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올스타전 (2)
올스타전은 진지한 승부보다는 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이벤트에 가까웠다.
그렇기는 해도 올해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올 정도의 플레이를 볼 수 있기도 했다.
소속 구단에 따라서 우리 에이전시 선수들의 팀도 나누어졌다.
오석훈, 박성주, 장수영이 한 팀이 되었고 나준호, 소영준, 최정환이 다른 한 팀이 되었다.
오석훈과 박성주, 나준호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소영준은 벤치에서 투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수영과 최정환은 경기 후반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이제 드디어 메인 경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라인업만 보셔도 느끼시겠지만 정말 올스타전에서만 볼 수 있는 꿈의 라인업이죠.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펼치는 한판 승부,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이벤트 매치라고 해도 국내 최고의 선발 투수라고 불리는 양현재와 김광혁의 맞대결은 그 자체만으로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와아아아-”
경기 시작을 앞두고 양 팀 선발 선수들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팬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플레이 볼!”
펑!
펑!
이번 시즌에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투수들답게 던지는 공 하나하나마다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전력투구를 하지 않는데도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딱!
반면, 타자들은 시즌 경기와는 다르게 대부분 홈런을 노리는 어퍼 스윙을 했다.
통산 홈런이 10개도 되지 않는 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높게 떠올라 외야로 멀리 날아가기만 했을 뿐 홈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제 오석훈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제 리그 타격왕을 달리고 있는 오석훈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최고 투수와 최고 타자의 대결이네요.
-두 선수의 이번 시즌 상대 전적이 어떻게 되죠?
-6타수 2안타인데요. 게다가 그 2안타가 모두 2루타였어요. 아직 홈런은 없었습니다.
-오석훈 선수가 상당히 좋은 상대 전적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과연 이번 매치업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오석훈 홈런! 오석훈 홈런!”
팬 투표 1위 선수답게 오석훈이 타석에 서자 관중석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와아아아아- 오석훈! 오석훈!“
오석훈이 헬멧을 벗어 팬들을 향해 흔들자 경기장이 떠내려갈 정도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제 두 선수의 승부가 시작됐다.
‘초구부터 풀 스윙이다!’
오석훈은 배트를 있는 힘껏 돌리기 위해 가장 끝부분을 잡았다.
실전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도해 볼 수 있는 타격 자세였다.
양현재의 와인드업이 시작됐다.
그의 타이밍에 맞춰 높이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가 내디디며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유난히 양현재의 타이밍에 잘 맞는 경우가 많아서 오석훈은 자신감이 넘쳤다.
후웅-
오석훈이 배트를 휘두르고 난 뒤에야 공이 지나갔다.
“스트라이크!”
심판의 우렁찬 콜이 들렸다.
‘이건 뭐지? 분명히 패스트볼이었는데.’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보니 130km/h가 찍혀 있었다.
앞선 타자를 상대할 때보다 오히려 훨씬 느린 공을 던졌다.
당연히 정면 승부를 선택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승부욕의 불을 활활 지펴주는 한 방이었다.
오석훈은 손의 위치를 옮겨 평소에 잡던 방식으로 배트를 쥐었다.
그리고 그다음 공을 기다렸다.
펑!
“볼!”
이번에는 바깥쪽으로 날카롭게 빠져나가는 슬라이더였다.
‘아예 변화구까지.’
정규 시즌에서도 결정구를 던지는 타이밍에 보여줬던 날카로운 공이었다.
양현재도 지지 않겠다는 신호를 분명하게 보냈다.
‘그렇다면 나도 그냥 질 수 없지.’
사인을 받자마자 양현재는 투구를 시작했다.
오석훈도 밀리지 않고 배트를 힘차게 휘둘렀다.
딱!
드디어 이번에는 제대로 맞았다.
손에 짜릿함이 느껴지는 타구였다.
“와아아아!”
2루타 이상의 장타를 직감한 오석훈은 전력을 다해 달렸다.
-제대로 당겨쳤습니다. 타구는 오른쪽으로 쭉쭉 뻗어가네요.
-오석훈 선수는 벌써 2루까지 가려고 몸을 돌렸어요.
-우익수 나준호 선수가 끝까지 따라가고 있어요.
-우와! 잡았습니다. 날아갈 것처럼 몸을 던져서 잡아냈어요. 정규 시즌에서도 보기 어려울 정도의 명품 수비였습니다.
나준호는 글러브를 들어 올려 공을 잡았음을 보여주고는 몸을 일으켰다.
“나준호! 나준호! 나준호!”
전광판으로 방금 수비 장면이 리플레이 되자 팬들은 감탄사와 함께 나준호의 이름을 연호했다.
2루 베이스로 달려가던 오석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양손으로 허리를 잡은 채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수비에 대한 감탄과 나준호에 대한 원망이 반반씩 섞인 눈빛이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던 나준호가 옆을 지나가자 오석훈이 투정을 부리며 말을 걸었다.
“선배, 이번에 제대로 안타 쳤는데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완전히 몸 날리셨던데요.”
“석훈아, 미안하다.”
나준호가 입가에 미소를 가득히 보이며 글러브로 오석훈의 엉덩이를 한 번 툭 건드리고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제 공수가 교대됐다.
양현재를 상대하는 김광혁의 피칭이 시작됐다.
펑!
펑!
김광혁도 양현재와의 자존심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다는 듯 위력적인 공을 선보였다.
펑!
“스트라이크 아웃!”
