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본격적인 업무 시작 (5)
유성환 감독님이 나에게 다가와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오래 기다렸지?”
“아니에요. 오랜만에 앉아서 후배들 경기하는 모습 보니까 재밌던데요.”
“지금 많이 바쁠 텐데 여기까지 먼 길 와줘서 고맙다.”
유성환은 나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유성환 감독님과 경기장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았다.
“이번에 에이전시 만들었다는 소식 들었다. 현우야,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다 감독님 덕분입니다.”
“내 덕분이긴. 다 네가 열심히 했으니까 그렇게 된 거지.”
유성환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며칠 전에 인터뷰한 것도 봤어.”
“벌써 보셨어요?”
“처음 에이전트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 가졌던 마음을 잊지 않아 준 것도 정말 고맙다.”
“제가 지금 이 자리까지 어떻게 왔는지 잊지 않았다면 당연히 그래야죠.”
“초심을 잃지 않고 행동에 옮긴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을 텐데. 앞으로 가야 할 길은 훨씬 험하고 어려울 테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일반적인 에이전시처럼 스타플레이어들 위주로 영입해서 사업을 한다면 돈도 훨씬 많이 벌고 업계에서 명예도 얻을 수 있었을 테니까.
“생각보다 많은 선수들이 함께해 주더라고요. 저는 더 힘들 줄 알았거든요.”
“네가 그만큼 잘해 왔다는 의미겠지. 나는 네가 훌륭한 에이전트가 될 거라고 믿었어.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내가 도와줄 만한 게 있을까? 부족한 실력이라 피해만 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감독님께서 시간 될 때 한 번씩 오셔서 코칭해 주시면 저희야 너무 감사하죠.”
“그래, 그런 일이라면 내가 어떻게 해서라도 시간을 만들어야지.”
유성환이 나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 * *
나는 이주혁과 마주 앉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주혁 씨, 마이클 스콧 선수 최근 경기 데이터 확인됐나요?”
“네, 몇 년 동안의 시즌 성적이랑 최근 데이터까지 확인했는데요.”
이주혁이 나에게 뽑아온 자료를 건넸다.
다양한 데이터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출전 경기 수와 소화한 이닝 수를 보니 선발 투수 다음으로 올라와 2이닝이나 3이닝 정도를 던지는 롱 릴리프 역할을 맡고 있는 것 같았다.
“다행이라고 해도 될지는 모르겠는데. 아직 선발 투수로 자리 잡지는 못한 것 같아요. 경기력이 나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른 투수보다 우월한 경기력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이주혁의 설명을 들으며 꼼꼼하게 자료를 살펴봤다.
“그동안 스플리터를 연습하긴 했나 보네요.”
“구사하는 비율이 조금씩 늘고 있기는 한데요, 아직은 연습이 더 필요할 것 같기는 합니다.”
자료를 보니 아직도 좌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 피장타율이 높게 기록되고 있었다.
선발 투수로 자리 잡는 데 있어서 발목을 잡는 약점이었다.
“스콧이 지금 뛰고 있는 리그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봐야 하죠?”
“디비전 1 소속 팀인데요. 대학리그이기는 해도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어요. 거기서 잘하는 몇몇 선수들은 당장 메이저리그에 가도 무방할 정도거든요.”
“실력이 만만치 않네요.”
버팔로즈와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직접 봤을 때도 상당한 수준의 선수들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선수들은 전공 공부를 병행하는데도 연습량이 어마어마해요.”
“혹시 마이클 스콧 선수는 지금 계약된 에이전시가 있던가요?”
“다행히 아직 없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허들마저도 무난하게 넘어갔다.
“주혁 씨 생각은 어때요? 제안해 봐도 괜찮을까요?”
“실력이나 경기 스타일만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을 것 같아요.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않는다면요.”
그때 봤던 성격상 그리 힘들어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럼 조만간 직접 만나서 이야기 나눠 보죠.”
* * *
드디어 올스타전의 투표가 끝났다.
전체 팬 투표 1위는 예상대로 오석훈이 차지했다.
야구 성적만으로 평가해도 논란의 여지 없는 결과였다.
나준호와 박성주, 소영준은 물론이고 고지훈과 장수영도 무난하게 이름을 올렸다.
부상 치료를 받고 있는 고지훈은 제외됐다.
대신 팬 투표 2위를 차지한 최정환이 대신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우리 에이전시의 소속 선수 전원이 올스타전에 초대받게 되는 쾌거를 거두었다.
그리고 내일 올스타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저녁에는 마당에서 함께 고기를 구워 먹을 생각이었다.
7월에 접어들어 슬슬 더운 날씨기는 해도 해가 저물고 난 뒤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누가 운동선수 아니랄까 봐, 미리 도착한 선수들은 오자마자 훈련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훈련 중간중간에 서로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소속 팀이 서로 다른 선수들이 함께 모여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잠시 시즌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어서인지,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여유가 한껏 느껴졌다.
특히 박성주는 며칠 전부터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더니 하루 전인 오늘은 초 흥분 상태였다.
박성주는 에이전시 소속 선수 중에서 올스타전을 가장 많이 경험해 본 나준호를 붙잡고 질문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선배, 올스타전 갈 때 팀 유니폼 입고 가야 하는 거죠?”
“그래야지. 올스타전 유니폼을 주기는 하는데, 경기 뛸 때는 팀 유니폼을 입어야 하니까.”
“선배도 미스터 올스타로 뽑히신 적 있죠?”
“나는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어.”
“정말요? 되게 의왼데요?”
