때는 선수 관리 정도만 해도 됐었는데, 이제는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훨씬 다양해졌다.
김민환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으니 더더욱 그랬다.
무엇보다 이제 나도 직접 인맥을 쌓아갈 필요가 있었다.
내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펠리컨즈였다.
펠리컨즈 단장과는 아직 한 번도 인연을 쌓지 못한 만큼 이번 기회에 자리를 만드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했고, 소영준이 잘하고 있는지 기습적으로 확인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미리 약속을 잡은 상황이라 곧바로 단장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김석원 펠리컨즈 단장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강현우 대표님, 어서 와요.”
“단장님, 잘 지내셨죠.”
김석원 단장과 이렇게 단둘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대표님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별말씀을요.”
“이쪽으로 오세요. 우리 편하게 앉아서 얘기합시다.”
나는 김석원 단장과 악수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최하위권인 팀의 전력을 어떻게 해야 높일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용병 투수의 활약이 부진해 교체를 논의 중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용병의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뛰어난 용병 투수나 타자의 영입만으로도 순위를 한두 단계 오르내리게 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특히나 몇 년째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펠리컨즈 같은 구단에서는 그 소중함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 팀 영준이가 현우 씨 에이전시로 갔다면서?”
“네, 그렇게 됐습니다.”
“요즘에 영준이가 잘해줘서 정말 다행이야. 뭔가 느낀 게 있는지 시즌 초하고 확실히 달라진 것 같아. 이렇게 훌륭한 에이전트가 옆에 있어서 그런 건가.”
김석원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영준이가 요즘 훈련을 열심히 하더라고요.”
얼마 전에도 에이전시 훈련장에 와서 온몸이 흙투성이가 될 정도로 훈련을 하고 갔다.
“덕분에 우리 팀이 수비에서 조금 안정감이 생기기는 했지.”
긍정적인 말과는 다르게 김석원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요즘 펠리컨즈는 투수 쪽이 고민이시죠?”
“에휴. 투수는 항상 고민이지. 강력한 선발 투수 몇 명만 있어도 시즌 운용이 훨씬 수월할 텐데 말이야. 연패가 길어질 확률도 낮아질 테고.”
펠리컨즈는 몇 년째 최하위권이었던 탓에 드래프트에서 상위 순번으로 좋은 유망주를 지명할 수 있었다.
몇 년 동안 잠재력 있는 선수를 꾸준히 선발해왔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는 했다.
“당장 선발 투수를 트레이드로 데려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테고, 그럼 용병 투수 쪽으로 고민 중이시겠네요?”
선발 투수를 트레이드로 데려오려면 또 다른 핵심 선수를 내줘야 했다.
“아무래도 그렇지. 지금 선수들도 나쁘지는 않은데, 확실하게 강력하다는 느낌을 주는 건 아니라서.”
“혹시 생각해 두고 계신 선수 있으십니까?”
훅 들어온 내 질문에 김석원은 살짝 당황한 듯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시즌 중에도 스카우트 팀들은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매주 보고는 받고 있지.”
“어떤 유형으로 찾으시나요?”
“아무래도 용병 투수면 최대한 실점 없이 6, 7이닝 이상 꾸준하게 소화해 줄 선수가 필요하지. 그래야 감독이 경기 운용하는 데 계산이 서잖아.”
“그냥 최고의 조건이네요.”
괜히 물어본 것 같다.
“강 대표가 추천해 주고 싶은 선수라도 있어?”
“제가요?”
용병 투수라…….
“에이전시에 외국인 선수는 없나?”
어, 좋은 생각인데?
왜 국내 선수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고민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잖아.
“그럼 제가 한번 찾아볼까요?”
당장 눈앞의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다.
“그래? 강 대표처럼 실력 있는 에이전시 대표가 추천해 주는 선수면 무조건 긍정적으로 검토해 봐야지.”
“대신 수수료는 넉넉하게 챙겨 주셔야 합니다.”
“좋은 선수만 데려와 준다면 뭔들 못 해주겠어.”
김석원의 눈빛에는 기대와 간절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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