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본격적인 업무 시작 (3)
나는 곧바로 펠리컨즈 홈경기를 보러 갔다.
최근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드래곤즈와의 대결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상으로는 드래곤즈가 우위에 있지만, 펠리컨즈의 최근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기대해 볼 만했다.
오늘 펠리컨즈의 4번 타자는 소영준이었다.
소영준의 타격감이 절정이라고 불릴 정도로 좋아지면서 결국 4번 타자 자리를 차지했다.
팀 내 홈런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답게 소영준은 타점도 가장 많이 기록하고 있었다.
드래곤즈의 4번 타자 나준호와의 맞대결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였다.
“플레이 볼!”
드래곤즈가 무난하게 리드할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경기는 의외로 1회부터 치열하게 진행됐다.
“소영준 홈런! 소영준 날려버려!”
딱!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화답하듯 소영준은 1회부터 시원한 1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그는 베이스에서 홈 팬들을 향해 활을 쏘는 듯한 액션을 보여주며 더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와아아아- 소영준! 소영준!”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 드래곤즈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따악!
“우와아아!”
경기장에 있는 모두가 함성을 내뱉었다.
나준호는 공이 배트에 맞자마자 홈런임을 직감했는지, 1루로 달리면서도 날아가는 공을 계속 바라봤다.
펠리컨즈 중견수는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돌려 달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텅.
타구는 경기장 중앙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전광판을 때리고 나서야 땅에 떨어졌다.
“홈런!”
장외 홈런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엄청난 홈런이었다.
상대 팀 선수의 홈런이었음에도 펠리컨즈 팬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나준호의 솔로 홈런으로 승부의 무게 추는 다시 중앙에 맞춰졌다.
이후로 경기는 4회까지 1:1 스코어를 유지하며 치열하게 진행됐다.
그리고 5회 초.
1 아웃에 주자는 1, 2루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타석으로 걸어오는 드래곤즈 타자는 나준호였다.
“나준호 홈런! 나준호 홈런!”
드래곤즈 팬들은 나준호의 홈런을 연호하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두 명의 주자가 모두 발이 빠른 선수였기 때문에 안타 하나에 두 점도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전 타석에서 홈런도 기록한 나준호가 등장했기 때문인지 펠리컨즈 투수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중요한 상황인 만큼 펠리컨즈의 투수와 포수는 사인 하나를 주고받는 데도 신중했다.
펑!
펑!
투수는 나준호의 약점을 절묘하게 공략하며 타격하기 쉽지 않도록 끌고 갔다.
2 볼 2 스트라이크.
이제 승부는 투수와 타자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카운트까지 이어졌다.
아직 볼 하나를 더 던질 수 있는 여유가 있긴 해도, 발 빠른 주자들이 나가있는 상황에서 풀카운트를 만든다는 건 투수에게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포수에게서 신중하게 사인을 받은 투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삼진! 삼진!”
“홈런! 홈런!”
투수가 투구 자세를 취하자 경기장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높아졌다.
그리고 투수는 힘껏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라고 판단한 나준호는 주저하지 않고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처럼 날아오던 공이 아래로 떨어졌다.
틱!
겨우 맞춰서 인플레이 타구가 됐지만 공은 땅에 계속 튀면서 유격수 소영준과 3루수 사이로 날아갔다.
타구에 힘이 실려서 내야를 벗어나기 어려웠지만, 공은 수비수가 잡기 어려운 코스로 튀고 있었다.
나준호는 병살타를 막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1루 베이스를 향해 달렸다.
다른 주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유격수 소영준은 공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바운드되는 타이밍에 맞춰 몸을 날린 소영준은 손을 쭉 뻗어 공이 날아올 방향으로 글러브를 갖다 댔다.
“됐다!”
공은 소영준의 의도대로 글러브에 빨려가듯 들어가듯이 들어왔다.
하지만 슬라이딩한 몸이 바닥에 턱하고 닿는 순간.
“어?”
부딪치는 힘을 이겨내지 못한 글러브가 열리며 공이 빠져나갔다.
“망했다.”
소영준이 다급하게 일어나 옆으로 굴러간 공을 잡고 2루수를 향해 던지려는데.
이미 1루 주자는 2루 베이스에 도착해 있었다.
다시 시선을 돌려 1루 베이스를 향해 던져 봤지만, 결코 느리지 않은 나준호의 스피드를 이기기는 무리였다.
“세이프!”
1루심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양손을 옆으로 뻗었다.
소영준은 아쉬운 듯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의 시선은 전광판을 향했다.
과연 안타일까, 에러일까.
기록원도 판단하기가 어려웠는지 곧바로 업데이트를 하지 못했다.
결국 에러로 기록됐다.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결국 이어지는 안타로 1실점을 하면서 드래곤즈가 2:1로 앞서갔다.
펠리컨즈에게는 만루의 위기 상황을 1실점으로 막아냈다는 점이 위안거리였다.
드래곤즈는 이후에도 점수 차를 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딱!
전체적으로 타격감이 좋았던 덕분에 드래곤즈의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우와!”
실책 이후 각성한 듯한 소영준의 신들린 수비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소영준의 유니폼은 이미 흙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이 모습에 다른 선수들도 자극을 받았는지 투지 넘치는 수비를 보여줬다.
9회 초까지 스코어는 2:1로 변하지 않았다.
이제 9회 말.
펠리컨즈의 마지막 공격 기회였다.
드래곤즈의 마무리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최근 등판한 5경기에서 실점을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투수였다.