“그날은 잘하는 것만큼이나 임팩트가 있어야 하는데, 내가 그런 운은 없더라고.”
나준호는 박성주의 멈추지 않는 질문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친절하게 답해주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최정환이 장수영에게 다가가 궁금한 점을 묻고 있었다.
“선배는 9회에 던질 때 안 떨리세요?”
“안 떨릴 수가 있나. 타이트한 상황에서 올라가면 심장이 터질 것 같지.”
“그럼 그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던지세요?”
“특별한 방법은 아닌데, 그냥 지금 던져야 하는 공에만 집중하면서 던져.”
최정환이 눈을 반짝이며 장수영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위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세요? 저는 경기 초반에도 쉽지 않던데.”
“홈런 맞을 것 같다는 상상을 미리 할 필요는 없잖아. 내가 원하는 코스로 공이 정확하게 들어가서 삼진 잡아낼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 믿어야지.”
“그렇죠.”
“근데 내가 너처럼 155km/h 넘는 패스트볼이 있으면 전혀 고민할 게 없을 거 같은데? 네 공을 쉽게 칠 타자가 누가 있겠어? 석훈이랑 성주 상대로도 결과 좋지 않았어? 그럼 말 다 한 거지 뭐.”
“아직은 변화구에 자신이 없어서 패스트볼 위주로 던지다 보니까요. 위기 상황에서는 불안하더라고요.”
“구단에서 아무나 선발 투수로 등판시켜 주는 거 아니잖아.”
“그렇기는 하죠…….”
“너는 감독님이나 투수 코치님이 믿고 한 경기를 맡길 수 있다고 판단한 투수인 거야. 그러니까 충분히 자신감 가져도 돼.”
장수영의 원 포인트 레슨은 그 후로도 이어졌다.
그동안 나와 이주혁은 식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오늘의 메인 음식은 누가 뭐래도 소고기였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훈련과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든든한 체력 보충이 필수였다.
운동을 마친 선수들이 나오자 우리는 숯불에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운동선수들답게 먹는 속도와 양도 엄청났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때쯤, 차에 다녀오겠다며 잠시 밖으로 나간 소영준이 묵직해 보이는 가방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뭘 그렇게 준비해 온 거야?”
“올스타전인데 이 정도는 준비해야지.”
나는 소영준에게 다가가 가방을 함께 들었다.
“뭐가 이렇게 무거워.”
“이런 거 저런 거 넣다 보니까 많아지더라고.”
소영준은 가방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지퍼를 열었다.
“이게 뭐야?”
가방 안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소품들이 들어있었다.
“펠리컨즈 오오오 이겨라!”
소영준은 그중에서 펠리컨즈 탈을 하나 꺼내 쓰더니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와, 선배. 재밌는 거 많이 있으시네요.”
어느새 박성주가 나타나 가방에 든 소품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내일은 이렇게 놀아줘야지. 거기서 진지하게 경기 뛰면 재미없어.”
“선배 저 이거 하나 써 봐도 돼요?”
“얼마든지.”
“이런 거는 다 어디서 구하신 거예요?”
박성주는 가방에서 꺼낸 신기한 탈을 쓰며 즐거워했다.
“나는 내일 퍼포먼스 상이 목표야. 큰 욕심 없어.”
소영준의 한마디에 박성주는 잊고 있던 게 떠올랐는지 탈을 벗어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오석훈에게 다가가더니 손을 잡아 올렸다.
“석훈아, 내려가서 공 몇 개만 던져 주라.”
“또 하자고? 어제도 많이 했잖아.”
오석훈의 얼굴에는 그늘이 내려앉았다.
“오늘 하루 쉬어서 감 떨어졌을 수도 있잖아.”
“너 지금 홈런 1위잖아. 하루 만에 감이 떨어지겠어?”
“석훈아, 부탁할게. 나 진짜 우승하고 싶어서 그래.”
박성주가 오석훈을 부여잡으며 떼쓰듯이 말했다.
“성주야, 내가 도와줄까?”
옆에 있던 장수영이 벌떡 일어나 오석훈과 박성주에게 다가왔다.
“수영이 네가 도와줄 수 있겠어?”
오석훈은 구원자를 만난 것처럼 밝은 미소를 보였다.
“가자, 내가 던져 줄게. 나도 가볍게 피칭하면서 몸 좀 풀려고.”
“그래, 그럼 되겠다. 수영이 공은 나보다 훨씬 좋잖아. 그럼 되지 않겠어?”
구세주를 만난 것만 같은 오석훈이 박성주를 애절하게 쳐다봤다.
“그냥 타격 훈련하는 거면 상관없는데. 내일 던지는 걸 석훈이가 해 줘야 하니까…….”
박성주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도와주기가 어렵겠구나.”
장수영의 말이 끝나자 박성주의 시선은 다시 오석훈을 향했다.
“석훈아, 한 번만 도와주라.”
“알았어. 대신에 상금 타면 맛있는 거 사야 한다.”
오석훈은 체념한 듯 박성주의 손을 잡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당연하지. 상품으로 이번에 나온 스마트폰도 준다는데 그것도 너 가져.”
“진짜? 진짜지?”
“다 가져도 돼. 나는 핸드폰 관심 없거든.”
“나이스. 빨리 가자.”
아까와는 달리 오석훈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달려갔다.
오석훈과 박성주는 다시 훈련장으로 내려가 배팅 연습을 했고, 다른 선수들은 오랜만에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드디어 올스타전의 아침이 밝았다.
선수들은 야구팬들과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경기장으로 출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