유인구 하나쯤은 던질 거라고 생각했던 타자는 속았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변화구를 하나도 던지지 않고 오직 패스트볼만으로 삼진을 잡아냈다.
“와아아아-”
시원시원하게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공을 본 팬들은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이제 나준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나준호 홈런! 나준호 홈런!”
모든 관중들은 나준호의 시원한 홈런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준호를 상대하자 김광혁은 더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던졌다.
펑!
펑!
이번에도 변화구를 단 하나도 섞지 않고 오직 패스트볼만을 던지고 있었다.
빠르게 승부를 해서 9구 3탈삼진을 노리려는 것 같았다.
갸웃하던 나준호는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제 김광혁의 아홉 번째 공이 날아왔다.
따악!
나준호의 스윙에 모든 관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와아아아!”
모두가 홈런을 예감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담장을 넘어갈 것 같은데요? 드디어 오늘 경기의 첫 번째 홈런이…….
-이야! 오석훈 선수가 거의 담장을 타고 올라가서 홈런 타구를 잡아냅니다.
-야구장에 스파이더맨이 왔나요? 오석훈 선수가 담장을 넘어가고 있는 공을 건져 올렸습니다. 만약에 잡지 못했다면 홈런이었을 거예요.
-오석훈 선수가 아까 자신의 타구를 잡은 나준호 선수에게 복수에 성공하는군요. 안타를 뺏기자 홈런을 빼앗아 버립니다.
-하하하. 나준호 선수 표정 보세요. 올스타전에서까지 이래야 되냐 이거죠.
이번에는 나준호가 원망스러운 미소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오석훈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석훈이 먼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선배 죄송합니다.”
“석훈아, 아무리 그래도 저거는 너무한 거 아니냐.”
“그냥 글러브를 갖다 댔는데 들어오더라고요.”
피식 웃음을 터뜨린 나준호는 오석훈의 어깨를 두드리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또 한 번의 공수교대가 되며 이제 박성주의 타순이 돌아왔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박성주의 표정에서는 조금의 웃음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팀의 승리를 위해 한 방이 필요한 상황에 타석에 서는 4번 타자와 다를 것 없는 결의마저도 느껴졌다.
-홈런 더비 우승자 박성주 선수가 타석에 섰습니다.
-아까처럼 이번에도 시원한 홈런 한 방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요?
양현재의 공은 이번 이닝에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김광혁의 호투에 자극을 받았는지 훨씬 공격적인 공을 던졌다.
펑!
이제는 실전 경기나 다름없을 정도의 빠른 패스트볼이었다.
우두커니 공을 하나 지켜본 박성주는 조금의 표정 변화 없이 다시 타격을 준비했다.
양현재는 다시 한 번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띡!
박성주가 배트를 돌려 봤지만 제대로 빗맞으며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두 선수만 따로 한국시리즈 하는 중인가요?
-갑자기 다른 경기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세 번째 투구.
박성주는 확신을 가지고 배트를 돌렸다.
따악!
공이 배트에 맞자마자 좌익수와 중견수는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건 누가 봐도 확실히 홈런이었다.
타구는 장외 홈런에 가까울 정도로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와아아아아-”
외야에 있던 팬들은 홈런볼을 잡기 위해 달려갔다.
-드디어! 드디어 올스타전에서 첫 번째 홈런이 터집니다.
-역시 리그 홈런 1위이자 홈런 더비 우승 타자는 달라도 뭔가 다르네요. 경기장 가장 먼 곳으로 날아갔습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한 방입니다. 아마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같은 생각을 하셨겠죠?
경기장의 조명은 어두워졌다 밝아졌다를 반복하며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어줬다.
양현재는 아쉬움의 미소를 지으며 박성주를 향해 박수를 쳐 줬다.
박성주는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이라도 친 것처럼 펄쩍펄쩍 뛰며 내야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더그아웃에 돌아와서도 흥분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기가 초반을 넘어가자 선발로 등판했던 투수들이 모두 교체됐다.
타자 중에서도 몇몇은 다른 선수들로 바뀌었다.
이제 벤치에서 대기하던 소영준도 경기에 투입되었다.
-여기서 대타로 교체되네요. 펠리컨즈의 유격수 소영준 선수가 투입됩니다.
-어? 그런데 저게 뭐죠?
전광판에 소영준이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이자 경기장에 있는 모든 시선은 소영준을 향했다.
“와하하하하.”
소영준이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오는데 관중석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저런 거는 또 어디서 가져온 거야?”
그라운드에서 지켜보던 선수들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와이의 전통 의상이 떠오르는 휘황찬란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
머리에는 펠리컨즈 탈을 쓰고 있었다.
소영준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타석에 섰다.
그렇게 승부를 하는 줄 알았는데, 비트가 빠른 음악이 흘러나오며 핀 조명이 소영준을 비췄다.
쿵쿵쿵쿵.
소영준은 음악에 맞춰서 이제까지 갈고닦았던 댄스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와아아아-”
점점 커지는 팬들의 환호성 덕분에 소영준은 점점 끓어오르는 흥을 주체하기 어려워 보였다.
“소영준! 소영준! 소영준!”
관중석의 팬들은 소영준의 열정 넘치는 댄스에 박수를 보냈다.
겨우 춤을 멈추고 숨을 고른 소영준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타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근데 저런 복장으로 스윙을 할 수 있을까요?
-살면서 저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못 볼 것 같고요.
포수와 심판은 물론이고 마운드에 서 있던 투수마저도 능청스러운 소영준을 보며 웃음을 쉽게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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