펠리컨즈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펑!
펑!
드래곤즈 마무리 투수는 최근 페이스가 좋은 이유가 뭔지를 보여주듯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타자가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승부를 이어가봤지만 투수의 좋은 컨디션을 이기기는 어려웠다.
2번 타자와의 승부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했는데,
“윽!”
변화구가 손에서 빠지면서 타자의 팔꿈치에 맞았다.
1 아웃에 주자는 1루.
3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펑!
투수는 다시 힘이 가득 실린 패스트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후웅-
타이밍을 뺏는 절묘한 변화구에 타자의 배트가 헛돌았고.
펑!
결국 강력한 패스트볼로 삼진을 잡아냈다.
최소한 주자를 2루로 보내는 진루타를 기대한 펠리컨즈 더그아웃에서는 아쉬움이 가득 느껴졌다.
이제 9회 말 2 아웃.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면 경기는 패배로 마무리됐다.
오늘 하루 드래곤즈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펼쳤던 것을 감안하면 한 점차 패배는 아쉬웠다.
이제 오늘 경기의 마지막 타자가 될지도 모를 4번 타자 소영준이 타석에 들어섰다.
“소영준 파이팅!”
펠리컨즈 팬들이나 동료 선수들은 소영준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었다.
‘들뜨지 말자.’
소영준은 타석으로 걸어가면서 되뇌었다.
여기서 홈런을 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홈런 스윙을 하다가는 헛스윙 삼진을 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둔 투수의 표정에는 여유가 느껴졌다.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자마자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
‘확실히 실투다!’
소영준은 날아오는 공을 확인하고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공이 맞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경기장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공은 까마득하게 밤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홈런!”
2루심이 손가락을 돌렸다.
“와아아아아-”
“소영준! 소영준! 소영준!”
경기장에는 떠내려갈 듯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봐봐 내가 쳤다고!”
소영준은 두 손을 하늘로 뻗으며 믿을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펠리컨즈 더그아웃의 모든 선수들이 물병을 들고 뛰쳐나왔다.
소영준이 모든 베이스를 돌고 홈 베이스를 밟자 폭포처럼 많은 물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
소영준의 9회 말 역전 2점 홈런으로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펠리컨즈 팬들은 경기가 끝났음에도 응원가를 부르며 짜릿한 끝내기의 여운을 즐겼다.
* * *
나는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나올 통로에 서 있었다.
소영준에게 아무런 얘기 없이 그냥 무턱대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하나둘씩 선수들이 나오는데도 소영준이 보이지 않았다.
금방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예상이 제대로 빗나갔다.
한참을 더 기다린 뒤에야 운동 가방을 메고 걸어 나오는 소영준을 볼 수 있었다.
“야! 소영준 선수!”
“어? 이건 또 뭐야?”
소영준은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는 나를 보고는 반가워하면서도 놀라는 기색이었다.
“이거라니. 에이전시 대표한테 이거가 뭐냐.”
“아휴, 대표님 오셨습니까.”
내가 가까이 다가오자 소영준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왜 이렇게 늦게 나와?”
“언제는 경기 끝나고 무조건 마무리 훈련하라며.”
“정말 훈련하고 나온 거야?”
정말 놀라운 발전이었다.
“당연하지. 지금 시간에 나온 거 보고도 물어?”
“그럼 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어디 가기는……. 갑자기 그걸 왜 물어?”
소영준이 도둑이 제 발 저리는 표정으로 말 끝을 흐렸다.
-오늘 경기에서 한 실책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오랜만에 클럽에 가서 신나게 즐길 계획이다.
“너 클럽 가려고 했지?”
“아니야!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정말 안 갈 거야?”
“…….”
소영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게 굳어 있었다.
“하긴, 오늘 에러 하나 있었잖아. 가더라도 나중에 가야지. 그치?”
“……근데 그건 퉁 쳐야 되는 거 아니냐?”
소영준이 억울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던졌다.
“에러면 에러지, 퉁 치는 건 뭐야. 이번 에러는 아주 억울한 상황도 아니었어. 잡을 수 있었던 공이잖아.”
“그래도 끝내기 쳤잖아. 더 짜릿하게.”
“에이, 타격이랑 수비는 다르지.”
“야. 너도 참 너무한다. 오늘 그거 말고도 호수비가 도대체 몇 개였냐. 온몸에 흙이 얼마나 묻었는데.”
소영준은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 고생 많았다. 오늘은 네 맘대로 해라.”
“나이스!”
이제야 소영준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소영준과 함께 밖으로 걸어 나갔다.
“오! 소영준이다!”
여기저기서 감탄사와 놀람이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
“소영준 맞죠? 사인 한 장 해주실 수 있어요?”
밖에서 기다리던 어린 팬 여러 명이 소영준에게로 다가왔다.
“사인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데…….”
소영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
그의 표정을 본 팬은 당황했다.
“소영준이라니.”
나지막한 소영준의 한마디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네?”
“내가 네 친구야? 소영준 형이라고 해야지.”
소영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눈앞에 있던 팬들이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영준이 형, 사인 좀 해주세요.”
“가져와 봐. 너 이름이 뭐야?”
소영준은 팬에게서 건네받은 공과 글러브에 사인을 해주며 대화를 나눴다.
어떤 팬과는 사진도 찍어 주며 시간을 보냈다.
끝없이 몰려드는 팬들 덕분에 우리는 1시간이 지나고서야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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